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과학, 그날의 진실을 밝혀라 - 셜록보다 똑똑하고 CSI보다 짜릿한 과학수사 이야기
브리짓 허스 지음, 조윤경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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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는 휴일 오후가 되면 티비 채널을 돌리는 것조차 귀찮아질때가 있다.

영혼 없이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고 있는데  어느 경찰이 나와 강연을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중간부터 시청하느라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는데 국립과학수사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분 왈..


야근을 밥 먹듯 하던 어느 날..

호두를 깨서 먹을려는데.. 마땅한 도구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동료 책상 위에 망치가 있더라.

옳다구나 하고선 그 망치로 호두를 신나게 깨서 먹다가 문득

"근데 이 망치는 왜 동료의 책상 위에 있었던 걸까..??!!!!"

전혀 뜬금 없는 장소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던 그 망치는

아마 몇년 전 어느 사건 현장에서 나왔던 살인 무기였지 않았나..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한국의 현실은 이랬다.

범인이 잡히고 수사가 종결 된 사건은 몇년이 지나면 

그때의 증거 자료들이 제대로 보관되지 않고 여기저기 막 굴러다니다가 없어지고 만다..


이 얘기를 듣고 조금 아연해졌다.

우리나라 과학수사는 놀라울 정도로 진보를 하였는데 (하였다고 믿고 있는데...)

과연 범인 검거률은 어느 정도인지.. 우리가 믿고 있는 그 범인이 진범이 아닐 경우는

없었을까..범인을 잡지 못해 억울한 고인과 유가족은 없을까...

정의감이 뚝뚝 흘러내리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아주 가끔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특히 요즘 같이 뉴스 보기가 무서운 때에..

잔인한 살인 사건들과 각종 사고들을 보면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꼭 범인을 잡고 원인을 파악했음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내가 [범죄과학,그날의 진실을 밝혀라]라는 책을 읽게 된 것은 유달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저격한 제목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범죄를 풀어가는 과학 수사의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어떤 식으로

발전을 해왔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가 열광하는 미드 수사물 CSI수사물에서 보여주는 놀라운 과학 기술들이

​처음부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술이 아닌 수세기 전부터 진실을 캘려는 이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조금씩 발전을 해온 것이다.


독인지 약인지도 모르고 남용되어 수 많은 억울한 죽음을 낳았던 비소를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고

범죄자들의 두상등을 오로지 줄자나 각도기 등으로 재서 만든 베르틸롱 측정법..

사람의 지문은 어느것 하나 똑 같지 않다는 알게 되면서 지문 검사가 ..

총알도 지문처럼 특이한 무늬를 남기는 것을 알게 되면서

총​기 분석도 가능해진다.

1950년대에 들어와서야 시작된 혈흔 분석..

그리고 DNA 검사까지...

시대에 따라 사건은 더욱 잔혹해졌고 범죄의 유형들도 교묘해졌다.

범인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여 수사 방법들도 진화를 해오고 있다.

범죄 과학은 최근 수십년 동안 혁신적인 첨단 기술을 이용하게 빠르게 진화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지 흥미 진진하다.


이 책에는 몇백년 전에 실제로 일어났던 중요사건들을 실어놓았다.

피해자와 범인이 현장에 남긴 모든 단서를 파악하여 원시적인이지만(지금 시각으로는) 나름 날카로운

논리와 방법으로 범인을 색출하였다.

읽다보면 굉장히 재미있다..마치 인기 미드인 CSI 옛날 편이라고 해야 하나..

흥미진진해서 읽다보면 또 한편으로는 끔찍한 범죄로 부터

선량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하여 어떻게 노력을 해왔는지 그 기나긴

과정을 엿볼 수 있을 때쯤이면 흥미보다 진한 감동을 받게 된다.


인간의 발자욱은 한발 한발 변화와 진화를 위해 나아간다.

