욕 전쟁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0
서석영 지음, 이시정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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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십여 년 전 김해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시내에 나갔다가 깜짝 놀랄만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청소년 독서회를 담당하고 있어서 또래 아이들을 보면 괜히 더 친절하고 싶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귀 기울이곤 했었습니다.

평소 시내에 나갈 일이 별로 없었던 저는 그날따라 북적거리는 시내를 만끽하고 싶어 무작정 발걸음을 했는데 본의 아니게 교복을 예쁘게 차려입은 여중생들 뒤를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쳐다만 봐도 생긋생긋 예쁜 아이들, 찰랑거리는 머리에 오동통한 볼살, 온 몸에 넘쳐 흐르는 생기 에너지까지 뒤따라가는 저에게도 그들의 에너지가 옮겨올 것 같아 발걸음도 가벼웠지요.
그런 상큼함도 잠시, 이제 막 초등학생 티를 벗은 아이들의 입에서 거침없이 흘러나오던 '욕'은 저에게 쇼크를 뛰어넘은 먹먹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도서관의 여타 직원들에 비해 아이들과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의 관심거리와 고민, 그들의 생각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저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아이들은 책을 읽을 줄 알고 나름의 고민을 스스로 찾아낼 줄 아는 생각의 힘이 있는 아이들이었던 것이고, 그날 시내에서 만난 그 아이들은 날 것 그대로의 우리시대의 청소년들이었던 것입니다.
아이들의 입에서 제가 생전 들어보지 못한 욕이 한 문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온통 욕으로 가득한 말들을 주고 받으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당당한 목청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더 당황하게 한 것은 그 아이들이 하는 '욕'문장을 어른인 제가 바로잡아 주기는커녕 갑자기 가빠진 호흡과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발로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급급했다는 사실입니다.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평소 많았지만 아마 그때의 경험이 제가 지금껏 청소년들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더 집착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욕전쟁>

(서석영 / 시공주니어) 이 책에는 욕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입에 줄줄 욕을 달고 사는 최시구의 주변에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이 동참하게 되고 남학생 패거리에 대항해 욕하는 여학생 무리가 만들어져 교실은 그야말로 욕장터가 되고 말지요.
어느 날 반 대항 피구 경기에서 상대편과 욕설을 주고 받다 그것이 결국 몸싸움으로 이어지게 되고 선생님은 아이들의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욕의 실체를 파악하게 됩니다.
그것을 계기로 반에서 욕과의 전쟁을 선포해 욕을 할 때마다 벌을 주지만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선생님 몰래 욕을 하기 위해 기발한 속임수를 떠올립니다. 욕 통장을 만들어 실컷 욕을 하기도 하고 욕 목록에서 자기가 잘 쓰는 욕을 빼기 위해 단식투쟁도 마다하지 않지요.
선생님과 아이들의 점점 업그레이드 되고 치열하게 전개되는 욕전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욕시험>


(박선미 / 보리) 이 책은 앞에 소개된 <욕전쟁>과는 조금 다른 시각을 보이는 책입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커다란 백지 시험지를 들고 와
"너거들, 어데 욕하고 싶은 거 있으면 이게다가 다 적어 봐라." 하십니다.

무조건 욕을 쓰지 말라는 잔소리 대신 시험지에 아는 욕을 가득 쓰라고 하셨지요. 선생님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한 아이들이 제대로 쓰지 못하자 선생님은 거기다 한 술 더 떠
"아아들이 니한테 약 올릴 때 욕 안 하고 싶더나? 그럴 때 하고 싶던 욕을 써 보래미." 하십니다.
주인공 야야는 그동안 선생님 딸이라 남에게 잘못 보이면 안된다는 마음 때문에 동무들이 애꿎은 말로 놀려대고, 가슴을 콕콕 찌르는 말을 해도 발만 동동 굴렀던 일들이 떠올라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욕으로 시험지를 빼곡하게 채워넣습니다.
막상 욕시험지를 냈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야야. 청소를 끝내고 교무실에 갔을 때 다른 선생님들이 야야의 시험지를 보고 놀려대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시험지를 공개한 담임 선생님에게 너무 화가 납니다.
담임 선생은 시험지를 보고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불러 면담을 하지요. 야야의 차례가 왔을 때 선생님은
"욕도 못하고 맨날맨날 달구똥 겉은 눈물만 뚝뚝 흘리더마는 그 많은 욕을 어데서 다 들었노?" 하십니다.
그 말을 듣자 뱃속 저기 깊은 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오는 야야. 선생님이 야야의 답답하고 억울했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그간 서러워했던 이야기를 술술 늘어놓게 됩니다.
남들 때문에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안 해도 되고, 엄마 아버지 얼굴 때문에 더 좋은 말 듣기 위해 억지로 애쓸 필요 없다고 위로해 주십니다.
아이들이 말로 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 참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 마음을 어둡게 누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시험지에 대고 욕이라도 시원하게 풀어 놓고 마음을 훌렁훌렁 씻어 버리라고 욕시험을 치게 하셨다는 선생님.

