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선생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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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때 시골에서 자랐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유년 시절에는 항상 산이 있었고 들판이 있었고 개울물이 있었다. 

덕분에 주변엔 잠자리, 나비, 매미, 사마귀, 방아깨비, 메뚜기들이 항상 있었다.

약간은 뜬금없지만 한때 아버지의 과한(?) 취미로 우리집 옥상에는 

8개 정도의 벌통이 있었고, 가끔 마당에서 뛰어놀다가 이유도 없이 

벌에게 쏘여서 소위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경험도 많았다.


장난감이 별로 없었던 그 시절에 동네 꼬마 아이들의 장난감은 곤충들이었다.

재수없이 꼬마들 손에 잡힌 잠자리와 방아깨비 거미등은 반나절을 시달리다

시시해진 꼬마들의 방면으로 구사일생으로 도망가기도 하고, 가끔은 짖궂은 머슴아들의 

손에 의해 능지처참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안한 일이다. 


시골이라 생각했던 그 곳도 개발의 바람이 불어 들판들이 사라지고 집들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개울을 복개를 하여 도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나의 어릴적 곤충 벌레들을 보기가 쉽지 않아졌다. 


이 나이쯤 되니 어릴적 추억마저 희미해져 가물가물했는데, 

출판사 자연경실에서 나온 [충선생] 이라는 책을 보자 갑자기 반가운 생각과 함께 

어릴때 장난감이자 친구 역활을 톡톡히 해줬던 곤충들에 대한 그리움과 호기심이 생겨

무척이나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의 저자는 곽정식님으로 대학에서 정치와 경영을 공부하였고 

기업에서 근무하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의 UN과 지방정부에서 수년간 일하셨다.

벌레하고는 크게 연관이 없는 일을 하셨는데 싶어 조금 의아하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을 내려가면서 나는 저자의 동서양을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과 

연푸른 감수성에 감동하고 말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공부하셨으면 이만큼의 지식을 풀어놓을 수 있는건지

깊이 모를 학식의 풍부함에 빠져들어 매 페이지를 외울듯한 기세로 읽었다.




이 책에는 총 16종의 곤충과 개구리 두꺼비 뱀과 같은 4종의 '충선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각각의 곤충들에 대한 생물학적 특징과 곤충과 관련된 어릴적의 추억, 

곤충과 연관된 한자어와 뜻풀이, 그리고 그 곤충에게서 인간이 배워할 점등을 

조목조목 정성껏 서술하고 있다. 

대충 읽어도 방대한 자료와 문헌을 뒤적였을것이라 짐작이 될 정도로 자세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예를 들어보면.. 한여름이 되었음을 알리는 곤충중에 매미()를 빼놓수가 없다.

매미는 곤충들 중에서도 몸집이 크고 볼륨감이 있어 어릴때 방학숙제인 곤충 채집에서

귀하신 몸으로 대우를 받았다. 

참매미는 온도가 섭씨 23도 이상일때 울고 시작하고 말매미는 섭씨 27도부터

운다. 낮에는 도시가 시골보다 덥고 말매미는 도시의 소음을 이길 정도의

큰 소리로 울어야하기 때문에, 시골 매미보다 도시매미가 더 크게 운다는 말이 맞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구애를 위해서이기 때문에 수컷만 운다. 암컷 매미는 울지 않는다.

수컷 매미는 옆구리 근육을 비벼서 내는 소리를 배 속의 빈 공명실로 보내

소리를 증폭시킨다. 


매미 알들은 나무껍질 속에서 일년을 지내고 부화하여 유충이 되면 스스로 나무에서 떨어져 

나무뿌리 수액을 빨아먹으며 5년간 네번의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된다. 

그리고 6~7년만에 나무 위로 다시 올라가 우화와 탈피를 거쳐 비로서 매미가 된다.

