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에게 딸은 어떤 존재일까..

엄마인 나로써는 솔직히 가름이 잘 되지 않는다.


왠지 안쓰럽고 애틋하고 너무 소중해서 마알간 유리 상자에 넣어놓고 

봐야할 것같은 진귀한 보석같은 존재일까..

이 책을 읽으며 부모에게 자식이란 어떤 존재이며, 의미인가를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었다.



이어령 선생님은 10년전에 사랑하는 딸을 잃은 참척의 아픔을 겪으셨다.

목사이며,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애쓰셨던 따님을 먼저 떠나보내고 

절절한 아버지의 마음으로 적었던 글을 10주년을 맞아 새로이 개정판으로 출판되어졌다.

10년전 사랑하는 따님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야속하게도 

이어령 선생님도 현재 암투병중이라고 한다. 

고약한 병이 연로한 육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을 알수는 없지만 부모를 잃었을때의 10배쯤아니, 

아니 100배쯤 더 아프다면 그 깊이를 조금은 알수 있을까..


무뚝뚝하고 표현력 부족한 한국의 남성들은 가족들에게도 애정표현이 박하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걱정한다라는 표현이 어눌하거나 

그것마저도 잘 표현하지 않기에 곧잘 정없는 아버지로 오해를 받곤 한다.

하지만 모정만큼 부정도 더 뜨겁고 더 애틋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다.




언제나 늘 어린 종달새 같은 어린 딸아이가 커서 처음 학교를 가고, 첫사랑이 생기고,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 기념할만한 순간마다 아버지는 딸에게 글을 썼다. 

애틋한 아버지의 마음을 차곡히 담아서..


때로는 벅차게 기쁘고, 가슴이 조여들듯 슬프고, 짠했던 마음들을 한자한자

빼곡하게 편지지에 적어내려가는 아버지의 마음을 엿본것 같다.

울컥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서, 몇번이나 책 읽기를 멈추었는지 모르겠다.

애써 눈물을 참아본다.


이 책은 첫장부터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네가 서재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에게 다사오는 발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는 글을 쓰는 시간이었고 너는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다.

내게 들려온 것은"아빠, 굿나잇!"하는 너의 목소리뿐이었지.

이 세상 어떤 새가 그렇게 예쁘게 지저귈 수 있을까.

그런데도 나는 목소리만 들었지, 너의 모습은 보지 않았다.

뒤돌아보지 않은 채 그냥 손만 흔들었어,

"굿나잇, 민아"하고 네 인사에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아이들이 한참 자라나고 말을 시작할때쯤, 부모들은 인생의 가장 바쁜때를 

보내고 있음에 틀림없다.

먹여야할 입이 하나 더 늘어났으니 아빠는 직장에서 짤릴세라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할것이고, 

해도해도 끝도 없는 육아와 가사일에 엄마는 지쳐가고 있을때지.


아이들의 굿나잇 인사에 옷을 개던 손을 멈추고 '그래 잘자' 하면서 머리라도 

한번 쓰다듬어 줄수도 있었을텐데..

티브로 향해있던 눈을 돌려 '사랑한다 잘자'하며 그 오동통한 볼따귀라도 

한번 쓰다듬어줄수도 있었을텐데..

그때 피곤하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아낀 그 몇십초가 얼마나 허망한건지를

아이들이 다 커버리고 내 머리가 힐끗힐끗해져서야 알게 되었다니 참 바보같다.


이어령 선생님도 글을 쓰느라 뒤돌아서 아이와 눈을 맞추지 못한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만일 지금 나에게 그 삼십 초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나님이 그런 기적을 베풀어준신다면

그래 민아야. 딱 한번이라도 좋다.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이 그때의 옛날로 돌아가자.

나는 그때처럼 글을 쓸 것이고 너는 엄마가 사준 레이스 달린 하얀 잠옷을 입거라.

그리고 힘차게 서재 문을 열고 "아빠, 굿나이!"하고 외치는 거다.