지금 우리 아이들이 하는 '욕'에는 대체 어떤 하고 싶은 말들이 숨어 있는 것일까요? 아이가 욕을 입에 올리면 화들짝 놀라 그런 말을 쓰면 안된다고만 했지 아이가 왜, 어떤 마음으로 그런 욕을 하게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눈감았었습니다.
아무 뜻도 모르고 사용하는 욕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분명 이유있는 쓰임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아들과의 대화 공책을 다른 용도로 한 번 써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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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 금지 구역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5
김선희 지음, 정혜경 그림 / 살림어린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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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들 녀석이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 좁은 아파트에서 로봇을 부쉈다 다시 만들었다, 바쿠간 놀이를 했다가, 고~ 슌~~ 팽이를 돌렸다가, 몇 발짝 되지도 않는 거실에서 잡기 놀이를 했다가...
정신 없는 통에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어지럽게 해 잠시 베란다에 앉아있었습니다.
조금 있다보니 정리가 되었는지 마법천자문 카드를 가지고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심판을 보고 두 친구가 게임을 하는 식으로 룰을 정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게임 중에 아들 친구 녀석 하나가 아들한테로 가 귓속말로 뭐라 뭐라 그러는 겁니다. 그것을 다른 편에서 바라보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아차 싶었습니다. 좀 더 지켜보자 싶어 일단 읽던 책을 내려놓고 신경을 안 쓰는 척하며 옆 눈으로 온 신경을 집중시켰습니다.
친구의 귓속말을 받은 아들 녀석이 다른 아이한테 누구야, 너는 이 카드를 내라는 식으로 말을 했고, 그 아이가 아들이 말한 그 카드를 내자 귓속말을 한 그 친구와 한 편이 되어 마구 웃어대는 것입니다. 공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심판의 역할은 온데 간데 없고 귓속말을 한 아이의 편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억울함을 느꼈던지 그 아이는 저에게 와 누구랑 누구가 자기를 놀려요 하고 일러줍니다.
일학년들이라 다른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까지 고려하면서 의도된 행동을 하지 않았을테고, 어린 시절을 떠 올려보면 친구들 사이에서 그런 일이 흔히 일어났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그 당시 느꼈었던 누구에게 말할 수 없었던 참담한 기분과 얼마 전 읽은 책 내용이 뒤엉켜 아들 녀석과 친구들을 불러 나름 훈계를 하고 말았습니다.
<귓속말 금지구역 / 김선희. 살림어린이>


새학년이 된 세라는 웃음이 넘치는 반으로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로 학급 회장에 당선이 됩니다. 여기서부터 세라는 고난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지요.같이 회장 선거에 나와 한 표 차이로 떨어진 예린이는 그 날부터 회장인 세라보다 한 발 앞서 학급의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는 부회장이 됩니다.

물론 그 솔선수범이라는 것이 선생님과 친구들한테 보여지기 위한 것이었지만 묵묵히 자기의 일을 하는 세라보다 예린이가 훨씬 더 인정받는 결과를 가져오지요.
게다가 세라가 회장인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예린이는 세라가 보란 듯이 귓속말을 합니다. 예린이의 귓속말이 세라에게 안긴 상처의 정도를 책 속에서 인용하자면
'예린이는 지현이와 귓속말을 하면서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꼭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몸속으로 송충이들이 기어 올라왔다.
예린이가 귓속말을 하는 순간,
어떤 마법 같은 힘이 나를 꼼짝 못하게 옭아맸다.
그건 거미줄 같았다. 도망치려고 발버둥치면 오히려 더 꽁꽁 몸을
조이는 말의 거미줄.
예린이는 거미줄을 쳐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였다.
거미는 먹이를 먹을 수도 있고,
살려 줄 수도 있다.
나는 예린이가 쳐 놓은 거미줄을 피해 갈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행동을 주눅들게 만들어 버리는 마법같은 예린이의 귓속말과 세라를 궁지로 빠뜨리려는 이간질, 예린이가 발행하는 휘황찬란한 쿠폰, 드디어 터져버린 회장 탄핵 사건... 이 모든 것들이 세라에게 상처로 남습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지능이 모자란 태주를 잘 보살펴 준다는 이유로 착한 어린이상까지 받았던 예린이가 태주에게 바보 병신이란 소리를 서슴치 않으며 매로 손바닥을 때리는 것을 봐 버린 세라. 그날 본 그 한 장면이 모든 것을 바꿔 놓습니다.
예린이가 옆에 지나가는 아무 애나 붙잡고 힐끔거리며 귓속말을 해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고, 무시하고 그 앞을 당당하게 지나갈 수 있게 되었던 거지요. 드디어 예린이도 더 이상 세라 앞에서 귓속말을 하지 못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대신 세라에게 귓속말을 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고작 떡볶이 먹으러 가자는 아주 사소한 귓속말. 자신을 그렇게도 괴롭히던 귓속말들이 그런 내용들이었다니 똥물을 뒤집어 쓴 기분이 듭니다.

