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산다
가쿠타 미츠요 지음, 김현화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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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20대 때..


나한테 40 이라는 나이가 올까... 라는 아주 발칙한 생각을 했었다.

나의 20대는 가만 있어도 반짝반짝 빛이 났고 자신감으로 가득했으니까..

낯 뜨거운 자랑질 같지만 이때는 누구나 존재 자체만으로 빛이 날 때다.

그러니 손가락 질은 말아주시라..


밤을 새워 나이트 클럽에서 놀아도 담날 말짱하게 일어나 학교를 갔다.

말 술을 마시고 변기통을 끌어앉고 토해도 담날 콩나물 해장국 한그릇이면

눈에 총기가 돌아왔다..(쓰면서도 이게 자랑인가 싶다..ㅠ.ㅠ )


신체 장기들도 성능이 좋아 숟가락을 뺏기 전까지 절대 먹는 걸 멈추지

않던 나의 어마무시한 식탐에도  위의 기능은 첨단 시설을 갖췄는지

고장 한번 안나고 다음 끼니 때가 되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세상 무서울게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 호기로움도 잠시 눈 깜짝할 사이에 서른이 되었고,

숨 한번 돌리니 마흔이 되어 있더라.

그리고 그 후로도 시간은 쏜살 같이 흘러 이제 쉰을 바라보고 있다.

그것도 바로 코 앞에서..


내 얼굴은 대책없는 개기름(?) 덕분에 같은 나이 친구들보다 주름이 적다

성능 좋은 B.B크림 덕분에 기미, 주근깨도 깜쪽같이 가릴 수 있다.

염색으로 흰머리도 매력적인 갈색으로 바꿀 수 있어 오히려 더 도시 여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속임수도 밤마다 "아이쿠.. 다리야..어깨야.." 하고 내지르는 소리를

막을 수는 없더라.

책을 읽는데 불편하기 시작하고, 바늘 귀에 실을 꿰는게 슬슬 짜증나기  시작한다.

하루 밤 잠을 설치면 3일 낮이 괴롭다.

쇠도 녹일듯하던 나의 위장도 나이가 들어 역류성 식도염에 걸리고 나서부터는

기름진 고기 몇 점에 볼쌍사납게도 끄억끄억 신트림을 한다.

소주 한 병이면 세상이 노골노골 해져보이고.. 두 병이면 너덜더덜 해진다.

'예전 같지 않은 몸'을 느끼면서 나는 내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내 몸과 타협하는 것!! 

요즘들어 더욱 심하게 공감한다.


반갑게도(?) 이런 나와 꼭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작가의 책을 발견했다.

일본 작가인 가쿠다 미쓰요(角田光代)의 [무심하게 산다]...라는 책이었다.

원제 わたしの容れもの.

1967년생인 작가는 나보다 두어살 위다.

그러니 보는 몸이 내지르는 비명 소리도 비슷하게 듣고 비슷하게 반응하나 보다.

나만 이렇게 쪼그라드는게 아니구나. 다들 마찬가지구나..하는 공감은

묘하게 사람을 안심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괜히 신이 났다. 나 혼자 반가워서 작가한테

동질감과 연대감마저 생겨 친한 동네 언니 한명 얻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말에 낄낄 웃기도 하고.. 맞네 맞아 하면서 "작기 언니"에게

완전 빙의되어 코 끝이 살짝 찡해지기도 하면서 자유자재로 감정 이입이 되었다.


적지 않은 나이를 먹은 여성들만이 느낄 수 있는 '익숙한듯한 낯설음'

그것이 50여년 같이 해온 너무나 익숙한 내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낯설음을 느낄 때

생경한 그 무엇인가 가슴을 친다.

아픔과 슬픔이 묘하게 섞인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 달랐다.​ 

가쿠다 미쓰요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놀랐던게 한 가지있다.

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를 적은 그녀의 에세이에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내가 감히 범접하지 못한 부분이 그녀가 "나이듬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 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이드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라니.. 두려움이 아니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덜 늙어보일까 젊게 살까

전전긍긍 고심하곤 하다. 보톡스도 맞고, 레이저 시술로 기미, 주근깨, 점도 다 빼고

마사지 샵에서 얼굴 경락을 받으며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쓰길 주저하지

않는다. 확실히 외관은 리모델링하면 깔끔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부 철골등은 이미 삭고 있다.

허무하고 이렇게 삭아가는 건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는 세월에 맞서기보다는 지금의 나와 사이좋게 살아가는 법을 택했다.

