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랑을 부른다
조남선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인 조남선님은 2004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등단하신 후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나도 일을 하고 있지만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엄마와 아내, 그리고 시댁의 대소사를 챙기며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능력의 120%를 꺼내야 하고 매일을 전투같이 살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충전할 사이도 없이 풀 파워로 에너지를 쓰다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은

방전되기 직전까지 가서 이상증후를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자신에게 충전의 시간이 필요할때 방학을 이용하여 해외 여행을 떠났다.

약 한달동안의 긴 방학.. 학교 선생님이 제일 부러운 순간이다.

여행은 가족끼리, 친구끼리, 패키지 여행을 떠나거나 자유여행을 가는게 보통인데

저자는 가족을 두고 오롯이 홀로 여행을 떠났다.

처음엔 주변의 걱정과 가족들의 반발도 없지 않아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만큼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건

사실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였고, 일상의 활력을 얻는 지혜로운 방법이

되어 주었다. 낯선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설렘과 용기를 갖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나만의 공간이 된 여행지에서 마음껏 침묵했고, 고독히 성찰했다.

덕분에 뜨겁게 데워진 가슴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홀로 떠난 인도, 몽골, 라오스, 일본, 티벳등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과

익숙치 않은 새로운 문화를 접할때의 설레임.

그리고 혼자라는 자유와 약간의 고독감, 그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해방구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혼자 느끼고, 생각하고, 음미하는..

그 모든 것, 그 모든 시간이 방전되기 직전의 내 몸 속에 흘러 들어가

꽉꽉 다져 밟듯 에너지로 채워졌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내 마음 속에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인도의 갠지스 강가에는 소의 사체가 썩고 있었고, 강물에는 온갖 배설물과 강가옆

화장터에서 쏟아내는 불탄 시신 조각들이 떠 있었다.

그 물에 들어가 몸을 씻고, 빨래를 하고, 먹거리를 씻는 인도인들을 본다.

이방인으로써 한발 물러나서 바라 보는 시선은 '불결'이었겠지만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본다면 삶도 죽음도 종이 한장 차이 같은 것일수도

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갠지스 강가에 앉아 삶에 대해,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나를 상상해보게 된다.

저자가 라오스를 여행할때는 상상했던것 보다 훨씬 느린 완행 보트를 타고 여행할때

길고 지루한 시간이 될뻔한 승선시간 동안 배에 탄 현지인과 여행객들과 함께 가져간

음식을 나눠먹고 고무줄 하나로 여자아이들의 머리를 땋아주고, 실뜨기를 하고

종이접기를 하며 소통했다.

그 단순하지만 소박했던 시간을 통해 낯선 이들이 건내주는 순수한 마음을 받는다.

여행에서 얻는 그런 작은 추억 하나하나가 내 인생을 보석처럼 빛내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더욱 나를 반짝이게 만들 수 있다.

여행이 주는 순기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렇게 여행에서의 추억과 경험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일상의 이야기,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까운 이들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아우러는 단어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선택하였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나..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이해하고 돕는 마음,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마음- 이 모든 마음을 하나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말이 바로 사랑이다.

나를 지탱하게 해주는 가족이지만 동시에 나를 버겁게도 하는 가족,

가끔 내 속을 긁어대는 친구, 이웃, 친척들..

내 마음 같지 않고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을 넉넉한 마음하나로 보듬어 안을때 비로서 거칠거리던 내 마음도

보드러워 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진부하고 고루하지만 우리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외면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나를 더욱 나답게, 강하고 튼실하게 키워내기 위해서는 사랑이라는 자양분이

필요하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한권의 에세이로 인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좀 더 나은 삶으로의 진화를 위해 애정어린 시선으로 나와 내 주변을 둘러보아야겠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마이라 칼만 지음, 진은영 옮김 / 윌북아트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윌북아트에서 나온 마이라 칼만의 그림 에세이는 소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뿌듯해지는 책입니다.

마이라 칼만은 세계적인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포함한 전 세계의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며,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30권이 넘는 책을 썼다고 합니다.

