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만난 말들 - 프랑스어가 깨우는 생의 순간과 떨림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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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내 경험상 절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정도 그 나라 생활에 익숙해져

안정권에 들때까지는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보다 두배는 더 부지런해야하고 세배는 더 알뜰해야하고 네배는 더 노력해야지

겨우 외국생활의 안정권이라고 할 수 있는 궤도권 안에 진입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목수정님은 작가로, 번역가로 일하고 있으며, 20여년간 파리지앵으로

살면서 터득한 성찰과 사색의 순간을 프랑스어 34개로 이야기하고 있다.

파리는 전세계인들중 많은 이들이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도시이다.

나 또한 한때는 프랑스 파리에서 예술을 음미하고 자유와 낭만을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하며 동경하기도 하였다.

맛과 멋, 그리고 시민혁명으로 이룬 자유를 상징하는 프랑스 파리에서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지, 그들의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은 어떠한지.. 파리에서 오랫동한 생활한

한국인이 꼽는 34개의 단어로 프랑스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다른건 몰라도 '빨리, 빨리'라는 단어는

다들 알고 있다. 이만큼 한국을 대변하는 단어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한국인들은 좋게 말하면 굉징히 빠릿빠릿하고 부지런하지만 나쁘게 말하는 성질이 급하다.

근현대사를 돌아봐도 수 많은 외침과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무것도(?)없는 나라에서

반세기 만에 이만큼의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인들을 몰아부치고 있는

그 빨리빨리 문화가 일등 공신이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조금 여유를 좀 부려도 될성 싶은데 근성이라고 해야하나..

쉽게 고치져지 않은것 같다.

이에 비해 프랑스를 대변하는 단어는 우리와 정반대인 Doucement(두스망)이다.

부드럽게, 천천히 라는 이 단어에서 프랑스인들의 사고방식을 바로 알게 된다.

프랑스인들은 학교에 지각할 지언정 서두르지 말고 두스망,

맥주를 따르다 거품이 흘러 넘쳐도 두스망,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두스망을 외친다.

프랑스에서 생활하다보면 이런저런 순간에 매우, 많이, 자주 듣는 단어라고 한다.

매사에 숨이 턱까지 차도록 전력질주하고 있는 우리도 가끔 두스망~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Bonjour(봉주르)는 프랑스어 인사말이라는 것쯤은 대부분 알고 있을것이다.

요즘은 참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들에게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기가 어색하다.

버스를 탈때도 고개를 까딱하는 목례 정도는 하지만 소리를 내어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기는 뭔가 쑥스럽다.

프랑스에서는 마트를 가도, 산을 오를때도, 길거리에서 청소부 아저씨를 만나도

다들 먼저 봉주르라고 인사를 한다. 저자도 매번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지 하면서도

상대방에게 선방을 맞고 마는 단어라고 한다.

bon(좋은) + jour(날)을 뜻하는 봉주르..

오늘이 기필코 좋은 날이 되어야 한다며 먼저 인사를 하는 프랑스인들처럼

나도 숙쓰러움을 좀 넣어두고 먼저 인사를 건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봐야겠다.

On s'en fout(옹 상 푸)는 아무도 신경안써. 라는 말이다.

아무도 신경 안쓰니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라는 뜻으로도 쓰이지만 관심없어.라는

뜻으로 쓰여서 프랑스인들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단어라고 한다.

타인에 대해서 지나친 간섭이나 관심을 갖는 것이 오히려 실례라고 생각되는 요즘,

프랑스라도 해서 예외는 아닌듯하다.

그들의 쿨한 개인주의가 더해서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프랑스인들 초대하여

한국음식을 대접할려고 하던 저자가 끙끙거리자 남편이 툭 던진 한마디

옹 상 푸.. 격식따위 신경안써도 된다 라는 뜻으로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었다는

저자의 에피소드에 미소를 짓게 된다.