예린이의 잘못된 행동으로 태주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것, 학부모 회장인 차예린 엄마의 횡령사건이 터지면서 전학만 일곱 번을 다녔다는 예린이는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학급 회의 시간에는 반에서 귓속말을 금지시키는 규칙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고 귓속말 금지가 통과가 되지요.
이것으로 나름 모든 문제의 해결법을 제시했다고 느끼는 순간
소식통이 전해오는 소식.
전학 간 학교에서 예린이는 회장에 예린이의 엄마도 학부모 회장에 당선되었다고 합니다. 이 문장으로 책장을 덮게 되지요.
그렇습니다. 아픈 곳을 직접 소독하지 않고 치료를 미룬 채 서둘러 봉합해 버린 기분. 이것이 나중에 곪아터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아마 그것 때문에 저도 아이들을 쭉 불러 세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꼭 한 마디 필요할 것 같은 순간에도 나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하겠지.
이런 말까지 하면 기분이 나쁠텐데. 이런 저런 이유를 갖다 대며 말을 삼키곤 했었습니다. 아마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는 저 자신의 안위를 위한 것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아직도 어떤 방식이 정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 자신, 내 아이, 내 가족만을 위한 행동이 아닌 적어도 사회의 어른으로 반드시 해야할 역할 분담은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침묵이 개인적인 문제로 그칠 때는 그나마 나 하나만 고통받으면 되겠지만 사회성을 띨 경우에는 문제가 좀 다르다고 봅니다.
뉴스에서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건의 경위는 있지만 결과에 대한 명확한 제시는 없는. 그래서 늘 같은 일을 반복하고 그에 따라 같은 질량의 감정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이제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조금씩 아래서부터 끊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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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는 괴물이 아니야 벨 이마주 42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로테 킨스코퍼 글, 최가희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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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사람들 속에서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친구들 속에서도... 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가지다 보면 마음 저편에서는 나는 늘 부족한 사람, 모자란 사람이라는 생각이 싹을 틔워 나무를 이루고 숲을 이루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보다 이 부분이 좀 부족하고 못하지만 그래도 나대로 멋 있고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믿는 마음의 당당함. 누군가의 인정이나 배려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건강함. 자아존중감을 가진다면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인정에 목말라 자신을 생채기 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의학박사이자 국제정신분석학자인 이무석의 <나를 사랑하게 하는 자존감>이라는 책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60억 인구 중 유일한 존재이다. 지구가 창조되고 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한 이래로 우리는 각자 이 시대에 최초로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의 몸으로 인생의 역사를 쓰다가 어느 날 죽을 것이다. 거기까지가 우리의 일생이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다. 유일무이하고 독특한 일생이다. 아무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것이고, 내가 사는 나의 인생일 뿐이다."
이런 귀한 인생을 남의 인정에 목말라 무기력하게 살아간다면 정말 억울할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지요. 엄마 아빠, 주위 사람들의 판단과 비교 때문에 아이들이 마음 아파하고 스스로 무기력해진다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마리는 괴물이 아니야> (로테 킨스코퍼 / 중앙출판사)에서는 친구의 사소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점점 흉칙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마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친구들과 가족들은 마리의 배, 손, 코, 목소리,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트집잡고 그때마다 마리는 점점 더 괴물처럼 변하는 것 같아 숨게됩니다.
그런 마리를 엄마는 얼마나 사랑스러운 모습을 가졌는지 알려줍니다. 엄마의 따뜻한 말과 사랑으로 마리는 다친 마음을 치유받게 되지요.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이 했던 아픈 '말'에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아이들, 부모님들이 꼭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너는 특별하단다> (맥스 루케이도 / 고슴도치)에서는 금빛 별표와 잿빛 점표가 든 상자를 들고 다니면서 매일 서로에게 별표와 점표를 붙이면서 생활하는 작은 나무사람 웸믹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펀치넬로는 잘하는 것도 없고, 외모도 사랑스럽지 않아 온통 잿빛 점표 뿐이지요. 그래서 늘 언제나 외롭고 의기소침합니다.
조그마한 실수에도 의기소침해지는 아이, 남들보다 무능력한 것이 아닌가 싶어 주눅 든 아이. 나만 못난 것 같아 고민하는 아이에게 단지 '너'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하다고 말해주는 그림책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마음의 건강함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부모들이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 즉 자아존중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거울 앞으로 가 조금 쑥스럽고 민망하겠지만 가슴에 손을 놓고 원을 그려주면서 ‘여태껏 살아온다고 많이 힘들었지. 잘했어. 고마워.’ 하고 자신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마음을 돌아보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자가치유서와 함께 자신을 진정으로 만나는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스스로를 만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나를 돌아보고 위로하는 일이 처음에는 많이 서툴고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아직 많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가진 마음의 상처 DNA를 대물림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자아존중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이 생깁니다. 오늘은 아내의, 남편의,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눈을 바라보면서 “사랑한다. 내 옆에 있어줘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세요. 덤으로 오랫동안 잊었던 마음이 놀라 울컥하고 뻐근할 수 있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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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빨개져도 괜찮아!
로르 몽루부 지음, 이정주 옮김 / 살림어린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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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친구들 앞에서든 학교에서든 자기의 소신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어디 가서나 어깨 쫙 펴고 자기 몫을 다하는 것 또한 우리 부모님들의 바램 중 하나라 생각됩니다.
아이가 유치원 시절, 큰 소리로 씩씩하게 선생님께나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면 좋으련만 내 마음과는 달리 나의 뒤에 숨어 삐죽이 얼굴 내미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었습니다. 물론 지금이라고 더 나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 친구들이 “oo야, 안녕” 하고 먼저 말을 건네면 너무 쑥스러워하면서 그 아이의 얼굴을 똑바고 쳐다보지 않은 채 허공에 대고 손만 쓰윽 올려서는 “크~ 안녕”이것이 전부입니다.
이럴 때면 또 마음이 급해져 아이에게 친구가 반갑다고 인사하는데 태도가 그래서 되겠니, 다음부터는 이렇게 해라는 식의 계몽 훈시가 이어지지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저 또한 어린 시절 숫기가 부족하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 낯선 장소에서는 선뜻 사람들 쳐다보기도 겁이나 땅바닥에 그려진 무늬에 집착했고, 엄마 친구 분들이나 동네 어르신들이 집에 찾아오시면 엄마 등에 딱 달라붙어 목만 내미는 거북이 인사가 전부였습니다.

