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리더 : 영조 그리고 정조 - 조선 르네상스를 연 두 군주의 빛과 그림자
노혜경 지음 / 뜨인돌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영조와 정조시대를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말하곤 한다.

이성계는 고려를 쓰러트리고 곤룡포에 수 많은 피를 묻히며 조선을 건국했다.

조선 초기의 불안한 정세는 서서히 자리를 잡아오다가 21대 임금인 영조대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이때도 정치는 노론과 소론의 당파의 대립이 전쟁만큼 치열했고

정권이 바뀔때마다 피의 숙청이 시작된다.


모르긴 해도 지금의 정치와 크게 다를바 없지 않을까 싶다.

여당과 야당으로 나뉘어 반목하며 당파의 이익을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성행했을 것이다.


역사 드라마에서 희대의 악녀로 등장하는 장희빈과 숙종과의 사이에 태어난 경종은

후사를 두지 못하고 재위 4년만에 요절을 하였고 그 뒤를 이어

노론의 백그라운드로 하고 왕위에 오른 자가 연잉군(=영조)이다.

경종과 연잉군은 배다른 이복 형제지만 영조의 생모는 신분이 천한 궁중의 무수리였다.

이 출신 성분은 영조의 영원한 콤플렉스가 된다.


정조의 治定중 후세에 많이 칭송을 받는 것이 탕평책이다.

노론의 세력을 등에 입고 왕의 자리에 앉았을때 기세 등등해진 노론이 소론에 대한 피의 숙청을

영조에게 요청했을때 영조의 대답은 "나는 노론의 왕도, 소론의 왕도 아니다."라고 하였다.

노론에게는 실로 뒷통수 맞는 일이었겠지만 영조는 노론과 소론의 영수를 불러 화목을 권하고

호응하지 않는 신하들은 축출하였으며 노론과 소론 중 탕평책을 따르는 자들만 등용하면서

두 당파의 대립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가 요리로 먹는 탕평채는 영조가 신하들에게 하사하였는데 녹두묵에 고기볶음과 데친 미나리,

구운 김 등을 섞어서 만든 묵무침이다. 이 음식은 서경의 탕탕평평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싸움이나 논쟁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조화와 화합을 중시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조선의 왕가에서 후궁출신의 생모를 둔 왕은 더러 있었지만 영조처럼 미천한 출신의 생모를 둔

경우은 없었기에 어머니의 출신 성분으로 인한 영조의 콤플랙스는 극복하기 힘든 넓고 깊은

강과 같았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대로 대신들이 따르지 않으면 불 같이 성질을 부리며

"너희들이 내가 왕자로 들어와서 이자리에 앉았다고 종친또한 멸시하느냐"며

부들부들 떨며 소리를 치는 일이 잦았고 정승들이 혼비백산 자리를 물러나는 경우들이 많았다 한다.

​임금도 사람이지만 시도때도 없이 불뚝 성질을 부리는 것은 진정한 리더가 갖춰야할

덕목은 아닌듯하다.


영조는 후궁에 대한 대우를 개선하기에 이른다.후궁의 신분으로 왕을 배출한 생모에 대한 예우로

사당과 무덤을 격상하였으며 이들의 사당을 모아놓은 것이 '칠궁'인데 그 칠궁 자리에

현재 청와대가 자리하고 있다.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의 대한 부분은 잘못된 부모의 교육과 여기에 당파의 이간질이 더해져 일어난

참으로 비극적인 사건이라 생각한다.

15개월된 어린 사도세자를 조기교육하기 시작한 것부터 영조의 실책이 시작된다.

그의 자괴감과 초조함이 어린 세자를 몰아붙였을 것이다.

겉으로는 호학의 군주이며 덕을 갖춘 영조이지만 속으로는 교활한 정도로 대단한 지략가이다.

하지만 사도세자는 이와 반대로 우직한 스타일이었는데 영조는 억지로 사도세자를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려고

하였고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않자 직접 아들 교육에 나서며'교육'이 아닌 '인간개조'를

할려고 하였다. 화를 내고 야단을 치며 칭찬에는 인색하기만 한 호랑이 같은 아버지의 과한 기대와

강요는 사도세자에게 숨 막히는 압바감과 억압으로 가가왔고 감내하기 힘든 정신적인 고통이

결국 그를 정신병자로 만들게 되었다.