휘청이며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어쩜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만)

수세기에 걸친 노력과 집념이 지금의 범죄과학기술력으로 발전하였다.


지문이 발견되기 전, 경찰은 이미 알려진 범죄자들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 경찰은 1820년대와 30년대에 발명된 사진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연의 일치로 놀랍도록 닮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외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고 수염을 기르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수흐떼의 법과학자 알퐁스 베르틸롱(Alphonse Bertillon)이

더욱 정교한 방법을 개발해 낸다.

베르틸롱은 과학자 집안 출신이었고, 그의 할아버지는 종종 세상에 똑같은 신체 치수를

지닌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베르틸롱은 개인의 독특한 신체 특징을 이용해서

 범죄자 신원 식별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는 죄수의 키, 왼쪽 팔꿈치에서 중지 끝까지의 길이, 머리둘레, 귀의 길이 등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측정 부위가 너무나도 다양해서 두 사람이 같은 치수를 지닐 확률은

2억 8천 6백만분의 1에 불과했다.

드디어 베르틸롱 측정법, 즉 베르틸로나쥬(Bertillonage)의 시행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첫해 다른 방법으로는 놓쳤을 상습적 범죄자 3백 명의 신원을 밝혀냈다. 


p117,지문은 영원하다


DNA는 발견된 지 몇십 년이 지나서야 범죄 과학에서 제 역할을 하게 되었다.

1980년대, 레스터대학교(University of Leicester)의 알렉 제프리스(Alec Jeffreys)는

개인의 DNA 프로파일을 밝힐 수 있는 혈액 검사를 개발한 뒤 이를 범죄 수사에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검사 방식은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변화를 거쳐 오늘날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모든 인간 게놈의 99.9퍼센트가 동일하고, 바로 이 때문에 모든 인간은 서로 놀랍도록

비슷한 모습을 지닌다. 하지만 두 명의 사람이 정확하게 똑같지는 않다.

정확하게 똑같은 게놈은 없기 때문이다.

게놈의 같은 구역을 보면, 누군가는 GCAAT와 같은 글자 배열이 다섯 번 반복되는 반면

다른 사람은 열다섯 번 반복된다.

수사관들은 DNA 샘플과 단 한 명의 용의자를 연결할 수 있다.

물론 100퍼센트 정확한 검사는 없다.

하지만 DNA 검사는 전체 인구 가운데 45퍼센트로 용의자 대상을 좁히는 데 그치는 혈액형 검사보다

놀랍도록 정확하고 훨씬 특정적이다.
p247 10분의 1의 확률


책 곳곳에 흥미보다 귀중한 지식도 꽉꽉 채워져 있다.

읽다보면 내 머리도 꽉꽉 채워지는 느낌이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조각들을 붙여

퍼즐을 풀듯이 사건의 나름대로 분석하고 고급진 전문 지식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범죄 과학, 그날의 진실을 밝혀라] 10점 만점에 9점!!


여담이지만 친구중에 KCSI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가끔 내가 신나서 막 떠들면 그 친구는 나에게 '넌 미국 드라마를 넘 많이 봤구나'한다.

웃고 넘겼지만 그 말을 떠올릴때 마다 내가 티비에서 즐기고 있는 미드 드라마 CSI에 나오는

과학 수사방법이 설마 허구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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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루스 호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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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작가의 낯선 작품을 읽을때는 늘상 그렇지만 소개팅에

나가는 마음처럼 설렌다.

소개팅이라는게 어떤 상대가 나올려나.. 잔뜩 기대와 긴장을 하기 마련이거든.

몇마디 나눠보고 나와 얘기가 잘 통하는 듯 하면..

그때부터 이야기는 파도를 탄다.


반면 대화의 핀트가 안 맞는 사람도 있다.

몇마디 나누다보면 괜히 피곤하고 힘들다.

빨리 집에가서 샤워하고 침대에서 새우깡이나 씹어먹는게 낫게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도 있다.

