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유성의 인연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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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이겨보겠다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외출을 삼가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주말이나 휴일에 외출을 하기 보다는 안전한 집에서 가족들과 지내거나

약속이나 모임을 없애고 조용히 집에서 보내는 경우들이 많아졌다.

이런때 무료함을 없애고 늘어진 시간을 값지게 보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독서가 아닐까 싶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반강제적인 독서 주간이 고맙기조차 하다.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재미진 책을 찾다 발견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유성의 인연 1, 2를 손에 쥐었을때 살짝 흥분이 되었다.

히가시 게이고의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짧고 담백하고 깔끔한 문체는 이번 소설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진다.

덕분에 짧은 순간에 빠르게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일본에서 누적 판매 150만부를 돌파한 기록도 가지고 있고, 10부작 TV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사랑을 받았던 작품인만큼 스토리도 구성도 반전도 꽤나 야무진 책이었다.


고이치, 다이스케,시즈나 ..3남매는 어린 시절 유성을 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부모님 몰래 한밤중에 집을 빠져나간다.

아쉽게 날은 흐렸고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자 결국 유성 보는 것을 포기하고

밤길을 걸어 집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귀가한 그들을 기다리는건 늦은 밤 외출을 혼내는 부모님의 화난 모습이 아니라,

온 몸을 칼로 찔린 부모님이 시체였다.

비내리는 그날 밤 부모님이 운영하고 계시는 작은 양식당 '아리아케'는 아버지의 자랑인

하이라이스의 냄새대신 비릿한 피냄새로 가득했던 것이다.


졸지에 고아가 된 아이들은 복지시설에 맡겨지고 범인을 잡지 못한채 10여년의 세월이 흐른다.

어느듯 성년이 된 이들은 나의 기대와는 달리 세상을 속이는 사기꾼이 되어 비정한 세상을 비웃고 조롱한다.

명석한 두뇌로 완벽한 시나리오를 구성해내는 큰 형 고이치,

행동파로 팔색조 변신이 가능한 둘째 다이스케, 지적인 미모와 부드러움으로 남성들을 꾀이는 여동생 시즈나..

완벽한 사기를 위한 3명의 팀워크가 꽤나 재미있고 조마조마한 스릴도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을 살인한 살인범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만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었는데,,

드디어 그들 앞에 나타난 살인용의자.

복수를 위한 세 남매의 화려한 사기 기술들이 펼쳐지며 소설은 하이라이트로 달려간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하는 일본 작가에 대해서 몇 번이나 감탄했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그는 특히 추리소설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소설또한 추리 소설을 형식을 취하고 있으니 작가의 전문 분야인것이다.


일찌감치 작가는 살인범을 이 사람이요.. 라고 작가들에게 알려준다.  

그 살인범에게 접근해가기 위한 지략과 하이라이스라는 유용한 '도구'의 쓰임새

히가시 게이노의 전작에도 볼 수 있었지만 빈틈없는

짜임새과 구성이 이 소설을 더욱 탄탄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어지고 쳐지는 감 없는 빠른 전개 또한 소설의 재미를 더해서 책을 한번 잡으면 쉽게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


허를 찌르는 반전과 복수라는 무미건조함 위에 사랑의 감정까지 더해져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어두움 속에 밝음이 소설속에서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뻔하고 고루한 느낌이 전혀 없었던 찰지게 재미난 소설이었다.


​일찍감치 범인임을 확신하고 그의 행적을 쫓아가다 마지막 순간의 반전은

 헉..하고 놀라게 만들고 만다.

작가가 쥐어준 컨닝페이퍼를 끝까지 쥐고 있었건만 그게 쓰잘데기 없는 종이 쪼가리였다는

것을 안 순간 나름대로 앞뒤를 맞춰왔던 나의 추론도 깨져버렸다.

허무함과 놀라움.. (작가가 노린게 이거였구만)


마지막 순간까지 팽팽하게 긴강하게 만들었던 소설.

역시 작가의 명성이 빛좋은 개살구가 아니었다는 것을 느낄 때쯤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한국 사회를 무섭게 회몰아치고 있는 전염병의 공포를 잠깐이나마 잊게 해주었고

과부하에 걸려 한동안 멍했던 내 머리를 사정없이 뱅글뱅글 돌게 했던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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