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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우석훈 지음 / 녹색평론사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한미FTA, 문제는 다시 ‘철학’입니다
- 우석훈 국제경제학 박사의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를 읽은 후 든 생각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일반의 기본적인 특성들이 발전함과 동시에 그대로 유지됨으로써 나타났다… 자본주의는 그 발전의 매우 높은 특정단계에서만, 자본주의의 몇몇 기본적인 특성들이 그것과 상반되는 것으로 전화되기 시작했을 때에만, 모든 면에서 자본주의로부터 보다 높은 사회경제적 조직으로 이행되는 시기의 특징들이 형성되어 나타날 때에만, 자본주의적 제국주의가 되었다.”
- [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서], 레닌,
제7장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특수한 단계로서> 중
한미FTA로 인해 ‘자유경쟁’, ‘무역’ 따위의 단어들이 난무합니다. 경쟁에서 ‘불공정’의 반대개념으로서 ‘자유’, 자원이 부족하여 대외무역을 중심으로 경제적 이익을 볼 수 밖에 없는 남한의 지역적 현실에서 ‘무역’의 중요함 등의 말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신봉하는 ‘시장’이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한 것처럼 ‘자유경쟁’만 하면 ‘보이지 않는 손’인 ‘가격의 법칙’에 따라 ‘알아서 다 해결해주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시장’은 분명, 노동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을 위해 적절히 통제되어야 하는 객체에 불과합니다.
‘제국주의’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대 로마로부터 시작한 정치체제로서의 ‘제국’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를 지칭합니다. 20세기 초반에 칼 카우츠키라는 독일의 사회주의 정치가는 이 제국주의가 자본가 정권의 ‘정책적 선택’이므로 다시금 ‘자유경쟁’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자본은 이미 ‘자유’와는 다른 방향의 ‘독점’으로 귀결되고 있었고, 이러한 ‘독점’은 한 국가경제 단위에서는 무한이익창출의 한계가 있었으므로 다른 국가를 수탈하는 방식으로 갈 수 밖에 없었으며, 이 과정에서 무참한 전쟁과 식민지 분할통치가 나타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레닌은 자본주의 최고단계로서 독점자본의 제국주의는 필연적이라는 ‘제국주의론’으로 카우츠키의 논거를 격파합니다.
‘제국주의’. 현재 국제정치적으로는 미국, 경제적으로는 초국적 자본의 모습입니다. 한미FTA를 바라보는 시각은 미국으로 대변되는 초국적 자본을 ‘제국주의’로 바라보느냐 아니냐의 시각으로 구분됩니다. ‘시장’을 적절히 통제해야 하는 실체냐 아니면 ‘무한한 기회의 장’으로 규정하느냐의 시각으로 구분됩니다. 그리고 그 목적이 경제추제인 사회구성원 대다수의 안정된 삶이냐 소수 구성원의 무한한 이익이냐의 시각으로 구분됩니다.
국제경제학을 전공하고 국무조정실 등에서 근무했다는 우석훈 박사의 책,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는 노무현 정권이 한미FTA 체결을 국가적 목표로 선언한 작년에 출간되었습니다. 미국이라는 ‘무한한 시장’에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는 경제학자인 저자의 입장에서 보아도 아무런 근거가 없으므로 경제학적인 복잡한 분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2 ~ 8%선에서 각국의 일반관세율을 인정하는 WTO체제 하에서 평균관세율이 2%인 미국과 8%인 한국이 관세를 모두 철폐하자는 한미FTA를 체결하면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4배의 직접이익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다자간협정인 유럽연합과 미국주도의 양자간투자협정(BIT)인 FTA를 비교하며 ‘비대칭성’을 본질로 하는 무역협정에서는 힘있는 국가만 일방적으로 이익을 본다는 ‘경제학자답지 못한’ 주장을 합니다. FTA 이후로 국가경제가 붕괴되었지만 유럽연합처럼 노동시장까지 통합되지 않았기에 미국으로의 불법이민이 급증한 멕시코를 예로 들고, FTA 협상 중에도 유전자조작식품을 막기 위한 국민투표를 통해 협상을 중단시켰던 스위스를 예로 듭니다. 그리고는 ‘핵심은 경제가 아니라 철학’이라고 말합니다. 국제경제학 박사이지만, 작금의 한미FTA에는 경제학자답게 이것 저것 실익을 따져볼 여지도 없다고 합니다.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앵무새처럼 이야기하는 노무현 정권과 그 협상기능인들은 아무런 경제학적 근거도 내놓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며, 열린 구조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려는 국정철학이 없으므로 한미FTA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결론짓습니다.
