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진심
이민주 요리, 이지현 글 / 작가와비평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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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공동저자인 이민주님과 이지현님은 아이를 키우는 주부이다.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는 걸보고 행복해하는 대한민국의 보통의 주부들이자 보통이상의 능력을 가진 엄마들이다.

요리를 소개하고 있는 이민주님은 한식, 일식, 중식, 양식조리사기능사,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10여개의 요리 자격증을 취득한 베테랑 요리사이다.

이지현님은 시집과 에세이집을 낸 작가로써 음식과 삶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요리전문가의 요리와 작가의 글이 어우러져 세상에 하나뿐인 책이 탄생되었다.

나에게 음식은 늘 추억과 함께 한다.

어렸을 적 엄마가 해주었던 추어탕, 해물파전, 동태탕은 병약했던 나에겐

그 어떤 보약보다 더 효험있는 음식이었다.

이 책에는 간단한 요리법과 함께 그 요리에 얽힌 추억담이 함께 한다.

두 저자의 조화로움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글을 읽으며 한껏 추억에 잠겼다가

오늘은 소개해준 이 요리를 해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한다.





1부는 깊은 그리움의 맛

2부에서는 지극한 위로의 맛

3부에서는 건강한 희망의 맛

4부에서는 사랑의 화안한 맛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46가지의 요리와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특히 글을 쓴 이지현님은 남쪽 바닷가 마을에서 거주했던 추억을 한가득

풀어냈는데

나의 고향이기도 한 마산부근에서 지냈던듯하여 그 반가움이 배가 되었다.

여름날에는 물에 만 찬밥에 콩잎된장 장아찌만 있어도 밥을 먹었다. 지금 콩잎된장 장아찌는 귀한 음식이 되어

깻잎된장 장아찌만으로도 도시의 밥상은 호강을 한다.

내가 자란 경상도에는 콩잎장아찌를 즐겨먹었다.

나는 특히나 깻잎보다 콩잎을 좋아해서 처음 서울로 공부를 하러 왔을때

엄마가 보내주신 콩잎 장아찌를 도시락 반찬으로 학교에 가져간 적이 있었다.

서울 친구들은 콩잎 장아찌를 첨 보았는지 신기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너의 시골에서는 나뭇잎도 먹는구나"

그때의 충격이란..ㅎㅎ

책을 읽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피식 웃게 된다.

진동의 장어구이는 전혀 느끼하지 않아 별미다.

장어는 독 때문에 바짝 구워먹는 것이 맞았다.

장어의 제철은 여름부터 초가을까지로 봄이 되면 바다에서

해안으로 헤엄쳐 온 뒤 민물을 만나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어렸을때 아버지는 취미인 낚시를 하러 자주 다니셨다.

특히 밤낚시를 하시고 그 다음날 추레한 모습으로 돌아오신 아버지의

아이스박스 안에는 뱀처럼 생긴 장어가 수십마리씩 들어있곤 했다.

밤을 새고 낚시를 하신 아버지는 그날 하루종일 주무셨고, 엄마는 수돗가에서 장어 내장을 따고 손질하시면서 궁시렁거리시곤 했다.

허구헌날 장어를 잡아오시니 우리집 냉동실에는 그 흔한 아이스크림 하나 들어갈 틈없이 수십마리의 장어들이 얼키고 설킨채 냉동되어 있어서 어린 나는

절대 냉동실을 열지 않았다.

그때 먹었던 장어탕과 장어구이 덕분에 이 나이 먹도록 큰 병없이

건강하게 지내는가 보다.

한권의 책이 어릴때의 추억과 그리움과 즐거움을 소환하여 읽는 내내 아련하였다.

딸 아이가 해외에서 유학을 하였을때 방학이라 오랫만에 집에 온 아이에게

뭐 먹고 싶은거 있냐고 물었다.

아이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집 근처 전골전문점에서 파는 만두 전골이랑, oo해장국 집에서 파는 선지해장국이랑 oo쌈밥집에서 파는 쌈밥이랑..."