매미의 탈피를 의인화 하여 매미가 허물을 벗는다는 뜻의 금선탈각(金蝉脱殻)은 

유방이 항우에게 포위되었을때 부하가 유방으로 변장하고 대신 잡히고 그 틈을 타고 

유방이 무사히 도망갔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게되면 매미 소리가 잡자기 뚝 끊긴다.

매미는 조금만 한기를 느껴도 울지 못하고 힘을 잃는다. 가을 매미를 한선()이라고 하는데

찬바람을 맞은 매미처럼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을 금약한선(噤若寒蝉) 이라고 한다. 


'매미는 머리의 파인 줄이 선비의 갓끈과 비슷하니 지혜를 갖추었고, 

이슬이나 나무의 수액을 먹고 사니 맑으며, 

농부가 지은 곡식을 축내지 않는 염치가 있고, 

다른 곤충과 달리 집이 없으니 검소함이 있다. 

여기에 때를 봐서 떠날 줄 아는 신의의 덕까지 가지고 있다'

이것을 매미의 오덕(다섯가지 덕목)이라고 한다.


이처럼 매미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풍부한 읽을 거리와 지식이 담겨있다.

책을 통해 지식을 얻는 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나로써는 보물같은 책이 

아닐 수 없다.

생명에는 귀함과 천함이 없듯이 길지 않은 생을 살아가는 한낱 미물 같은 곤충들의 삶에서도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게 된다. 

곤충에 관심이 있거나 어릴때 추억이 있으신분들이라면 분명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책이라 생각된다.


이제는 낮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곧 더위가 찾아올것이고 우리 주변에는 수 많은 곤충들이 풀숲에서 하늘에서 각자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예전 보다 개체수가 많이 줄고 지금은 보기가 어려운 곤충들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이 작은 친구들을 위해서 우리가 뭐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곤충 얘기를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여담 한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내가 어렸을때는 국민학교(그때는 국민학교라고 불렀다) 학생들도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다. 

시골의 도시락 반찬이 거기서 거기이기 마련인데, 어느날 점심 시간에 도시락 반찬통을

열다가 기겁을 한 적이 있다. 

난데없이 내 도시락 반찬통에 수십마리의 메뚜기 볶음이 가득 들어있었던 것이다.

우리 엄마는 무슨 생각으로 도시락 반찬으로 메뚜기를 볶아서 넣을 생각을 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지만 이미 돌아가셔서 여쭤볼 수도 없다.

속이 상해서 울상이 되어 먹긴 했지만 그날의 메뚜기 볶음은 약간의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여 짭조롬하고 바싹하고 고소했다. 

그 이후로 나는 메뚜기 볶음을 먹어보지 못했다.

먹어는 보고 싶은데 파는데를 못봤다. 메뚜기에게는 미안하지만 가끔 이 이야기를 

동창들을 만나 맥주라도 한잔 할때 안주삼아 꺼내놓곤 하는 나의 가장 놀랍고

재미있는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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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 - 식탁 위에 놓인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한세희 옮김 / 탐나는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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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는 음식에도 역사가 있다?

인문지식서적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는 이러한 종류에 책에 열광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지식이 쌓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마야자키 마사카츠씨이며 홋카이도교육대학 교육학부 교수를 거치며 20여 년 넘게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의 편집과 집필을 담당했다. 현재는 활발한 강의 활동을 펼치며 역사서의 저술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등 다수가 있다.

지구상의 인간들이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음식이 안정적으로 제공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을 조리하고 저장하고 가공하는 일이 언제부터 이루어졌을까.

이러한 저장, 가공방법등은 어떠한 루트로 대륙에서 대륙간으로 이동하였을까..


수렵 채집 사회에서 가장 큰 숙제는 음식을 짜지 않게 오래 보관하는 것이었다.

농업 사회가 되면서 소금과 식초등을 이용한 식자재의 보전 방법이 세계 각지에서 연구되었고,

건조와 발효법이 유효해지면서 우리의 식생활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우리의 식생활에서 설탕의 보급은 식문화에 가히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벌꿀이 오랜 기간 불사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중세 유럽도 벌꿀은 귀중한 식자재로 쓰였고

게르만인들은 결혼 후 한달간 벌꿀을 발효시킨 술을 마시며 아이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는데

여기에서 허니문이란 단어가 유래하였다.


