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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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딸은 어떤 존재일까..

엄마인 나로써는 솔직히 가름이 잘 되지 않는다.


왠지 안쓰럽고 애틋하고 너무 소중해서 마알간 유리 상자에 넣어놓고 

봐야할 것같은 진귀한 보석같은 존재일까..

이 책을 읽으며 부모에게 자식이란 어떤 존재이며, 의미인가를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었다.



이어령 선생님은 10년전에 사랑하는 딸을 잃은 참척의 아픔을 겪으셨다.

목사이며,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애쓰셨던 따님을 먼저 떠나보내고 

절절한 아버지의 마음으로 적었던 글을 10주년을 맞아 새로이 개정판으로 출판되어졌다.

10년전 사랑하는 따님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야속하게도 

이어령 선생님도 현재 암투병중이라고 한다. 

고약한 병이 연로한 육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을 알수는 없지만 부모를 잃었을때의 10배쯤아니, 

아니 100배쯤 더 아프다면 그 깊이를 조금은 알수 있을까..


무뚝뚝하고 표현력 부족한 한국의 남성들은 가족들에게도 애정표현이 박하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걱정한다라는 표현이 어눌하거나 

그것마저도 잘 표현하지 않기에 곧잘 정없는 아버지로 오해를 받곤 한다.

하지만 모정만큼 부정도 더 뜨겁고 더 애틋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다.




언제나 늘 어린 종달새 같은 어린 딸아이가 커서 처음 학교를 가고, 첫사랑이 생기고,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 기념할만한 순간마다 아버지는 딸에게 글을 썼다. 

애틋한 아버지의 마음을 차곡히 담아서..


때로는 벅차게 기쁘고, 가슴이 조여들듯 슬프고, 짠했던 마음들을 한자한자

빼곡하게 편지지에 적어내려가는 아버지의 마음을 엿본것 같다.

울컥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서, 몇번이나 책 읽기를 멈추었는지 모르겠다.

애써 눈물을 참아본다.


이 책은 첫장부터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네가 서재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에게 다사오는 발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는 글을 쓰는 시간이었고 너는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다.

내게 들려온 것은"아빠, 굿나잇!"하는 너의 목소리뿐이었지.

이 세상 어떤 새가 그렇게 예쁘게 지저귈 수 있을까.

그런데도 나는 목소리만 들었지, 너의 모습은 보지 않았다.

뒤돌아보지 않은 채 그냥 손만 흔들었어,

"굿나잇, 민아"하고 네 인사에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아이들이 한참 자라나고 말을 시작할때쯤, 부모들은 인생의 가장 바쁜때를 

보내고 있음에 틀림없다.

먹여야할 입이 하나 더 늘어났으니 아빠는 직장에서 짤릴세라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할것이고, 

해도해도 끝도 없는 육아와 가사일에 엄마는 지쳐가고 있을때지.


아이들의 굿나잇 인사에 옷을 개던 손을 멈추고 '그래 잘자' 하면서 머리라도 

한번 쓰다듬어 줄수도 있었을텐데..

티브로 향해있던 눈을 돌려 '사랑한다 잘자'하며 그 오동통한 볼따귀라도 

한번 쓰다듬어줄수도 있었을텐데..

그때 피곤하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아낀 그 몇십초가 얼마나 허망한건지를

아이들이 다 커버리고 내 머리가 힐끗힐끗해져서야 알게 되었다니 참 바보같다.


이어령 선생님도 글을 쓰느라 뒤돌아서 아이와 눈을 맞추지 못한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만일 지금 나에게 그 삼십 초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나님이 그런 기적을 베풀어준신다면

그래 민아야. 딱 한번이라도 좋다.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이 그때의 옛날로 돌아가자.

나는 그때처럼 글을 쓸 것이고 너는 엄마가 사준 레이스 달린 하얀 잠옷을 입거라.

그리고 힘차게 서재 문을 열고 "아빠, 굿나이!"하고 외치는 거다.

약속한다.

이번에는 머뭇거리며 서 있지 않아도 된다.

나는 글 쓰던 펜을 내려놓고, 읽다 만 책장을 덮고, 두 팔을 활짝 편다.

너는 달여와 내 가슴에 안긴다.

내 키만큼 천장에 다다를 만큼 널 높이 치켜올리고 졸음이 온 너의 눈,

상기된 너의 뺨 위에 굿나잇 키스를 하는 거다.


굿나잇 민아야. 잘 자라 민아야.


자식을 먼저 보내고, 참척의 아픔을 가진 부모가 되어 가장 후회되는 일은

나의 등 뒤에서 굿나잇 인사를 건네는 아이에게 

뒤돌아보며 굿나잇 인사를 건내지 못했던..이렇듯 별거아닌 사소한 일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 홀로 남은 아버지의 마음을 찢어발겨놓는거구나..


그래서 이어령 선생님은 자식을 보낸 그 아픔을 글로 써서 이렇게 책으로 남겨주셨구나.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읽어보라고..그리고 당신들의 어린 자녀가 당신을 보며

웃음 지을때 그 웃음에 화답을 하고, 아이들의 윤기나는 머리를 더 자주 쓰다듬어주고

눈을 맞추고 뺨을 쓰다듬어주라고 조언을 해주시는구나.

그래야지 나중에 본인처럼 후회하지 않는다며 본인의 살을 깎아 아둔한 대한민국의 

부모들에게 충격요법으로 그 마음을 전하는구나...


먹먹한 가슴이 한동안 진정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내 딸에 대해서 쓴 이 글들이 출판되어 나오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가시처럼 마음에 걸린다.

다만 이 글들이 나와 내 딸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딸에게, 

딸을 잃은 이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세상 모든 이에게 바치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어령 선생님 쾌차를 기원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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