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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 어쩌다 자본주의가 여기까지 온 걸까?
데이비드 하비 지음, 강윤혜 옮김 / 선순환 / 2021년 10월
평점 :
여전한 우리의 요구, 노동시간 단축!
-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데이비드 하비, 2020.
"... 마르크스가 되풀이해서 말하는 핵심 중의 핵심... 개인의 자유와 해방의 진정한 뿌리는 하루에 6시간 노동을 통한 집단적 행동으로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고 나머지 시간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상황 속에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이 바로 대안적인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할 동력과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순간입니다."
-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19장>, 데이비드 하비, 2020.
19세기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급성장하면서 역사의 무대 전면에 등장하는 대다수 도시 노동계급(프롤레타리아트)의 집단적이고 계급적인 권리투쟁의 쟁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자 보통선거권 쟁취'다.
전자는 산업 내 노동조합을 통해 경제투쟁의 성격으로, 후자는 노동자 진보정당을 무기로 한 정치투쟁의 형태로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유럽에서는 제조와 철도 등 산업별노조를 중심으로 '하루 8시간 노동'을 외쳤고, 노동자 생활개선을 위해 각국 사회민주당(사민당)과 노동당이 '(남성) 노동자 보통선거권'을 주장했다.
지금은 하루 8시간 노동제는 확보되었고, 남녀불문 노동자 보통선거권은 당연한 시대다.
그럼에도 노동인권 개선에서 굵직한 이 두 가지 쟁점은 여전하다.
노동시간은 하루 6시간 또는 주 35시간 이하로 줄어야 하며, 보통선거권을 얻는 연령은 더 낮춰져야 한다.
후자는 민중들의 보편적 인권의 확대 문제이고,
전자의 '노동시간 단축'은 '개인의 자유'의 확장 문제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여는 전제조건이다.
"필요의 영역이 제대로 관리될 때만 자유의 영역이 극대화... 사회주의의 임무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관리하고 통제하는 일이 아닙니다... 사회주의의 임무는 기본적인 생필품들이 제대로 관리되어, 즉 '무료'로 공급되어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6장>, 데이비드 하비, 2020.
영국의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 1935~)는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 석학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 인류학 교수로 일하는 그가 2018년부터 진행한다는 팟캐스트 강연 내용을 책으로 엮었는데, 원제목은 [The Anti-Capitalist Chronicles(반자본주의 연대기)](2020)이고, 국역은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2021)이다. 따라서 이 '연대기(chronicles)'는 '신자유주의'의 간략한 역사는 물론 더 근본적으로 노동을 생산수단으로부터 폭력적으로 강제분리시킨 원시적인 자본의 '본원축적'의 역사 또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근거로 하여 언급하고 있다. 그 역사만 돌아보아도 자본주의 체제는 결코 '당연'하지 않다.
이 책은 2008년부터 불거진 신자유주의에 대한 전세계적인 대규모 저항운동을 계기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를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의 자유' 및 '공공재의 민영화' 등을 신성시하는 '신자유주의'만이 아니다.
우리 다수 민중들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제목이 '반신자유주의(Anti-Neoliberalism)'가 아닌 '반자본주의(Anti-Capitalism)'인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분석과 비판을 위해 하비가 뿌리박은 근거는 흔들림없는 마르크스주의다. 그렇지만 학술적이지는 않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1장의 상품생산과 노동의 생산으로부터 '소외' 및 잉여가치 확대와 본원적 자본축적, 2장의 자본의 확대재생산과 3장의 평균이윤율 하락의 경향 등을 2020년 이후 코로나 상황 속에서 쉽게 적용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혁명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기나긴 여정입니다."
- 데이비드 하비, 같은책, <1장>, 2020.
