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출판계는 최근 수년동안 일본 작가들의 '무차별 침공'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문학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몇몇 초대박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작품은 곧 네임 브랜드화되어 발행 전부터 폭발적인

인기와 관심을 모으기도 한다.

일본의 인기 있는 작가들 중에서도 단연 선두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미야베 미유키는

팬들에게 '미미여사'라는 귀여운 애칭으로 불리며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로 손꼽힌다.

그녀는 꽤나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경력이 쌓여질수록

추리소설, 미스터리,SF작가로써의 입지는 더욱 굳혀져갔다.

명성에 걸맞는 미스테리 소설로 출판되어진 소설이 '

昨日がなければ明日もない'-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라는 소설이다.

행복한 탐정 시리즈에 등장하는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가 이번에도

그의 방식대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묵직하고 끈기있게 착실히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조각 조각 흩어져 있던 퍼즐을 맞추듯 답을 찾아가는 사건에 대한 그의 접근 방식이 좋다.

​넘사벽 명탐정이 아니라서 왠지 모르게 더욱 정감가는 탐정이다.


소설은 절대영도, 화촉,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의 세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에피소드인 절대영도를 읽으며 나는 작가가 아주 화끈하게

독자들에게 '선빵'을 날렸구나 싶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폭력과 비뚤어진 사고가 얼마나 잔혹하게

타인의 마음을 부수고 행복한 일상을 빼앗는 가를 작정하고 보여주고자 하는것 같다.

절대영도의 강력한 한방에 비하면 나머지 두 에피소드는 상당히 노멀한 편이었다.

나는 예고도 없이 나의 두뇌에 사정없이 강력 펀치를 날린

절대영도를 중심으로 리뷰를 작성해보고자 한다.



스기무라 탐정은 어느 날 자살 미수로 입원해 있는 딸과 연락을 닿지 않는다는

50대 후반의 여성으로부터 사건 의뢰를 맡았다. 결혼한 딸은 어떤 연유에서인지 자살을 시도했고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지만 정작 친정 식구들은 사위의 완강한 면회 거절로 딸과 연락을 취하지

못한지 벌써 한달이 가까워진다.

딸이 입원해 있다는 병원을 찾아가도 병원측에서는 딸이 가족들의 면회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입원중인 딸의 상태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쯤되면 한국사람들은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을것이다.

병원을 찾아가서 다 뒤집어 엎든지,내가 그 아이의 애미다 소리치며 내 딸 내놔라 하면

쩔쩔매며 병원 관계자가 나와 병실까지 안내해주는 한국적인 분위기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자살 미수라는 중대사에 부모 입회를 병원과 사위가 거부하여 딸과 연락도

안된다니...뭔 이런 경우가 있나하며 고개가 갸우뚱 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 정보 유출을 세무 감사보다 더 무서워해서 일본에서는 이처럼

부모가 요구해도 개인 정보라며 어떠한 정보도 내놓지 않는다.


​이에 사건을 맡은 스기무라 탐정을 따라 사건의 실체에 가까이 다가 갈수록

헉! 소리 나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고 여성 독자라면 어쩌면 심한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을것이다.

일본 특유의 폐쇄적이고 조직내 사회화가 인간을 악마로 만들 수 있는지

이러한 일이 정말 소설속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를 애써 바래보기도 했다.

(스포가 될듯하여 자세한 내용은 기재하지 않음)

하지만 실제로 이 소설이 출판 되어질때 즈음해서 비슷한 일들이 일본에서

수 건이나 일어났었고​ 최근 한국에서도 정준영 사건과 박사방 n번방 사건을 통해

집단 성폭행및 여성 성착취 사건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일이

있었던터라 소설속의 허구라고 애써 두분 질끈 감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273.15℃ 이온도를 절대 영도라고 한다. 그보다 더 낮은 온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온도에 도달하면 물질 내부의 원자는 무질서한 운동을 멈추게 된다.

생물이 살 수 없는 온도..절대 영도에 도달하면 인간의 욕망도 멈추겠지..

벚꽃이 화사하게 피는 4월을 봄날,

여러가지 의미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소설을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있잖아, 품절된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어 -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세상의 모든 건 망설이면 품절!
최정원 지음, 유별남 사진 / 베프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있잖아, 품절된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어


서쪽 하늘에 겨우 걸려 있던 태양이 까딱 넘어가고

도시의 거리가 어둑어둑한 회색으로 칠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검은 어둠이 깔리게 되면

나는 내가 보낸 오늘 하루에 대한 자체 평가를 시작한다. 


