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그대 일본문학 컬렉션 6
다니자키 준이치로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와비평 출판사에서 연속 시리즈물로 발간되고 있는 일본문학 컬렉션이 6번째의 책을

새로 내놓았습니다.

'안녕, 나의 그대' 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연인과의 사랑에 대해서 집필한 작품들만 모아서 출판되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이별하고, 그리움에 눈물 흘리고, 인연인듯 아닌듯 스쳐지나가는

무수한 남녀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6번째 시리즈에 등장하는 일본의 작가로는

다니자키 준이치로, 아쿠다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고사카이 후보구, 나카지마 아쓰시,

오카모토 가코노, 이토 사치오. 7명의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중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와 다자이 오사무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로써

불운하고 어두었던 그들의 삶을 대변하듯 작품들 또한 어딘지 모르게 염세주의적인 느낌들이

있었는데 일본을 대표하는 두 거장이 남긴 사랑이야기라니 궁금증이 폭발하였네요.

그래서 그런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가을'이라는 작품이 꽤나 인상 깊었습니다.

사촌 오빠인 슌키치와 노부코는 남들이 보기에도 나중에 둘은 결혼을 할거야 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사이가 남달랐습니다.

일본은 과거 근친혼이 흔했기 때문에 이상한 일도 아니죠.

하지만 여동생인 데루코도 사촌 오빠인 슌키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노부코는

여동생에게 위해 사촌 오빠가 아닌 다른 남자와 서둘러 결혼을 해버리고 말죠.

그녀의 결혼 생활은 밋밋했다고 할까, 아니 어쩌면 불운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여동생을 위해서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여

마음속에 미련이 남아 있을 수 밖에 없겠죠.

슌키치와 그녀의 여동생인 데루코는 마침내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 처음으로 여동생의 집에 간 그녀는 행복해보이는 사촌오빠와

그녀의 여동생이 부럽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노부코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데루코는 언니에게

질투를 하며 소맷자락에 얼굴을 묻고 발작하듯 울죠.

저는 이 작품에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왜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추앙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이 가진 감정중에서 가장 복잡하다고 하죠.

기쁨과 슬픔, 절망과 분노, 행복과 고통, 질투와 연민 등등 인간이 가진 모든 감정이

똘똘 뭉쳐져서 만들어진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인듯 합니다.

아쿠타가와는 이 모든 요소를 소설 속에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여동생에 대한 연민, 사촌오빠에 대한 사랑, 남편에게서 느끼는 절망, 여동생 부부에게

느끼는 질투, 언니와 남편의 다정한 대화조차 싫은 질투, 그런 여동생에 대한 배신감,

인생에 대한 허무함.. 길기 않은 단편속에 모든 감정을 실어놓은 필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역시 대가는 그 이름값을 하는 군요.

다자이 오사무의 '굿바이'라는 작품도 나의 구미를 당기는 작품이었습니다.

여자 관계가 복잡한 유부남인 다지마는 아내와 떨어져 도쿄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상당한 미모의 애인들을 있었죠. 애인들에게 다정했던 다지마를 사랑했던

그의 여자들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죠.

방법을 모색하던 그는 장사꾼인 어느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더럽고 생선 비린내 나는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그녀였지만 화사한 정장을 차려입고

길에서 우연히 만난 그녀는 절세미인이었죠.

다만 입만 떼면 까마귀 울음 소리가 나는 목소리 때문에 그 아름다운 얼굴조차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그녀를 이용해 자신의 애인들을 떼어낼려고 합니다.

그는 여자와 거래를 하죠. 돈을 줄테니 아내 역활을 해달라고 하고, 장사꾼인 그녀는 흔쾌히

다지마의 제안을 받아 들입니다.

입은 절대 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말이죠.

그녀는 영악하였고 그가 원하는 역활을 충실히 이행하죠.

하지만 뭐만 부탁하면 그녀는 돈을 요구합니다. 그녀는 꽤나 욕심이 많았던 여자였어요.

본전 생각이 난 다지마는 그녀와 잠자리라도 해볼 요량으로 늦은 밤 그녀를 찾아가지만

보기좋게 까입니다. 그것도 아주 치욕스러운 방법으로 말이죠.