약속한다.

이번에는 머뭇거리며 서 있지 않아도 된다.

나는 글 쓰던 펜을 내려놓고, 읽다 만 책장을 덮고, 두 팔을 활짝 편다.

너는 달여와 내 가슴에 안긴다.

내 키만큼 천장에 다다를 만큼 널 높이 치켜올리고 졸음이 온 너의 눈,

상기된 너의 뺨 위에 굿나잇 키스를 하는 거다.


굿나잇 민아야. 잘 자라 민아야.


자식을 먼저 보내고, 참척의 아픔을 가진 부모가 되어 가장 후회되는 일은

나의 등 뒤에서 굿나잇 인사를 건네는 아이에게 

뒤돌아보며 굿나잇 인사를 건내지 못했던..이렇듯 별거아닌 사소한 일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 홀로 남은 아버지의 마음을 찢어발겨놓는거구나..


그래서 이어령 선생님은 자식을 보낸 그 아픔을 글로 써서 이렇게 책으로 남겨주셨구나.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읽어보라고..그리고 당신들의 어린 자녀가 당신을 보며

웃음 지을때 그 웃음에 화답을 하고, 아이들의 윤기나는 머리를 더 자주 쓰다듬어주고

눈을 맞추고 뺨을 쓰다듬어주라고 조언을 해주시는구나.

그래야지 나중에 본인처럼 후회하지 않는다며 본인의 살을 깎아 아둔한 대한민국의 

부모들에게 충격요법으로 그 마음을 전하는구나...


먹먹한 가슴이 한동안 진정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내 딸에 대해서 쓴 이 글들이 출판되어 나오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가시처럼 마음에 걸린다.

다만 이 글들이 나와 내 딸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딸에게, 

딸을 잃은 이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세상 모든 이에게 바치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어령 선생님 쾌차를 기원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지음 / SISO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

업무도 못하진 않지만 늘상 완벽하지 못해서 자잘한 실수를 곧잘 한다.

집안 살림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빨래감이 늘 쌓여있다.

요리도 늘지 않아서 매번 하던 요리도 레시피를 안보면 맛이 이상해져버린다.

못하는거 투성이며 완벽하지 않은 나를 매번 미워하며 살았다.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에게 손가락질 안 받을만큼은 하며 살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닥달하고 담금질 했던가..

그럼에도 항상 조금은 부족했고 조금씩 후회하며 살았다.

그러는 사이에 나란 사람이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것도 모르고 말이지..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책 제목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간혹 내가 좋아지는 날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간혹을 뺀 많은 날들은 나는 나를 미워하고 자책하곤 한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때 나는 내가 좋아지는 '그 어떤날'을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화작가인 김리하 작가님의 첫번째 에세이는 어떤 이야기로 채워져 있을까..

책을 읽고 나면 부족한 나도 좀 더 이뻐 보일까..라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총 42개의 에피소드를 동화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로 적어놓았다.

읽어나가며 나와 비슷한 상황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때도 있었고, 새겨 들어야할 말들은 수첩에 적어놓기도 했다.


사람 사는 모습은 누구든, 어디든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못난 내 모습과 내 생각에 자책을 하다가도 어느날 친구와 지인들의 칭찬 한마디에

그래도 내가 그정도의 경우없이 살아온건 아니구나 싶어지기도 하면서 말이지..




예상 밖의 좌절과 실패, 파괴나 균열의 현장을 맞닥뜨릴 때면

어김없이 우리의 기분도 쪼개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이제 잦은 실패나 사소한 균열을 보고 내 기분과 내 삶에

흠집내는 일을 멈추고 싶어졌다.

그건 그저 많고 많은 도전중 하나가 실패로 돌아갔을 뿐이고, 수 많은 

그릇 중 단 하나가 깨진 것에 불과할 뿐이다.