책으로 치자면 몇 페이지 읽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탁자위로 집어 던져놓은 그런 책이다.


이 책은 나에게 처음엔 어색하고 낯설어서 분위기 서먹하다가

갈수록 진국이네 하면서 뒤늦게 발동 거리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알아갈수록 만나볼수록 매력적인 사람은 만난듯 하다.

다만 그 처음이 살짝 어렵다.

어렵다고 하는 표현은 쉽게 쉽게 책장이 안 넘어간다는 뜻이다.

영어권 문학작품들을 번역할때 특유의 번역체가 주는 약간의 어색함..

덕분에 처음부터 조심스럽게 한문장 한문장을 곱씹어야했다.

여차하면 흐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독자의 입장으로 봐서는 읽기가 껄끄럽지만..

(이런 문체에 나는 유난히 약하다)

한문장씩 정성스럽게 읽어가는 작업 또한

나름대로의 묘미가 있다.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는데.. 사람과 기계가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듯

독자와 작품이 만나 책속으로 들어가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막상 이 책속으로 들어가게 되면..어느 햇살 좋은 날..

장미꽃향기가 만발하고 창문에 드리워진 레이스 커튼으로 오후의 햇살이

들어오는 그 집의 마호가니 탁자위에 꽃무늬가 아름다운 찻잔에 차 한잔 마시며

책을 읽는 느낌에 폭 빠질 수 있다.

"낯선" 작가 루스 호건의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표현력을 느끼면서 말이다.


노신사 앤서니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그의 약혼자가 선물했던

물건을 읽어버린 뒤로

40년 동안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들을 가져와 집안 서재의 서랍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남들 눈에는 참 별거 아닌 그 분실물들을 가져와 소중히 보관해 온 초로의 신사..

그는 세상을 떠난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

자기가 반 평생 수집해온 분실들을 주인에게 되돌려 주려고 한다.

그 대업을 그녀의 비서이며 가정부인 로라에게 맡긴다.


로라가 사랑하는 엔서니의 집과 전 재산..그리고 분실물이라는

뜻밖의 큰 일을 맡게되는 로라..이웃집 소녀 선샤인, 정원사 프레디 세사람은

엔서니의 유언을 받든다.

분실물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들과 그 안에 담여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 미움, 증오등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작가인 루스호건은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수를 놓은

프랑스 자수처럼 이야기들을 펼쳐간다.

​차분히 읽어 내려 갈수록 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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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술사 1 - 기억을 지우는 사람 아르테 미스터리 10
오리가미 교야 지음, 서혜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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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준다는 기억술사..가 있다...라는 도시괴담에서 시작한다.

도시 괴담 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 훨씬 전부터 곰곰 생각해보면 시대를 걸쳐

괴담은 이어져 내려왔고 어린 아이들은 그걸 사실인냥 믿고 공포에 떨곤 하였다.

내가 아주 어렸을때는 "망태 아저씨" 이야기가 있었다.

너도 나도 그렇게 넉넉치 못했던 시절..커다린 망태를 등에 지고 다니며 돈이 될만한 

헌옷이나 종이, 폐품을 줏으러 다니던 넝마주의를 망태 아저씨라 불렀고.

그 망태 아저씨가 아이들을 잡아서 망태기에 넣고서는 아이들이 필요한 데가 팔아버린다는

이야기에 동네 꼬마들이 망태 아저씨만 지나가면 개장수를 만난 개들처럼 절절거리거나

울음부터 터트리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때쯤에는

국적도 다른 "홍콩 할매" 괴담으로 해만 지면 애들이 겁을 내며 밖을 못다녔던 적이 있다.

이 홍콩 할매 괴담은 ​9시 뉴스에도 나올 지경이였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이런 도시 괴담은 하나씩 있었다.

기억술사 1 : 기억을 지우는 사람.. 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오리가미 교야 라고 하는 작가의 작품이다.