다자이 오사무는 염세주의자인데 이렇게 유머스러운 소설도 곧잘 썼군요.

스팩트럼이 넓은 작가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됩니다.

1950년 이전에 쓰여졌던 소설들로 그 시대의 남녀에 대한 사랑법도 살펴볼 수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봄에 시작된 사랑이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더욱 농후하게

영글게 되죠. 아니면 쌀쌀한 가을 바람처럼 이별로 끝나기도 하구요.

일본의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엮어낸 '안녕, 나의 그대'에는 다양한 사랑의 파편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랑과 불륜, 오해와 질투, 절정과 파국등

이 가을에 가볍게 읽고, 깊은 사고를 하기에 딱 좋은 책인듯 합니다.

추천합니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잡화감각 -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
미시나 데루오키 지음, 이건우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인 미시나 데루오키씨는 2005년 도쿄 니시오기쿠보에 잡화점 FALL을 개점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잠화점의 주인장이다.

그가 한결같이 잡화점을 운영해오면서 느꼈던 잡화에 대한 정의, 그리고 그의 일상을

이야기 하는 에세지집인 잡화 감각은 읽으면서 일본의 잡화 시장의 규모, 잡화에 인식

변화등을 엿볼 수 있어서 나름 공부도 되었던 책이다.

일본인 친구에게 FALL이라는 잡화점에 대해서 아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꽤 유명한

곳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갑자기 꽤나 이 책에 대한 믿음이 갔다. 얄팍한 마음이다.

雑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부터 살펴보자면 흔히 어떤 범주에 넣기 힘든 것을 우리들은

쉽게 雑이라는 단어에 쓸어담는 것 같다.

잡화, 잡동사니, 잡비, 잡지, 잡내등등

하다못해 명절때 즐겨 먹는 잡채도 잡다한 채소라는 뜻으로 여러가지 채소를 볶거나 데쳐서

만든 음식을 뜻하니 사실 뭐가뭔지 똑부러지게 편가르기를 못할때 꺼내들기 편리한 단어이기도 하다.





저자는 세계가 서서히 잡화화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예전에 비해서 풍요로워지고 풍부해진 삶의 질적 향상과

물건의 종류가 단순이 늘어났기 때문만은 아니고

지금까지 잡화로 간주되지 않았던 것이 잇달아 잡화로 넘어온 탓이라고 한다.

잡화에 대해서 생각하면 현시대의 소비 사회가 극명하게 보인다는 그의 소비문화론적 잡화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나는 무엇보다 잡화의 관점으로 보는 저자의 일상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소비사회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가 전개 되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최근에는 sns의 보급으로 비주얼이 우선시 되는 풍조로 단순히 아기자기하고 이쁘고

유니크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너도나도 못사서 안달을 부리는 시대가

되어버린듯 한다.

이러한 현상 덕분에 잡화화는 더욱 가속화 될듯하다.

일본의 경우이긴 하지만 예를 들면 불교 사찰의 매출 향상에 공헌하는 키티 부적이라든가

(불교용품에 키티라니요..? )

단순히 입으면 뽀대가 난다는 이유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최게바라 티셔츠라든가

(최게바라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는 있는지..?)

단순히 귀엽고 이쁜 어린 왕자 굿즈 라든가..

(어린왕자 책은 읽어봤니..?)

이렇다 보니 과거에 비해서 잡화는 그 가지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게 자명하게 보여진다.

잡화가 무엇인가?

책을 읽다보면 자꾸 이런 물음으로 추궁당하는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한다.

음..잡화가 뭐지? 라고 고개가 갸우뚱해질 무렵 저자는 '사람들이 잡화라고 생각하는 것이 잡화'이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잡화 감각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간단 명료하고 대찬 대답이라 맘에 든다.

기능성을 전재로 존재하는 '도구'는 디지털화 등으로 진행되어 짐에 따라 점점 감소하고

소유물은 각 개인의 표현의 일환처럼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에는 조금 전문적인 이야기도 있고, 일본의 잡화점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한국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없지않겠지만

우리 사회가 잡화화 되어가는 사회라는 점에서는 쉽게 납득되어 진다.