기억나는 몇편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실패한 시간마저 아군으로]에서는 작은서점지원 사업선정에서 탈락되고, 

투고한 원고가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하고, 전자책 심사 과정에서 비승인이 되는

실패3종 세트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것마저도 풀릴건 풀리고, 인정할건 인정하며

상처가 되기 보단 훈련이 되었다는 글이 인상에 남았다. 


[인간관계에서 헤맬 때 나만의 자리 찾기]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새집으로 이사를 간 후배가 이사간 동네의 물정도 모르고해서 

윗집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냈다고 한다. 좋은 이웃을 만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것도 잠시,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고, 연락오고, 같이 차마시러 가자, 영화보러 가자, 엄마들 모임에

같이가자고 다가왔다고한다. 처음 한두번은 나가봤는데 막상 모이면 사교육 이야기에 

남의집 험담하기 바빴다고 한다.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피해다녔더니 나중에는 후배의 험담을 그렇게나 

하고 다니고, 일부러 내는듯한 윗층의 층간 소음에 미칠 지경까지 되었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이웃이어도, 가족이어도 그 사이에 쉼표가 들어갈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들 자각했으면 좋겠다.


[그건 순전히 인격에서 우러나온 일]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원고를 써서 보내고

원고료를 받지 못하고 떼먹힌 저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 매체로부터 부탁을 받고 원고를 써서 보낸적이 있는데 바쁘게 지내다보니

원고료가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몇달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담당자에게 한두 번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고 그걸로 끝이었다.

사람들로부터 답답하다, 바보같다, 제몫도 못챙기냐며..싫은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지급되지 않은 원고료로 의뢰인의 인격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그런 

사람과 두번 다시 일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고 또 그런 부류의 사람과는 

인연을 맺지 않을 눈도 갖게 되었다. 그 현명한 눈으로 나를 가치 있게 

대해 주는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 있으니 괜찮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이고, 겪음직한 일에 대해 말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고 비슷비슷하게 좌절하고

또 털고 일어나고 있구나 싶었다.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서 많은 시간, 나를 질책하고 보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했던 많은 실수와 좌절이 켜켜히 쌓여 나무의 나이테처럼

더욱 단단한 나를 만들었고, 그런 내가 가끔 좋아지기도 하니까

지나온 시간들이 그렇게나 나쁘지는 않았나보다 싶다.


매번 실수하며, 망가지며 

비로소 나다운 삶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갑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이 비뱅,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
박혜성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루이 비뱅..이라는 프랑스 화가를 아는가?

아마 100이면 100..다 모른다고 할 것같다. 

루이 비뱅은 흔히 말하는 주류 화가는 아니었다. 

루이 비뱅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때 인상주의, 야수파, 입체주의, 추상주의, 

초현실주의와 같은 주류 화가들이 활동하던 시기였다.

내노라 하는 이름난 화가들 틈에서 루이 비뱅과 같이 제대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파리의 미술계에서 크게 주목 받을 수는 없었겠지만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서 따뜻하고 독창적이고 진지함을 느꼈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루이 비뱅은 1861년 파리 교외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릴때 그의 꿈은 그림은 그리는 화가였지만 그 시절 대부분의 가정이 그랬듯 아버지의 반대와 

재정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하여야만 했다.

성인이 되어 돈을 벌기 위해서 파리로 가서 파리의 우체국에서 42년 동안 근무를 하였다.

그의 나이 62세가 되었을때 비로서 캔버스에 저렴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62세에 자신의 묻어 두었던 꿈을 이룰 수 있었다니..

그 나이의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나의 꿈이 무엇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한것이다.

지난 삶의 일상에 안주해서 꿈이라는 단어를 꺼내놓기에 므쓱해지기 마련인데, 

한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그림을 시작하였다니 요즘 같으면 '세상에 이런일이'에 

출연할 정도의 이야기거리다.


비뱅은 '즐길 수 있다면 그때가 가장 좋은 때다'라고 말하며 은퇴후 인생 2막을 그림에 빠졌다.

그는 젊었을때 예술가들의 거리인 파리의 몽마르뜨에서 거주하며 

파리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우편물을 전했다.