여기에 사도세자가 역모를 꾀하여 왕위를 쟁탈하려고 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결국 아들을 뒤주 속에 8일이나 가두어 죽게 만들었으니, 보통의 아버지와는 정도가 다른 사람인것 같다.

사도 세자의 아들 정조는 어릴때부터 총명하여 영조는 손자에게 기대를 걸게 된다.

아들을 교육하며 자신의 과오를 몸소 경험했던 영조는 손자인 정조에게는 사도세자때와는

다른 교육을 실시한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자신이 직접 교육을 하지 않고 선생을 두어 교육을 ​하게 하였으며

경연에도 참석을 하게 하는등 일찌감치 왕으로 키우기 노력한다.

영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정조도 왕위에 오르기까지 두어번의 죽음을 겪을뻔했다.

왕이 되기까지 지난 여정이었다. 그가 왕위에 올라 처음 한 말이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는

말이었으니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내몰게 했던 관료와 당파에겐 실로 가슴 서늘한 말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정조 또한 출신의 콤플렉스를 안고 있었고 이로 인해 정조의 안위도

보장받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정조는 즉위하고 곧 규장각을 설치하였고,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며

당파 싸움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가졌기에 왕권을 강화하고 체제를 재정비하기 위해

영조의 탕평책을 계승하였다.

문화 정치를 펼치며 문물제도를 재 정비하며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다.

또한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복권과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 위해 수원에 새로운 도시"화성"을

축조하고 1797년 음력 1월에 화성으로 능행을 떠나게 된다. 정조의 오랜 숙원사업을 이루었으니 얼마나

뿌듯했을까.. 음력 1월의 추위에 하루 왠종일 화성 안팎을 돌며 ​끝도 없는 연설을 쏟아내었는데

신하들에겐 말은 못하지만 참 고역이었을것이다.

정조는 이날 리더로써 실수도 많이하였는데 본인의 치정을 너무 내세우는 것도 리더답지 못한 행동

인듯 하다.

이처럼 영조와 정조는 신분출신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고 때로는 그로 인해 인간다운

실수도 하지만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도 하였고, 당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암살의 위험도

있었지만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어디에도 쏠리지 않고 화합을 이뤄내기 위해 애썼다.

정치적 이익보다 백성을 위했고 공평한 인재 등용으로 지식인들을 옆에 두었기에

비교적 제대로 된 정치를 하지 않았나 싶다.

현재의 정치를 보면 정말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때가 있다.

여전히 노론과 소론같은 당파가 존재하며 민생안정보다 우선시 되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한 뛰어난 인재를 당파및 출신계급과 상관없이 등용했던 과거보다 못하는건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나라가 부국하고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가 제대로 되어야한다.

다만 한가지 참 다행인 점은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깨어있는 국민 의식이야 말로 정치를 깨끗하고 바르게 이끌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을까 한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일은 왜? -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독일
강현성 지음 / 이지앤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한국과 다른 낯선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는 것은 생각보다 녹녹치는 않을것이다.

나 또한 외국에서 몇년 살아본 경험이 있어 말도 문화도 사고방식도 다른 나라에서

섞여 지낸다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다.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다 경험해봤을거라 생각한다.

이 나라는 이건 왜 이렇고.. 저건 왜 또 저렇지? 하는 소소한 의문들 말이다.

수십년 장기간 외국 생활을 한 사람들은 초기 가졌던 의문도 해소가 되어 불편함도 편리함도

익숙해져 버리기 마련이지만,2~3년 정도의 중단기로 지내다 귀국하는

사람들은 참신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나와는 크게 인연이 없을 듯한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해 내가 아는 지식이라고는 한줌도 안된다.

맥주의 나라(공교롭게도 나는 맥주를 별로 즐겨마시지는 않는다), 소세지의 나라,

그리고 누구와 다르게 역사적인 과오를 숨김없이 인정하고 반성하는 개념있는 나라..라는

정도일듯 하다.

아.. 그리고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외국인 친구들을 초대하여

한국의 관광지를 둘러보고 한식을 먹어보며 한국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TV프로그램에 초대되어 온

독일인 친구들이 분,초까지 쪼개가며 여행을 하는 모습을 보고 진심 깜놀한 적이 있다.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춘듯 한데, 한국에는 약속 시간보다 10~20분 정도는 늦게 나타나야 예의(?)라는

무식한 '코리안타임'이라는게 엄연히 존재했을 때가 있었다.