잡화점 주인의 스러운 감각의 에세이로 시선을 돌리면 의외로 문학적이며, 자전적이기도 하여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부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도가와 란포( 江戸川 乱歩)는 1894년10월에 태어나서 1965년에 사망한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이자 평론가입니다.

그의 본명은 '히라이 다로'이며 에도가와는 그의 필명으로 미국의 작가인 에드가 앨런포의 이름에서

따온 거로도 유명하죠.

그는 일본탐정작가클럽을 창설하였고 초대 이사장이 됩니다.

이 클럽은 차후 일본추리작가협회로 이름이 바뀌게 되죠.

그의 이름을 따서 에도가와 란포상을 만들게 되고 이 상은 추리작가로 등용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미스터리 소설의 발전과 대중화에 공로가 크며

일본 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가입니다.





이 책에는 에도가와 란포 특유의 어둡고 잔혹한 상상력으로 쓰인 기담 16편을 수록되어 있습니다.

대놓고 무섭지는 않지만 읽다보면 어딘가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죠.

이것이 에도가와 란포 소설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첫번째 소설인 '쌍생아'는 1924년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무려 100년전에 발표된 추리소설인데 놀랍도록 세련되었습니다.

주인공은 일란성 쌍둥이 입니다. 그의 형과는 놀랍도록 닮아서 주변 사람들도

구별이 힘들었죠. 모든 것이 자신보다 뛰어났던 형을 질투하여 쌍둥이인 형을 죽이고 맙니다.

치밀한 계획에 의해 사람을 죽이고 그 희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는

그 이후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기 어려운 방법으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합니다.

그가 자백하듯 털어놓는 화법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마치 연쇄 살인범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는듯 하여

묘한 섬뜩함이 있습니다.

일곱번째 소설인 '춤추는 난쟁이'는 1926년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읽으면서 극도의 긴장감을 가지게 되었던 짧지만 강력한 소설이었습니다.

어느 서커스 단에 로쿠라고 하는 난쟁이 단원이 있었습니다.

서커스 단원들은 언제나 그를 병신이라며 조롱하고 괴롭혔죠.

어느날 술이 거하게 취한 단원들은 언제나처럼 그를 지독히도 괴롭혔고

만신창이가 된 난쟁이 로쿠씨에게 미인 지옥문을 해보라고 합니다.

미인 지옥문은 말 그대로 미인을 작은 상자에 넣고 칼을 상자에 꽂는 마술이죠.

조금전까지 그를 잔뜩 조롱하던 공타기 묘기를 하는 아름다운 오하나가 자원을 하고

상자로 들어갑니다.

칼이 꽂힐때마다 그녀의 비명이 울립니다. 너무나 생생한 마술에 모두들 박수를 치며

좋아라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열네번째 칼을 꽂은 후 늘 그렇듯 목을 잘라내는 마술이 끝나자

모두들에게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밀려들죠. 그랬습니다.

이건 마술이나 속임수가 아니었습니다.

불이 붙은 서커스 텐트 앞에서 춤을 추는 난쟁이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너무 끔찍해서

꿈에 나올까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열네번째 소설 '애벌레'는 인간돼지로 만들어진 중국의 척부인 생각이 나서 소름이 끼쳤습니다.

전쟁에서 두 손과 두 발을 잃고 몸둥아리만 남은채 귀환한 남편.

그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아내의 시중을 받게 됩니다.

전쟁영웅이라는 칭송도 명예도 반년이 지나자 시들해지게 되고, 그녀의 겪에는

산송장처럼 팽이처럼 방바닥만 돌아다닐 수 있는 몸둥아리만 남은 남편뿐.

그런 남편을 자신의 욕망을 푸는 도구로 사용하는 아내의 이야기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라는 대 작가의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읽으며 인간의 사악함과

간사함, 선량함 속에 숨겨둔 악마적인 모습을 보았습니다.

극한에 몰리게 되는 나타나는 인간의 가장 추악한 모습들은 그의 기담집에 나오는

주인공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가끔, 아니 자주 끔찍한 사건들을 뉴스로 접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인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보통의 사람들에겐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시선을 주고

외로움도 괴로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인간미 있는 세상이 그리워집니다.