비교적 신인 작가인 오리가미는 이 작품으로 2015년 제 22회 이본 호러소설 대상에

응모하여 독자상을 수상하였다.

독자상이라는 말이 보여지듯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오리가미 작가에게 표를 줬다는 뜻이니

독자들로 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책임이 틀림없다.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잊고 싶은 기억들이 한두개씩 있다.

생각만 해도 낯뜨거워지고, 화가 나고, 의기소침해지는 그런 기억들 말이다.

나 또한 그런 기억들이 있다.

이 나이만큼 살아 오다보니 다소 그런 기억들이 희석되어 조금 희미해진 것 뿐이지.

까맣게 고스란히 잊혀지는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기억들일 수로 글자그대로 까맣게 잊는건 정말 불가능하다.

잊혀질 수만 있다면 ​뼈라도 발라 줄 정도로 괴로운 기억이 있다면..

그 기억 때문에 사람이 죽고 살 수도 있는 거라면...

그 기억을 지워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그 기억을 지우건가요..?

대학생 료이치는 선배인 교코를 짝사랑 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과거 치한한테  당한 트라우마로 인해 혼자 밤길을 걷지 못한다.

료이치는 그녀가 공포를 극복하게 해주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그녀는 치유되질 못할 공포에

갇혀 있는듯 했다.​ 그러던 그녀는 기억술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되고..

한참 후에야  그녀를 만나는데..

 

그녀 곁으로 달려가면서 큰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교코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멈춰 서서 ​돌아보더니 의아한 얼굴을 했다.
“무슨 일이에요? 학교에도 안 오고, 휴대전화는 연결이 안 되고…… 

더구나 이런 캄캄한 길을 혼자서.”
“저어.”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교코는 나의 말을 막았다.

“누구세요……?” 
순간 그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선배?”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지는 않았다.

목소리만으로는 사람을 식별할 수 없더라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마주 보고 있는데 나를 못 알아볼 리 없었다.
“……료이치인데요.” ​

짝사랑 하던 그녀는 죽고 싶을 만큼 그녀를 괴롭히던 기억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에 대한 기억도 사라지고 말았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 그녀는 기억술사를 만난게 틀림없다.​

기억술사는 해질녘에 녹색 벤치에서 기다리면 나타나고,

얼굴을 봐도 그 기억조차 사라지기 때문에 그의 정체를 아무도 모르고

기억술사가 한 번 지운 기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호러 소설이라고 했지만 ​무섭지 않다.

오히려 참 애잔하다. 안타깝다.

구성이 탄탄하고 전개도 빠른 편이라 지루할 틈이없다​

이 작품이 1편을 발표한 후에  이어 2편, 3편이 만들어진 이유를 알것같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달리 독자상을 받은게 아니구나 싶었다...

나는 미스테리하지만 로맨틱 하고.. 코믹하지만 호러스럽고....

이렇게 절묘하게 두쟝르가 섞이는 것에 비교적 약하다..

이 작품은 미스테리하지만 비교적 덜 호러스럽지 않고.. 로맨틱 했다.

이제 나는 해질녘 벤치에 앉게 되면..혹시 내가 앉은 벤치가 녹색인가하며

벤치를 살펴볼 것이며..

기억술사가 말을 걸어오면 어쩌지 하면서 조건 반사적으로 그를 기억하리라..

그리고 "내 소중한 사람들도 함께 잊는야 한다면..차라지

내 기억은 그대로 놔두라" 라고 말해야지..하면서 혼자 대사를 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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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게스트하우스 100 - 진짜 일본을 만나다
마에다 유카리 지음, 김수정 옮김 / 즐거운상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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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업상, 그리고 개인적인 사유로 일본을 다른 어떤 나라보다 자주 방문한다.

당연히 업무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곳으로 숙소를 정하게 된다.

말하나 마나 대부분이 교통이 편리한 호텔이다.