노을지는 파리, 파리의 에펠탑, 성당과 골목과 시장의 모습들을 머리속에 

차곡차곡 넣어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자 쏟아내듯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고 늦은 나이에 미술에 입문한 화가들을 소박파라고 부르는데

여러 소박파중에서도 비뱅의 그림은 천진함과 순수함이 배어 있어서 그의 그림을 보는 

파리의 시민들은 그를 '행복한 화가'라고 불렀다.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는 화가라니 그 보다 더한 칭송은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비뱅의 그림들을 실컷 볼 수 있다.

원근법이 무시되고, 건물의 앞면과 옆면을 구별없이 한번에 그려내서

얼핏 보면 어린아이가 그렸나 싶은 그림도 많지만 신기하게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게 된다. 소위 많이 배운(?) 화가의 그림을 볼때는 뭔지 모르게 

주눅들곤 했는데 비뱅의 그림은 보이는 내내 편안함과 따뜻함이 있어 마음이 절로

푸근해졌고 파리의 시민들의 그를 '행복한 화가'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것 같았다.


그리고 이 책에는 비뱅의 그림과 일생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어니스트 헤밍웨이, 카미유 코로, 

귀시타브 쿠르베, 파블로 피카소, 빈세트 반 고흐등 많은 예술가의 이야기도 등장하고

유명 화가들의 그림도 실려있어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은 비뱅의 그림을 분석하고 소개하는 책이라기 보다는 

나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을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응원가같다고 느꼈다.


하고자만 한다면 늦은 나이는 없다. 

용기가 부족할 뿐이지..


100세 인생이라고들 한다. 

비뱅이 살았던 그 시대에 비해 훨씬 길어진 평균수명으로 인해 은퇴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들도 많고, 어드바이스를 담은 책들도 많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 보다 비뱅처럼 확실한 결과물 (예컨데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용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리고 오랫동안 서랍속 깊숙히 넣어 두었던 나의 꿈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었다.

은퇴를 앞두고 현역에서 물러나면 나도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시작해보고자 한다.

비뱅의 말처럼 즐길수 있다면 그때가 가장 좋은 때일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리미어 스티커 페인팅북 : 명화 - 안티 스트레스 힐링북 프리미어 스티커 페인팅북
베이직콘텐츠랩 지음 / 베이직북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품은 언감생심지만 집에 명화 한장 걸어두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여서 유화 따라그리기 키트를 사서 빈센트 반고흐의 '꽃이 피는 아몬드 나무'를 

그리고서는 꽤나 흐뭇해했던 적이 있다. 


내 손으로 만드는 명화는 여러 기법들이 꾸준히 나와서 많은 사랑들을 받았는데

번호가 그려진 바탕에 같은 번호가 매겨지 있는 유화물감으로 그리는 방법도 있고,

보석 십자수로 비즈를 하나하나 붙여서 완성하는 방법도 있다.

대부분 꽤 많은 시간과 정성을 요구한다. 


최근에는 색연필이나 각종 펜으로 그림을 색칠을 하는 페인팅북이 유행을 하더니 

스티커로 완성하는 스티커북도 많은 이들한테 사랑을 받고 있다. 

나는 스티커북은 첨이라 스티커로 명화를 완성해 나가는 방법이 몹시 흥미로웠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만들기를 좋아하는 나는 이번에도 참새 방앗간 그냥 못 지나친다는 

속담처럼 명화 스티커 북을 손에 넣고 말았다.




이 책에는 총 10작품의 명화들이 소개되어 있다.

학창 시절 미술 시간의 교과서에서 본 작품들도 있고 지나가다 어디에서든 한번씩은 봤던 

굉장히 친숙한 작품들이다. 

이렇게 멋진 명화를 스티커로만 붙여서 완성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완성하는 방법은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쭈욱 한번 읽어보면 누구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방법은 간단한다.

밑바탕에 적혀 있는 번호와 같은 번호가 매겨진 스티커를 떼어서 붙이기만 하면 된다. 