덕분에 그녀가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는 여유로움이 있다.

우아함이 있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온다.

잔고가 넉넉한 통장을 갖고 있는 사람같다.

괜히 부럽다. 살짝 질투가 날듯도 하다.

(하지만 처음에 내 맘대로 정한 동맹의식 때문에 질투는 참기로 한다)

응원을 하고 닮고 싶다.

동네 언니 같은 작가와 함께 그렇게 여유롭게 나이를 먹으며

슬로우 슬로우 퀵 퀵..하고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가는 내 몸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그렇게 나이를 먹고 싶다.


갱년기인가...하고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 분이라면

절대 이 책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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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괜찮습니다만,
이윤용 지음 / 예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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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작가이신 이윤용님의 책을 읽는 건 처음이다.

'저는  괜찮습니다 만,' 이라는 책을 읽으며 나는 또 한번 생각했다.

그래..맞아.. 방송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지...


글을 맛깔스럽게 쓸 줄 아는 사람..

읽는 사람이 무의식 중에 "힛~!!" 하고 웃음이 나올 수 있도록

공감 할 수 있는 글을 쓸 줄 아는 사람..

글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사람..

그런 면에서 이윤용님은 타고난 방송 작가구나 싶었다.


업무가 많이 바쁘지 않을 때 사무실에서 자주 라디오를 튼다.

시간대 별로 이 채널 저 채널 돌려가며 좋아하는 디제이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라디오와 함께 한 구력이 상당한 사람들이 주로 이 방법을 택한다.

(대부분은 한 채널 고정으로 틀어놓고 듣다말다 할껄..)


가끔 라디오를 듣다 보면 오프닝 멘트가 확~~ 마음을 끌 때가 있다..

홀라당 마음을 빼앗겨 고개를 끄덕이며 듣다가 이런 멘트를 쓰는 작가가 누군지

궁금해질 때가 더러 있다.

나는 이 책을 라디오의 오프닝 멘트를 듣는 심정으로 읽었다.

(그건 아마 이 글을 쓴 작가가 방송작가라는 사전 정보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윤용님의 글을 읽는 내내 나는 유쾌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이 먹고 혼자 산다는 것은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다른 사람 눈에는

조금은 걱정스럽고,조금은 한심스럽고, 조금은 꾸질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40 중반에 양반다리 하고 앉은 작가의 하루하루는

결코 칙칙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당차게 살아가는 모나지 않고 동글동글 귀여운 느낌..?!?!!



여태 혼자 살아? 아무하고라도 결혼해야지.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일 없으며 백수 아냐?

그렇게 철이 없어서 어떻개 해? 맹탕이구나 맹탕..

결코 녹록지 않은 타인의 시선 속에, 저는 이제 답을 준비합니다.

- 저는 괜찮습니다만,  (서문 中에서 )

 

 

 

 

사랑에 관한 작가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일러스트 그림과 함께 가득하다.

일부러 이쁜 척 글에다 화장을 시키지 않았다.

비비크림 정도에 연한 립그로스 정도 바른 느낌의 글이다.

(여자의 민낯과 두꺼운 화장은 둘 다 부담스럽다..)


무겁지 않다. 부담스럽지 않다. 칙칙하지 않다.

그래서 독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같이 웃고

같이 욕하고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


작가의 주변인들이 들려주는 결혼에 관한 이야기, 연애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작가의 연애 실패담등 다양한 경험들을 소소한 에피소드와 함께 적어내려간

시집 안간 골드미스 후배와의 수다 타임 같은 책이다.


 

 

나이에 비굴해지지 않고  사랑을 포기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결혼과 사랑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싱글 여성들의 마음이 여기저기서 엿보인다.

결혼한 친구가 부럽기도 하고 연애하는 친구한테 질투가 나기도 할것이다.

마냥 행복할것 같은 부부도 이혼을 하고

천년만년 변할것 같지 않은 연애도 깨지는 걸 보며

"혼자사는 내가 젤 맘 편해.."라는 생각도 들겠지.

혼자라는 두려움과 함께라는 유혹 사이에서 서성이며 앞으로도  시간들도

보내겠지만 그 어떤 선택을 하던 반짝이는 삶을 살아갈..