호텔은 말 그대로 지불한 가격만큼의 편안한 잠자리와

편리한 부대시설을 제공한다.

그런데 그게 다다.

밋밋하다. 지루하다. 건조하다.


어느 호텔을 묵든 3일 이상 지나고 나면..

내 집이 그립다.

업무상이든 개인적인 여행이든 집을 떠나왔으니 뭔가

특별한 걸 원하기 마련이다.

아늑하지만 뭔가 설레임이 가득한 그런 여행 말이다.

그런 내 기대를 채워주기엔 호텔은 식상하다.


 

그러던 차에 일본 게스트하우스 100 이라는 책을 만났다.

게스트 하우스는... 요즘 한국에서도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한옥을 개조한 게스트 하우스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

일본에는 어떤 게스트 하우스들이 있을까?

내가 자주 가는 동경에도 꽤 괜찮은 게스트 하우스들이 있을까?

일박에 얼마나 하지?

누가 이런 게스트 하우스를 추천하였지?

근데 이 정보 믿을만 한거지?


물음표를 몇개나 찍으면서 첫장을 열었다.


우선 이 책의 저자인 마에다 유카리

1986년생으로 일본 4대 명문 대학이라는 도시샤 대학교를 졸업하고

오사카, 도쿄를 거쳐

고향 와카야마로 U턴..게스트 하우스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2011년 1월 1일부터

블로그를 시작했고 그 계기로 게스트하우스 소개 사이트인

FootPrints를 만들게 되었다

120군데가 넘는 일본 내의 게스트 하우스를 돌아다녔고

현재 운영중인 사이트에 게스트 하우스 약 300곳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그중 그녀가 가장 믿을 만하고 자신있게 권하는

100군데의 게스트 하우스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약력을 보니 어느 정도 공신력과 믿음이 간다.



책 속으로 들어가자 제일 먼저 게스트하우스 이용 가이드가 나온다.

나 처럼 게스트 하우스 초보자에겐 꼭 필요한 요점 정리 같은 거다.

필히 외워 두어야겠다.

게다가 게스트 하우스 초심자용 Q&A도 있다.

게스트 하우스의 안전성, 언어, 통금시간, 특별히 신경써야 할 매너...까지

내가 궁금해 하던 궁금점이 한꺼번에 풀린다.


다음 장에서는 게스트 하우스 100곳의 지역별 리스트가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당황하게 된다.

나는 과거 몇 년간 일본에서 살았기 때문에 비교적 일본 지리에는

익숙한 편이다. 치바현이 어디쯤 붙었고 나라현이 어디쯤 붙었고

히로시마현이 어디쯤 붙었는지 정도는 안다.

하지만 일본의 수 많은 현들의 이름만 나열되어 있으면 솔직히 어디가 어딘지

헷갈린다. 작아도 좋으니 일본의 전체 지도가 하나쯤 나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장에서는 게스트 하우스들의 소개를 주욱 다루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지역별로 소개를 한게 아니라 테마별로 게스트 하우스를 소개했다.

예술적 느낌이 가득한 아트 게스트 하우스,일본정취 가득한 전통 가옥

게스트 하우스,Bar가 있는 게스트 하우스,

나 홀로 여행객에게도 좋은 게스트 하우스 등등..


같은 테마별로 묶여 있으니 보기에는 좋지만 테마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은

지역별로 나누어져 있는게 나에게는 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시간을 들여서 일본 전역을 차근차근 여행하는 베낭족이 아니라면

보통은 한두 군데의 지역을 둘러보고 서둘러 귀국하기 때문이니까

지역별로 위치를 상세히 알려주면 편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 장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무엇보다 가까운 역에서 찾아가는 약도가 큰 힘이 된다.

역에서부터 게스트 하우스까지의 약도도 기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즐거웠던 점은

내가 전혀 몰랐던 게스트 하우스들의 재발견 이라는 점이다.