하루를 보내며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2가지다.

"아~~오늘 하루 정말 열심히 자~~알 살았구나"

그리도 또 하나는 "아이고~~ 오늘 하루는 그냥 내다버렸네, 버렸어"


나이가 들면서 차츰 전자보다는 후자인 경우가 많아지면서 평가점수는

최근들어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며 고꾸라지고 있는 형편이다.

코로나라는 세계적인 대제앙에 발목이 묶여 대책없이 집구석에서 보내는 것도

큰 이유중의 하나이기에 너무 자책하지 말자면서도 역시나 아쉬운 마음 가득하다.


하루를 그냥 흘려보낸 날 밤은 알수없는 허전함과 게을렀던 나의 하루에 대한 반성,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두배는 더 뽀대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야지하며

반도 이루지 못할 과할 목표치를 거하게 세우다 제풀에 지쳐 잠이 들곤한다.

그렇게.. 더 이상 사고싶어도, 갖고 싶어도 결코 다시 내가 갖을 수없는

'품절'된 하루가 지나간다.


최정원 작가의 에세이를 읽기 시작한것은 어쩜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품절된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어]

특히 "또"라는 단어에 가슴이 저릿해질 정도록 강타를 당한다.

별볼일 없이 하루를 보낸 늦은 저녁때쯤 이 제목을 접했다면 나는 아마 눈물 몇방울

떨어뜨렸을지도 모른다.(다행히 멀건 대낮이라..)


​최정원 작가의 글과 유별남 작가의 사진은 찰떡 궁합같은 멋진 콜라보를 보여준다.

글을 읽다 잠시 옆페이지로 눈길을 돌리면 고요하고 차분한 경치를 담은

작품성 깊은 사진들이 실려져있다. 매우 정제된 정적인 사진들이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어떤 하루든 그 안에는 웃음과 슬픔, 분노와 화해, 지루함과 분주함,

사랑스러운 여릿한 연두빛이있고 모든 촉각이 움츠려들듯한 칙칙한 후회가 있다.

그런 모든 감정들이 어울렁 더울렁 섞인 날..그런 일상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전하는

최정원 작가의 글들을 읽고 있으면

지리멸렬했던 나의 하루도 남들과 특별히 다를바 없는 고만고만한 하루였구나 싶다.

일상이란 건 겨울비가 오거나, 마음속에 비가 오거나, 함박눈이 오거나,

그리움 속에 눈이 오거나 그러가나 말거나,

헛헛한 마음일 때, 더더욱 그 시간이 밤일 때, 그래서 심장이 반쯤 접힐때..

이젠 코팅된 책받침 속 환상적인 왕조현도 심장의 모서리에 간당간당 매달려

기억 속에나 존재하니!

과감히 노브라에 가슴골까지 늘어진 흘렁한 러닝셔츠를 걸치고 부엌으로

걸어가는 80년 익은 엄니가 잠 못 이루는 밤을 달뜨게 하는!

자기의 인생을 100%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단 하루도 후회없이 보내본 사람이 있을까..

​어쩜 우리는 죽을때까지 그리워하고, 후회하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후회와 불만으로 가득한 인생을 보내지 않으려면

오늘 하루의 일상을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하지 않는 건 있더라고 - 야루 산문집
야루 지음 / 마이마이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된 것, 낡은 것을 좋아하는 작가 야루의 에세이집을 읽게 되었다.

작가는 타자기, 재봉틀, LP, 괘종시계 등 오래된 옛 물건을 바라보면 그것들을 통해

가슴 따뜻했던 추억들이 마구마구 샘솟는다고 했다.


그말에 100%공감하는 나는 문뜩 작가의 나이가 궁금해졌다.

아직은 꽤나 젊은 나이일텐데 오래된 물건들의 맛을 알까..싶어서 읽기 시작한 글과 사진에서

추억과 그리움을 끄집어 내는 것들은 모두 각자의 나이만큼의 세월을 입은 것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희를 넘겼건, 지천명을 넘겼건,이제 겨우(?) 30대에 들었건

각자의 나이에 따라 추억 돋는 물건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것.


지금은 구하기 녹녹찮은 LP판,

드르륵 드르륵 태엽을 감아야 돌아가는 오래된 시계,

플로피 디스켓과 늘어지기 십상인 카세트 테이프,

다 큰 자식의 늦은 귀가를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등짝에 남은 부황자국,

허름한 골목 안,어수룩한 가게의 따뜻한 밥한릇,

번쩍거리는 화려함도 세련됨도 없는 그 낡고 투박한 것들이 주는 푸근함을

나는 이 나이가 되어서야 겨우 알게 되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세상은 한참이나 변해 있고 조금만 주춤하면 유행에서 뒤지고

한물간 구닥다리 취급을 받게 된다. 세상은 너무 빠르고 따라가자니 숨이 찬다.