요리는 날것, 가열한 것, 발효한것 등 크게 세가지로 나누는데 이 중 가장 다양한 요리는

가열한 요리이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억명 이상의 사람들의 주식은 쌀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에서 스페인으로 가져온 또다른 볏과의 곡물은 옥수수다.


역사적 종교적인 이유로 특정고기를 피하는 모습이 자주 발견되는데 습관적으로 먹지 않는 '기피'와

종교적인 이유로 먹는 것을 피하는 '금기'라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몽골인이 물고기와 닭고기를 피하는 것은 기피이며

이슬람교, 유대교의 돼지, 힌두교의 소,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의 말은 금기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요리는?

일반적으로 중국요리, 프랑스 요리, 터키요리를 꼽는다.


커피는 처음에는 곡물처럼 삶아서 콩을 먹거나 우려낸 물을 마시는 방법을 썼다.


아테네의 수호신 아테나는 올리브 재배의 신이다.

그리이스에서는 올리브 나무를 돌보거나 가공하는 일을 순결한 소녀와 청년에게 맡겼다.

4년에 한번 개최되는 올림피아 경기의 승자에게는 올리브 관을 씌워준다.


인도요리하면 제일 먼저 커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에는 커리라고 부르는 음식이 없다.

커리라는 이름은 18세기에 인도를 지배한 영국인이 붙인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페이지마다 미처 몰랐던 다양한 정보와 지식들로 가득하다.

책 한권이 문명의 시작부터 21세기까지 시대상으로 다룬 세계사다.

그중 재미지게도 음식에 대해서만 꼭 집어서 설명을 하고 있으니 지루할 틈이 없다.

우리가 매일 먹고,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를 시대순으로 설명을 하고 있으니

정말 대표적인 인문지식 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머리속에 꼭 넣어두었다가 필요할때마다 살짝씩 꺼내놓으면

어디가서도 뭐 좀 아는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것 같다.

어디가서든 아는 척 좀 할 수 있는 책. 일상의 지식들이 가득가득한 책,

읽다보면 음식뿐만 아니라 술의 세계사, 돈의 세계사등 점점 더 알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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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의 천재들 - 전 세계 1억 명의 마니아를 탄생시킨 스튜디오 지브리의 성공 비결
스즈키 도시오 지음, 이선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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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본어를 공부할때는 문화개방이 되기 전이라 지금처럼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해적판이라는 것을 빌리거나 구매해서 화질이 엉망인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며 살아있는 일본어를 공부할때였다. 그때 만났던 나의 어린 친구가

바로 [이웃집 토토로]였다.

아마 그때부터 였던 것  같다. 내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에 심취하게 된것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유치해서 잘 안보던 내가..

지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은 지금껏 단 한번도 생각지 못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삽화 하나하나 허투루 그리지 않은 놀라운 퀄리티와 절대 지루하지 않은 구성,

어른들에게 많은 생각과 교훈을 주는 내용.

그래서 새로운 작품이 나올때마다 두근거리며 작품을 기다렸다.


일본은 애니메이션의 강국이다. 일본에서 유학을 하며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해서

어느정도의 규모인지 알게도 되었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위상과 그의 천재성에 대해서도

여러 매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지튜디오 지브리의 창립과정

에서부터 작품들이 나오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 운영방식에 대해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이사이자 프로듀서인 스즈키 도시오가 저술하고 있다.


책에는 총 19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반딧불이의 묘
마녀 배달부 키키, 추억은 방울방울, 붉은 돼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귀를 기울이면, 모노노케 히메, 이웃집 야마다군,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하울의 움직이는 성
게드전기, 벼랑 위의 포뇨, 마루 밑 아리에티, 코쿠리코 언덕에서, 바람이 분다, 추억의 마니  


몇 작품만 제외하곤 거의 다 보았던 작품들이라 제목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나이가 상당히 많은데도 30년이 넘게 실패작없이 아이들과 어른들을

그들만의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들이는 저력이 항상 궁금하였다.