그대들에게 권해주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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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을 일 리스트
파(pha) 지음, 이연승 옮김 / 박하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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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쟤는 커서 뭐가 될려고 그러는지 몰라"

동생이 받아온 터무니 없는 산수(내가 국민학교 다닐때는 수학이 아닌 산수였다) 점수를

보고 내가 기가 차서 투덜거리자.. 어머니는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놔둬라.. 사람은 본디 태어날 때부터 지 밥그릇은 지가 챙겨서 나오는 법이다"


어머니의 이 말씀이 얼마나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는 말인지

그 시절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나이가 들어 그때의 어머니만큼의 세월이 쌓이고 나니..

천마디 말보다 더 힘이 되는 말이라는 걸..이제서야 깨닫는다.


[하지 않을 일 리스트]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몇십년 전..

어머니가 해주셨던 그 말씀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천성이 게으르고 무한 경쟁 시대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사회의 루저 같은 사람들도 다 자기 밥그릇 챙기고 있다는 것을..

아무리 부자라도 하루 열끼를 먹지 못하듯..

아무리 돈이 없다해도 굶어 죽지 않은 요즘..

죽어라 일해서 돈 벌려고 바둥거리는 사람보다

빈둥빈둥 놀것 놀면서 밥먹고 사는 베짱 편한 사람들을

모자르다고 누가 손가락질 할것인가..


솔직히 나도 한게으름 하는 편이다.

이만큼 살아오다보니 나의 게으름이 덕이 된 적도 결코 적지 않지만..

왠지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라고 내 입으로 말하는게 부끄러워

(부끄럽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나는 늘상 바쁘다..바빠 죽겠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면서 은근히 나는 잘 나가는 사람이다..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을 쇄뇌시키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곰곰 생각해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 책의 저자인 파(phr)는 일본에서 유명한 니트족 이다.

여기서 말하는 니트족은 진학이나 취업을 하지 않으면서 직업 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먼 미래의 행복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고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보다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 사는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집단...을 

일컷는 말이다.

좋게 보면 아주 간지나게 멋지고..나쁘게 보면 게으른 루저다.


일본은 버블 경제가 무너지고 젊은 이들의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청년 실업자들이

넘쳐났다. 죽어라 일해도 평생  내 집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긴 청년들은

집을 포기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급기야 취업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만 하는 프리타가 생겨나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게임이나 하는

히키코모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쟁 후 미친듯이 일하는게 미덕이라 여겼던 장년층들의 눈에는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 한심스럽고 심히 걱정스러운 청춘들인 것이다.

그런 3포, 4포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고울리가 없을것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2017년 대한민국도 그런 일본의 어두운

면을 참 많이.. 부지런히 닮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고학력 실업자를 해마다 순풍순풍 양산하고 있고

소위 말하는 88만원 세대들의 고된 현실이 결혼도 직장도 포기하게 만든다.

사회는 또 이러한 젊은이들에게 격려랍시고

목표를 갖고 희망을 버리지 말고 눈을 돌려 해외로 나가라며 밖으로 내 몰고 있다.


솔직히 사회가 이러한 청년들을 한꺼번에 휘몰아 치지 않아도

무한 경쟁을 즐기는 진취적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여타의 이유들 때문에 경쟁사회에서 한걸음 물러나서

유유자적 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이런 모양새로..저런 사람은 저런 모양새로 살면 되는 것이다.


나와 같지 않다고..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할 이유도

손가락질 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것이다.


솔직히 내가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속으로 이런 생각도 했었다.

"차암.. 팔자 좋은 소리 하시네.. 사회에 부적응자들 소위 말하는 덕후나

히키코모리들의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너네들이 결혼을 안해서 그렇지

결혼을 해봐라.. 당장 입이 몇개나 늘어나는데 팔자 편하게 하고 네가 싶은거나 하면서

그렇게 살 수 있을것 같아? "


삐딱선이라고 할지..아님 나는 그렇게 못하고 사는데..

일주일에 달랑 2~3일 일하고 딩굴거리며 시간을 맘껏 쓰고 사는

니트족에게 질투가 난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무튼 처음에는 뭔 얼토당토 않은 소리하냐..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참 특이하게도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저자의 말이

틀린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하게 공감이 가면서 굉장히 우호적으로 바뀌는 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 엄청 부럽네,가능하면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아주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책을 읽으면서 속이 후련해지는 면도 있었다.


노후까지 생각하여 제대로 된 직업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을 어엿하게 키우고 나이든 부모님을 착실히 부양해야 한다.

언제 닥칠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보험도 들어야하고

저축도 해야하고 자격증도 따둬야 한다.

취미생활도 해야지 삶이 쓸쓸하지 않는다.

명품 한두개씩은 가져야지 어딜 나가도 낯이 선다..등등..