마이라 칼만의 그림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강렬한 색채에서 그녀만의 개성과 고집이

보이는듯 합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제목에서 느껴지는 임펙트가 대단했습니다.

올해 75세가 되는 마이라 칼만은

여자들은 무얼 가지고 있나?

집과 가족, 아이들과 음식, 친구관계

일, 세상의 일, 인간다워지는 일, 기억들

근심거리들과 슬픔들과 환희,

그리고 사랑.

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제 그녀의 그림을 한번 살펴볼까요?




[닭은 안고 있는 여자]

많은 그림 중에서 이 그림이 눈에 띄였던 것은 그녀의 표정에서 지겨움과 피로감을 엿보였기 때문입니다.

안고 가는 저 닭은 목을 쳐서 그날의 저녁요리가 될까요?

아님 알을 얻기 위해 먹이를 주며 키워야 할까요?

그녀는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가족들을 위해 참고 해나가는 중이겠죠.





[거대한 바위를 안고 아몬드 꽃 사이를 걷는 내 꿈속의 여자]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윗돌을 들고 있는 여성의 이그러진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나까지도 힘이 들어갑니다. 저 여자는 어째서 저런 큰 바윗돌을 들고 가는 걸까요?

그녀의 꿈속에 나왔던 여자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비추고 있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온갖 걱정거리, 슬픔, 불안을 이고지고 휘청거리며 한발씩 나아가는 모습이

마치 내 모습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한참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중에는 저 바윗돌만한 무섭게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들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이었습니다.




[책을 보는 여자]

푹신한 쇼파,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커다란 통창, 따뜻한 차 한잔, 화려한 커텐이

걸려 있는 조용하고 아늑한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

저 연인의 모습은 저의 로망입니다.

하루중 잠깐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을 얼마나 큰 위안이 될까요.

저렇게 여유있고 행복한 시간이 주는 달콤한 인생이라는 것도

한번 느껴보고 싶어지는 그림입니다.




[악의를 가진 여자들과 피아노를 치는 나]

이모들과 피아노를 치는 어린소녀인 본인의 모습을 그려놓았은 것 같습니다.

두 이모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네요.

분명 이 순간 악의를 가지고 누군가의 험담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모들의 대화가 듣기 싫지만 그렇다고 피아노 건반을 너무 세게 누를 수도 없고,

조용조용 띵동거리며 이모들의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치는 것도 힘이 듭니다.

마치 뒷통수에도 눈이 달린것 처럼 눈치를 보고 있는 피아노 치는 소녀 '나'가 너무 귀여워서

한참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입니다.





[바이올린을 든 소녀] [튀튀를 입은 소녀]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손에 바이올린을 가지고 있는 소녀.

발레복인 튀튀 자락을 살짝 들고 서 있는 소녀.

바이올린을 배우고, 발레를 배울 수 있는건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뜻이겠죠.

이 두명의 소녀들의 손에 가지고 있는 바이올린과 발레복 치마자락은 앞으로 펼쳐질

그녀들이 미래를 엿보는 듯 합니다.

풍요로움과 부유함을 바이올린과 튀튀로 대신한듯 하네요.





이처럼 마이라 칼만의 그림 에세이에는 무언가를 들고 있는 인물그림 86점이 실려 있습니다.

그림속에서 인물들이 들고 있는 그 무엇인가에 따라서 인물들의 삶과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보이는듯 하였습니다.

손에는 양배추, 책, 개목줄, 쥬스잔, 류트, 강아지, 립스틱, 지팡이, 아코디언등

각양 각색의 물건들을 들고 있습니다.

또한 얼굴에는 피곤한 표정, 화가 난 표정, 웃고 있는 표정, 고통스러운 표정,

심퉁이 잔뜩 묻어 있는 표정등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저마다의 얼굴과 손에 들고 있는 물건들은 묘하게 일맥상통하는 기분도 듭니다.

