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만난 말들 - 프랑스어가 깨우는 생의 순간과 떨림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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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내 경험상 절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정도 그 나라 생활에 익숙해져

안정권에 들때까지는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보다 두배는 더 부지런해야하고 세배는 더 알뜰해야하고 네배는 더 노력해야지

겨우 외국생활의 안정권이라고 할 수 있는 궤도권 안에 진입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목수정님은 작가로, 번역가로 일하고 있으며, 20여년간 파리지앵으로

살면서 터득한 성찰과 사색의 순간을 프랑스어 34개로 이야기하고 있다.

파리는 전세계인들중 많은 이들이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도시이다.

나 또한 한때는 프랑스 파리에서 예술을 음미하고 자유와 낭만을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하며 동경하기도 하였다.

맛과 멋, 그리고 시민혁명으로 이룬 자유를 상징하는 프랑스 파리에서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지, 그들의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은 어떠한지.. 파리에서 오랫동한 생활한

한국인이 꼽는 34개의 단어로 프랑스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다른건 몰라도 '빨리, 빨리'라는 단어는

다들 알고 있다. 이만큼 한국을 대변하는 단어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한국인들은 좋게 말하면 굉징히 빠릿빠릿하고 부지런하지만 나쁘게 말하는 성질이 급하다.

근현대사를 돌아봐도 수 많은 외침과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무것도(?)없는 나라에서

반세기 만에 이만큼의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인들을 몰아부치고 있는

그 빨리빨리 문화가 일등 공신이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조금 여유를 좀 부려도 될성 싶은데 근성이라고 해야하나..

쉽게 고치져지 않은것 같다.

이에 비해 프랑스를 대변하는 단어는 우리와 정반대인 Doucement(두스망)이다.

부드럽게, 천천히 라는 이 단어에서 프랑스인들의 사고방식을 바로 알게 된다.

프랑스인들은 학교에 지각할 지언정 서두르지 말고 두스망,

맥주를 따르다 거품이 흘러 넘쳐도 두스망,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두스망을 외친다.

프랑스에서 생활하다보면 이런저런 순간에 매우, 많이, 자주 듣는 단어라고 한다.

매사에 숨이 턱까지 차도록 전력질주하고 있는 우리도 가끔 두스망~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Bonjour(봉주르)는 프랑스어 인사말이라는 것쯤은 대부분 알고 있을것이다.

요즘은 참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들에게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기가 어색하다.

버스를 탈때도 고개를 까딱하는 목례 정도는 하지만 소리를 내어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기는 뭔가 쑥스럽다.

프랑스에서는 마트를 가도, 산을 오를때도, 길거리에서 청소부 아저씨를 만나도

다들 먼저 봉주르라고 인사를 한다. 저자도 매번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지 하면서도

상대방에게 선방을 맞고 마는 단어라고 한다.

bon(좋은) + jour(날)을 뜻하는 봉주르..

오늘이 기필코 좋은 날이 되어야 한다며 먼저 인사를 하는 프랑스인들처럼

나도 숙쓰러움을 좀 넣어두고 먼저 인사를 건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봐야겠다.

On s'en fout(옹 상 푸)는 아무도 신경안써. 라는 말이다.

아무도 신경 안쓰니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라는 뜻으로도 쓰이지만 관심없어.라는

뜻으로 쓰여서 프랑스인들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단어라고 한다.

타인에 대해서 지나친 간섭이나 관심을 갖는 것이 오히려 실례라고 생각되는 요즘,

프랑스라도 해서 예외는 아닌듯하다.

그들의 쿨한 개인주의가 더해서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프랑스인들 초대하여

한국음식을 대접할려고 하던 저자가 끙끙거리자 남편이 툭 던진 한마디

옹 상 푸.. 격식따위 신경안써도 된다 라는 뜻으로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었다는

저자의 에피소드에 미소를 짓게 된다.

이외에도 프랑스를 대변하는 단어들을 통해 프랑스의 여러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개인적인 에피소드와 함께 등장하는 프랑스어 단어들은 단어의 뜻을

설명함과 동시에 그 단어들이 나오게 된 배경도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프랑스의 역사, 사회, 정치, 경제적인 면도 슬며시 맛보게 된다.

에세이라도 하기에는 교양서적에 가깝다고 할까..읽을 수록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한국과 다른 세계 여러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책을 통해 새롭게 알아가는 것도

책을 가까이 하는 독자들에게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 하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질리도록 많이 봐온 나라,

프랑스에 대해 새로운 면목을 볼 수 있어서 나에게 의미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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