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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귀신요괴전 2 - 중국 괴력난신의 보고, 자불어 완역 ㅣ 청나라 귀신요괴전 2
원매 지음, 조성환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평점 :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 : What the Master would not discuss.
- [청나라 귀신요괴전 1~2], 원매, 조성환 옮김, <글항아리>, 2021.
"사람의 혼(魂)은 선량하지만 백(魄)은 사악하다. 사람의 혼은 총명하지만 백은 우둔하다. 사자(死者)가 처음 왔을 때 그의 영혼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백이 혼의 지시를 받아 행동했다. 사자가 갈 때는 그의 심사가 다하여 혼은 사라졌으나 백만 남게 되었다. 혼이 남아 있을 때는 사람이나, 혼이 떠났을 때는 사람이 아니다. 세상의 산송장은 모두 백이 지시하며, 도를 가진 사람만이 백을 통제할 수 있다."
- [청나라 귀신요괴전 1], '권1. 남창의 선비', 원매, 조성환 옮김, <글항아리>, 2021.
중국 각지의 음식 이야기를 지은 [수원식단(隨園食單)](1787)의 저자인 '수원선생' 원매(袁枚:1716~1798)가 귀신요괴 이야기까지 지었다니, 그 박학다식한 오지랖에 놀랍다.
원제는 [자불어(子不語)]였는데, [논어] <술이> 편에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 즉 "공자는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는 말에서 따왔다. 같은 제목의 책이 먼저 나온 것을 알고는 나중에 [신제해(新齊諧)]로 바꿨다고 한다. '제해(齊諧)'는 [장자] <소요유> 편에 나오는 "기이한 것을 기록"했다는 사람이다.
공자가 강조한 '문행충신(文行忠信)'이 아니라 공자(the Master)가 말하지 않은(子不語 : What the Master would not discuss) '괴력난신(怪力亂神)'의 이야기 <24권 572편>은 '수원노인' 원매가 죽기 3년 전인 1794년에 재미로 지었단다.
"나는 평생토록 취미가 적어서 무릇 술 마시고 곡에 맞추어 노래하고 저포(주사위) 놀이를 하는 등 무리 지어 사는 즐거움을 이을 수 있었으나, 어느 하나에도 능숙하지 못했다. 문학과 역사 외에는 스스로 즐길 것이 없어 이에 마음을 즐겁게 하고 귀를 놀라게 하는 일, 아무렇게나 말하고 아무렇게나 들은 것을 널리 수집하고 아울러 기록하여 세상에 남겨두는 것이지, 여기에 미혹되지는 않았다."
- [자불어], <서>, 원매, 1794.
혀가 넓은 미식가는 잘 먹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안 먹어본 것이 없는 자이고, 귀가 열린 음악가는 모르는 음악이 없다고 말하면서 만년의 원매가 '아무 이야기 대잔치'인 [자불어]를 펼치기 전 쓴 <서문>이다.
세상만물에 관한 잡학을 기록한 '제해'라는 사람처럼 세상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만물박사 '수원노인'의 노고 속 여유가 보인다.
원매는 [수원식단]을 지었으나 막 먹어대는 돼지는 아니었고, [자불어(신제해)]를 지었으나 '괴력난신'에 미혹되지 않았다.
그저 재미로 지어 세상에 남기고자 했다.
놀기는 좋아하나 그닥 잘 하는 건 없고,
그저 책이나 읽으며 잡학에 관한 글이나 남겨보려는,
그런 내가 결국 가고자 하는 그 길을,
이미 18세기 청나라 전성기에 과거는 급제했으나 만주어 승진시험에 연신 꼴찌를 차지하면서 미관말직에 머물다 '수원'으로 물러나 앉은 한족의 '수원노인' 원매가 이미 멋지게 보여줬다.
배울 점이 많은 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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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나라 귀신요괴전 1~2], 원매, 조성환 옮김, <글항아리>, 2021.
2. [식탁 위의 한국사], 주영하, <휴머니스트>,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