한권의 그림 에세이를 통해 마이라 칼만의 예술 세계에 대해서 들여다 볼 수

있는듯 하여 행복했습니다. 마치 칼만의 전시회에 갔다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계 미술계에서 칼만의 그림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대중들이 다가가기에

너무 어렵지 않고 친숙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든 그녀의 그림을 보고 그림속의 인물들의 인생과 삶을 유추해 볼 수 있고,

인물들이 놓여 있는 상황에 대해서 얘길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이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가 만들어 지기 때문이겠죠.





일상의 소소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그림으로 그리고 짤막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 에세이는 펼치는 순간 이미 힐링 타임으로 빠져들게 될것 입니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책을 보는 여자]의 그림처럼 운명같이 내 마음에

박히는 그림도 만나게 될것입니다.

오늘의 일상이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내일은 또 다른 색으로 채색된 날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오늘을 버텨야겠죠.

당신이 어떤 것을 가졌다가 기진맥진하고

낙담할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이 차오를때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누구든 어떤 날에든 그럴 수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고 나면 다음 순간이 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리고..

꼭 버티세요

세상과 사람에 대한 마이라 칼만의 글과 그림.

이 책의 주는 힐링의 시간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 시간 오후 4시
이주형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휴일날 오후 4시는 무엇을 하기에도 하지 않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다.

주말이 돌아오기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까페에 가서 차 한잔 마시고,

서점에 들려서 책 한권을 사고, 미뤄두었던 쇼핑을 하고, 어쩌구 저쩌구..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지만

막상 휴일날 아침에 늦잠을 자고 밀린 빨래를 하고 설겆이를 하고 나면

이래저래 금방 시간이 가버리고 만다.

그 시간이 오후 4시쯤이 되면 지금이라도 나가야 하나, 아니면 그냥 낮잠이나 자며

시간을 보내야 하나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우리네 인생도 어쩜 이와 같지 않을까..

나는 내 인생의 몇시쯤을 살고 있는 것일까..

새로운 꿈을 꾸고 준비하기엔 늦은 나이가 되어 버린거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나이를 살고 있는 나에게 작가 이주형님은 이렇게 말한다.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딱히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만한게 없다.

그저 열심히 살아오기만 했을뿐 시간은 참 무심히 이렇게나 흘러 버렸고,

내 인생도 어쩌면 오후 4시를 지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인생 후반부의 행보가 인생 전체의 모습을 결정하니

여태까지 잘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자신의 마음을 소중하게 감싸고 위로하고, 이후의 삶을

함께 살아갈 사람들과의 소중한 관계를 어루만져야 한다고 작가의 조언은

의기소침해 있던 나의 마음을 단번에 깨워놓는다.

이 책은 인생 후반부를 이렇게 살아라 .. 저렇게 살아라..조언을 쏟아내는 책은 아니다.

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어찌나 공감이 가는지 몇번이나 감탄하며 글을 읽게 된다.

온갖 시련을 이겨낸 보상은 지금 내 손 안에 있는 평범한 일상이다.

이 평범한 일상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며 참고 또 참아 왔는가.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특별한 오늘을 열심히 건너온 자신을

토닥토닥해줘야 하는 이유다.

겉으로는 흔들리면서도 담담하게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진정한 영웅이다.

평범하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지 못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남들보다 더 잘났고 특별나기 위해 꽤나 아둥바둥 했는데, 이 나이가 되니 알게 된다.

평범한게 특별한것 보다 더 대단하다는 것을..

나의 어제가 평범한 오늘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면

나의 내일도 오늘을 열심히 보낸 댓가로 평범한 하루가 되길 바래본다.

청첩장보다 부고 소식이 더 많은 나이가 되어 한 번씩 걸음을 멈추고

몸을 한껏 낮춰보니 더 많은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인생 시계 오후 4시가 되어서야 겸손해지고 낮아지는 인생이 소중한 것이라고 느껴진다.

멈춰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낮아져야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우리는 그렇게 여물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간다.

