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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과학, 그날의 진실을 밝혀라 - 셜록보다 똑똑하고 CSI보다 짜릿한 과학수사 이야기
브리짓 허스 지음, 조윤경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10월
평점 :

멍때리는 휴일 오후가 되면 티비 채널을 돌리는 것조차 귀찮아질때가 있다.
영혼 없이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고 있는데 어느 경찰이 나와 강연을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중간부터 시청하느라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는데 국립과학수사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분 왈..
야근을 밥 먹듯 하던 어느 날..
호두를 깨서 먹을려는데.. 마땅한 도구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동료 책상 위에 망치가 있더라.
옳다구나 하고선 그 망치로 호두를 신나게 깨서 먹다가 문득
"근데 이 망치는 왜 동료의 책상 위에 있었던 걸까..??!!!!"
전혀 뜬금 없는 장소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던 그 망치는
아마 몇년 전 어느 사건 현장에서 나왔던 살인 무기였지 않았나..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한국의 현실은 이랬다.
범인이 잡히고 수사가 종결 된 사건은 몇년이 지나면
그때의 증거 자료들이 제대로 보관되지 않고 여기저기 막 굴러다니다가 없어지고 만다..
이 얘기를 듣고 조금 아연해졌다.
우리나라 과학수사는 놀라울 정도로 진보를 하였는데 (하였다고 믿고 있는데...)
과연 범인 검거률은 어느 정도인지.. 우리가 믿고 있는 그 범인이 진범이 아닐 경우는
없었을까..범인을 잡지 못해 억울한 고인과 유가족은 없을까...
정의감이 뚝뚝 흘러내리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아주 가끔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특히 요즘 같이 뉴스 보기가 무서운 때에..
잔인한 살인 사건들과 각종 사고들을 보면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꼭 범인을 잡고 원인을 파악했음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내가 [범죄과학,그날의 진실을 밝혀라]라는 책을 읽게 된 것은 유달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저격한 제목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범죄를 풀어가는 과학 수사의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어떤 식으로
발전을 해왔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가 열광하는 미드 수사물 CSI수사물에서 보여주는 놀라운 과학 기술들이
처음부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술이 아닌 수세기 전부터 진실을 캘려는 이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조금씩 발전을 해온 것이다.
독인지 약인지도 모르고 남용되어 수 많은 억울한 죽음을 낳았던 비소를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고
범죄자들의 두상등을 오로지 줄자나 각도기 등으로 재서 만든 베르틸롱 측정법..
사람의 지문은 어느것 하나 똑 같지 않다는 알게 되면서 지문 검사가 ..
총알도 지문처럼 특이한 무늬를 남기는 것을 알게 되면서
총기 분석도 가능해진다.
1950년대에 들어와서야 시작된 혈흔 분석..
그리고 DNA 검사까지...
시대에 따라 사건은 더욱 잔혹해졌고 범죄의 유형들도 교묘해졌다.
범인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여 수사 방법들도 진화를 해오고 있다.
범죄 과학은 최근 수십년 동안 혁신적인 첨단 기술을 이용하게 빠르게 진화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지 흥미 진진하다.
이 책에는 몇백년 전에 실제로 일어났던 중요사건들을 실어놓았다.
피해자와 범인이 현장에 남긴 모든 단서를 파악하여 원시적인이지만(지금 시각으로는) 나름 날카로운
논리와 방법으로 범인을 색출하였다.
읽다보면 굉장히 재미있다..마치 인기 미드인 CSI 옛날 편이라고 해야 하나..
흥미진진해서 읽다보면 또 한편으로는 끔찍한 범죄로 부터
선량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하여 어떻게 노력을 해왔는지 그 기나긴
과정을 엿볼 수 있을 때쯤이면 흥미보다 진한 감동을 받게 된다.
인간의 발자욱은 한발 한발 변화와 진화를 위해 나아간다.
휘청이며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어쩜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만)
수세기에 걸친 노력과 집념이 지금의 범죄과학기술력으로 발전하였다.
지문이 발견되기 전, 경찰은 이미 알려진 범죄자들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 경찰은 1820년대와 30년대에 발명된 사진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연의 일치로 놀랍도록 닮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외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고 수염을 기르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수흐떼의 법과학자 알퐁스 베르틸롱(Alphonse Bertillon)이
더욱 정교한 방법을 개발해 낸다.
베르틸롱은 과학자 집안 출신이었고, 그의 할아버지는 종종 세상에 똑같은 신체 치수를
지닌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베르틸롱은 개인의 독특한 신체 특징을 이용해서
범죄자 신원 식별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는 죄수의 키, 왼쪽 팔꿈치에서 중지 끝까지의 길이, 머리둘레, 귀의 길이 등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측정 부위가 너무나도 다양해서 두 사람이 같은 치수를 지닐 확률은
2억 8천 6백만분의 1에 불과했다.
드디어 베르틸롱 측정법, 즉 베르틸로나쥬(Bertillonage)의 시행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첫해 다른 방법으로는 놓쳤을 상습적 범죄자 3백 명의 신원을 밝혀냈다.
p117,지문은 영원하다
DNA는 발견된 지 몇십 년이 지나서야 범죄 과학에서 제 역할을 하게 되었다.
1980년대, 레스터대학교(University of Leicester)의 알렉 제프리스(Alec Jeffreys)는
개인의 DNA 프로파일을 밝힐 수 있는 혈액 검사를 개발한 뒤 이를 범죄 수사에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검사 방식은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변화를 거쳐 오늘날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모든 인간 게놈의 99.9퍼센트가 동일하고, 바로 이 때문에 모든 인간은 서로 놀랍도록
비슷한 모습을 지닌다. 하지만 두 명의 사람이 정확하게 똑같지는 않다.
정확하게 똑같은 게놈은 없기 때문이다.
게놈의 같은 구역을 보면, 누군가는 GCAAT와 같은 글자 배열이 다섯 번 반복되는 반면
다른 사람은 열다섯 번 반복된다.
수사관들은 DNA 샘플과 단 한 명의 용의자를 연결할 수 있다.
물론 100퍼센트 정확한 검사는 없다.
하지만 DNA 검사는 전체 인구 가운데 45퍼센트로 용의자 대상을 좁히는 데 그치는 혈액형 검사보다
놀랍도록 정확하고 훨씬 특정적이다.
p247 10분의 1의 확률
책 곳곳에 흥미보다 귀중한 지식도 꽉꽉 채워져 있다.
읽다보면 내 머리도 꽉꽉 채워지는 느낌이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조각들을 붙여
퍼즐을 풀듯이 사건의 나름대로 분석하고 고급진 전문 지식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범죄 과학, 그날의 진실을 밝혀라] 10점 만점에 9점!!
여담이지만 친구중에 KCSI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가끔 내가 신나서 막 떠들면 그 친구는 나에게 '넌 미국 드라마를 넘 많이 봤구나'한다.
웃고 넘겼지만 그 말을 떠올릴때 마다 내가 티비에서 즐기고 있는 미드 드라마 CSI에 나오는
과학 수사방법이 설마 허구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