지튜디오 지브리가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것은

다카하다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재성때문이라고 말하는데 그 말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그들의 천재성과 일본인 특유의 근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피를 말리고 살을 깎는 고된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프로의식에서 수많은 명작들이 탄생하였고 그들이 만든 작품에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고 잃었던 동심을 떠올리며 행복해했다.

수많은 낮과 밤에 스튜디어오서 지내며 작품의 완성을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쥐어짜듯 만들었가던 그들의 이야기는 ​존경스럽기조차 하다.

마치 자신의 영혼을 나누어 작품속의 캐릭터를 완성해 가는 것같았다.

명작은 결코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닌것 같다.

그동안 일본 언론에서조차 다룰 수 없었던 스튜디오 지브리의 깊숙한 내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흥미로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마치 은밀한 비밀을 알게 된 내부자처럼 뒷이야기에 가담하여 함께 공모하는 듯했다.

이렇게 나는 한발 더 지브리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도쿄의 디즈리랜드처럼 스튜디오 지브리의 세계를 담은 지브리랜드를 새로 만들거라는

뉴스를 들었다. 천공의 성 라퓨타가 있고, 토토로의 고양이 버스가 달리는 그런 상상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그 뉴스를 접한 수많은 지브리 팬들이 열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내 젊은 시절

친구인 토토로를 만날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한동안 들떠있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 내주길 바란다.

어른들의 매마른 정서에 단비같은 작품들과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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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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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딸은 어떤 존재일까..

엄마인 나로써는 솔직히 가름이 잘 되지 않는다.


왠지 안쓰럽고 애틋하고 너무 소중해서 마알간 유리 상자에 넣어놓고 

봐야할 것같은 진귀한 보석같은 존재일까..

이 책을 읽으며 부모에게 자식이란 어떤 존재이며, 의미인가를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었다.



이어령 선생님은 10년전에 사랑하는 딸을 잃은 참척의 아픔을 겪으셨다.

목사이며,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애쓰셨던 따님을 먼저 떠나보내고 

절절한 아버지의 마음으로 적었던 글을 10주년을 맞아 새로이 개정판으로 출판되어졌다.

10년전 사랑하는 따님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야속하게도 

이어령 선생님도 현재 암투병중이라고 한다. 

고약한 병이 연로한 육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을 알수는 없지만 부모를 잃었을때의 10배쯤아니, 

아니 100배쯤 더 아프다면 그 깊이를 조금은 알수 있을까..


무뚝뚝하고 표현력 부족한 한국의 남성들은 가족들에게도 애정표현이 박하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걱정한다라는 표현이 어눌하거나 

그것마저도 잘 표현하지 않기에 곧잘 정없는 아버지로 오해를 받곤 한다.

하지만 모정만큼 부정도 더 뜨겁고 더 애틋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다.




언제나 늘 어린 종달새 같은 어린 딸아이가 커서 처음 학교를 가고, 첫사랑이 생기고,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 기념할만한 순간마다 아버지는 딸에게 글을 썼다. 

애틋한 아버지의 마음을 차곡히 담아서..


때로는 벅차게 기쁘고, 가슴이 조여들듯 슬프고, 짠했던 마음들을 한자한자

빼곡하게 편지지에 적어내려가는 아버지의 마음을 엿본것 같다.

울컥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서, 몇번이나 책 읽기를 멈추었는지 모르겠다.

애써 눈물을 참아본다.


이 책은 첫장부터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네가 서재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에게 다사오는 발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는 글을 쓰는 시간이었고 너는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다.

내게 들려온 것은"아빠, 굿나잇!"하는 너의 목소리뿐이었지.

이 세상 어떤 새가 그렇게 예쁘게 지저귈 수 있을까.