인생이 무엇인지 알만한 나이가 되었으니 이제는 뜀박질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며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른다운 어른이 되기 위해 천천히 익어하고 여물어가야 할 시간이다.

겉으로 편안해 보여도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고 있다.

누구나 크고 작은 생채기들을 마음에 지니고 살고 있다.

지나간 일은 이미 땅바닥에 떨어진 꽃잎과 같다.

모두 평탄한 삶을 원하지만 가끔은 매정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

휘청거리며 흔들리기도 한다.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저마다 인생의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흔들리며 인생이라는 긴 길을

걸어가고 있다. 나 또한 몇번인지도 모를 세찬 비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버텨냈다.

휘청거리며 걸어왔던 나의 발자국이 길이 되고 내 인생이 되었다.

남은 생도 또 그렇게 휘청거리며 걸어가겠지만 주저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나아갈 것이다.

그게 인생이니까,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주길 바라며 휘이휘이 걸어가겠지.

인생 시간 오후 4시를 보내는 마음이 조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후 5시, 6시에 웃을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간을 소중하게 보람되게 보내야 할것이다.

페이지 마다 놓치고 싶지 않은 글들로 꼭꼭 채워놓은 책이었다.

소중한 글귀들은 행여 잊어버릴까봐 다이어리를 꺼내서 또박또박 옮겨두었다.

중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라면 분명 공감가는 글들이 많을 것이다.

읽다보면 나의 인생 후반부가 맹숭맹숭 심심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다보니 앞으로 해야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생겼고,

그런 것들 하나씩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설레이기도 했다.

무엇가 새로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게 무던히 고요해지고 싶어
이정영 지음 / 북스고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렇게 무던히 고요해지고 싶어.

이 책에 눈길이 갔던건 분명 제목 때문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쑥신거리는 내 일상을 탈피하여 고요하고 평온해지기를 바라고 있던 내 마음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는 듯했거든요.

일상의 공간을 사진으로 담고 작가의 글을 덧입혀 놓은 에세이는

맵거나 쓰지 않은 순하디 순한 맛이었습니다.

하루 하루 그저 별 탈 없이 무던히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작가의 글들은 말랑말랑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습니다.

우리는 매일을 날카로운 위험과 무관심과 차가운 타인들의 시선에 던져지곤 합니다.

하루종일 그런 환경에 노출되다 보면 당연하다는 듯 신경은 팽팽하게 긴장해져 버리고

온 몸은 경계 태세를 풀지 못한 채 뻣뻣하게 위축되어 버리죠.

늦은 저녁 집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에서야 당길대로 당겨져 있던 온 몸의 근육이 이완되며

맥이 빠져 쇼파나 침대에 몸을 파 묻기도 합니다.

일상이 매일 이럴 수는 없겠지만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우리들에게 작가는 이런 말을 남기네요.

"내일을 고뇌하고 있다는 건 오늘보다 잘 살아 내고 싶은 마음의 또 다른

의미일 거라 여기려는 희망이 있기에, 나는 그 작은 믿음의 불씨가

그들에게 닿아 여느날 내내 미미한 온기라도 지속되길 소원한다."

누군가가 나의 보잘것 없는 하루의 끝에 작은 온기라도 나눠준다면 시린 마음 한켠이

얼지 않고 온기를 머금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딘가 상당히 익숙한 듯한 골목, 곱디 고운 붉은 빛으로 물드는 도시의 하늘,

비오는 거리, 흰구름 둥실 떠있는 하늘..

늘 보아오지만 눈에 담지 못했던 풍경들이네요.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는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일까요?

정겹고 맑고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풍경들을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글만 읽었을때와 다르게 그런 사진들은 우리 마음을 이완시켜 줍니다.

내 일상에서 풍경이란 시속 55키로를 달리는 자동차에서 내다 보는 바깥 풍경같이

그렇게 휙휙 지나가 버리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흘러간 계절 속의 무수히 많았을 찬란했던 순간들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뒤 늦게 몰려옵니다.