'변하지 않은 건 있더라고' 이 책은 앞만 보고 달리다가 숨이 턱까지 차서 헐떡이는

사람들에게 쉼표가 되어줄만한 책이다.

이 책은 대단한 격식을 차리며 적어 내려간 책은 아니다.

대단한 필력으로 꼼짝달싹 못하게 독자에게 헤드락을 걸지도 않는다.

담백하고 솔직하게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자 하는 그의 글들은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딱 맞아 떨어지면서 페이지마다 친근감이 풀풀 풍겨져나온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책을 읽고 있고 있는데 딸래미가 무슨 책 읽느냐며 읽던 책을 스윽 뺏어간다.

그리고는 깔깔 때고 웃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재미있냐고 물어봤더니 큰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내 방에 쌓여있는 오래된 물건들과 서랍 속에 빼곡히 가득 찬

어릴 적 추억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엄마는 그런 내 방을 보실 때마다 늘 혀를 차시곤 한다.

대체 쓸데도 없으면서 하나라도 버리면 지랄지랄 한다고 잔소리까지

덧붙이신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 쓸데 있다면 능글맞게 엄마의 어깨를

조잘 조잘 잘도 주무른다.

마치 자기 이야기 같다면 재미있다고 내 책을 뺏어가서 한참을 읽다 돌려주었다.



코로나 때문에 거리두기만 하다가 오랫만에 까페에서 차 한잔을 마셨다.

책을 꺼내서 읽고 있었는데 마침 친구가 내 모습을 보더니 뭔 책이냐며

슬며서 자기쪽으로 책을 당긴다.

책 읽는걸 즐겨하지 않은 친구라 금방 돌려줄거라 생각했는데..

한참을 팔랑팔랑 넘기며 캬~~~오우~~ 헤헤~~ 거린다.

뭘 보나 했더니 역시나 그림만 열심히 본다.

카세트 테입이랑 LP판 사진등을 보며 감탄사를 뱉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밑도 끝도 없이 옛날 얘기를 꺼낸다. 뭔가가 그의 감성을 건드린 것이리라..

그랬다. 이 책은 그림을 보다가 글을 읽다가 격한 공감을 하고,

아련한 추억을 꺼내어 서로 묵혀두었던 추억을 소환하여

도란도란 얘기 나누기 좋은 책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정체되어 있는 건 사회 악이고,

새롭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게 된듯하다.

혁신적이고 세련되어야지만 주목받게 된다.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말이다.

주목받기 위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경쟁속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내몰리기도 하며 심리적인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그런 불편한 심기를 달래주는 건,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그자리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들이지 싶다. 언제나 내편 같은 존재들말이다.

부모님의 사랑, 오래된 친구들의 우정, 정많은 사람들의 오지랖,

버스 정류장앞 포장마차등등..

우리의 지친 마음을 토닥거려 주는건 늘 한박자 느린 그런 것들이었다.

나는 이 책을 쉬엄쉬엄 읽었다.

길지 않은 문장들을 또박또박 읽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나보다 젊은 그에게 심한 친밀감이 느껴졌다.

한번쯤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숨 한번 고르고 갈때가 필요하다면 

지금 바로 감성 듬뿍 담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상을 바꾼 이야기의 순간 -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든 상식과 만나는 시간
이현민 지음 / 북스고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구들이나 지인을 만나 이런저런 잡다한 얘기들을 하다보면

대부분 인기있는 드라마 얘기나, 연예 뉴스가 단골 메뉴로 올라온다.

드라마도 연예 뉴스도 크게 관심이 없는 나는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지만

들어도 그만 안들어도 그만인 얘기를 하염없이 하는데는 솔직히 질리고 만다.


고상한척 하는건 아니지만 들어두면 피가되고 살이되는 이야기를 하는게

나한테는 훨씬 흥미롭다.

그래서 내방 책꽂이에는 인문지식 분야의 책들이 제법 꽂혀있다.

티슈박스(이현민) 저자의 "일상을 바꾼 이야기의 순간"이라는 책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잡다한 것들의 탄생의 비화를 역사적인 배경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겸한

소소하고 흥미로운 상식 백과 사전같은 책이다.