그런데도 나는 목소리만 들었지, 너의 모습은 보지 않았다.

뒤돌아보지 않은 채 그냥 손만 흔들었어,

"굿나잇, 민아"하고 네 인사에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아이들이 한참 자라나고 말을 시작할때쯤, 부모들은 인생의 가장 바쁜때를 

보내고 있음에 틀림없다.

먹여야할 입이 하나 더 늘어났으니 아빠는 직장에서 짤릴세라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할것이고, 

해도해도 끝도 없는 육아와 가사일에 엄마는 지쳐가고 있을때지.


아이들의 굿나잇 인사에 옷을 개던 손을 멈추고 '그래 잘자' 하면서 머리라도 

한번 쓰다듬어 줄수도 있었을텐데..

티브로 향해있던 눈을 돌려 '사랑한다 잘자'하며 그 오동통한 볼따귀라도 

한번 쓰다듬어줄수도 있었을텐데..

그때 피곤하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아낀 그 몇십초가 얼마나 허망한건지를

아이들이 다 커버리고 내 머리가 힐끗힐끗해져서야 알게 되었다니 참 바보같다.


이어령 선생님도 글을 쓰느라 뒤돌아서 아이와 눈을 맞추지 못한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만일 지금 나에게 그 삼십 초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나님이 그런 기적을 베풀어준신다면

그래 민아야. 딱 한번이라도 좋다.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이 그때의 옛날로 돌아가자.

나는 그때처럼 글을 쓸 것이고 너는 엄마가 사준 레이스 달린 하얀 잠옷을 입거라.

그리고 힘차게 서재 문을 열고 "아빠, 굿나이!"하고 외치는 거다.

약속한다.

이번에는 머뭇거리며 서 있지 않아도 된다.

나는 글 쓰던 펜을 내려놓고, 읽다 만 책장을 덮고, 두 팔을 활짝 편다.

너는 달여와 내 가슴에 안긴다.

내 키만큼 천장에 다다를 만큼 널 높이 치켜올리고 졸음이 온 너의 눈,

상기된 너의 뺨 위에 굿나잇 키스를 하는 거다.


굿나잇 민아야. 잘 자라 민아야.


자식을 먼저 보내고, 참척의 아픔을 가진 부모가 되어 가장 후회되는 일은

나의 등 뒤에서 굿나잇 인사를 건네는 아이에게 

뒤돌아보며 굿나잇 인사를 건내지 못했던..이렇듯 별거아닌 사소한 일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 홀로 남은 아버지의 마음을 찢어발겨놓는거구나..


그래서 이어령 선생님은 자식을 보낸 그 아픔을 글로 써서 이렇게 책으로 남겨주셨구나.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읽어보라고..그리고 당신들의 어린 자녀가 당신을 보며

웃음 지을때 그 웃음에 화답을 하고, 아이들의 윤기나는 머리를 더 자주 쓰다듬어주고

눈을 맞추고 뺨을 쓰다듬어주라고 조언을 해주시는구나.

그래야지 나중에 본인처럼 후회하지 않는다며 본인의 살을 깎아 아둔한 대한민국의 

부모들에게 충격요법으로 그 마음을 전하는구나...


먹먹한 가슴이 한동안 진정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내 딸에 대해서 쓴 이 글들이 출판되어 나오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가시처럼 마음에 걸린다.

다만 이 글들이 나와 내 딸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딸에게, 

딸을 잃은 이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세상 모든 이에게 바치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어령 선생님 쾌차를 기원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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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지음 / SISO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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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

업무도 못하진 않지만 늘상 완벽하지 못해서 자잘한 실수를 곧잘 한다.

집안 살림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빨래감이 늘 쌓여있다.

요리도 늘지 않아서 매번 하던 요리도 레시피를 안보면 맛이 이상해져버린다.

못하는거 투성이며 완벽하지 않은 나를 매번 미워하며 살았다.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에게 손가락질 안 받을만큼은 하며 살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닥달하고 담금질 했던가..

