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부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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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江戸川 乱歩)는 1894년10월에 태어나서 1965년에 사망한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이자 평론가입니다.

그의 본명은 '히라이 다로'이며 에도가와는 그의 필명으로 미국의 작가인 에드가 앨런포의 이름에서

따온 거로도 유명하죠.

그는 일본탐정작가클럽을 창설하였고 초대 이사장이 됩니다.

이 클럽은 차후 일본추리작가협회로 이름이 바뀌게 되죠.

그의 이름을 따서 에도가와 란포상을 만들게 되고 이 상은 추리작가로 등용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미스터리 소설의 발전과 대중화에 공로가 크며

일본 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가입니다.





이 책에는 에도가와 란포 특유의 어둡고 잔혹한 상상력으로 쓰인 기담 16편을 수록되어 있습니다.

대놓고 무섭지는 않지만 읽다보면 어딘가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죠.

이것이 에도가와 란포 소설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첫번째 소설인 '쌍생아'는 1924년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무려 100년전에 발표된 추리소설인데 놀랍도록 세련되었습니다.

주인공은 일란성 쌍둥이 입니다. 그의 형과는 놀랍도록 닮아서 주변 사람들도

구별이 힘들었죠. 모든 것이 자신보다 뛰어났던 형을 질투하여 쌍둥이인 형을 죽이고 맙니다.

치밀한 계획에 의해 사람을 죽이고 그 희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는

그 이후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기 어려운 방법으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합니다.

그가 자백하듯 털어놓는 화법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마치 연쇄 살인범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는듯 하여

묘한 섬뜩함이 있습니다.

일곱번째 소설인 '춤추는 난쟁이'는 1926년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읽으면서 극도의 긴장감을 가지게 되었던 짧지만 강력한 소설이었습니다.

어느 서커스 단에 로쿠라고 하는 난쟁이 단원이 있었습니다.

서커스 단원들은 언제나 그를 병신이라며 조롱하고 괴롭혔죠.

어느날 술이 거하게 취한 단원들은 언제나처럼 그를 지독히도 괴롭혔고

만신창이가 된 난쟁이 로쿠씨에게 미인 지옥문을 해보라고 합니다.

미인 지옥문은 말 그대로 미인을 작은 상자에 넣고 칼을 상자에 꽂는 마술이죠.

조금전까지 그를 잔뜩 조롱하던 공타기 묘기를 하는 아름다운 오하나가 자원을 하고

상자로 들어갑니다.

칼이 꽂힐때마다 그녀의 비명이 울립니다. 너무나 생생한 마술에 모두들 박수를 치며

좋아라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열네번째 칼을 꽂은 후 늘 그렇듯 목을 잘라내는 마술이 끝나자

모두들에게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밀려들죠. 그랬습니다.

이건 마술이나 속임수가 아니었습니다.

불이 붙은 서커스 텐트 앞에서 춤을 추는 난쟁이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너무 끔찍해서

꿈에 나올까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열네번째 소설 '애벌레'는 인간돼지로 만들어진 중국의 척부인 생각이 나서 소름이 끼쳤습니다.

전쟁에서 두 손과 두 발을 잃고 몸둥아리만 남은채 귀환한 남편.

그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아내의 시중을 받게 됩니다.

전쟁영웅이라는 칭송도 명예도 반년이 지나자 시들해지게 되고, 그녀의 겪에는

산송장처럼 팽이처럼 방바닥만 돌아다닐 수 있는 몸둥아리만 남은 남편뿐.

그런 남편을 자신의 욕망을 푸는 도구로 사용하는 아내의 이야기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라는 대 작가의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읽으며 인간의 사악함과

간사함, 선량함 속에 숨겨둔 악마적인 모습을 보았습니다.

극한에 몰리게 되는 나타나는 인간의 가장 추악한 모습들은 그의 기담집에 나오는

주인공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가끔, 아니 자주 끔찍한 사건들을 뉴스로 접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인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보통의 사람들에겐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시선을 주고

외로움도 괴로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인간미 있는 세상이 그리워집니다.

100여년전에 쓰여진 작품들이지만 읽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었던 것은

번역의 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끔 읽어도 머리속으로 전혀 들어오지 않은 영미번역 소설들을 접할때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 기담집을 읽으며 껄끄러운 점이 하나도 없어서 가독성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추리소설이나 미스테리 소설을 즐겨 읽으시거나, 에도가와 란포의 팬이시거나,

기금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접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색다른 경험이 되실거예요.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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