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목욕탕
나카노 료타 지음, 소은선 옮김 / 엔케이컨텐츠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행복 목욕탕 ー원제 : 湯を沸かすほどの熱い愛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 내내 맴돌던 말..

과연 가족이란 무엇일가?!!

끈끈한 피를 나누지 않아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감쌀 수 있는 용기와 아량만 있다면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가족이 될 수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라는 것!!

그리고 그 행복의 시작이 집이 되어야 한다는 것..!!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다. 낯선 소재가 아니다.

자칫 식상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그게 신기하다.

이 소설 속의 등장 인물들은 각자 하나씩 둘씩 커다란 슬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

혼자서 감당하려고 해도 감당이 안되는 그런 슬픔들을 티 안나게 서로 조금씩 나누고

그 상처들을 어루만져준다.

아픔은 조금씩 치유가 되어 가고 스스로 용기를 내어 슬픔을 넘어 행복을 찾는 법을

알아가게 된다. 어설프지만 간절하고 간절한 만큼 뜨겁다

마치 목욕탕의 뜨거운 물 만큼이나....

보름도 넘게 찾아 헤맸다.

얼마나 속상하고 분했던지..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가게 입구에 붙여 놓은 종이는 비바람을 맞고서 이제는 너덜너덜해졌다


수증기처럼 주인이 증발했습니다.

한동안 목욕물을 데우지 못합니다 - 행복 목욕탕 -



행복 목욕탕의 주인인 아버지는 일년전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다.

그날 이후로 목욕탕 굴뚝에선 더 이상 연기가 오르지 않고 온기 잃은 목욕탕은

아빠가 없는 빈 자리에 남은 엄마 후타바와 외동 딸 아즈미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아즈미는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

이유없는 괴롭힘으로 학교에 가기가 죽기보다 더 싫지만 엄마는 그런 아즈미를

일으켜 세워 학교로 보낸다.

나는 엄마 허리에 두른 팔에 힘을 주어 꼭 껴안았다.

엄마가 대답하듯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안심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너무너무 소리내 불러보고 싶어졌다.

"............엄마."

"응?"

"엄마."

"으응!"

"엄마, 엄마."

"으응! 으응!"

나는 엄마가 없으면 못 살 거 같다. 그러니까 되도록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지내고 싶다.


그러던 어느날 후타바는 자기 몸의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게 되고..

그리고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집 나갔던 남편을 찾기위해 탐정을 고용한다.

의외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남편 가즈히로는 9살짜리 여자 아이인 아유코와 함께 있었다.


집 나갔던 남편이 돌아왔다.

나갈때 혼자였는데 돌아올때 혼자가 아니다.

아빠가 바람을 피워 낳았다는 9살짜리 반항기 충만한 둘째딸과 함께 돌아왔다.

얼떨결에 가족이 되어 버린다.

환자인가 싶을 정도로 씩씩하고 밝은 엄마 후타바

어른맞나 싶을 정도로 철딱서니 없는 아빠 가즈히로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내성적인 큰 딸 아즈미

친엄마한테 버림받은 반항기 많은 둘째 딸 아유코

"모레부터 목욕탕 다시 열 거야. 다들 하나만 지켜 줘,

목욕탕 일은 넷이서 다 같이 하는 거야.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가게를 다시 열려면 1년동안 잠들어 있던 목욕탕의 기능을

되살아나게 해야한다.

우리는 머저 목욕탕 청소부터 시작했다.

나와 남편은 바닥 타일과 욕조를 솔로 문지르고

아즈미는 거울고 수도꼭지를 깨끗이 닦고

아유코는 세면대와 의자를 닦기로 했다.


자신이 떠난 후에도 가족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엄마는..

가업인 목욕탕을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네 명의 가족인듯 가족아닌 가족들의 리얼 가족이야기..

눈물 쥐어짤 것 같은 소재지만 의외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유머스럽다. 하지만 그 유머와 익살 뒤에서 숨어 있던 아픔과 슬픔이 무방비 상태로

넋놓고 있던  나를 찌른다

덕분에 무뎌있던 내 감성이 깜짝깜짝 놀라며 깨어난다.

감성이 건들린 나는 속절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게다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폭죽처럼 일이 펑펑 터진다.

응..? 이건 또 뭔 전개인거지..? 글을 읽던 나는 긴장과 호기심을

떨쳐낼 수 없다.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이야기는 각자의 시선에서 옮겨다닌다.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다음 페이지가 미치도록 궁금하다.


'엄마와 아즈미는 하나도 다르지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조금이라도 엄마 딸처럼 당당해지고 싶다.

다음 순간 재빨리 의자를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그래 사치노?"

나는 말로 대답하지 않고 위에 체육복을 벗었다.

'사치노 무슨 짓이야!? 그만해! 사치노."

멈추지 않았다.

교실이 웅성웅성해진 가운데 나는 체육복 바지마저 다 벗어버리고 속옷 차림으로 서 있었다.

엄마가 사 준 브레지어와 팬티 바람으로

긴장이 절정을 치닫고 있었다.

남은 힘을 몽땅 짜내가 내가 바라는 것을 말했다.

".......교복, 돌려줘"

교실이 한순간에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사치노, 알았다니까. 일단 체육복 입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저 셋을 향해 마지막 말을 내 뱉었다.

"싫어요...........지금은........체육 시간이 아니잖아요."



오랫동안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며 괴롭힘을 당해오던 첫째 딸 아즈미.

엄마처럼 되고 싶어했고 엄마를 닮고 싶어했던 아즈미는

드디어 오래 동안의 부당한 괴롭힘을 스스로 떨쳐내고 이겨냈다.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

내가 가장 울컥하면서 읽었던 부분이다.

수를 쳐주고 힘껏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기특하고도 대견하다.


"있어.........."

아유코는 현관문 앞에 혼자 있었다.

배낭이랑 책가방을 양팔에 끼고 무릎에 얼굴을 파 묻고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나는 아직 어느 쪽이 옳은 건지 답을 내지 못했다.

나와 아즈미는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히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처음으로 아유코가 가늘게 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아유코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아유코를 절망의 밑바닥에서 꺼내줄 방법을 나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그래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자.

이게 내 답이다.


다음 생일날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남자를 따라 떠나버린 친모

9살 아유코는 그런 엄마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기다린다.

목욕탕에서 일을 도우며 백엔, 이백엔 푼돈을 모아

엄마를 만날 날을 위해 준비해둔 아유코..

해가 꼬박 질때까지 친모를 기다리는 아유코에 앞에 나타난 이는

후타바와 아즈미였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이들은 가족이었다.

서로의 발목을 잡는 어줍잖은 의무와 책임으로 많은 가족들이 원수만큼 서로를

증오하면 살아간다.

서로에게 원망만 가득한 이름뿐인 가족들에게 묻고 싶다.

가족이란 당신네들에게 어떤 의미인가...라고..


이 책의 마지막은 솔직히 소름끼치도록 충격적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말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가족, 행복, 흔해 빠진 이 단어들의 진짜 의미를..

유쾌하지만 슬프고 절망적이지만 행복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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