FTA 체결 이후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각종 수치와 핑크빛 전망들을 전해들은 주변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경제적으로, 수치적으로 너무 무지한 나 자신을 책망하였습니다. 굳이 FTA를 하지 않아도 우리 경제는 이미 조금씩 개방되고 있으며, 이런 개방이 국제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불가피하므로 이에 대해 우리 경제 내부시스템을 우선 정비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당위론은, 근거도 알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수치들에 묻혀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자도 지식인도 아닌 나와 같은 노동자 입장에서, 선별적으로 개방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본투자를 앞세워 특별히 명시하지 않은 항목 외에는 포괄적으로 모든 것을 개방하자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한미FTA를 추진하면 공공요금, 의료비 등이 자본의 경제적 이익에 맞게 폭등하고 외국자본에 의해 잠식된 직장의 무한한 구조조정으로 일터를 잃을 가능성이 높은 나와 같은 평범한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역시 ‘핵심은 철학’이었습니다.
근거없는 수치들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한미FTA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이 정권이 진정 노동자, 농민 등의 대다수 구성원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정권인지, 아니면 거시경제적 수치를 높이기 위해 소수의 산업에만 집중하여 그 외 대다수 민중들의 삶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정권인지, 초국적 자본에 의해 주물러지는 ‘시장’이라는 괴물을 방치하여 대다수를 죽일 것인지, 아니면 운좋은 소수만 살아남게 할 것인지에 대한 시각의 차이입니다. 물론 살아남은 소수는 ‘시장’이라는 괴물의 등에 올라타고 온갖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겠지요. 그들에게 분명 한미FTA는 ‘무한한 기회’입니다.
아무튼, 이 시각의 차이를 나는 ‘세계관의 차이’라고, ‘철학’의 차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보편적이지 않은 사회구성의 극히 일부만 바라보는 신자유주의 신봉자의 시각을 ‘철학의 빈곤’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빈곤한 철학’으로 민중들을 도박장으로 몰고가려는 소수 자본가들의 위원회에 불과한 노무현 정권을 반대합니다.
한미FTA, 결국 문제는 다시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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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우석훈 지음, <녹색평론사>, 2006.
: 저자의 시각이 어떠한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유시민이 평론가 시절에 주장하던 케인즈주의 약간 왼쪽을 겨냥하고 있는 듯한 ‘냄새’만 맡을 수 있을 정도… 하지만, ‘국제경제학 박사’인 저자는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노무현 정권은 한미FTA를 즉각 중단하라고. 그리고 그가 풀어내는 다자간 관세동맹인 GATT와 그 규제기구로서 WTO, FTA 이야기, 다자간협상에서 이익을 볼 수 없게 된 미국이 약소국을 상대로 ‘비대칭’적인 양자협상이라는 ‘맞다이’를 통해 결국 일방적으로 이익을 볼 것이라는 이야기, 경제학자 입장에서 실익분석에 필요한 기본 자료들을 노무현 정권은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이나 우리나라 경제현실 조차도 분석, 이해하지 못한 정부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국가정책을 ‘대충’ 추진하려고 하는 정부는 결코 ‘대충’ 살아갈 수 없는 국민 모두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바로 현재 민주노동당이 주장하고 있는 ‘국민투표’ 전술과 닮아 있습니다. 물론 87년체제 이후 개정된 헌법 72조에서 ‘국민투표’를 부의할 수 있는 자는 대통령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책이 쓰여진 1년 전이나 현재나 ‘국민투표’의 현실성은 없습니다만, ‘철학’이 없는 정부는 힘없는 대다수 민중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선에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2. [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서], 레닌 지음, 박상철 번역, <돌베개>, 1992.
: 자본주의 최초단계에서는 ‘자유’로운 경쟁을 이야기하지만, 대다수 노동자의 착취를 통해 생산이 집중-맑스의 [자본]에서는 생산수단이 소수 자본가에게 집중되는 이 현상을 ‘자본의 본원적 축적’이라고 합니다-되면서 필연적으로 독점을 낳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금융자본이 산업자본과 분리되면서 자본의 이동은 더 활발해지고 결국 국가, 민족 등의 경제단위를 허물면서 약소국과의 불균등성을 본질로 이익창출을 위한 자본의 자가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약소국 또는 식민지 민중을 이중으로 수탈하는 자본주의 최고단계인 ‘제국주의’가 된다는 이론입니다. 참고로, 제국주의에 대한 여러 측면에서의 레닌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독점을 낳을 만큼의 생산 및 자본의 집중
② 금융자본(은행자본+산업자본)에 의한 금융과두제
③ 자본수출의 중요성
④ 독점자본가들의 국제적 동맹
⑤ 독점자본 및 그 대변인인 국가에 의한 세계분할과 재분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