물론, 마르크스주의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는 신자유주의 문제점을 지적하더라도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당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비 또한 반자본주의 관점을 취한다 해서 당장 자본을 없애고 체제를 뒤엎는 '혁명'을 말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19세기 마르크스 시대와 달리 현대의 다수 민중들은 자본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세계화된 세상에서 운송과 이동, SNS와 각종 소비생활 일체가 자본의 세계적 운동에 포섭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비는 이를 자본의 '소비-보상주의'라고 하며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이를 가능케 하는 과학기술조차도 이미 자본의 운동범위 내의 산업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저자는 전통적인 제조-금속산업의 조직노동은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고 비정규 서비스 및 돌봄노동 영역과 항공업으로 대표되는 현대적 운송노동 영역(마르크스의 시대 19세기에는 철도) 다수를 차지하는 인종적, 성별적, 사회적 약자들의 불안정노동에 주목한다.
이들 새로운 다수 노동계급을 주체화하면서 현재 코로나 위기 같은 자본주의적 근본위기가 결합된 상황에서 마르크스주의자 데이비드 하비는 다시금 '노동시간 단축'을 꺼내든다.
즉, 마르크스가 세상을 바꾸는 혁명을 위해 주체로 세운 노동계급의 '집단적 조직운동'은 집단주의 또는 전체주의적 운동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목표로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한다. 마르크스가 1848년 엥겔스와 함께 [공산당선언]을 발표하면서 제출한 신세계의 모습은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었다는 사실의 재확인인 것이다. 물론 이 개인들의 '자유'는 부르주아의 법적 '자유'만이 아닌 실질적 '자유'로서 '필요'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필수다. 따라서 이윤율은 자본의 그 비교총량이 늘어난 결과 하락하는 경향은 입증되지만 이윤의 총량 자체가 어마어마한 현대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더 이상의 생산은 기후위기와 체제모순만을 노정하기에 다시금 다수 노동계급으로의 분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루 6시간 노동하고 남는 시간을 자본을 위한 것이 아닌 개인의 '자유시간'과 세상을 바꾸는 연대로 채우자는 이 주장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1844년 [독일이데올로기]에서 '아침에는 일하고 낮에는 낚시하며 밤에는 독서하는' 이상사회를 되풀이하는 것만은 아니다. 자본의 탐욕으로 발호한 기후재앙과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맞게 된 노동시간 단축과 사회적 거리두기 국면을 '반자본주의'라는 집단적 조직운동으로 전환하자는 현대화된 사회주의 운동이다.
새롭게 주체화되는 불안정 노동의 집단적 실천은,
노동시간의 단축과 공공재의 무상공유를 요구하며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자본을 통제한다.
그렇게 '혁명'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기나긴 여정'으로 실현된다.
조금씩, 그러나 혁명적으로 전진해보자.
노동시간 단축을 지속 실현하고 우리 다수가 생산 및 소비하는 공공재 일체의 무상화(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운송, 무상SNS)를 주장하며 일 끝내고 남는 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놀아보자.
어차피 자본은 그 운동 고유의 근본원리상 그런 주장도 실천도 할 수 없다.
세상을 서서히, 그러나 혁명적으로 바꿔나가는 주체는 지금도 변함없이 이 세상을 만든 다수 노동계급일 수 밖에 없다.
여전히 '노동시간 단축'은,
대다수 노동계급의 최대 요구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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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The Anti-Capitalist Chronicles)](2020), David Harvey, 강윤혜 옮김, <선순환>, 2021.
2. [21세기 공산주의 선언 - FALC](2019), 아론 바스타니, 김민수/윤종은 옮김, <황소걸음>, 2020.
3. [미국의 사회주의 선언(The Socialist Manifesto)](2019), Bhaska Sunkara,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편집부 옮김, 2021.
4. [공산당 선언(Communist Manifesto)], 마르크스/엥겔스, 1848.
5. [레즈를 위하여 - 새롭게 읽는 '공산당 선언'], 황광우/장석준, <실천문학사>, 2003.
6. [자본론 공부], 김수행, <돌베개>, 2014.
7.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 김수행, <한울>, 2012.
8. [자본론] 1권(1867), K. Marx, 김수행 옮김, <비봉출판사>, 1989~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