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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의사의 사계절
문푸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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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의대를 졸업하고 대학병원의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병원에서
영혼까지 탈탈 털리며 죽어라 일을 했다고 한다.
인턴의 삶은 똥-오줌-피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환자들의 소변줄을 연결하고 대변을 받아내야 했으며 환자들에게 주사바늘을 꽂느라
한달간 하루 3시간을 잔 적이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전문의가 되는 길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빡센 일인듯하다.
이 이야기는 인턴을 마치고 공중보건의로 전라도의 섬으로 발령이 나서
낯선 섬에서 1년을 보내며 저자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엮어내었다.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고 수술방에서 뺑뺑이를 돌때와는 또 다르게
창문만 열면 바다가 보이고 하늘이 보이는 섬에서는
오히려 마음의 여유로움이 생기지 않을까 라는 얄팍한 기대도 했겠지만
섬의 유일한 의사로써 1500여명의 섬 환자들을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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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람 특유의 텃새와 뱃사람들의 거칠고 과격함을 겪으며 보낸
1년간의 고군분투, 좌충우돌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젊은 사람들은 섬을 떠나고 남은 섬 주민 대부분이 평균 연령이 50대를 훌쩍 넘었을테니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도 몇명 없는 낯선 섬에서의 무미건조한 생활이 재미있을리가 없을 것이다.
푸른 하늘과 타들어가는 노을도 하루 이틀이었을 것이고,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
그리웠을텐데 고립된 섬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어느새 초보 의사의 티를 벗고 의젓한 의사의 모습으로 변해가는듯 했다.
돈이 있는 환자든, 기초생활 수급자이든, 의지할데 없는 독거노인이든
차별없이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의 직업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의 열정과 정의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의사로써 환자를 진료하는 일 외에 사랑하는 여자친구와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대학병원에서 일할때 수술실에서 인턴과 스크럽 간호사로 만난 두 사람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만나고 싶어도 쉬이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절절하게
적고 있다.
태풍이 오거나, 비바람이 거칠때는 뭍으로 떠나는 배가 출항을 못한다.
한달에 한번 있는 휴가에도 만나지 못하고 애를 태울때는
내 마음까지 애가 탔다.
어쩌다 몇일 그녀가 섬을 방문해주었을때는 행복이란 이런건가 하며
자동으로 에너지가 충전되어 펄펄 날아다니는 모습에 빙그레 웃음이 나기도 하였다.
의사도 사람이라 자신의 직업에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지만 지치고 힘들고
짜증도 나고 화도 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바쁘게 지내는 순간에도 사랑을 하고
사랑에 아파하고 고민하고, 사랑에 행복해하기도 한다.
치열하게 보냈던 섬에서의 1년은 그에게 많은 인생의 경험을 했던 소중한 시간으로
남기를 바란다.
현재는 대학병원에서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가
의술뿐만 아니라 인술까지 갖춘 훌륭한 의사로 근무하고 있을거라 믿는다.
가끔 일하다 지칠때는 외진 섬의 파도 소리와 그림 같은 낙조를 떠올리지 않을까..
단숨에 읽어내려갔던 흥미로운 책이었다.
나는 저자가 글쓰기를 멈추지 말고, 또 다른 이야기로 독자들을 만나러 와주었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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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