이외에도 프랑스를 대변하는 단어들을 통해 프랑스의 여러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개인적인 에피소드와 함께 등장하는 프랑스어 단어들은 단어의 뜻을

설명함과 동시에 그 단어들이 나오게 된 배경도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프랑스의 역사, 사회, 정치, 경제적인 면도 슬며시 맛보게 된다.

에세이라도 하기에는 교양서적에 가깝다고 할까..읽을 수록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한국과 다른 세계 여러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책을 통해 새롭게 알아가는 것도

책을 가까이 하는 독자들에게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 하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질리도록 많이 봐온 나라,

프랑스에 대해 새로운 면목을 볼 수 있어서 나에게 의미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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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은 당신의 말을 닮아 간다 - 단단한 마음을 만드는 긍정의 말들
최대호 지음 / 테라코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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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가는 가을날

조용히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여행대신 택한 책 한 권이 있다.

[당신의 마음은 당신의 말을 닮아 간다] 제목부터 깊은 울림을 주는 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수십만 팔로워들과 소통하며 글을 쓰고 있는 최대호 님이다.

'읽어보시집'와 '너의 하루를 안아줄게'등 다수의 저서를 내고 있다.

힘들 때마다 위로와 용기, 응원이 담긴 문자을 따라 쓰면서

어느새 그의 마음이 그 말을 닮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 저자가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필사집이다.





나는 가끔 지독히 마음이 어지럽거나 형언할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올때면

펜을 꺼내 들고 다이어리등에 좋은 글귀를 필사하곤 한다.

나중에 아무 생각없이 들춰본 다이어리에서 한글자 한글자씩 또박또박 적어둔

문장을 발견하게 되면 그때의 감정들이 몰려와 잠시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어떤 마음으로 그 문장들을 적어두었는지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제일 잘 안다.

그 글을 적었을 그때의 절박하고 암담했던 마음을 어떻게든 견뎌볼려고 했던

몸부림 이었기에 나중에 무심코 다시 그문장들을 만났을 때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잘 이겨내고 견뎌서 지금 이 순간을 맞은 나 자신이 새삼스럽게 대견하다.

이것이 바로 필사가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길지 않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뚜렷한 문장들로 이루어져있다.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하루에도 몇번씩 치이고 부딪히며 상처받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의 말들로 가득하다.

자신을 다독이며 멘탈을 부여잡고 단단히 버티고 설 수 있는 치유의 글을 필사하며

더욱 강해지고 단단해져 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필사하는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잘 할 수 있다, 잘 견딜 수 있다,

좋은 일이 생길것이다..며 마법 같은 주문을 걸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글 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글귀도 흘러버리면 곧 뇌리에서 사라지게 되는 일들이 많다.

강가의 수만개의 조약돌 속에서 가장 이쁜 조약돌을 주워 주머니에 넣으면

그 조약돌은 나에게 특별한 돌이 되는 것처럼 이 책에서 내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글들을

필사하므로써 그 글은 곧 나의 삶에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치게 된다.








행복해지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은 멀리 있지 않으니 주변을 둘러보라고 조언하고, 남들보다 조금 늦다고 해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속도로 차근히 걸어가라고 말하는 그의 글들은

어찌보면 평범해 보이는 조언이지만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들이다.

그의 글들을 읽고 필사하면서 늘 항상 남과 비교하며 내가 뒤쳐지는 건 아닐까,

나만 이런건 아닐까, 전전긍긍하고 조바심 나던 마음이 한결 평온해질 수 있는 것은

평범한 진리를 놓치고 있었던 우리들의 선급한 마음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말의 힘을 믿어보기로 한다.

우선은 나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주자. 애썼다. 고생했다. 충분히 잘 해냈다..

내가 나를 믿어주고 아껴준다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생긴것과 다름없다.

나에게 아낌없이 사랑받은 나는 자존감이 높아지고, 쉽게 흔들리지 않은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인간관계에 치이고, 세상일이 내 마음같지 않아서 짜증나고,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받아 무너질것만 같을때..