엄마가 해준 음식은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 모양새에 충격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더 나이를 먹어 성인이 되었을때 우리 엄마가 해주는

소고기 미역국이 맛있다거나 된장찌개가 맛있다거나 하는 소리를 들을려면

나는 좀 더 분발해야겠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으며 엄마를 기억해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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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래도 카레
사카타 아키코 지음, 이진숙 옮김 / 참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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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이것 저것 반찬하기 귀찮을때, 재료가 없을때,

후다닥해서 편하게 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이 일품 요리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맘들에게는 꽤나 유용한 팁인데, 사실 매번 하다보면

매너지즘에 빠지기 쉽다.

그 나물에 그 반찬 같아서 가족들에게서 불만섞인 투정이 세어나오기 일쑤이다.

이때 짜잔~ 하고 내 놓을 수 있는 요리를 찾다가 사카타 아키코라는 일본 요리연구가의

[오늘은 아무래도 카레]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사카타 아키코씨는 일본에서 요리 연구가로 활동중이다.

전문가의 비법을 담아 만든 가정 요리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유달리 카레에 집착(?)한다고 해야할까..

일본에는 카레 전문점이 많이 있고, 한국에서 떡볶이의 맵기 정도를 정할 수 있듯

일본에서는 카레의 맵기도 손님이 정할 수 있다.

내가 아는 일본인은 아내가 카레에 진심이라서 커다란 냄비에 카레를 2박 3일 뭉근히

끓이는데 그 많은 카레를 다 먹어야 한다며, 근데 이게 정말 맛있다며 칭찬인지 불만인지..

토로한 적이 있었다.

한국 아내들은 오래 집을 비울때 곰탕을 끓이듯 일본 아내들은 집을 비울때 카레를

한 솥 해놓는것 같다.

그만큼 카레를 좋아하는 일본인 요리 전문가의 카레 요리책에는 어떤 특별한 카레가 소개

되어 있을지 기대 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에는 총 62가지의 요리가 소개되어 있다.

정통 인도카레, 태국식 카레, 유럽식 카레, 일본 가정식 카레로 각 나라별로 즐겨먹는

카레 요리를 실려 있다.

우선 향신료 소개부터 살펴보니 단순 카레 가루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향신료가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이름도 생소하고, 마트등에서 판매 되고 있는 것도 본적이 없는듯 하여 살짝 당황스럽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라는 생활 모토를 이번에도 발휘해 봐야 할 것 같다.





재료와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다.

쿠민씨, 카다멈씨, 가람 마살라, 터머릭가루, 레드 칠리 파우더 등.. 없는 재료는

어쩔 수 없이 빼고

싫어하는 고수도 빼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듯하다.







카레의 재료에 이런 것이 들어가도 되는가 싶을 정도의 새롭고 참신한 재료들을 더하면

전문가 뺨치는 카레가 완성될듯 싶다.

생각의 전환은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카레를 다른 요리에도 응용했다는 점이다.

남은 카레를 이용하여 볶음밥으로 만들거나 토스트, 우동으로 만들 수 있어서

질리지 않고 카레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여 피곤이 켜켜히 쌓인 주말에 후딱 만들어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함께 곁들여서 먹으면 좋은 샐러드등도 소개되어 있어 만들어 두면 카레 요리가

아니더라고

피자나 덮밥등 일품 요리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듯 하다.

짜임새 있게 요목조목 잘 정리해서 소개한 요리책이다.


한국에서는 인스턴트 카레 가루를 많이 사용하여 뭘 넣어도 그 맛이 그맛인데..

각종 향신료을 더하거나 아주 조금 궁리를 하면 고급진 레스트랑에서 맛 볼 수 있는

카레 요리를 가정에서 재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정독을 하게 되었다.

소장만 해도 든든하고 기분 좋아지는 책이라고 해야할까..


얼마전 코로나 유사 증상으로 입맛도 밥맛도 없이 주구장창 죽만 먹다보니

속이 허해졌는데 입맛을 확 돌릴 수 있는 매콤한 카레를 오늘 저녁 당장 만들어보고 싶다.

요리의 세계는 끝이 없어서 도전하고픈 마음이 뿜뿜 생기게 만드는 요리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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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숲속의 올빼미
고이케 마리코 지음, 정영희 옮김 / 시공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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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고이케 마리코씨는 1952년 생으로 1978년 [지적인 악녀의 권유]라는 에세이를

시작으로 작가의 길로 접어든다.

