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지음 / SISO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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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

업무도 못하진 않지만 늘상 완벽하지 못해서 자잘한 실수를 곧잘 한다.

집안 살림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빨래감이 늘 쌓여있다.

요리도 늘지 않아서 매번 하던 요리도 레시피를 안보면 맛이 이상해져버린다.

못하는거 투성이며 완벽하지 않은 나를 매번 미워하며 살았다.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에게 손가락질 안 받을만큼은 하며 살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닥달하고 담금질 했던가..

그럼에도 항상 조금은 부족했고 조금씩 후회하며 살았다.

그러는 사이에 나란 사람이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것도 모르고 말이지..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책 제목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간혹 내가 좋아지는 날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간혹을 뺀 많은 날들은 나는 나를 미워하고 자책하곤 한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때 나는 내가 좋아지는 '그 어떤날'을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화작가인 김리하 작가님의 첫번째 에세이는 어떤 이야기로 채워져 있을까..

책을 읽고 나면 부족한 나도 좀 더 이뻐 보일까..라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총 42개의 에피소드를 동화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로 적어놓았다.

읽어나가며 나와 비슷한 상황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때도 있었고, 새겨 들어야할 말들은 수첩에 적어놓기도 했다.


사람 사는 모습은 누구든, 어디든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못난 내 모습과 내 생각에 자책을 하다가도 어느날 친구와 지인들의 칭찬 한마디에

그래도 내가 그정도의 경우없이 살아온건 아니구나 싶어지기도 하면서 말이지..




예상 밖의 좌절과 실패, 파괴나 균열의 현장을 맞닥뜨릴 때면

어김없이 우리의 기분도 쪼개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이제 잦은 실패나 사소한 균열을 보고 내 기분과 내 삶에

흠집내는 일을 멈추고 싶어졌다.

그건 그저 많고 많은 도전중 하나가 실패로 돌아갔을 뿐이고, 수 많은 

그릇 중 단 하나가 깨진 것에 불과할 뿐이다.


기억나는 몇편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실패한 시간마저 아군으로]에서는 작은서점지원 사업선정에서 탈락되고, 

투고한 원고가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하고, 전자책 심사 과정에서 비승인이 되는

실패3종 세트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것마저도 풀릴건 풀리고, 인정할건 인정하며

상처가 되기 보단 훈련이 되었다는 글이 인상에 남았다. 


[인간관계에서 헤맬 때 나만의 자리 찾기]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새집으로 이사를 간 후배가 이사간 동네의 물정도 모르고해서 

윗집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냈다고 한다. 좋은 이웃을 만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것도 잠시,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고, 연락오고, 같이 차마시러 가자, 영화보러 가자, 엄마들 모임에

같이가자고 다가왔다고한다. 처음 한두번은 나가봤는데 막상 모이면 사교육 이야기에 

남의집 험담하기 바빴다고 한다.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피해다녔더니 나중에는 후배의 험담을 그렇게나 

하고 다니고, 일부러 내는듯한 윗층의 층간 소음에 미칠 지경까지 되었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이웃이어도, 가족이어도 그 사이에 쉼표가 들어갈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들 자각했으면 좋겠다.


[그건 순전히 인격에서 우러나온 일]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원고를 써서 보내고

원고료를 받지 못하고 떼먹힌 저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 매체로부터 부탁을 받고 원고를 써서 보낸적이 있는데 바쁘게 지내다보니

원고료가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몇달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담당자에게 한두 번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고 그걸로 끝이었다.

사람들로부터 답답하다, 바보같다, 제몫도 못챙기냐며..싫은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지급되지 않은 원고료로 의뢰인의 인격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그런 

사람과 두번 다시 일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고 또 그런 부류의 사람과는 

인연을 맺지 않을 눈도 갖게 되었다. 그 현명한 눈으로 나를 가치 있게 

대해 주는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 있으니 괜찮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이고, 겪음직한 일에 대해 말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고 비슷비슷하게 좌절하고

또 털고 일어나고 있구나 싶었다.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서 많은 시간, 나를 질책하고 보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했던 많은 실수와 좌절이 켜켜히 쌓여 나무의 나이테처럼

더욱 단단한 나를 만들었고, 그런 내가 가끔 좋아지기도 하니까

지나온 시간들이 그렇게나 나쁘지는 않았나보다 싶다.


매번 실수하며, 망가지며 

비로소 나다운 삶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갑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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