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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품절된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어 -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세상의 모든 건 망설이면 품절!
최정원 지음, 유별남 사진 / 베프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있잖아, 품절된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어
서쪽 하늘에 겨우 걸려 있던 태양이 까딱 넘어가고
도시의 거리가 어둑어둑한 회색으로 칠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검은 어둠이 깔리게 되면
나는 내가 보낸 오늘 하루에 대한 자체 평가를 시작한다.
하루를 보내며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2가지다.
"아~~오늘 하루 정말 열심히 자~~알 살았구나"
그리도 또 하나는 "아이고~~ 오늘 하루는 그냥 내다버렸네, 버렸어"
나이가 들면서 차츰 전자보다는 후자인 경우가 많아지면서 평가점수는
최근들어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며 고꾸라지고 있는 형편이다.
코로나라는 세계적인 대제앙에 발목이 묶여 대책없이 집구석에서 보내는 것도
큰 이유중의 하나이기에 너무 자책하지 말자면서도 역시나 아쉬운 마음 가득하다.
하루를 그냥 흘려보낸 날 밤은 알수없는 허전함과 게을렀던 나의 하루에 대한 반성,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두배는 더 뽀대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야지하며
반도 이루지 못할 과할 목표치를 거하게 세우다 제풀에 지쳐 잠이 들곤한다.
그렇게.. 더 이상 사고싶어도, 갖고 싶어도 결코 다시 내가 갖을 수없는
'품절'된 하루가 지나간다.
최정원 작가의 에세이를 읽기 시작한것은 어쩜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품절된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어]
특히 "또"라는 단어에 가슴이 저릿해질 정도록 강타를 당한다.
별볼일 없이 하루를 보낸 늦은 저녁때쯤 이 제목을 접했다면 나는 아마 눈물 몇방울
떨어뜨렸을지도 모른다.(다행히 멀건 대낮이라..)
최정원 작가의 글과 유별남 작가의 사진은 찰떡 궁합같은 멋진 콜라보를 보여준다.
글을 읽다 잠시 옆페이지로 눈길을 돌리면 고요하고 차분한 경치를 담은
작품성 깊은 사진들이 실려져있다. 매우 정제된 정적인 사진들이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어떤 하루든 그 안에는 웃음과 슬픔, 분노와 화해, 지루함과 분주함,
사랑스러운 여릿한 연두빛이있고 모든 촉각이 움츠려들듯한 칙칙한 후회가 있다.
그런 모든 감정들이 어울렁 더울렁 섞인 날..그런 일상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전하는
최정원 작가의 글들을 읽고 있으면
지리멸렬했던 나의 하루도 남들과 특별히 다를바 없는 고만고만한 하루였구나 싶다.
일상이란 건 겨울비가 오거나, 마음속에 비가 오거나, 함박눈이 오거나,
그리움 속에 눈이 오거나 그러가나 말거나,
헛헛한 마음일 때, 더더욱 그 시간이 밤일 때, 그래서 심장이 반쯤 접힐때..
이젠 코팅된 책받침 속 환상적인 왕조현도 심장의 모서리에 간당간당 매달려
기억 속에나 존재하니!
과감히 노브라에 가슴골까지 늘어진 흘렁한 러닝셔츠를 걸치고 부엌으로
걸어가는 80년 익은 엄니가 잠 못 이루는 밤을 달뜨게 하는!
자기의 인생을 100%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단 하루도 후회없이 보내본 사람이 있을까..
어쩜 우리는 죽을때까지 그리워하고, 후회하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후회와 불만으로 가득한 인생을 보내지 않으려면
오늘 하루의 일상을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