나는 우선 이 책의 표지이기도 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완성해보기로 했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몇번이나 봤을만큼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해서 1번으로 해보기로 했다.






뒷 면에 있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스티커 페이지를 절취선대로 찢어서 하나씩 붙여가면 된다.

이때 핀셋을 이용하여 붙이면 스티커가 밀리거나 하는것을 최대한 막을 수 있어서

좀 더 완성도 높은 그림을 만들수가 있다. 

그런데 첫 작품은 아무생각없이 손가락만을 이용해서 만들다보니 중간중간 틈이 보이기도 한다.

약간 거친듯 느낌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가 완성되었다.





다음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의 너무나 유명한 작품인 '해바라기' 이다.

이 작품은 화병은 이미 채색이 되어 인쇄되어 있고 꽃은 스티커로 붙이는 작품이다.

아주 작은 스티커도 있어 섬세함을 요한다. 

첫번째 작품의 쓰라린 경험도 있어서 이때부터 집에 굴러다니는 핀셋을 찾아 

붙이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손으로만 할때보다 스티커가 제 자리를 잘 잡아서 그런지 

완성된 작품이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체로 만족스럽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 - 스티커를 붙여서 나갈때마다 평면이었던 그림이

입체감을 띄게 된다. 

한 작품을 하는데 드는 시간은 나 같은 경우에는 커피 마시며, 음악들으며 천천히 하다보니 두어시간 정도

걸린것 같다. 

저녁 시간이나 무료한 휴일 오후 시간, 또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스티커를 붙여 나가면 

고단하고 지친 마음에 힐링이 되며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고난도의 정밀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어찌보면 스티커를 붙이는 단순 작업이라 그런지 시간도 참 간다.


그냥 티비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며 흘려보내는 무의미한 시간을 조금 더 유용하게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작업을 하는 내내 즐거운 마음이었다. 



작품에 대한 설명도 간략하게 하고 있어서 미술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누구의 작품인지 작품의 특징은 무엇인지 스티커를 붙이는 동안 몇번이고 들여다본다.


어떤 이는 다 큰 어른이 애도 아니고 뭔 스티커 놀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 해보니 중독성이 높은 취미거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끝없이 해야 하는 일에 치여 휴식이 필요할때 한숨을 돌리고 싶을때

슬며서 꺼내서 한개 한개 붙이다 보면 마음의 출렁거림이 잔잔해진다.

그리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완성품을 볼 수 있으니 작업이 고단하지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 하루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 차 한잔을 준비한 후 스티커 북을꺼내 오롯히 몰두하며

평온한 휴식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안한 행복
김미원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은 불안을 기억하며 행복해진다.


김미원 작가님의 수필집 [불안한 행복] 표지에 적혀 있는 문구다.

나는 이 말을 몇일째 머리 속에 넣고 다녔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을 

곱씹어 보았다. 곧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이 말에 깊이 동조할 수 있었다.


몸이 피곤할때 나는 에세이를 찾아 읽는다.

다른 이들의 일상을 엿보고 함께 공감하는게 편안해서이다.

간혹 어설프게 자기의 자랑을 늘어놓거나 애써 글을 미화하고 치장하려는 작가들의 글을 읽을때도 있다. 마치 화장이나 옷 치장이 너무 과해서 오히려 천박해보이는 

사람처럼, 꾸며서 쓴 글도 나에게 마찬가지로 느껴진다. 

이런 책을 읽으면 오히려 피곤이 몰려온다.


김미원 작가의 [불안한 행복]을 읽다가 나는 핸드폰을 열고 인스타그램에다

글을 올렸다.

너무나 내 얘기 같은 중년들의 이야기라며 친구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했다.



김미원 작가님의 글에는 어슬픔이나 호들갑은 전혀 없다.

진중하고 묵직하여 금속관에서 중저음을 토해내는 튜바의 음색같다.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은 악기소리처럼 작가의 글은 비슷한 나이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속에 깊은 울림이 되는 글들이라 생각한다.


