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들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10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예상은 하고 있었다..

요시다 슈이치가 그의 소설 [일요일들]에서 일요일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낼지..

적어도 햇살이 쏟아지는 꽃피는 봄날, 사랑하는 이와 손을 맞잡고

도시락을 싸서 룰루랄라 피크닉을 떠나는 그런 블링블링한 일요일은 아닐거라는 것..


어떤 이들에겐 절망같은 평일을 보내고 

가슴 설레이며 맞는 찬란하게 빛나는 일요일일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에겐 평일보다 오롯이 혼로 남는 지독히도 고독한 일요일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소설 속에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지만 고독하고 불안감 가득한

5편의 각기 다른 일요일들이 등장한다.

그 일요일들을 보내는 각각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요일의 아르바이트]

임시직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마저 일거리가 끊어지자 백수로 지내고 있는 와타나베.

"요즘 집에서 내놓는 쓰레기에서 부쩍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얼마 전부터, 익숙하지 않지만 스스로 밥을 지어 먹기 시작했기 때문인

탓도 있다.

쓰레기들은 꼭 일요일 밤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아파트 1층 쓰레기 집하장에 버린다"


일요일 밤에 쓰레기를 가져다 버리러 가는 후줄근한 모습이 오버랩된다.

꼭 내 모습 같아서 씨익 웃었다.


사귀던 게이코가 한국 여권을 가진 재일 한국인이라는건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였다..하지만 그녀가 간호대학쯤 다닐거라 어림 짐작 하고 있었지만 알고 보니 의과대학을

다니는 외과의사 지망생이라는 알게 되었다. 

알바로 벌어먹고 사는 그에겐 껄끄러운 일이다.

자격지심이라고 할까.. 그녀와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일요일의 피해자]

"치카게의 전화를 받고 자초지종을 들은 것은 사건이 난지 이미

2주일이나 지난 일요일 밤이었다.

나츠키가 침대 속에서 몇장 남지 않은 소설책을 마저 읽고 있을

때였는데, 만약 그때 막 책을 읽기 시작했더라면 전화는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츠키는 친한 친구인 치카게가  강도를 당하게 된 걸 알게 된다.

일요일 밤, 소설책을 팔랑거리던 여유로움이 치카게의 전화 한 통화로

순식간에 그녀의 아늑했던 공간이 위험한 공간으로 느껴지게 된다..

나츠키는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는 자신을 주체를 못하고

그녀는 애인의 집으로 택시를 타고 달려간다.



[일요일의 남자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소원하게 지내던 아버지가 친구분의 자제 결혼식 때문에

동경으로 상경하여 몇 일 아들 집에 묵고 가겠다고 한다.

작은 일이 아니구나..라고 아들인 게이고는 생각한다.

좁은 원룸에서 무뚝뚝한 아버지와 아들의 몇일 간의 동거라니..

생각만 해도 어정쩡하다.

이 둘은 어색한 관계를 만회하고 어머니의 빈 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게이고는 마키가 죽은 이후로 제대로 잠을 잠 적이 없었다. 수면 부족으로

속이 메슥거리는데도 눈을 감으면 잠이 달아나고 마키를 데려다 주지 않은 그날 밤의

광경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마키가 차에 부딪히는, 목격하지도 않은 모습까지 마치 자기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눈꺼풀 속으로 선명히 떠올랐다.


그러던 것이 옆에서 아버지가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깜빡깜빡 잠이 들려도 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몇초만 눈을 감고 있으면 몇 주 동안이나 맛보지 못했던

단잠 속으로 온몸이 천천히 빨려 들어갈 것 같다."


[일요일의 운세]

금전운, 사업운, 여자운, 운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다바타를 골치 아프게 만든 것은 여자운이다.

정말 성질 사나운 여자들만 꼬여든다.


왠지 그런 여자들에게만 마음이 가는 스타일인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던 여자애가 와세다 대학을 목푝로 공부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같은 대학을 다닐 요량으로 생각치도 않던 와세다 대학에 턱하니 합격하고 나니

그 여자에는 대학에 낙방,, 결국 그만 혼자 시골에서 상경하여 와세다 대학을 다녔고

졸업하여 뭐뭐 대충 괜찮은 증권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회사를 들락거리는 생명보험회사의 영업사원인 유부녀와 불륜에 빠지고

그녀의 꾐에 빠져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되지만 결국 그녀는 돈벌이가 좋은

그녀의 남편에게 돌아가게 되고 그는 시골 촌구석의 파칭코에서 알바나 하는 신세가 된다.