하지 않으면 안되고 해야 할 일들 투성이인 삶이 참 퍽도 고되다 싶다.


까이거 그런거 없다고 해서 당장 죽는것도 아닌데...

조금만 내려놓으면 세상이 노골노골 해지는데...

저자는 그렇게 나에게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다 길이 있다..라고

말하는 듯 하다.


수 많은 자기 개발서들이 이렇게 해야한다. 이렇게 살아야한다..라고

강요하는 것에 반해..

이 책은 그딴거 다 필요없어. 안해도 안굶어죽어. 네가 하고 싶은것을 해봐..

라고 말한다. 당연히 귀가 솔깃 해진다. 읽다보면 피식피식 웃게 된다.


몇 일전 지인을 만나서 술을 한잔 했다.

죽어라 일했는데도 좌천되다 시피해서 전보다 낮은 보직으로 배치를 받았단다.

있는대로 낙담한 지인은 뭐할려고 돈벌려고 아둥바둥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그 책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죽어라 일을 하고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돈을 쓴다..결국 평생 그렇게 돈을 벌고 돈을 쓰면서 아둥거리며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내 말을 어느 정도 이해했을지 모르겠지만

쓰임새만 좀 줄이고 욕심만 좀 줄여도 숨통 조이는 숨막힘은 좀 덜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턱도 없는 산수 점수를 받아오던 내 동생은..

지 밥그릇 지가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시던 어머니의 믿음과 기다림 덕분인지

중학교때 반에서 1~2등을 하더니 고등학교때는 전교에서 1~2등을 하고

명문 대학원까지 나와서 지금은 고등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다.

밥그릇으로 치자면 제대로 철밥그릇을 가지고 있는 셈이니

어찌보면 나보다 훨씬 낫다.


다르다고 모자르다고 닥달하지 말자.

[하지 않을 일 리스트]는 세상을 보는 눈이 넉넉해지는 책임에 분명하다.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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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 너에게 보내는 편지, 완글
하태완 지음 / 넥서스BOOKS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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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결국은 사랑이다.

우리네 삶을 찬란하게도 비참하게도..

화사한 핑크빛으로 칙칙한 회색빛으로

물들게 하는

그것은 결국 사랑이다.


완벽하지 않은 나의 삶과

완전하지 않은 사랑을 글로 쓴다는 작가 하태완의 글처럼

이 책은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는

작가의 따뜻한 위로의 글이었다.


이 책에는 총 다섯개의 part로 되어 있다.



PART 1 사랑 이전에도 사랑이

PART 2 사랑, 그 찬란한 이름

PART 3 사랑, 그 복잡한 이름

PART 4 주위를 돌아봐 

PART 5 한걸음씩 황홀한 현재를

사랑이 시작되기 전..그리고 황홀한 사랑이 ~ing일때..

그 찬란했던 사랑이 빛을 잃고 마침표을 찍었을 때..

사랑에 헤매는 그 마음들​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토닥여주는

그런 책이다.


 

글 한줄 한줄에는 함부로 할 수 없는 진솔함이 묻어있고

한마디 한마디에는 애처로울 정도의 간절함이 담겨있다.

참 야무지게도 사람의 마음을 움켜 잡는 그 글들을

나는 몇 번씩 읽고 수첩에 필사를 하며

나와 같은 감정들을 느끼고 있을 수 많은 아픈 사랑들과

함께 했다.


미숙한 위로가 아니었고

섣부른 공감도 아니었다.

사랑을 겪어 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그 감정들을

작가 하태완은 하나하나 부족함없이 이 책에다 적어두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여린 마음들에게

그 사랑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주고..

이제 막 사랑이 끝난 까끌거리는 마음들에게

다시 새로운 사람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사랑스럽고도 든든한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신기하게도 참 여러 종류의 사랑 이야기를

주위에서 듣게 되었다.

세상의 상식으로 따지자면 손가락질 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이야기도

있었고

사랑이 끝났을때 추잡하기 그지 없는 미저리 같은 사랑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떠한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

세상의 잣대가 아닌 사랑 오로지 그 잣대로만 들여다 본다면..

그 어떤 모양새의 사랑도 축복일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이 수 없이 반복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지리멸렬한 우리의 일상에 찾아 온 사랑은

밋밋한 요리에 스파이시 같은 거겠지..

그러니 그 어떠한 사랑이라도 축복이지 않을 수 없다.


사랑 할때 만큼은 아름답게 

그리고 그 사랑이 끝날 때는 우아하게

그런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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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들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10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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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상은 하고 있었다..