특히 나이든 어머니, 돌아가신 아버지, 점점 육체가 쇠퇴해져가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쓴 

'운다고 사랑이' '목소리를 읽고 나는 쓰네' 옥니, 곱슬머리 최여사'를 읽을 때는

그분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서, 돌아가시기 전의 나의 어머니, 아버지를 바라보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무수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다 지우지 못한 그리움 한조각을 붙잡고 울컥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사람 많은 전철 안에서 이 책을 읽지 않은걸 다행이라 생각했다. 




'불안한 행복''눈물, 그 인생의 함의''바람처럼 자유롭게'라는 글에서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 인생 선배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다.

차 한잔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면 참 좋겠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


나이가 들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다고 느껴지는 어느날부터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애써 외면하는 사람도 있을거고,내일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을듯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집을 나설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옷을 제대로 갖춰입고 외출한다는 작가의 친구의 

이야기처럼, 어느날 갑자기 '그것'이 찾아왔을때 경황없이 허둥대지 않고

내 차례구나 하고 숙연하게 받아 들이겠다는 작가의 이야기에도 공감한다.


좋은 것은 아껴두고 싶고, 귀한 것은 서랍 속 깊숙한 곳에 넣어 두고 싶어지듯 

아.. 정말 행복해..라는 생각이 들때면 그 마음을 소중히 아껴두고 싶다.


나는 온몸의 솜털이 일어나서 흔들릴 정도의 행복감은 느낄때, 혹시나 이 행복 뒤에

얄궂은 불행이 시샘하듯 밀치고 들어올까봐 불안함을 느낄 때가 있다.

나의 행복은 불안함 위에 위태롭게 올려놓은 작은 조약돌이 아닐까 싶을때가

많았다.

작은 흔들림이나 바람에 또르르 굴러 떨어질까봐 불안한 마음에 

손에 꼭 쥐고 있던 작은 행복! 

작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흔적들을 책 여기저기서 발견하면서 

그냥 조금 기뻤다.


이렇듯 이 책은 중년을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한편 한편 읽으면서 오늘 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새록하게 들게 된다.

삶이 지루하다 싶은 분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삶은 불안을 기억하며 행복해진다.


여담이지만 이 말에 딱 맞는 경험을 얘기해보고 싶다.


작년쯤인걸로 기억한다. 

늦게 잠이 드는 버릇때문에 꽤 깊는 밤, 겨우 잠이 들었다 싶었는데 딸아이가 

내 방으로 뛰쳐들어오며 나를 흔들어깨웠다. 우리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것이다.


방금 로그아웃한 컴퓨터에 전원 버튼을 눌러도 각종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돌아가는데

몇 초 정도가 필요하듯 자다깨서 뭔 소린지 이해하기까지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다.

상황 파악을 마치고 이불을 박차고 베란다로 가서 아래를 내려보니 이미 십여대의 

소방차들의 경광등으로 요란했고, 잠자던 아들을 깨워서 현관문 밖으로 뛰쳐 나가자

불이난 우리집 위층에서부터 계단과 엘리베이트로 물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죽었건가 싶었던 순간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불안에 떨던 그 순간, 

불을 끈 소방관들의 약간은 지친 모습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집안으로 다시 들어섰다. 다행히 큰불은 아니었다.


잠옷 바람에 머리는 헝클어진 몰골이었지만 다행이야 하면서 씨익 웃으면

다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놀란 마음에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와 달리, 아이들의 방에서는 금방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깊은 밤,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작지만 안락한 집이 있고, 깊이 잠든 아이들 방을

기웃거리며 나는 비로소 깊은 안도감을 느끼며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한순간 한순간 행복이 왼쪽 뺨 언저리에서 속삭이는데 우리는 고개를 돌려 기껏 

먼데만 바라보며 한숨 짓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며 평범하게 보낸 하루의 행복을 곰곰 생각해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