<얼굴이 빨개져도 괜찮아> (로르 몽루부 / 살림어린이)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 미리암은 누군가 자기의 이름만 부르기만 해도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움을 아주 많이 타는 아이입니다. 학교에서 발표는 꿈도 꿀 수 없죠.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이 미리암을 놀리며 장난을 친답니다. 그러면 3초 만에 얼굴이 빨간 색으로 변해 ‘못난이 토마토’가 되지요.
선생님의 질문에도, 친절한 동네 빵집 아줌마에게도, 옆집에 사는 놀러온 친구에게도 수줍어하는 미리암. 그런 미리암이 선생님의 도움으로 친구들의 놀림을 극복하고 멋진 시를 외우면서 ‘노래하는 새 미리암’으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이 책을 한번 읽어 주세요. 아이가 표현은 하지 않겠지만 마음의 위로를 받고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거에요.

<소심쟁이 김건우> (고정욱 / 랜덤하우스코리아) 이 책에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마음은 이미 답을 좔좔 말하고 있는데 입은 꼭 붙어 떨어지지 않는 주인공 김건우가 등장합니다.
유치원 때 제일 발표도 잘하고 씩씩하던 건우를 질투한 친구 민욱이의 조롱과 비난 때문에 사람들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문이 턱 막혀버리는 일종의 사회공포증, 대인공포증을 가지게 됩니다.
건우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창피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자신을 믿고 아껴주는 짝꿍 희재에게도, 사랑하는 엄마에게도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희재가 보낸 적극적인 용기 응원과 친구 민욱과의 마음을 터놓는 대화, 부모님의 사랑과 응원에 힘입어 점차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되찾는 건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동화책입니다.