그 후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상, 시마세 연예문학상, 시바타 엔자부로상등

수 많은 상을 받으며

일본 작가들 속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도 글을 쓰는 작가로 한 집안에 두명의 작가가 있는 보기 드문 내력을

가지고 있다.

작가라는 직업은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펜만 잡는다고 술술 나오는게 아니지 않은가.

대부분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인데,

한 집안에 그것도 남편과 아내가 글을 쓰는 작가라니 누가 들어도 앗 소리가 나오기

마련일것이다.

묘하게 라이벌 의식도 있을 것이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상도 받으며

서로에게 자극과 격려가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글을 쓰기위해 시골로 내려가 숲속의 집을 마련하고 자연 속에 뭍혀 살던 부부는

완성된 글을 상대방에게 건네며 평가를 받기도 하고, 까페에 앉아서 차한잔을 앞에두고

서로가 구상하고 있는 소설에 대해서 얘기하며 부부로써, 동료로써 나무랄데 없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의 폐에서 종양이 발견되었고,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남편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병마에 몸이 침탈 당하면서도 자신에 삶에 대한

애착을 보이기도 한다.

얼마후 그렇게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게 된 작가는

지독한 상실의 시간을 견디며 홀로 숲속 집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달밤 숲속의 올빼미]는 아내가 남편에게 바치는 사모곡처럼 느껴진다.

남편과 다정했던 한때를 회상하며 남기고 간 흔적들을 손으로, 눈으로 더듬어며

그리움과 애틋함을 글 마디마디에 새겨놓았다.






예전에 남편이 내동댕이쳤던 말들, 억지를 부려 화를 솟구치게 했던 말들을 이것저것 떠올려본다.

그때 그런 소리를 했었지, 이런 소리도 들었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두운 기억'이 몸집을 불려 나간다.

상실의 슬픔이 흔들흔들 출렁이던 그 희미하고 부드러운 윤곽이

뾰족하고 예리한 무언가로 변해 가는 느낌이 든다.

됐다.

이렇게 하면 현실로 되돌아갈 수 있겠다. 편안해질 수 있겠다.

든든한 생각도 들지만 그것도 잠시뿐 오래가지 않았다.


남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집에서 혼자 지낸다는 것은 남은 이에겐 고문일 것이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 접어두고 밉고 섭섭했던 생각들을

끄집어 내어 어떻게든 잊어보려고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그리움과 부재의 외로움에 잠식당하게 된다.


나도 사람을 잊기 위해서 분단히 노력한 적있다.

차라리 미워해보면 잊어질까, 부러 그런 기억들만 꺼집에 내봐도 효과는 미비했다.

결국은 시간에 맡겨볼 수 밖엔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정말 혼자라는 각성을 하며, 흔들리지 않을려고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두고 지탱하려고 애쓰는 사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 상흔 같은 기억들이

흐려지며 비로써 완벽하진 않지만 울지 않게 되었던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작가에 글에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남편이 죽고 난 뒤로는, 늦은 밤 침대에 들어가 스마트 폰을 쥐고 트위터에

'사별, 남편' '사별, 코로나'등을 검색했다.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고독한 외침을 따라가다 보면

쓸쓸한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그러는 사이 잠이 몰려왔고 손에 쥔 스마트폰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깬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사람들은 가끔 낯선 이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고 저이도 나와 별반 다를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어찌보면 나보다 더 힘들고, 나보다 더 처지가 안쓰러운

사람들을 보며 그나마 나는 양반이네..라며 위안을 삼는다.

남편의 부재와 동시에 코로나로 거리두기가 시작되어 사람들과의 만남도

여의치 않게 되면서 심각한 우울증으로 빠져들 수 있는데, 손바닥만 스마트폰으로

세상 속의 사람들과 함께 공감함으로써 느끼게 되는 위로와 격려는 그 어떤

말보다 힘이 되기도 한다.

작가도 그러한 시간을 보내며 상실의 아픔을 이겨낼려고 했었구나.. 이 사람도

나와 다를바가 없네..라는 생각을 하며 나 또한 조금 힘을 내어보게 된다.





배우자를 잃고 숲 속 집에서 혼자 지내는 쓸쓸함.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며 사람들과 손을 잡지도 가까이 하지도 못하는 외로움.

이 두가지의 쓸쓸함과 외로움은 묘하게 닮아있다.