호텔보다 더 멋지고 민박보다 세련되고 일박에 3000엔 정도라는 가격적인

면에서도 훌륭한 게스트 하우스들을 이렇게나 많이 소개를 해 놓고 있어서

이제는 밋밋한 호텔이 아닌 각양각색의 색깔과 향기를 품어내는

게스트 하우스들을 골라갈 수 있다.


최소한 홋카이도에서부터 큐슈까지 여행하고자 하는 곳에 필히 몇군데의

정말 괜찮은 게스트 하우스들이 있다는 정보를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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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목욕탕
나카노 료타 지음, 소은선 옮김 / 엔케이컨텐츠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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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행복 목욕탕 ー원제 : 湯を沸かすほどの熱い愛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 내내 맴돌던 말..

과연 가족이란 무엇일가?!!

끈끈한 피를 나누지 않아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감쌀 수 있는 용기와 아량만 있다면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가족이 될 수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라는 것!!

그리고 그 행복의 시작이 집이 되어야 한다는 것..!!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다. 낯선 소재가 아니다.

자칫 식상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그게 신기하다.

이 소설 속의 등장 인물들은 각자 하나씩 둘씩 커다란 슬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

혼자서 감당하려고 해도 감당이 안되는 그런 슬픔들을 티 안나게 서로 조금씩 나누고

그 상처들을 어루만져준다.

아픔은 조금씩 치유가 되어 가고 스스로 용기를 내어 슬픔을 넘어 행복을 찾는 법을

알아가게 된다. 어설프지만 간절하고 간절한 만큼 뜨겁다

마치 목욕탕의 뜨거운 물 만큼이나....

보름도 넘게 찾아 헤맸다.

얼마나 속상하고 분했던지..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가게 입구에 붙여 놓은 종이는 비바람을 맞고서 이제는 너덜너덜해졌다


수증기처럼 주인이 증발했습니다.

한동안 목욕물을 데우지 못합니다 - 행복 목욕탕 -



행복 목욕탕의 주인인 아버지는 일년전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다.

그날 이후로 목욕탕 굴뚝에선 더 이상 연기가 오르지 않고 온기 잃은 목욕탕은

아빠가 없는 빈 자리에 남은 엄마 후타바와 외동 딸 아즈미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아즈미는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

이유없는 괴롭힘으로 학교에 가기가 죽기보다 더 싫지만 엄마는 그런 아즈미를

일으켜 세워 학교로 보낸다.

나는 엄마 허리에 두른 팔에 힘을 주어 꼭 껴안았다.

엄마가 대답하듯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안심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너무너무 소리내 불러보고 싶어졌다.

"............엄마."

"응?"

"엄마."

"으응!"

"엄마, 엄마."

"으응! 으응!"

나는 엄마가 없으면 못 살 거 같다. 그러니까 되도록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지내고 싶다.


그러던 어느날 후타바는 자기 몸의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게 되고..

그리고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집 나갔던 남편을 찾기위해 탐정을 고용한다.

의외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남편 가즈히로는 9살짜리 여자 아이인 아유코와 함께 있었다.


집 나갔던 남편이 돌아왔다.

나갈때 혼자였는데 돌아올때 혼자가 아니다.

아빠가 바람을 피워 낳았다는 9살짜리 반항기 충만한 둘째딸과 함께 돌아왔다.

얼떨결에 가족이 되어 버린다.

환자인가 싶을 정도로 씩씩하고 밝은 엄마 후타바

어른맞나 싶을 정도로 철딱서니 없는 아빠 가즈히로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내성적인 큰 딸 아즈미

친엄마한테 버림받은 반항기 많은 둘째 딸 아유코

"모레부터 목욕탕 다시 열 거야. 다들 하나만 지켜 줘,

목욕탕 일은 넷이서 다 같이 하는 거야.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가게를 다시 열려면 1년동안 잠들어 있던 목욕탕의 기능을

되살아나게 해야한다.