이 책은 마음의 처방전이 되어줄 것이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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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있는 미술사 도슨트 : 모더니즘 회화편 - 14명의 예술가로 읽는 근대 미술의 흐름
박신영 지음 / 길벗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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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술에 대해서 좀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내 오랜 바램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에 수업 시간에 배웠던 미술사에 대한 공부는 사실 어디가서 꺼내놓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래서 미술교양서적을 틈나는대로 읽어볼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나에게는 턱없이

과한내용이거나 부족하여 크게 도움이 못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도슨트라는 단어에 혹해서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도슨트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뜻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 도슨트(docent)는 '가르치다'라는 뜻이다.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한 용어로 지식을 갖춘 안내인을 말한다.

내가 도슨트라는 직업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것은 맥스 달튼의 일러스트 전시회에서였다.

평일날 시간이 되어 전시회장을 찾았는데 운좋게 정우철 도슨트의 설명을 듣게

된 것이었다.

이날 나는 지금까지의 나의 전시회 관람은 그저 수박 겉핥기에 다름이 없구나..라는

깊은 빡침을 느낄 정도로 새로운 신세계를 맛보았다.

나의 빈약한 미술사 지식에 부족함 없이 상식과 지식을 퍼주었던 "배움의 장"이었다.

정우철 도슨트는 요즘 여러 매체에 얼굴을 내비치며 유명인이 되었고, 책도 서술하였다.




이토록 재미있는 미술사 도슨트의 저자인 박신영 님은 2019년부터 팟캐스트

[후려치는 미술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브런치를 통해 꾸준히 미술사를 소개하는 글을 게재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미술이 더 이상 저 멀리 있는 고급 교양이 아닌 대중적인

인문 교양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중이다.

이 책은 저자의 관록이 묻어나는 책으로 여타의 미술 교양서와는 다르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술술 읽힐 수 있도록 저술 되어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정중어로 적혀 있어서 마치 도슨트가 옆에서 설명을 해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 책에는 모더니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14명의 예술가들을 통해 근대 미술의 흐름을

이야기 하고 있다.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와 배경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한다.

그래서 이책에는 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제법 상세하게

써내려가고 있어서 역사적인 지식도 함께 습득할 수 있어서 교양서적으로써 손색이 없다.




인물이나 풍경등 대상을 마치 사진을 보듯 있는 그대로 그렸던 고전 회화에 다르게

모더니즘 회화의 특징은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 혁명으로 사람들은 자유를 만끽하게 되었고, 이러한 경향은 그림에도 나타나게 되었다.

더 이상 그림은 귀족들 전유물이 아니었고, 예술가들은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미술을 마음껏

창작하다 보니 다양한 형식의 미술이 등장하게 된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고전 회화를 보아왔던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화풍의 그림들은

주목받지 못했고, 무시당하고 외면당했다.

하지만 미술계의 커다린 변혁은 멈추지 않았다.

모네의 인상주의, 고흐의 표현주의, 고갱의 원시주의, 마티스의 야수주의, 피카소의 입체주의,

달리의 초현실주의등 많은 예술가들이 수 많은 다양한 그림들을 그렸다.

이 책에는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빈센트 반고흐, 폴 고갱, 폴 세잔등

누구나 들었봤던 유명한 화가들을 비롯하여 14명의 예술가들의 인생과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중 색을 붕괴시켰다고 평가 받는 야수파의 앙리 마티스에 대해서도 저술하고 있다.

앙리 마티스의 [춤]이라는 작품 속에서 사람들을 붉은 색으로 칠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모자를 쓴 여인]에서는 여자의 얼굴을 초록색으로 칠했다.

상식적인 색깔이 아닌 그만의 특별한(?) 색으로 칠한 그의 작품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무슨 그림이 저따위냐, 괴물을 그렸냐, 야수같다며 조롱하고 비판하였다.

하지만 희안하게도 마티스는 점점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미국의 부자들이 그의 그림을

사모으기 시작하면서 명실공히 야수파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기 시작하였다.

나는 공교롭게도 몇일 전에 앙리 마티스의 미술 전시회에 다녀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던가..