사람들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고 어깨를 토닥이며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불안과 공포에 휘둘리 때, 의할 곳이 없어 외로울 때, 술픔에 사로잡혀 있을 때,

누군가 가만히 안아 주거나 손을 잡아 주기만 해도 잠시나마 고통에서

도망칠 수 있다.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 적막한 마음에 따뜻한 빛 한줄기가 비집고 들어온다.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왔다.

별거아닌 그 간단한 일을 하는 것이 너를 지켜냈고, 나를 지켜왔다고 작가는 말한다.

손을 맞잡고, 안고, 안기며..

그렇게 또 힘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거대한 상실은 극복되지 않는다

매일의 삶과 함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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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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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인 프랑수아즈 사강은 그녀의 첫 작품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작품으로 비평가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프랑스 문단에 등장하였다.

심심풀이로 6주만에 완성했다는 첫 작품의 성공이후로 그녀가 내놓은 작품들은 세간의 이목을 끌며

영화화 되기도 하는등 천재적인 글재주를 가진 작가라는 호평을 받게 된다.

[길 모퉁이 카페]는 사강의 단편집으로 1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9편의 단편들은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별과 죽음, 인간 내면에 드리워진 고독과 번뇌를 그리고 있으며

두어편은 끊어질듯 다시 이어가는 인연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무거운 이야기에 비해서 꽤나 담담하고 우아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이 사강의 작품들의

특징인가 싶기도 하다.

19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상식적인

삶에서 조금 빗나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늙고 돈 많은 여자의 애인 노릇을 하고 있는 젊은 남자.

사랑하는아내와의 관계에 의심스러운 친구를 죽도록 경멸하는 남자.

두번째 남편과의 이별 후 남편의 비서와 바람이 난 백작부인의 자살 등등

평범하지 않은 그들이지만 헤어짐에 대한 무게가 어찌 가볍기만 하겠는가..

누구에게든 이별이란 어떤 모양새를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시점에서는 그런 이별도 초월함으로 다루려고 하였지만 차근히 읽다보면

절제된 감정들이 글속에서 새어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난치지 마. 난 장난할 여유가 없어. 난 그렇게 못해. 어서 가버려!"

계단을 오르던 여자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늙어버렸다.

나이는 오십을 넘었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여자는 서둘러 짐을 싸고 큰 침대에서 홀로 잠을 청했다.

이것 참 짜증난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기 전까지 오랫동안 흐느껴 울었다.

의연한 척 애인에게 이별을 고했지만 남겨졌을 때의 고독과 허망함을

아무도 모르게 침대속에서 흐느껴 우는 여자의 마음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되었다.

쎄보이지만 강철로 만든 심장을 가지지 않은 이상 한때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의 아픔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롬의 사냥감은 산양이 아니었다.

그의 사냥감은 금발 머리에 옅은 황갈색 스웨이드 정장을 입고 있다.

그의 사냥감은 참으로 죽이기 어려운 사냥감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불륜을 의심캐하는 친구의 행동을 본 후, 살의를 느끼는

주인공에게서는 배신감과 질투로 사로잡힌 한 남자의 광기를 엿볼 수 있다.

어쩌면 수 많은 이별의 이유에는 배신감과 질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배신감과 질투는 상대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 황폐하게 만드는

가장 위험한 감정이다. 산양을 끝까지 쫓아가지만 결국 산양에게 총을 쏘지 못한

남자의 감정에 저릿함을 느꼈다.

물론 샤를에게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는 좀스런 남자였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정말 고약했다. 그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만약 샤를이 있었다면 기차안의 모든 화장실 문은 이미 오래전에

다 열렸을 것이다.

그리고 작은 사냥개 눈을 하고서 그녀를 쳐다보며 길고 넙적하고 큰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을 것이다.

'무섭지 않았소? 이 말도 안되는 사고가 불쾌하지는 않았소?'

항상 자유를 추구하는 그녀는 미스트랄(기차)를 타고 애인에게로 가서

별을 통보할 예정이다. 그 남자와 이별 후 실컷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기차안 화장실문이 고장나는 바람에

좁고 소독약 냄새 가득한 카키색의 기차안 화장실에 갇혀버리게 된다.