부모의 과보호, 잘난 아이와의 지나친 비교, 어린 시절에 받은 마음의 상처 등으로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소심해 지는 경향이 많다고들 합니다. 자신을 추스르고 마음을 다잡는 것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만 주위에서 따뜻한 마음의 위로와 격려로 아이가 건널 징검다리를 놓아준다면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강 건너편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 도착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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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쟁이 에드가 지그재그 19
로제 푸파르 지음, 마리 라프랑스 그림, 이정주 옮김 / 개암나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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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클랜드에 위치한 신학대학에서 일어난 끔찍한 총기난사 사건.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가해자가 영어를 못 한다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왕따시킨 것에 격분해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을 일곱 명이나 희생시킨 비극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무엇이 그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을까요?
가해자의 사이코패스 적 인격 파탄이 끔찍한 사건의 주범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미진해 보입니다. 그가 따뜻하게 사랑받지 못하고 상처 입었을 어린 시절, 시린 벌판에 홀로 서 있는 듯한 춥고 힘든 청년기, 어느 하나 따뜻한 곁을 내어 주지 않아 아픈 현실. 이 모든 것들이 그 사건과 함께 떠오르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세상 사람 모두 외면해도 단 한사람 당신을 믿어주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를 물었던 함석헌 선생님의 싯구가 오늘 계속 떠돕니다. 세상에 주눅 들고 위축되어 살아가기 힘들더라도 단 한사람만이라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최근 지역에 있는 기관 아이들에게 도서관 독서프로그램을 몇 주에 걸쳐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같이 따라 온 중학교 남자 아이 때문에 첫 시간이 무척 힘겨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옆에 앉아 있는 동생들과 장난치고 수업 도중에 불쑥 끼어들어 동생들의 귀한 시간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살짝 화가 나는 것을 누르고 수업을 마쳤습니다. 중학생이니까 다음 주는 안 오겠지 하면서.
그런데 그 다음 주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 떡 하니 자리 잡고 앉아 있는 그 중학생을 보니 아, 어쩌나 하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따로 불러 특별 임무를 맡겼습니다. 제일 큰 형이니까 동생들을 보호하고 보살펴 달라고. 오늘 선생님의 특별 조수로 임명한다고.
그날 그 아이는 두 시간 내내 저와 눈을 맞추면서 수업 시간에 같이 온 동생들을 독려하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동생들을 데리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제 몫을 거뜬히 해냈습니다. 그 아이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가 더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
(존 버닝햄 글.그림 / 비룡소)에는 주위에서 아이들이 흔히 하는 행동을 어른들이 저마다의 잣대로 판단하고 재단하여 세상에서 가장 말썽쟁이고 못된 아이가 되어버린 평범한 아이 에드와르도가 등장합니다.
이를테면, 기분 나빠 인형을 발로 차자 버릇 없는 녀석이라 야단 맞고, 시끄럽게 군다고 야단 맞고, 동물을 괴롭힌다고 야단 맞고, 동생들 못살게 군다고 야단 맞고... 모두가 못된 아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에드와르도는 점점 더 못된 아이가 되어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화가 난 에드와르도가 화분을 차버렸을 때 "에드와르도야,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구나."라고 말해주는 어른을 만나게 되면서 에드와르도는 화단을 잘 가꾸는 멋진 아이로 변신하게 됩니다. 이후 에드와르도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보아주는 어른의 칭찬이 에드와르도를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이로 만들어 주게 되지요.
어른들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각과 칭찬이 아이들을 얼마나 다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멋진 그림책입니다.
<쌈쟁이 에드가>
(로제 푸파르 글 / 개암나무)에는 태어날 때부터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부산하고 말썽 심한 주인공 에드가가 등장합니다.
끊임없이 말썽을 피우는 에드가 때문에 엄마와 아빠는 10년은 더 늙어 버린 것 같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도 표지에 나오는 것처럼 자신이 툭툭 치고 때려도 맞받아 칠 수 있는 싸울 상대를 찾게 되면서 친구들이 모두 에드가를 피하기 시작합니다.
심리 상담가 선생님이 에드가에게 태권도나 유도 같은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운동을 시킬 것을 권유하게 되면서 쌈쟁이 에드가의 새로운 해결점을 찾아냅니다. 다른 사람을 조금 더 생각하고 싸우기 전에 좀 더 참아 보려 애쓰는 에드가의 모습에 친구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줍니다.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장난꾸러기 두 아들을 보고 이 이야기를 썼다는 작가는 부산하고 말썽 심한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며, 친구를 존중하는 마음과 기본 규칙을 지키는 자세를 길러 극복할 것을 조언합니다. 물론 부모의 이해와 사회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이 더해져야겠지요.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그 아이의 미래 모습을 좌우하게 될 수 있습니다. 비판과 비교의 기름기를 쫙 뺀 사랑과 애정으로 된 산뜻한 안경을 하나 끼고 싶어지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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