마티스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서 읽고가서 그런지 그의 작품들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색채의 반란을 일으킨 마티스의 작품들은 현대 그래픽 디자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그의 작품들이 미술사에 남긴 업적들이 얼마나 크고 대단한지

스스로 느껴지게 되었다.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나의 얄팍한 미술 지식을 한층 넓게 탄탄하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앞으로 미술 전시회를 가지 전에 다시 한번 들춰가며 읽고 미술 지식을 장착 한 후에

전시회를 방문하리라 생각해본다.

책장 속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꽂아두어야 겠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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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18 0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슨트의 역할이 참 큰 것 같아요. 그림의 이해를 도와주므로. 질 읽었어요. 깔끔한 글입네요.
 
최인호의 인생 꽃밭 - 소설가 최인호 10주기 추모 에디션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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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월의 빠름에 화들짝 놀랄때가 있다.

어린 아이들이 커서 어느샌가 성년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고인이 되신 분들의 10주기, 20주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그저 세월이 쏜살 같이 앞으로 내달려가는걸 물끄러미 쳐다볼 수 밖에 없게 된다.

우리 시대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였던 최인호 선생님이 타계하신지

올해로 10주년이 되었다고 한다.

<바보들의 행진>, <고래사냥>,<겨울나그네> 등 7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

그의 많은 작품들이 영화화되어 스크린에 올랐고, 그때마다 우리들은 친구들과

극장을 찾아서

젊음의 특권인냥 영화를 만끽하곤 했다.

소설가 최인호 선생님의 10주기 추모 에디션으로 나온 '최인호의 인생 꽃밭'은 드물게

소설이 아닌 에세이다.

주변의 사소한 이야기들을 꾸밈없이 적고 있다. 특히 많은 부분에서 그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내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어릴때의 추억과 종교에 관한 이야기, 자신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 친구들과의 이야기

일상의 이야기들을 풀고 있는 그의 에세이에서 인간 최인호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된다.

특히 그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얘기하는 부분은 울림이 되어 전한다.

"어린 시절 나는 엄마에게 꾸중을 들으면 엉엉 우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요즘도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고통에 신음하고 통곡한다.

인간은 존재하는 것 자체로 상처입고, 슬퍼하는데, 작가인 내게 있어

문학은 그 고통에 감응하는 눈물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쓰는 문학은 어린 날 내가 울던 하소연의 눈물과 같은 것이다."

그가 천재 작가,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로 손 꼽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것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무게와 고통을 공감하고

작품으로 탄생시키기까지 그가 지새웠을 밤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을것 같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이 지금껏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에세이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다.

"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내의 잔소리를 좋아한다.

겉으로는 신경질 내고, 듣기 싫어하는 척하지만 아내의 잔소리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는다.아내의 잔소리는 침을 놓은 것과 같다.

아내는 내 정신과 육체의 급소를 기가 막히게 말고 있다.

아내는 언제 그 급소에 침을 놓아햐 하는지 타이밍까지 알고 있다."

함께 나이들고 늙어가는 배우자를 향한 신뢰와 애정을 담은 작가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평균 수명이 늘어났으니 나를 낳아준 부모님보다 더 오랫동안 삶을 함께 하는

이가 배우자일 것이다.

공기처럼 너무 익숙해져서 함께하는 고마움을 모르고 불평불만만 하고 살아가는 부부들이 참 많다.

서로에 대해 측은지심의 눈길로 본다면 힘들고 빡빡한 인생 여정에 이만큼 나를

잘 알고 있는 든든한 친구같은 이도 없을텐데, 아내의 잔소리(또는 남편의 잔소리)조차

잔소리가 아닌 조언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현명함을 가져야겠다.




태양이 내려비춰주는 햇빛을 사랑했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기를 바랬다. 뜨겁게 한 시대를 살았던 작가 최인호의 에세이를 통해

나 또한 그렇게 나다움을 잃지 않고, 몸은 쇠퇴해져가지만 열정만큼은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갖게 된다.