그중 시간 개념을 완전히 상실한 친구가 한명 있었는데, 나를 포함하여 다른 친구들이 2~3시간이나

기다리는게 일상이었던 때와 비교하자면 독일인들의 칼 같은 시간 개념은 경이롭기조차 하다.

(친구야~ 너도 본 좀 받아라)

주재원인 남편을 따라 독일에서 보금자리를 튼 강성연 저자가 독일에서 겪었던 이야기와

독일에 대한 단편적이지만 알아두면 피가되고 살이되는 독일에 관한 상식으로 가득하다.

 

 

한국보다 2.5배나 많은 초고령사회인 독일, 어딜가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넘쳐나는 나라.

무뚝뚝하고, 진지하고, 냉정하고, 원리.원칙 따지는 독일인들의 성격

그래서 독일인 친구를 사귀기가 너무 힘들다는 세계인들의 공통된 푸념이 넘치는 나라.

사람 셋만 보이면 클럽(= 페어아인)을 만드는 나라,무려 63만개의 클럽이 존재하며

두명중 한명은 1개이상의 클럽에 소속되어 있다는 나라.

영어와 독일어는 고대 게르만어에서 파생된 언어로 대학을 나올 정도면 다들

기똥차게 영어를 잘한다는 나라.

한국과 일본같은 껄끄러운 사이인 폴란드와 독일, 그 악명 높던 아우슈비츠도 폴란드에

위치한다.

독일 인구인 8천2백만명중 20%가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 이중 독일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는 약 4만 5천명 정도라고 하니, 한국 음식점, 치킨집, 학원등 규모는 적지만

지내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 가게들이 늘고 있다는 점.

한스 리겔이라는 사람이 본에서 만들었다 하여 이름붙여진 하리보(독일 식품이었네)

맥주말고 다양한 독일의 와인,

아우토반에 없는 세가지..가로등,통행료,속도제한

공중 화장실이 별로 없고 그나마 돈을 내고 이용해야하고

북위 47~55도에 위치하다보니 겨울이 되면 낮보다 밤이 더 긴 날의 연속이다보니

세계적인 철학자들이 줄줄이 독일에서 나온 이유는 아무래도 날씨때문인것 같다는

이야기도  꽤 흥미로웠다.

몰랐던 독일에 대한 소소한 상식을 알아갈 수 있어서 꽤 즐겁게 읽었다.


돈 많은 부자나라 독일의 이미지만 있었는데 내가 미처 몰랐던 다양한 일면을(짠돌이 기질) 

간접 체험할 수 있어서 지식습득의 목적을 독서의 최우선으로 두는 나에게는 소중한 책이 되었다.

이방인의 눈으로 들여다본 낯선 나라 독일에 대한 이야기..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가슴 아픈 이민사를 가진 1세대의 이야기에 울컥 하기도하며

먼나라 독일에 대한 지식이 +1 상승한 기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원태연 필사시집
원태연 지음, 히조 삽화, 배정애 캘리그래피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을이 기울고 겨울색이 짙어지면 부지런히 겨울 식량을 구해두는 다람쥐마냥

겨울이 오기 전에 내가 신경써서 하는 일이 있다.

길고 우중충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가을이 다 가기전에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며 추억을 쌓아놓는 것이다.

유달리 겨울이라는 계절을 타는 나는 겨울을 보내는게 늘 항상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겨우내 여행지에서 추억을 지인들과 나누며 겨울을 버티곤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여행다운 여행을 하지 못했다.

눈만 뜨면 코로나 확진자의 숫자를 먼저 확인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발은 묶이고 친척들, 지인들과의 만남과 모임도 조심스러웠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적으로 우울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보석 같은 책 한권을 내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원태연 시인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라는 필사 시집이다.

시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라는 글귀는 들어본 기억이 있을것이다.

이 시집이 80만부나 팔리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였고 시를 쓰는 재주외에도

영화감독, 웹드라마 작가, 그리고 작사가로 일을 하였다.


그런 시인이 다시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시를 다시 쓰기 시작하였고 18년만에 나온 시집이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라는 시집이다.


시인에게도 남다른 감회가 있겠지만 글을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꽤나 남다른 느낌의 책이다.