이제는 달리는 자동차에서 내려 한걸음씩 발을 떼고 천천히 주변 풍경을 둘러

보고 싶습니다.

발끝도 한번 내려다보고, 하늘도 한번 올려다보고, 나란히 걷는 친구의 어깨도

한번 쳐다보며 그렇게 조금은 느리게 걸으며 내 삶에 쉼표를 던져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다는 것은 통증을 지닌 채로 서서히 낙화하는 일이다.

매일을 행복으로 살아 낼 수 없고 그렇다고 매일을 아픔으로 살 것도 아니다.

때론 웃고, 때론 울고, 때론 무뎌지고, 무던해지고..

연관성 없는 감정들이 수순과 달리, 어긋나게 밀려오고 쓸려 나간다.

책 구석구석에 남겨진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다정한 언어들이 이 추운 겨울,

우리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 얼은 손을 잡아주는 듯 합니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마음이 노곤해졌습니다.

흡사 등 따시고 배부르면 세상에 무서운게 없어지듯 내 마음이 충분히 데워지고나니

그다지 슬픈 일도, 그다지 걱정스러운 일도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조량이 떨어지고 바깥 기온도 내려가 햇볕을 쬘 시간이 부족한 겨울에는

계절성 우울증이 오기 쉬운데 마음의 허하고 우울하다 느껴지시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냥 가볍게 처음부터 차근히 읽지 않아도 되니 내키는대로 펼쳐서 읽어보셔도

마음을 다독이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는 멋진 책임을 아실거예요.

서문에 남겨둔 작가의 질문이 생각납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삶은 "앓음"이라고 대답한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가면서 눈물과 아픔을

견디며 단단해져 가는것 같습니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갑자기 말문이 막히네요.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조용히 자문하게 됩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곳이 비롯 내가 원하던 모습은 아니더라도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고 있는 길 위라고 생각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기다리고,

인내하고자 합니다.

"한치의 앞도 모르는 모두의 삶이 너무 야박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너무 멀지 않은 곳에 편안함이 있기를.."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박완서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가슴 아픈 사연을 담고 있다.

작가 본인도 서두에 이야기를 꺼냈지만 나중에 책으로 내겠다거나 누가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염려 같은 것을 할 만한 처지가 아닌 극한 상황에서 통곡 대신 쓴 것입니다."

박완서 작가님에게는 듬직하고 감성 풍부하고 공부도 잘하는 의사 아들이 있었다.

딸들 중에 얻은 귀한 아들이라 어쩌면 더 애틋하고 아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의 자랑이었던 그 아들이 어느날..

홀연히 이 세상을 등지고 먼저 하늘 나라로 가게 되었고, 자식 잃은 그 처참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미친듯이 힘들었을 때 죽고 싶은 마음을 부여잡고 울음대신 쓴 글이다.

"한 말씀만 하소서"

누구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으셨던 것일까.. 사연을 알고 나니

제목에서 절박함이 느껴진다.





세상이 올림픽으로 떠들썩한 그때.

그녀는 하나뿐인 아들을 잃고 만다.

나의 가장 소중한 이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는데도 온 세상은 아무일 없는듯 흘러가고

올림픽 기간이라 TV에서는 진종일 스포츠 중계를 하고, 메달 이야기로 축제 분위기다.

" 올림픽에서 우리 나라가 메달을 많이 따나보다.

밤 늦도록 손자들이 텔레비전 앞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 아들이 없는데도 축제가 있고 환호와 영광이 있는 세상과 어찌 화해할 수 있을 것인가.

혼자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본다."

참척의 고통 속에서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는 작가에게 올림픽으로 들썩이는

가족들도 싫었을 것이고, 괜히 위로랍시고 건내는 말도 짜증이 났을 것이다.

누가 오는 것도 싫고, 자신의 눈치를 보는 상대방을 보는 것도 불편하여

그냥 침참하듯 아무도 없는 곳에 있고 싶어 큰 딸이 살고 있는 부산으로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온전히 혼자 일 수는 없었다.