[일요일들]

노리코는 일반직을 그만두고 파견직을 선택하게 된다.

때마침 그녀가 한참 일하던 20대 중반 , 이미 사회에는 불경기라는 말이 떠돌고

있었고, 정규직 채용에 부담을 가진 회사들마다의 사정 때문에 파견직의

채용이 많아 오히려 일하기는 쉬웠다.


교이치는 노리코가 기치조지에서 이사를 할 때

이삿짐 배달을 의뢰한 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노리코는 자기가 왜 그렇게 교이치에게 빠졌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날 이삿짐을 다 옮기고 교이치는 불쑥 '내일 데이트하자'라고 말했다"

그렇게 사귀게 된 두 사람이지만 얼마쯤의 시간이 흐르자 교이치는 교모하게 노리코에게 손찌검을

하기 시작한다. 노이코는 교이치의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가고

그녀는 마음에 멍이 들어간다.



이렇게 각각 별개의 단편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상처와 아픔들을

가지고 있다. 애써 상처에 무감각 할려고 노력하지만

숨길려고 해도 드러나는 그들의 상처들.


이 5편의 소설들은 각각 다른 내용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는 전혀 뚝뚝 끊어지지 않는다

그건 각각의 주인공들을 연결하는 끈과 같은 매개체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집 나간 엄마를 찾기 위해

큐슈에서 도쿄로 도둑 기차를 타고, 밥을 얻어먹어 가며 온 어린 형제들의 등장이다.


꾀죄죄 거지꼴을 하고, 씻지도 못하여 쉰내가 나는 이 아이들은

5편의 단편 소설 속에 빠짐없이 등장을 한다.

아이들은 소설에서 뜬금없는 장소에서 불쑥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타코야끼를 사주고, 초밥을 사주고, 길을 알려주고, 기차 자리를 양보하고,

아이들을 안고 달래며 아이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보여준다.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극도로 최소화 하고 있는 주인공들의 행동치고는

참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 있어 가출한 어린 형제는 어떤 의미일까..


타인과의 원치 않는 관계 형성은 싫지만 .. 그래도 타인의 아픔을 내 몰라라

할 수 없는  현대인들의 서툴고 외로운 대인 관계를 나타내는 건 아닐까..

또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만큼

마음 한구석이 뻥하니 뚫린것처럼 .. 허전하고 외로운 걸까..

아님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 있는 상처에 대한 자아치료인걸가..

아무튼 어린 형제들의 행방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고 마지막편이 [일요일들]에서

아이들의 그후의 행적이 밝혀진다.


대부분의 일요일들을 나는 참 지리멸렬하게 보내고 있다.(특히 요즘..)

주말이 다가오는 목요일, 금요일이면 내 머리속은 주말 계획으로 사정없이

돌아간다.

개봉 영화를 한편 보고, 근사한데서 커피도 마시고, 염색을 하고, 집 주위 산책로로 산책나가야지..

하지만 그런 결심은 휴일 늦은 시간에 부시시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휴~~ 하는 긴 한숨과 함께 날아가버린다.


약속도 없고, 외출하기도 귀찮은 일요일..

가족들도 다 나가고 없는 텅 빈 집에 홀로 남게 되면..

나는 휴일의 야속한 여유로움에서 허우적 거린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고독한 일이다.


그렇다,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모두 이러한

일요일들을 보내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이 겪는 고독과 왠지 모를 불안감은..

홀로 남게 되는 일요일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러한 모습을 저자는 아주 담백하게 부족함 없이 소설에서 그려내고 있다.


요시다 슈이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고 명쾌하게..

선명하게 그려내는 화가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의 그림을 보는 듯이, 영화를 보는 듯이 그림이 그려지는 소설이다.


그의  [일요일들]은 참 읽기 쉬운 소설 책이다.

껄끄러운 곳 하나 없는 매끈한 미인의 등을 어루만지는 느낌이다.

대중성 또한 갖추고 있어서 앞으로 일본 대중 문학을 이끌어나갈

대표 인물일 될거라 나는 생각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 그려진 일요일의 이미지...

(허접한 필력이라 부끄럽지만.. 솔직한 느낌을 적어보면..) 


어두어둑 해가 지기 시작하고 전봇대의 그림자가 길어진다...

사람의 인기척이 드문 붉은 골목길에 냉기 머금은 바람 한점이 훝고 지나간다.

내 방 창가에 어둠이 기웃 거릴때 쯤, 멀리서 고양이 울음 소리 들린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고요하고 ..고요하고..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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