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쟁이 에드가 지그재그 19
로제 푸파르 지음, 마리 라프랑스 그림, 이정주 옮김 / 개암나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 오클랜드에 위치한 신학대학에서 일어난 끔찍한 총기난사 사건.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가해자가 영어를 못 한다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왕따시킨 것에 격분해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을 일곱 명이나 희생시킨 비극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무엇이 그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을까요?
가해자의 사이코패스 적 인격 파탄이 끔찍한 사건의 주범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미진해 보입니다. 그가 따뜻하게 사랑받지 못하고 상처 입었을 어린 시절, 시린 벌판에 홀로 서 있는 듯한 춥고 힘든 청년기, 어느 하나 따뜻한 곁을 내어 주지 않아 아픈 현실. 이 모든 것들이 그 사건과 함께 떠오르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세상 사람 모두 외면해도 단 한사람 당신을 믿어주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를 물었던 함석헌 선생님의 싯구가 오늘 계속 떠돕니다. 세상에 주눅 들고 위축되어 살아가기 힘들더라도 단 한사람만이라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최근 지역에 있는 기관 아이들에게 도서관 독서프로그램을 몇 주에 걸쳐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같이 따라 온 중학교 남자 아이 때문에 첫 시간이 무척 힘겨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옆에 앉아 있는 동생들과 장난치고 수업 도중에 불쑥 끼어들어 동생들의 귀한 시간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살짝 화가 나는 것을 누르고 수업을 마쳤습니다. 중학생이니까 다음 주는 안 오겠지 하면서.
그런데 그 다음 주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 떡 하니 자리 잡고 앉아 있는 그 중학생을 보니 아, 어쩌나 하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따로 불러 특별 임무를 맡겼습니다. 제일 큰 형이니까 동생들을 보호하고 보살펴 달라고. 오늘 선생님의 특별 조수로 임명한다고.
그날 그 아이는 두 시간 내내 저와 눈을 맞추면서 수업 시간에 같이 온 동생들을 독려하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동생들을 데리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제 몫을 거뜬히 해냈습니다. 그 아이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가 더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
(존 버닝햄 글.그림 / 비룡소)에는 주위에서 아이들이 흔히 하는 행동을 어른들이 저마다의 잣대로 판단하고 재단하여 세상에서 가장 말썽쟁이고 못된 아이가 되어버린 평범한 아이 에드와르도가 등장합니다.
이를테면, 기분 나빠 인형을 발로 차자 버릇 없는 녀석이라 야단 맞고, 시끄럽게 군다고 야단 맞고, 동물을 괴롭힌다고 야단 맞고, 동생들 못살게 군다고 야단 맞고... 모두가 못된 아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에드와르도는 점점 더 못된 아이가 되어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화가 난 에드와르도가 화분을 차버렸을 때 "에드와르도야,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구나."라고 말해주는 어른을 만나게 되면서 에드와르도는 화단을 잘 가꾸는 멋진 아이로 변신하게 됩니다. 이후 에드와르도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보아주는 어른의 칭찬이 에드와르도를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이로 만들어 주게 되지요.
어른들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각과 칭찬이 아이들을 얼마나 다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멋진 그림책입니다.
<쌈쟁이 에드가>
(로제 푸파르 글 / 개암나무)에는 태어날 때부터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부산하고 말썽 심한 주인공 에드가가 등장합니다.
끊임없이 말썽을 피우는 에드가 때문에 엄마와 아빠는 10년은 더 늙어 버린 것 같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도 표지에 나오는 것처럼 자신이 툭툭 치고 때려도 맞받아 칠 수 있는 싸울 상대를 찾게 되면서 친구들이 모두 에드가를 피하기 시작합니다.
심리 상담가 선생님이 에드가에게 태권도나 유도 같은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운동을 시킬 것을 권유하게 되면서 쌈쟁이 에드가의 새로운 해결점을 찾아냅니다. 다른 사람을 조금 더 생각하고 싸우기 전에 좀 더 참아 보려 애쓰는 에드가의 모습에 친구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줍니다.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장난꾸러기 두 아들을 보고 이 이야기를 썼다는 작가는 부산하고 말썽 심한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며, 친구를 존중하는 마음과 기본 규칙을 지키는 자세를 길러 극복할 것을 조언합니다. 물론 부모의 이해와 사회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이 더해져야겠지요.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그 아이의 미래 모습을 좌우하게 될 수 있습니다. 비판과 비교의 기름기를 쫙 뺀 사랑과 애정으로 된 산뜻한 안경을 하나 끼고 싶어지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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