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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스트리트
제니 잭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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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뉴욕의 스톡턴 가의 세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뉴욕의 스톡턴 가는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재산을 보유하게 된 부동산 재벌 집안이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 집안인 것이다.
이 집 안의 큰 딸인 달리, 그리고 둘째 딸인 조지애나, 아들인 코드와 결혼하게 되어
스톡턴 가에 들어오게 된 샤샤.
세 여인의 이야기가 차례로 펼쳐지면서 결혼과 육아, 욕망과 편견, 부와 명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꽤 재미있게 풀고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제니 잭슨은 앨프레드 A크노프의 부회장 겸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실제 소설의 무대가 된 브루클린 하이츠에서 살고 있다.
2023년도에 발표된 파인애플 스트리트는 뉴욕타임즈 베스트 셀러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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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드라마에서 단골 소재로 나오는 재벌가로 입성한 평범한 집안의 여성이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소설의 내용은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서로의 시기질투하여 벌이는 온갖 권모술수도 없었다.
재벌가에서 태어났지만 그래서 태생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하지만
맏딸인 달리, 둘째딸인 조지애나, 아들인 코드,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인 칩과 틸다도
인성이 말라 비틀어졌다거나 뒤틀린 인물들은 아니였다.
그래서 이 소설에는 특별히 미워하거나 뒷목 잡게 하는 빌런은 없었다는게 좋았다.
다만 그들도 속물 근성은 남아 있어서 서민 집안에서 시집온 샤샤와 큰딸 달리의 남편인
유색인종(한국인)인 맬컴은 집안 모임에서 외부인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밝고 예의바르고 가족들을 이해하고 껴안을려고 하는 샤샤의 진심과
실력과 능력을 갖추었지만 유색인종으로 재벌가에 들어간 사위인 맬컴을 인정하고
가족으로 뭉쳐져 가는 것을 보면서 재벌가라는 별스러움 보다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인물들이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가는데는 그 만큼의 시간과 서로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서 유쾌하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흔히 우리는 돈이 많으면 행복도 뒷따라 오는 것이라 착각하고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돈이 많으면 편리할 뿐이지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첫째딸 달리는 한국계 미국인 남편과 사이가 좋다. 그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그녀이지만
남편이 뜻하지 않는 일에 휘말려 잘 나가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자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남편이 어서 빨리 재취업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가족들에게 남편의 실직을 말하지 못하는 사이에 남편인 멜컴의 아직도 본인이
스톡턴 가의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스트레스와 자존감에
상처를 받게 된다.
실제로 둘째딸 조지애나는 아직 20대로 신탁으로 매달 들어오는 막대한 돈으로
돈 걱정 없이 화려하게 살고 있다.
조상이 물려준 막대한 유산 덕분에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며 그녀 나름대로 우월의식과
인종차별적인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유부남인 브래디를 사랑하고,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와의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연애를 이어가다
결국 그가 비행기 사고로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았을 때는 하염없는 슬픔의 늪에 빠져
미친듯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돈이 많다고해서 다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행복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가족중 제일 대책없는 재벌가 딸래미 역활을 맡았던 조지애나는 나중에 생각의 틀을
고쳐먹고 어머어마한 상속 재산을 거부하고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하고자 하는 밀레니엄 세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간으로써 한단계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민 집안에서 재벌가로 시집을 가게 된 샤샤.
그녀는 알게 모르게 집안에서 인정 받고자 항상 시댁의 눈치를 보고
하고 싶은 말도 의견도 내지 못한다. 너무나 서민적인 자신의 친정 식구들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시댁에 잘 보일려고 친정 식구들과 소원했던 자신의
탓하기도 한다.
이렇듯 이 소설의 세 여인들의 각자의 자리에서 때로는 즐겁고 행복하고
때로는 불행하고 때로는 상대를 미워하고 때로는 자신을 탓하면서 매일 조금씩
성장해간다. 재벌가의 이야기보다는 각자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위화감 없이 오히려 친근감이 들게하는 소설이었다.
등장 인물들의 행동이나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지며 제법 두꺼운 책이었지만
한편의 미드를 보는듯 내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는 극한의 더위 속에서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앞에 두고 뉴욕의 브루클린을 거닐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피서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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