100여년전에 쓰여진 작품들이지만 읽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었던 것은

번역의 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끔 읽어도 머리속으로 전혀 들어오지 않은 영미번역 소설들을 접할때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 기담집을 읽으며 껄끄러운 점이 하나도 없어서 가독성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추리소설이나 미스테리 소설을 즐겨 읽으시거나, 에도가와 란포의 팬이시거나,

기금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접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색다른 경험이 되실거예요.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계란 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설재인 작가님의 소설을 빠트리지 않고 찾아서 읽고 있는 이유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평범한 인물들이 없어서였다고 할까..

누구에게 쉽게 꺼내놓을 수 없는 아픔을 삼키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의 아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어버리는 신기한 경험들을 많이 해서이다.

이번에도 아픔 많은 등장인물들로 인해 비겁하게시리 위로를 받고자 했던 얄팍한

마음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제목에서부터 응?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계란프라이 자판기라니, 가만있자 그런게 있었던가..

궁금증을 못이겨 소설을 읽기 전에 검색을 해보니, 아..이런! 정말 자판기가 있었다.

있었다고 하는것은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고 지금은 사라졌는지 안보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까지 500원을 넣고 완숙, 반숙을 고를 수 있었다고 하니 나만 못본건가 신기할 따름이다.

'내가 살던 동네엔 말야, 계란프라이가 나오는 자판기가 있었어'

잘난척 하고 싶어서 시작된 말이 발단이 되어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세 친구,

지택, 은청, 지나는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 나서는 동아리를 만들게 된다.

다큐형태로 비디오로 찍으면서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나서는 12살의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라니 설정부터가 귀여워서 가벼운 마음을 읽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내 마음과 달리 나는 곧 마음이 한껏 무거워졌다.






책을 읽으면서 11살, 12살의 내 모습은 어떠했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초등학교때 교실 안의 모습들을 기억을 되짚어 더듬어보게 된다.

사춘기가 막 시작되는 아이들의 세상에서 어른인척 애써 쎈척하는 친구들도 있고,

다른 친구를 부러워하여 험담하고 질투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잘 보일려고 나대는 아이들도 있었고

장애가 있거나 학습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은근 무시하고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부모님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자란 친구들은

말이 거칠고, 교실내에서 자주 폭력을 사용하였다.

자신의 입장이 난처해질듯하면 거침없이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은 학부모 사이에서도 말이 돌아서 결국 '그 아이와 놀지마'라는 말로 되돌아 온다.

소설 속에서는 그렇게 질 나쁜 아이가 되어버린 지택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어른이 되어 만난 은청과 지나가 지택의 장례식에서 만나게 되는 첫장면은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뒤늦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 이렇게 어둡고 무거운 생각을 할까..라고 말하는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일부 훼손된어른이거나,

별 어려움 없이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 시절 딱 맞는 철딱서니를 가졌던 아이가

어른이 된 경우일것이다.

솔직히 아이들의 세상이나 다 큰 성인이 된 지금이나 몸집만 커졌을 뿐, 그때와 별만 크게

다를바 없는 고민을 하고 상처를 받고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어른이 되지 못하고 몸만 커져버린 어른아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많다.

그때는 교실 안과 교실 밖이었지만 지금은 회사와 회사밖이 되었을뿐..

시기와 질투, 악플과 험담, 무리내 따돌림은 어른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빈번하게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기억 속에 두고왔던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렸다.

어른들이 걔는 질 나쁘니 같이 놀지 말라고 하던 그 친구는 결국 나쁜 길로 빠져서

형무소를 들락거린다는 소식을 들었고,

간질로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서 반 아이들의 기피대상 1호가 되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조차 없다.

그런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못했던 나도 방관자였고, 어쩌면 동조자였는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내 마음속에 남아 있던 미안함이 이 소설을 읽는동안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폭발하여 흘러나와 한동안 허둥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더 허우적거리며 마음이 많이 아릴듯 하다.

지금보다 강하지 못했던 연약하고 여렸던 어린 나를 딱 한번 만나서 보듬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인애플 스트리트
제니 잭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이야기는 뉴욕의 스톡턴 가의 세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뉴욕의 스톡턴 가는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재산을 보유하게 된 부동산 재벌 집안이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 집안인 것이다.