그럼에도 항상 조금은 부족했고 조금씩 후회하며 살았다.

그러는 사이에 나란 사람이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것도 모르고 말이지..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책 제목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간혹 내가 좋아지는 날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간혹을 뺀 많은 날들은 나는 나를 미워하고 자책하곤 한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때 나는 내가 좋아지는 '그 어떤날'을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화작가인 김리하 작가님의 첫번째 에세이는 어떤 이야기로 채워져 있을까..

책을 읽고 나면 부족한 나도 좀 더 이뻐 보일까..라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총 42개의 에피소드를 동화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로 적어놓았다.

읽어나가며 나와 비슷한 상황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때도 있었고, 새겨 들어야할 말들은 수첩에 적어놓기도 했다.


사람 사는 모습은 누구든, 어디든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못난 내 모습과 내 생각에 자책을 하다가도 어느날 친구와 지인들의 칭찬 한마디에

그래도 내가 그정도의 경우없이 살아온건 아니구나 싶어지기도 하면서 말이지..




예상 밖의 좌절과 실패, 파괴나 균열의 현장을 맞닥뜨릴 때면

어김없이 우리의 기분도 쪼개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이제 잦은 실패나 사소한 균열을 보고 내 기분과 내 삶에

흠집내는 일을 멈추고 싶어졌다.

그건 그저 많고 많은 도전중 하나가 실패로 돌아갔을 뿐이고, 수 많은 

그릇 중 단 하나가 깨진 것에 불과할 뿐이다.


기억나는 몇편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실패한 시간마저 아군으로]에서는 작은서점지원 사업선정에서 탈락되고, 

투고한 원고가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하고, 전자책 심사 과정에서 비승인이 되는

실패3종 세트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것마저도 풀릴건 풀리고, 인정할건 인정하며

상처가 되기 보단 훈련이 되었다는 글이 인상에 남았다. 


[인간관계에서 헤맬 때 나만의 자리 찾기]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새집으로 이사를 간 후배가 이사간 동네의 물정도 모르고해서 

윗집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냈다고 한다. 좋은 이웃을 만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것도 잠시,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고, 연락오고, 같이 차마시러 가자, 영화보러 가자, 엄마들 모임에

같이가자고 다가왔다고한다. 처음 한두번은 나가봤는데 막상 모이면 사교육 이야기에 

남의집 험담하기 바빴다고 한다.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피해다녔더니 나중에는 후배의 험담을 그렇게나 

하고 다니고, 일부러 내는듯한 윗층의 층간 소음에 미칠 지경까지 되었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이웃이어도, 가족이어도 그 사이에 쉼표가 들어갈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들 자각했으면 좋겠다.


[그건 순전히 인격에서 우러나온 일]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원고를 써서 보내고

원고료를 받지 못하고 떼먹힌 저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 매체로부터 부탁을 받고 원고를 써서 보낸적이 있는데 바쁘게 지내다보니

원고료가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몇달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담당자에게 한두 번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고 그걸로 끝이었다.

사람들로부터 답답하다, 바보같다, 제몫도 못챙기냐며..싫은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지급되지 않은 원고료로 의뢰인의 인격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그런 

사람과 두번 다시 일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고 또 그런 부류의 사람과는 

인연을 맺지 않을 눈도 갖게 되었다. 그 현명한 눈으로 나를 가치 있게 

대해 주는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 있으니 괜찮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이고, 겪음직한 일에 대해 말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고 비슷비슷하게 좌절하고

또 털고 일어나고 있구나 싶었다.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서 많은 시간, 나를 질책하고 보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했던 많은 실수와 좌절이 켜켜히 쌓여 나무의 나이테처럼

더욱 단단한 나를 만들었고, 그런 내가 가끔 좋아지기도 하니까

지나온 시간들이 그렇게나 나쁘지는 않았나보다 싶다.


매번 실수하며, 망가지며 

비로소 나다운 삶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갑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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