식사의 순간, 유행의 순간, 쓸모의 순간, 혁명의 순간으로 4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는데

제목만 훝어봐도 왜? 라는 말이 불쑥 나온다.

가령..


케첩에 꼭 ‘토마토’라는 말을 붙여야 하는 이유 
KFC와 양념치킨
라면 : 교도소의 사회학
빨대는 맥주를 먹기 위해 탄생했다 
비키니와 스폰지밥 그리고 고지라 
충전기가 뜨거워지는 이유는 에디슨과 테슬라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사람을 살린 순간접착제
남자들이 드디어 면도하다가 죽지 않게 되었다  
미국의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핵실험
우주로 간 동물들 
 


이렇게 제목으로 나와 있지 않으면 그 누구가 의문이나 가졌을까 싶기만 한..

생각지도 않았던 내용들이라 호기심은 극대화된다.


케첩의 어원은 아시아 전역에서 즐겨먹던 생선액젓을

중국 남부에서 [꿰챱]으로 발음하는데 이것이 케첩으로 변신하게 되었다.

중국에선 흔하디 흔한 값싼 케첩이 유럽으로 넘어가자 동양에서 온 마법의 소스로 둔갑해

비싼 몸값에 팔렸고 영국에서는 값비싼 케첩대신

앤쵸비, 샬럿, 화이트 와인등을 넣거나 호두나 버섯을 넣은 짝퉁 케첩이 성행하게 이른다.

그럼 토마토 케첩는 어느나라에서 생겨났고 언제부터 케첨에 토마토를 넣어먹기 시작했을까?

(그건 책에서 확인하시길..)


맥주는 수메르문명이 탄생했던 메소포타미아 남부의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하류에서

(학교 다닐때 세계사 시간에 많이도 들어봤던 낯익는 동네 이름) 보리와 밀의 폭발적인 수확으로

만들게 되었다.빵을 짓이겨 물을 붓고 발효시켜 만든 맥주는 찌꺼기등이 뒤섞여

매우 탁했는데 이걸 걸러 마시는 방법으로 갈대대롱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흘러 갈대,지푸라기 대롱의 특유의 냄새가 싫어서 담배말던 종이로 만든게

종이 빨대의 시초가 되었다는 내용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한 여름 해변가를 더욱 뜨겁게 달구는 여성들의 아슬아슬한 비키니,

그리고 애나 어른이나 다 아는 유명 연예인 스폰지 밥,

일본의 괴수영화의 최고봉인 고지라...에는

공통된 점이 한가지 있다. 힌트는 비키니!!

단박에 답을 말하고 싶지만 김빠진 사이다가 될듯하여

꾹 참고 넘긴다.

 

 

 

 

베트남 전쟁에서 많은 병사의 목숨을 구했던 순간접착제!

순간접착제로 어떻게 사람을 구해..?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니

뜬금없는 추억(?)의 필름회사인 코닥이야기가 나온다.


코닥연구소에서 만든건 필름뿐만 아니었다. 시아노아크릴레이트라는

신소재도 만들었는데 이것이 나중에 순간접착제의 발명을 가져오게 한다.

'이스트만910 으로' 명명 되어진 슈퍼글루..는 그 어떤 물건이든 척척 붙게

만들어졌고 가정에서는 기적의 물질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슈퍼글루(순간접착제)의 진가가 발휘된건 가정이나 공장이 아니라

전쟁터였다. 베트남 전쟁에서 수많은 병사들을 구한 순간접착제!!

스포일러가 될까봐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지만 이렇듯 우리 주변의

잡다한 물건들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사적인 배경과 필연성, 우연성등을 여러 증거자료와

함께 재미지게 서술하고 있어서 읽다보면 어느새 책에 퐁당 빠지게 된다.


​알아두면 언제가 박학다식하다고 한소리 듣게 될듯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때로는 요점 정리를 하는 학생들 마냥 팔랑팔랑 다시 앞쪽 페이지를 들춰서

다시 한번 훝어보고 굵직한 뼈대만 추려서 정리해나가며 읽기도 했다.

(담에 기회가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줄때 정리가 되어있어야 하므로..)

​깨알같은 상식들이 더해져 지식이 된다. 게다가 저자 특유의 유머 감각도

책 구석구석에 숨겨놓았기 때문에 책을 읽다 빵빵 터질 수도 있으니

전철이나 까페등에서는 읽을때 주의를 요한다.