" 오, 테양이여, 오 나의 태양이여, 너 참 아름답다.

폭풍우 지난 후 더더욱 찬란핟.

우리의 삶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는 없으나

이 지상에 머물러 있는 그때까지 나의 태양이여, 나에게 뜨거운 열정을 다오"

사람들과의 교감, 가족에 대한 사랑,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 자신에 대한 반성,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통해 꺼내놓는 작가 최인호의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와 더욱 친숙해진 느낌을 받게 된다.

나이를 먹으면서 오히려 편협되고 세상사에 뽀족해 질때가 있는데,

부족함 많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나의 가족과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너그러움과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고 부드럽고 안온한 삶이 되도록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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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의사의 사계절
문푸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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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의대를 졸업하고 대학병원의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병원에서

영혼까지 탈탈 털리며 죽어라 일을 했다고 한다.

인턴의 삶은 똥-오줌-피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환자들의 소변줄을 연결하고 대변을 받아내야 했으며 환자들에게 주사바늘을 꽂느라

한달간 하루 3시간을 잔 적이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전문의가 되는 길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빡센 일인듯하다.

이 이야기는 인턴을 마치고 공중보건의로 전라도의 섬으로 발령이 나서

낯선 섬에서 1년을 보내며 저자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엮어내었다.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고 수술방에서 뺑뺑이를 돌때와는 또 다르게

창문만 열면 바다가 보이고 하늘이 보이는 섬에서는

오히려 마음의 여유로움이 생기지 않을까 라는 얄팍한 기대도 했겠지만

섬의 유일한 의사로써 1500여명의 섬 환자들을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섬사람 특유의 텃새와 뱃사람들의 거칠고 과격함을 겪으며 보낸

1년간의 고군분투, 좌충우돌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젊은 사람들은 섬을 떠나고 남은 섬 주민 대부분이 평균 연령이 50대를 훌쩍 넘었을테니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도 몇명 없는 낯선 섬에서의 무미건조한 생활이 재미있을리가 없을 것이다.

푸른 하늘과 타들어가는 노을도 하루 이틀이었을 것이고,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

그리웠을텐데 고립된 섬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어느새 초보 의사의 티를 벗고 의젓한 의사의 모습으로 변해가는듯 했다.

돈이 있는 환자든, 기초생활 수급자이든, 의지할데 없는 독거노인이든

차별없이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의 직업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의 열정과 정의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의사로써 환자를 진료하는 일 외에 사랑하는 여자친구와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대학병원에서 일할때 수술실에서 인턴과 스크럽 간호사로 만난 두 사람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만나고 싶어도 쉬이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절절하게

적고 있다.

태풍이 오거나, 비바람이 거칠때는 뭍으로 떠나는 배가 출항을 못한다.

한달에 한번 있는 휴가에도 만나지 못하고 애를 태울때는

내 마음까지 애가 탔다.

어쩌다 몇일 그녀가 섬을 방문해주었을때는 행복이란 이런건가 하며

자동으로 에너지가 충전되어 펄펄 날아다니는 모습에 빙그레 웃음이 나기도 하였다.

의사도 사람이라 자신의 직업에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지만 지치고 힘들고

짜증도 나고 화도 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바쁘게 지내는 순간에도 사랑을 하고

사랑에 아파하고 고민하고, 사랑에 행복해하기도 한다.

치열하게 보냈던 섬에서의 1년은 그에게 많은 인생의 경험을 했던 소중한 시간으로

남기를 바란다.

현재는 대학병원에서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가

의술뿐만 아니라 인술까지 갖춘 훌륭한 의사로 근무하고 있을거라 믿는다.

가끔 일하다 지칠때는 외진 섬의 파도 소리와 그림 같은 낙조를 떠올리지 않을까..

단숨에 읽어내려갔던 흥미로운 책이었다.

나는 저자가 글쓰기를 멈추지 말고, 또 다른 이야기로 독자들을 만나러 와주었음 한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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