요시다 슈이치가 그의 소설 [일요일들]에서 일요일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낼지..

적어도 햇살이 쏟아지는 꽃피는 봄날, 사랑하는 이와 손을 맞잡고

도시락을 싸서 룰루랄라 피크닉을 떠나는 그런 블링블링한 일요일은 아닐거라는 것..


어떤 이들에겐 절망같은 평일을 보내고 

가슴 설레이며 맞는 찬란하게 빛나는 일요일일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에겐 평일보다 오롯이 혼로 남는 지독히도 고독한 일요일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소설 속에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지만 고독하고 불안감 가득한

5편의 각기 다른 일요일들이 등장한다.

그 일요일들을 보내는 각각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요일의 아르바이트]

임시직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마저 일거리가 끊어지자 백수로 지내고 있는 와타나베.

"요즘 집에서 내놓는 쓰레기에서 부쩍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얼마 전부터, 익숙하지 않지만 스스로 밥을 지어 먹기 시작했기 때문인

탓도 있다.

쓰레기들은 꼭 일요일 밤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아파트 1층 쓰레기 집하장에 버린다"


일요일 밤에 쓰레기를 가져다 버리러 가는 후줄근한 모습이 오버랩된다.

꼭 내 모습 같아서 씨익 웃었다.


사귀던 게이코가 한국 여권을 가진 재일 한국인이라는건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였다..하지만 그녀가 간호대학쯤 다닐거라 어림 짐작 하고 있었지만 알고 보니 의과대학을

다니는 외과의사 지망생이라는 알게 되었다. 

알바로 벌어먹고 사는 그에겐 껄끄러운 일이다.

자격지심이라고 할까.. 그녀와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일요일의 피해자]

"치카게의 전화를 받고 자초지종을 들은 것은 사건이 난지 이미

2주일이나 지난 일요일 밤이었다.

나츠키가 침대 속에서 몇장 남지 않은 소설책을 마저 읽고 있을

때였는데, 만약 그때 막 책을 읽기 시작했더라면 전화는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츠키는 친한 친구인 치카게가  강도를 당하게 된 걸 알게 된다.

일요일 밤, 소설책을 팔랑거리던 여유로움이 치카게의 전화 한 통화로

순식간에 그녀의 아늑했던 공간이 위험한 공간으로 느껴지게 된다..

나츠키는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는 자신을 주체를 못하고

그녀는 애인의 집으로 택시를 타고 달려간다.



[일요일의 남자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소원하게 지내던 아버지가 친구분의 자제 결혼식 때문에

동경으로 상경하여 몇 일 아들 집에 묵고 가겠다고 한다.

작은 일이 아니구나..라고 아들인 게이고는 생각한다.

좁은 원룸에서 무뚝뚝한 아버지와 아들의 몇일 간의 동거라니..

생각만 해도 어정쩡하다.

이 둘은 어색한 관계를 만회하고 어머니의 빈 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게이고는 마키가 죽은 이후로 제대로 잠을 잠 적이 없었다. 수면 부족으로

속이 메슥거리는데도 눈을 감으면 잠이 달아나고 마키를 데려다 주지 않은 그날 밤의

광경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마키가 차에 부딪히는, 목격하지도 않은 모습까지 마치 자기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눈꺼풀 속으로 선명히 떠올랐다.


그러던 것이 옆에서 아버지가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깜빡깜빡 잠이 들려도 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몇초만 눈을 감고 있으면 몇 주 동안이나 맛보지 못했던

단잠 속으로 온몸이 천천히 빨려 들어갈 것 같다."


[일요일의 운세]

금전운, 사업운, 여자운, 운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다바타를 골치 아프게 만든 것은 여자운이다.

정말 성질 사나운 여자들만 꼬여든다.


왠지 그런 여자들에게만 마음이 가는 스타일인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던 여자애가 와세다 대학을 목푝로 공부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같은 대학을 다닐 요량으로 생각치도 않던 와세다 대학에 턱하니 합격하고 나니

그 여자에는 대학에 낙방,, 결국 그만 혼자 시골에서 상경하여 와세다 대학을 다녔고

졸업하여 뭐뭐 대충 괜찮은 증권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회사를 들락거리는 생명보험회사의 영업사원인 유부녀와 불륜에 빠지고

그녀의 꾐에 빠져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되지만 결국 그녀는 돈벌이가 좋은

그녀의 남편에게 돌아가게 되고 그는 시골 촌구석의 파칭코에서 알바나 하는 신세가 된다.