지식을 전하는 책들은 얼마든지 있다. 교양을 전하는 책들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는 인문지식, 교양서적은 의외로 많지 않은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고 고급지게 만드는 일상의 물건들의 출생의 비밀이 궁금하지 않은가?

막장 드라마보다 더 흥미로운 책일것임에 틀림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유성의 인연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이겨보겠다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외출을 삼가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주말이나 휴일에 외출을 하기 보다는 안전한 집에서 가족들과 지내거나

약속이나 모임을 없애고 조용히 집에서 보내는 경우들이 많아졌다.

이런때 무료함을 없애고 늘어진 시간을 값지게 보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독서가 아닐까 싶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반강제적인 독서 주간이 고맙기조차 하다.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재미진 책을 찾다 발견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유성의 인연 1, 2를 손에 쥐었을때 살짝 흥분이 되었다.

히가시 게이고의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짧고 담백하고 깔끔한 문체는 이번 소설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진다.

덕분에 짧은 순간에 빠르게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일본에서 누적 판매 150만부를 돌파한 기록도 가지고 있고, 10부작 TV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사랑을 받았던 작품인만큼 스토리도 구성도 반전도 꽤나 야무진 책이었다.


고이치, 다이스케,시즈나 ..3남매는 어린 시절 유성을 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부모님 몰래 한밤중에 집을 빠져나간다.

아쉽게 날은 흐렸고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자 결국 유성 보는 것을 포기하고

밤길을 걸어 집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귀가한 그들을 기다리는건 늦은 밤 외출을 혼내는 부모님의 화난 모습이 아니라,

온 몸을 칼로 찔린 부모님이 시체였다.

비내리는 그날 밤 부모님이 운영하고 계시는 작은 양식당 '아리아케'는 아버지의 자랑인

하이라이스의 냄새대신 비릿한 피냄새로 가득했던 것이다.


졸지에 고아가 된 아이들은 복지시설에 맡겨지고 범인을 잡지 못한채 10여년의 세월이 흐른다.

어느듯 성년이 된 이들은 나의 기대와는 달리 세상을 속이는 사기꾼이 되어 비정한 세상을 비웃고 조롱한다.

명석한 두뇌로 완벽한 시나리오를 구성해내는 큰 형 고이치,

행동파로 팔색조 변신이 가능한 둘째 다이스케, 지적인 미모와 부드러움으로 남성들을 꾀이는 여동생 시즈나..

완벽한 사기를 위한 3명의 팀워크가 꽤나 재미있고 조마조마한 스릴도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을 살인한 살인범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만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었는데,,

드디어 그들 앞에 나타난 살인용의자.

복수를 위한 세 남매의 화려한 사기 기술들이 펼쳐지며 소설은 하이라이트로 달려간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하는 일본 작가에 대해서 몇 번이나 감탄했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그는 특히 추리소설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소설또한 추리 소설을 형식을 취하고 있으니 작가의 전문 분야인것이다.


일찌감치 작가는 살인범을 이 사람이요.. 라고 작가들에게 알려준다.  

그 살인범에게 접근해가기 위한 지략과 하이라이스라는 유용한 '도구'의 쓰임새

히가시 게이노의 전작에도 볼 수 있었지만 빈틈없는

짜임새과 구성이 이 소설을 더욱 탄탄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어지고 쳐지는 감 없는 빠른 전개 또한 소설의 재미를 더해서 책을 한번 잡으면 쉽게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


허를 찌르는 반전과 복수라는 무미건조함 위에 사랑의 감정까지 더해져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어두움 속에 밝음이 소설속에서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뻔하고 고루한 느낌이 전혀 없었던 찰지게 재미난 소설이었다.


​일찍감치 범인임을 확신하고 그의 행적을 쫓아가다 마지막 순간의 반전은

 헉..하고 놀라게 만들고 만다.

작가가 쥐어준 컨닝페이퍼를 끝까지 쥐고 있었건만 그게 쓰잘데기 없는 종이 쪼가리였다는

것을 안 순간 나름대로 앞뒤를 맞춰왔던 나의 추론도 깨져버렸다.

허무함과 놀라움.. (작가가 노린게 이거였구만)


마지막 순간까지 팽팽하게 긴강하게 만들었던 소설.

역시 작가의 명성이 빛좋은 개살구가 아니었다는 것을 느낄 때쯤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한국 사회를 무섭게 회몰아치고 있는 전염병의 공포를 잠깐이나마 잊게 해주었고

과부하에 걸려 한동안 멍했던 내 머리를 사정없이 뱅글뱅글 돌게 했던 멋진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