이 책은 시를 읽으며 필사도 할 수 있게 했다.




책에다 낙서를 하거나 페이지를 접거나 오염시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이 살짝 거부감도 들었지만

과감하게 펜을 들고 글을 써내려가자 우울했던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비로소 시가 나에게 들어왔다.

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실 PC가 보급되고 난 후부터 우리는 키보드 문화에 너무 익숙해져있다.

펜을 들고 글을 쓰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글씨 잘 쓴다는 소릴 들었던 나도 악필 무리에 합류하게 되었다.

내가 쓴 글씨체가 영 마음에 안들지만 이쁜 글씨 연습책이 아니니

이 정도는 적당히 나와 타협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사랑에 대한 글, 이별에 대한 글, 그리움에 대한 글,

시인의 글들은 이쁜 편지지에 곱게 적은 글이라기 보다는

재생용지에 적어내려간 글처럼 여과없이 날것 그대로의 표현으로

독자의 정곡을 찌르고 있다.

애둘러 말하지 않은 직설적인듯 과감없는 표현이 오히려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것 같아서 더 깊숙히 박힌다.

사랑도 미움도 절망도 기쁨도

시인의 펜 끝에서 오롯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겨울의 입구에서 우울했던 마음이 누군가 알아주는 듯했다.

눈물을 흘리는 게 확 유행이 됐으면 좋겠어

그래서 사람들이

조금만 슬퍼도

아무 데서나 펑펑 울어버렸으면 좋겠어

나도 좀 같이 울게

- 어느날 2-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틀꿈틀, 오늘도 자유형으로 살아갑니다 - 세상 속에서 천천히 내 맘대로 유영하기
착한재벌샘정(이영미) 지음 / 더메이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착한재벌샘정 작가의 캘리그라피 에세이이다.

우선 저자의 필명이 참 특이했다. '착한 재벌 샘정'이라는 뜻이 뭘까 한참을 생각했다.

소위 돈이 많은 사람을 재벌이라고 하니 돈이 많으신가 싶기도 하지만(그럼 좋겠지만), 돈보다는 좋은 사람들,

좋은 취미들, 좋은 마음들 뭐 그런 유무형의 선하고 좋은 기운들을 가득 가지고 계시다는 뜻으로

이해해볼려고 한다.


작가의 본명은 이영미 님이고 1987년부터 중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으니

33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친 교육계의 대모라고 할 수 있겠다.

책도 16권이나 써낸 중견 작가이다. 작가만의 캘리그라피와 함께 짤막짤막하지만

힘있는 글로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아낌없이 준다.


기회,실수,여유,자존감,행복,웃음 등의 단어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위트와 재치를 담아 그림같은 캘리그라피로 그려내고 있다.


사실 나는 취미로 캘리그라피를 배운적이 있어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캘리그라피가

보기보다 결코 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형화 되어 있지 않은듯하지만 배우다보면 이쁜 글씨를 쓰기 위한 나름의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쓰도 될듯하지만 왠지 그렇게 쓰면 안될것 같은 무언의 압박을 받았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나의 캘리그라피 수업은 그리 오래가질 못했다.

지금은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 버려서 내심 나와 어울리진 않은 실크 브라우스 같구나..

하고 반쯤 포기하고 있긴 하지만, 입진 않아도 언젠가 입겠다는 일념으로

옷장 속에 고이 모셔둔 옷처럼 나의 캘리그라피에 대한 도전은 잠시 휴식기이며

현재도 ing중이다.

 

 

 

하지만 착한재벌샘정의 캘리그라피는 글씨와 그림의 비중이 2:8 정도로 

그림의 비중이 훨씬 높은 그림으로 본다고 해도 욕먹을것 같지 않은 캘리그라피가 많다.

이 또한 캘리그라피를 쓰는 본인들의 개성이며 작품이므로 그림이 많네 적네하면서

평가를 하고자 하는것 아니니 절대 오해없기를 바란다.

각각의 캘리그라피 속에는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정말 딱 떨어지는 그림으로 그려넣었다. 

센스도 대단하지만 한자한자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나름대로 얼마나 궁리하였을지..

무엇보다 그 정성이 돋보여서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하였다.


작가의 글에는 그녀가 오랫동안 교육계에서 일을 하면서

최전선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부딪히면서 겪어냈을 인내와 연륜이 보인다.