우리는 머저 목욕탕 청소부터 시작했다.

나와 남편은 바닥 타일과 욕조를 솔로 문지르고

아즈미는 거울고 수도꼭지를 깨끗이 닦고

아유코는 세면대와 의자를 닦기로 했다.


자신이 떠난 후에도 가족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엄마는..

가업인 목욕탕을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네 명의 가족인듯 가족아닌 가족들의 리얼 가족이야기..

눈물 쥐어짤 것 같은 소재지만 의외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유머스럽다. 하지만 그 유머와 익살 뒤에서 숨어 있던 아픔과 슬픔이 무방비 상태로

넋놓고 있던  나를 찌른다

덕분에 무뎌있던 내 감성이 깜짝깜짝 놀라며 깨어난다.

감성이 건들린 나는 속절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게다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폭죽처럼 일이 펑펑 터진다.

응..? 이건 또 뭔 전개인거지..? 글을 읽던 나는 긴장과 호기심을

떨쳐낼 수 없다.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이야기는 각자의 시선에서 옮겨다닌다.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다음 페이지가 미치도록 궁금하다.


'엄마와 아즈미는 하나도 다르지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조금이라도 엄마 딸처럼 당당해지고 싶다.

다음 순간 재빨리 의자를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그래 사치노?"

나는 말로 대답하지 않고 위에 체육복을 벗었다.

'사치노 무슨 짓이야!? 그만해! 사치노."

멈추지 않았다.

교실이 웅성웅성해진 가운데 나는 체육복 바지마저 다 벗어버리고 속옷 차림으로 서 있었다.

엄마가 사 준 브레지어와 팬티 바람으로

긴장이 절정을 치닫고 있었다.

남은 힘을 몽땅 짜내가 내가 바라는 것을 말했다.

".......교복, 돌려줘"

교실이 한순간에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사치노, 알았다니까. 일단 체육복 입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저 셋을 향해 마지막 말을 내 뱉었다.

"싫어요...........지금은........체육 시간이 아니잖아요."



오랫동안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며 괴롭힘을 당해오던 첫째 딸 아즈미.

엄마처럼 되고 싶어했고 엄마를 닮고 싶어했던 아즈미는

드디어 오래 동안의 부당한 괴롭힘을 스스로 떨쳐내고 이겨냈다.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

내가 가장 울컥하면서 읽었던 부분이다.

수를 쳐주고 힘껏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기특하고도 대견하다.


"있어.........."

아유코는 현관문 앞에 혼자 있었다.

배낭이랑 책가방을 양팔에 끼고 무릎에 얼굴을 파 묻고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나는 아직 어느 쪽이 옳은 건지 답을 내지 못했다.

나와 아즈미는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히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처음으로 아유코가 가늘게 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아유코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아유코를 절망의 밑바닥에서 꺼내줄 방법을 나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그래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자.

이게 내 답이다.


다음 생일날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남자를 따라 떠나버린 친모

9살 아유코는 그런 엄마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기다린다.

목욕탕에서 일을 도우며 백엔, 이백엔 푼돈을 모아

엄마를 만날 날을 위해 준비해둔 아유코..

해가 꼬박 질때까지 친모를 기다리는 아유코에 앞에 나타난 이는

후타바와 아즈미였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이들은 가족이었다.

서로의 발목을 잡는 어줍잖은 의무와 책임으로 많은 가족들이 원수만큼 서로를

증오하면 살아간다.

서로에게 원망만 가득한 이름뿐인 가족들에게 묻고 싶다.

가족이란 당신네들에게 어떤 의미인가...라고..


이 책의 마지막은 솔직히 소름끼치도록 충격적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말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가족, 행복, 흔해 빠진 이 단어들의 진짜 의미를..

유쾌하지만 슬프고 절망적이지만 행복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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