[일요일들]

노리코는 일반직을 그만두고 파견직을 선택하게 된다.

때마침 그녀가 한참 일하던 20대 중반 , 이미 사회에는 불경기라는 말이 떠돌고

있었고, 정규직 채용에 부담을 가진 회사들마다의 사정 때문에 파견직의

채용이 많아 오히려 일하기는 쉬웠다.


교이치는 노리코가 기치조지에서 이사를 할 때

이삿짐 배달을 의뢰한 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노리코는 자기가 왜 그렇게 교이치에게 빠졌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날 이삿짐을 다 옮기고 교이치는 불쑥 '내일 데이트하자'라고 말했다"

그렇게 사귀게 된 두 사람이지만 얼마쯤의 시간이 흐르자 교이치는 교모하게 노리코에게 손찌검을

하기 시작한다. 노이코는 교이치의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가고

그녀는 마음에 멍이 들어간다.



이렇게 각각 별개의 단편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상처와 아픔들을

가지고 있다. 애써 상처에 무감각 할려고 노력하지만

숨길려고 해도 드러나는 그들의 상처들.


이 5편의 소설들은 각각 다른 내용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는 전혀 뚝뚝 끊어지지 않는다

그건 각각의 주인공들을 연결하는 끈과 같은 매개체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집 나간 엄마를 찾기 위해

큐슈에서 도쿄로 도둑 기차를 타고, 밥을 얻어먹어 가며 온 어린 형제들의 등장이다.


꾀죄죄 거지꼴을 하고, 씻지도 못하여 쉰내가 나는 이 아이들은

5편의 단편 소설 속에 빠짐없이 등장을 한다.

아이들은 소설에서 뜬금없는 장소에서 불쑥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타코야끼를 사주고, 초밥을 사주고, 길을 알려주고, 기차 자리를 양보하고,

아이들을 안고 달래며 아이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보여준다.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극도로 최소화 하고 있는 주인공들의 행동치고는

참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 있어 가출한 어린 형제는 어떤 의미일까..


타인과의 원치 않는 관계 형성은 싫지만 .. 그래도 타인의 아픔을 내 몰라라

할 수 없는  현대인들의 서툴고 외로운 대인 관계를 나타내는 건 아닐까..

또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만큼

마음 한구석이 뻥하니 뚫린것처럼 .. 허전하고 외로운 걸까..

아님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 있는 상처에 대한 자아치료인걸가..

아무튼 어린 형제들의 행방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고 마지막편이 [일요일들]에서

아이들의 그후의 행적이 밝혀진다.


대부분의 일요일들을 나는 참 지리멸렬하게 보내고 있다.(특히 요즘..)

주말이 다가오는 목요일, 금요일이면 내 머리속은 주말 계획으로 사정없이

돌아간다.

개봉 영화를 한편 보고, 근사한데서 커피도 마시고, 염색을 하고, 집 주위 산책로로 산책나가야지..

하지만 그런 결심은 휴일 늦은 시간에 부시시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휴~~ 하는 긴 한숨과 함께 날아가버린다.


약속도 없고, 외출하기도 귀찮은 일요일..

가족들도 다 나가고 없는 텅 빈 집에 홀로 남게 되면..

나는 휴일의 야속한 여유로움에서 허우적 거린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고독한 일이다.


그렇다,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모두 이러한

일요일들을 보내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이 겪는 고독과 왠지 모를 불안감은..

홀로 남게 되는 일요일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러한 모습을 저자는 아주 담백하게 부족함 없이 소설에서 그려내고 있다.


요시다 슈이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고 명쾌하게..

선명하게 그려내는 화가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의 그림을 보는 듯이, 영화를 보는 듯이 그림이 그려지는 소설이다.


그의  [일요일들]은 참 읽기 쉬운 소설 책이다.

껄끄러운 곳 하나 없는 매끈한 미인의 등을 어루만지는 느낌이다.

대중성 또한 갖추고 있어서 앞으로 일본 대중 문학을 이끌어나갈

대표 인물일 될거라 나는 생각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 그려진 일요일의 이미지...

(허접한 필력이라 부끄럽지만.. 솔직한 느낌을 적어보면..) 


어두어둑 해가 지기 시작하고 전봇대의 그림자가 길어진다...

사람의 인기척이 드문 붉은 골목길에 냉기 머금은 바람 한점이 훝고 지나간다.

내 방 창가에 어둠이 기웃 거릴때 쯤, 멀리서 고양이 울음 소리 들린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고요하고 ..고요하고..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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