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한 생을 살고, 한 번 죽었다가 다시 깨어나, 돌고 돌아 이곳에서 지난 생 하마터면 그녀와 ‘정혼할 뻔했던’ 규수를 만나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지난날 열한 살이었던 어린 소녀는 이미 요조숙녀가 되었고, 지난날 봇짐을 지고 집을 떠난 소년은 이미 세상사의 온갖 고락을 다 겪었다. 운명이란 참으로 현묘하다. 만약 그 시절 송도도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집을 나오지도 군에 들어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훗날의 비홍장군도 지금의 화안도 없었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 화안은 소리 없이 웃었다.
운명이 그들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한 것은, 어쩌면 그녀에게 한 가지를 설명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녀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소녀 하나를 구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