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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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재인 작가님의 소설을 빠트리지 않고 찾아서 읽고 있는 이유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평범한 인물들이 없어서였다고 할까..

누구에게 쉽게 꺼내놓을 수 없는 아픔을 삼키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의 아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어버리는 신기한 경험들을 많이 해서이다.

이번에도 아픔 많은 등장인물들로 인해 비겁하게시리 위로를 받고자 했던 얄팍한

마음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제목에서부터 응?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계란프라이 자판기라니, 가만있자 그런게 있었던가..

궁금증을 못이겨 소설을 읽기 전에 검색을 해보니, 아..이런! 정말 자판기가 있었다.

있었다고 하는것은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고 지금은 사라졌는지 안보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까지 500원을 넣고 완숙, 반숙을 고를 수 있었다고 하니 나만 못본건가 신기할 따름이다.

'내가 살던 동네엔 말야, 계란프라이가 나오는 자판기가 있었어'

잘난척 하고 싶어서 시작된 말이 발단이 되어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세 친구,

지택, 은청, 지나는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 나서는 동아리를 만들게 된다.

다큐형태로 비디오로 찍으면서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나서는 12살의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라니 설정부터가 귀여워서 가벼운 마음을 읽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내 마음과 달리 나는 곧 마음이 한껏 무거워졌다.






책을 읽으면서 11살, 12살의 내 모습은 어떠했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초등학교때 교실 안의 모습들을 기억을 되짚어 더듬어보게 된다.

사춘기가 막 시작되는 아이들의 세상에서 어른인척 애써 쎈척하는 친구들도 있고,

다른 친구를 부러워하여 험담하고 질투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잘 보일려고 나대는 아이들도 있었고

장애가 있거나 학습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은근 무시하고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부모님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자란 친구들은

말이 거칠고, 교실내에서 자주 폭력을 사용하였다.

자신의 입장이 난처해질듯하면 거침없이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은 학부모 사이에서도 말이 돌아서 결국 '그 아이와 놀지마'라는 말로 되돌아 온다.

소설 속에서는 그렇게 질 나쁜 아이가 되어버린 지택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어른이 되어 만난 은청과 지나가 지택의 장례식에서 만나게 되는 첫장면은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뒤늦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 이렇게 어둡고 무거운 생각을 할까..라고 말하는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일부 훼손된어른이거나,

별 어려움 없이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 시절 딱 맞는 철딱서니를 가졌던 아이가

어른이 된 경우일것이다.

솔직히 아이들의 세상이나 다 큰 성인이 된 지금이나 몸집만 커졌을 뿐, 그때와 별만 크게

다를바 없는 고민을 하고 상처를 받고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어른이 되지 못하고 몸만 커져버린 어른아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많다.

그때는 교실 안과 교실 밖이었지만 지금은 회사와 회사밖이 되었을뿐..

시기와 질투, 악플과 험담, 무리내 따돌림은 어른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빈번하게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기억 속에 두고왔던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렸다.

어른들이 걔는 질 나쁘니 같이 놀지 말라고 하던 그 친구는 결국 나쁜 길로 빠져서

형무소를 들락거린다는 소식을 들었고,

간질로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서 반 아이들의 기피대상 1호가 되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조차 없다.

그런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못했던 나도 방관자였고, 어쩌면 동조자였는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내 마음속에 남아 있던 미안함이 이 소설을 읽는동안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폭발하여 흘러나와 한동안 허둥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더 허우적거리며 마음이 많이 아릴듯 하다.

지금보다 강하지 못했던 연약하고 여렸던 어린 나를 딱 한번 만나서 보듬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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