이 뜻하지 않은 사건에서 그녀는 이별하려고 했던 남자 샤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위기에 처한 자신을 구할 사람은 샤를뿐이겠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가까스로 화장실에서 빠져나와 샤를이 기다리는 역에서 하차한 그녀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럼 우리 언제 결혼해? "

많은 사람들은 만남도, 이별도 이미 결정된 운명이라고 말한곤 한다.

하지만 그건 운명이 아니고 선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신이 정해놓은 운명도 인간의 의지 앞에는 변수가 발생하는 법이니까..

나와 그대의 선택으로 만남도 헤어짐도 결정되는 것이니 이별 또한 운명이라고

쉽게 말해서는 안된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서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 만나고 헤어지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고 짙은 회색같은 고독의 색깔도 느낄 수 있었다.

과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사람의 심리를 제대로 그려내는 탁월한 글솜씨를 가진

작가 프랑수와즈 사강이 프랑스에서 천재 작가로 명성을 날렸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등 유럽각지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조금 독특하고, 평범하고,

야릇한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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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금 그대로 좋다
서미태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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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과 사랑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찾아낸

당신의 등을 부드럽게 밀어줄 따뜻한 응원의 문장들

어쩌면 이 말에 강하게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내가 잘해왔는지.. 잘하고 있는지..잘해 나갈것인지..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을때, 그 누군가

"괜찮아. 충분히 잘 해왔어.지금 그대로 좋아.."라고 말해준다면

나의 흔들리는 삶도 떨림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의 바램은 책을 읽어갈 수록 확신으로 바뀌었다.

서미태 작가의 사람의 마음을 쓰담쓰담하는 에세이 [당신, 지금 그대로 좋다]라는 책은

제목처럼 독자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말들로 가득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 관계에 대한 이야기,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은

한줄 한줄 필사를 하고 싶은 충동이 일만큼 다정한 언어로 채워져있다.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침묵한다.

끝 모르고 뻗을 것 같던 설렘은 번짐이 그치고,

익숙함이란 이유로 흩어진다.

드물게 설렘은 사랑이 되는데, 애석하게도 사람은 설렘만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편안함은 사랑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생각하고, 글을 쓰고 다듬으면 문장 하나, 단어하나에서

이런 섬세함이 나오는 건지.. 세삼스럽게 글 쓰는 이들의 위대함에 감탄하게 된다.

저자인 서미태는 학생이며, 직장인이며, 글을 쓰는 작가로 1인 3역을 소화해내고 있다.

하나도 버거운 시대에 3가지 역활을 충실히 해나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종종거리며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지.. 20대를 보냈던 내 모습을 떠올려보면 알것도 같다.

남들보다 3배는 더 분주하게 보내야하는 하루.

그 하루의 한조각을 떼내어 생각을 다듬고 글을 쓰며 SNS로 자신을 글을 공유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감동한 글을 모아 펴낸 책이 [당신, 지금 그대로 좋다]로 활자화되었다고

하니, 서미태를 몰랐던 나는 단숨에 보석을 얻어 쥔 느낌이다.




바다를 건너온 바람은 건조할 때가 없듯이

사람을 스치고 건너온 바람도 그렇다

회사에서, 집에서, 연인사이에서, 친구사이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자연스럽게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생각은 거치고 더불어 말도 거칠어지게 마련이다.

이럴때 조금 진정하고 서미태의 글을 읽어보면 어떨까..

이렇게 조분조분 이쁘게 말하는 글을 읽다보면 거칠어진 내 마음도 다시 보들거리게 되겠지.

자칫 틀어지기 쉬운 인간관계도

쉼표를 찍고 다시 마음을 정비하고 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을테니

뒤틀린 심사를 진정시켜주는 안정제 같은 책이 아닐 수 없다.






더 사랑하면 이해가 필요없고

덜 사랑하면 이해를 할 수 없고..

책 읽기를 별로 즐겨하지 않는 친구에게 딱 두 문장으로 된 페이지를 펼쳐 건네보았다.

읽어보던 친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 많은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말하고자 하는 그 뜻을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짧지만 확신에 찬 서미태의 언어들이

가슴에 콕콕 박히게 된다.

그래서 수만명의 독자가 서미태의 글에 감동받고 환호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친김에 인스타를 팔로우하여 건조하고 거칠어진 내 마음에 보습제를 발라두어야겠다.

날이 차가워 마음까지 추워지는 계절에

함께하면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에세이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건네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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