이 집 안의 큰 딸인 달리, 그리고 둘째 딸인 조지애나, 아들인 코드와 결혼하게 되어

스톡턴 가에 들어오게 된 샤샤.

세 여인의 이야기가 차례로 펼쳐지면서 결혼과 육아, 욕망과 편견, 부와 명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꽤 재미있게 풀고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제니 잭슨은 앨프레드 A크노프의 부회장 겸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실제 소설의 무대가 된 브루클린 하이츠에서 살고 있다.

2023년도에 발표된 파인애플 스트리트는 뉴욕타임즈 베스트 셀러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한국의 드라마에서 단골 소재로 나오는 재벌가로 입성한 평범한 집안의 여성이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소설의 내용은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서로의 시기질투하여 벌이는 온갖 권모술수도 없었다.

재벌가에서 태어났지만 그래서 태생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하지만

맏딸인 달리, 둘째딸인 조지애나, 아들인 코드,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인 칩과 틸다도

인성이 말라 비틀어졌다거나 뒤틀린 인물들은 아니였다.

그래서 이 소설에는 특별히 미워하거나 뒷목 잡게 하는 빌런은 없었다는게 좋았다.

다만 그들도 속물 근성은 남아 있어서 서민 집안에서 시집온 샤샤와 큰딸 달리의 남편인

유색인종(한국인)인 맬컴은 집안 모임에서 외부인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밝고 예의바르고 가족들을 이해하고 껴안을려고 하는 샤샤의 진심과

실력과 능력을 갖추었지만 유색인종으로 재벌가에 들어간 사위인 맬컴을 인정하고

가족으로 뭉쳐져 가는 것을 보면서 재벌가라는 별스러움 보다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인물들이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가는데는 그 만큼의 시간과 서로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서 유쾌하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흔히 우리는 돈이 많으면 행복도 뒷따라 오는 것이라 착각하고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돈이 많으면 편리할 뿐이지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첫째딸 달리는 한국계 미국인 남편과 사이가 좋다. 그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그녀이지만

남편이 뜻하지 않는 일에 휘말려 잘 나가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자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남편이 어서 빨리 재취업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가족들에게 남편의 실직을 말하지 못하는 사이에 남편인 멜컴의 아직도 본인이

스톡턴 가의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스트레스와 자존감에

상처를 받게 된다.

실제로 둘째딸 조지애나는 아직 20대로 신탁으로 매달 들어오는 막대한 돈으로

돈 걱정 없이 화려하게 살고 있다.

조상이 물려준 막대한 유산 덕분에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며 그녀 나름대로 우월의식과

인종차별적인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유부남인 브래디를 사랑하고,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와의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연애를 이어가다

결국 그가 비행기 사고로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았을 때는 하염없는 슬픔의 늪에 빠져

미친듯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돈이 많다고해서 다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행복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가족중 제일 대책없는 재벌가 딸래미 역활을 맡았던 조지애나는 나중에 생각의 틀을

고쳐먹고 어머어마한 상속 재산을 거부하고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하고자 하는 밀레니엄 세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간으로써 한단계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민 집안에서 재벌가로 시집을 가게 된 샤샤.

그녀는 알게 모르게 집안에서 인정 받고자 항상 시댁의 눈치를 보고

하고 싶은 말도 의견도 내지 못한다. 너무나 서민적인 자신의 친정 식구들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시댁에 잘 보일려고 친정 식구들과 소원했던 자신의

탓하기도 한다.

이렇듯 이 소설의 세 여인들의 각자의 자리에서 때로는 즐겁고 행복하고

때로는 불행하고 때로는 상대를 미워하고 때로는 자신을 탓하면서 매일 조금씩

성장해간다. 재벌가의 이야기보다는 각자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위화감 없이 오히려 친근감이 들게하는 소설이었다.

등장 인물들의 행동이나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지며 제법 두꺼운 책이었지만

한편의 미드를 보는듯 내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는 극한의 더위 속에서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앞에 두고 뉴욕의 브루클린을 거닐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피서 같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