딸 아이와 사위의 배려도 마음이 쓰이고, 울컥 울컥 울음이 쳐 받아 올라오지만

소리내어 울지도 못한다.

" 가슴에 꽉 가로막힌 이 무겁고도 생전 삭아 없어질 리 없는 응어리와 수치감에

그 이상 들어맞는 비유가 어디 있을까"

나의 마음은 지옥인데, 엄마를 보러 내러온 딸들이 큰 딸네 거실에서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내 아들이 아니라 저 딸들 중 하나를 데려가시지.. 라는 생각을 했다가 화들짝 놀라

화장실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눈물로 용서해달라고 기도를 했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마음 한켠이 아프도록 아렸다.

나중에 딸들이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마 배신감과 섭섭함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자식을 잃어 제대로 된 사고를 못하고 고장이 나버린 엄마의 마음을 이해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딸래네 집에도 마음을 잡지 못했던 박완서 작가는 혼자 오롯이 이 시간을 겪어내고자

수녀님들이 거주하는 수도원에서 머물기로 하고 거처를 옮기게 된다.

카톡린 신자였던 작가는 그 곳에서 신에게 왜 하필 내 아들을 데려갔냐고..

신이 있기나 하냐고.. 생떼를 쓰며 신에 대해 저주를 하고 부정하기도 한다.

"나는 울며불며 내 미칠듯한 고통을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내 방에서 혼자 딩굴며

신에게 퍼붓던 포악과 별로 다르지 않은 푸념이었다"

같이 지내는 수녀님에게 나는 지금껏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고약하고 못된 사람도

자식을 앞세우는 벌은 좀처럼 안 받던데, 도대체 나는 왜?

억울하고 원통하다며 지치도록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신부님이 위로의 말씀을 건네도, 결혼도 안해본 분이 자식 잃은 애미 마음을 어떻게 알아?

하며 고깝게 들리기도 했다는 작가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되기고 하였다.

세상 그 누구도 내 아픔을 알지 못할거라는 피해 의식으로 똘똘말려버린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수도원에 계시는 수녀님의 한 말씀때문이었다.

'왜 하필 내가? 라고 생각했지만 왜 나라고 그런 일을 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거니까..'

라는 말에 그녀의 마음도 누그러져 조금씩 상황을 인정하게 된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던 수도원에 젊은이들이 방문하게 된 날.

오랫만에 왁자지껄 인기척이 나자 박완서 작가는 기뻤고 식탁에 웃음꽃이 만발하니

또한 즐거웠다고 한다.

사람을 피해 도망치듯 들어온 수녀원에서 이렇게 사람에게 위로받고

에너지를 받게 되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조금씩 치유가 되었고,

드디어 배가 고파지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에 의해서 상처를 받아 괴롭고 힘들어하곤 한다.

가족이 되었던 직장 동료가 되었던 친구가 되었던.. 인간 관계가 삐걱이며 깨져버리면

그 날카로운 파편에 마음이 베이게 되고 상처나고 그 생채기는 좀체 낫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그 상처를 낫게 하는 치료약은 또 다른 타인이 건네는 다정함이다.

누군가의 선의와 따스함이 비로서 아물지 못하고 고름이 나던 상처를 낫게 할 수 있다.

참척의 고통속에서 조금씩 세상으로 다시 나오게 되는 작가의 이야기를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을 읽으며 남의 고통이 나에게 위안이 된다는 지독한 이기심에 몸서리 쳐지지만

가족이 함께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당연한게 아니고 감사해야 할 일임을 깨닫게 된다.

살아 가는 동안, 함께 하는 동안,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주고, 든든한 존재가 되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중에서 완벽하게 자신의 속내를 다 보이고 쓴 책이지 않을까 싶다.

너무 솔직하게 쓰여진 책이라 읽는 내내 마음에 걸리고 아렸던 책이었다.

박완서 작가님이 작고하신지 벌써 11년이나 되었다.

지금은 그 곳에서 사랑하고 그리워하던 아드님을 만나 환하게 웃고 계실거라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