선생님으로서 어린 제자들에게 전해주는 애정과 사랑을 담은 조언들로 가득하다.


구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무선 이어폰이 없어서 불행하다는 아이.

큰 헤드셋이, 치렁치렁한 줄이 부끄럽다는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요?


타인의 시선에게는 YES가 아닌 NO.

스스로의 선택에게는 당당하게 YES.


자존감은 자석과 같답니다.

밀어낼 것은 밀어내고

끌어당길 것은 끌어당기는 분별력이지요.


-밀어낼 것을 밀어내고 끌어당길 것은 끌어당기고-

 

 

 

비단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조언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어른이지만 어른아닌 

모든 이에게도 찰진 조언들을 많이 던져주고 있다.

읽다보면 그래 맞아. 나도 나도..하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따뜻하고 위트있고 상냥한 말들로 가득하다.

위해요소가 하나도 없는 말 그래도 착한 책인듯하다.


저자는 수많은 청강자들을 위한 강연회를 그만두고 테이블에서 한두명과 이야기를 나누는 

'작가와의 만남'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많은 이들과 좋은 글과 이야기로 소통하는것도 좋지만

한두명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하므로써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독자에게 어쩜 평생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을 선물하고자 하는 작가의 사려깊은 배려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작은 테이블을 마주 보고 앉아서 차 한잔을 앞에놓고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어지럽고 난해하고 두렵기조차한 요즘 세상에

맘 맞는 선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포근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찬바람이 불어 마음까지 스산한 요즘..

작지만 야물진 책한권을 핸드백 속에 넣고 시간이 날때마다 파라락 책장을 넘겨

아무페이지부터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이다.

책읽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쉽고 즐겁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므로

권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울어진 의자 SN 컬렉션 1
이다루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울어진 의자


이 책은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관계와 관계속에서 살아간다.

이 세상에 여자로 태어난 이상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한번에 몇개나 되는 명찰을 주렁주렁 달고 살아가게 된다.

친구와의 관계, 가족들간의 관계, 아이들 학교 엄마들의 관계,

나의 의도와 다르게 그러한 관계들이 버겁고 불편하게 느껴질때가 있다.


처신을 잘못하는 자신을 탓하다가도, 상대방을 비난하기도 하기도 하며

매끄럽지 못한 관계속에서 헐떡이는 일들을 누구든 겪어보지 않았을까.


이 책은 우리 삶 속에 한번쯤은 겪어봤을 일들을 비교적 담백하게 서술하고 있다.

서너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34편의 단편집으로 되어 있다.

연결되지 않은 단편들도 있고 학교 자모회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는 여러편의 에피소드가

모여 있는 짧지 않은 단편 느낌으로 썼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에피소드 [기울어진 의자]는 읽는 동안

마치 내 얘기를 하는듯 하여 마음 끝이 조금 아렸다.


젊은 시절 계약직 비서로 1년동안 함께 일을 했지만 '나'와 '수정이'는 

가는 길이 달랐다. 비서직이 맞지 않았던 '나'는 결혼이라는 울타리로 들어갔고

'수정이'는 이직을 꿈꾸며 더 나은 회사로 취업에 성공했다.

아이들도 커가고 오랫만에 '수정이'를 만나러 가는 나는 아주 오랫만에

화장대에 앉아 공들여 화장을 하지만 입고나갈 변변한 옷도 없다.

수정이가 일하는 강남에서 만나 점심을 함께하고 커피를 마셨다

수정이의 화장을 갈수록 짙어지고 네일도 화려하다.

거기에 비해 관리를 못한 나는 푸석하고 초라하다.

아이에게 전화가 오자 미안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더니

유아휴직중인 남편에게 전화를 거는 '수정이'의 목소리는 부하직원에게

대하듯 지시를 내리고 상사에게 온 전화에는 쩔쩔매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회사로 뛰어들어가는 그녀는 까페 출이북에서 한쪽 구두가 벗겨졌다.

수정이가 앉았던 의자는 다리가 빠져있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직장맘과 전업주부는 사회에서 보는 시선부터 다르고, 상대를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들도 다르다. 줄곧 일을 해오고 있는 나를 친구들은 '수정이'를 보듯

나를 대했다는 것을 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며 가정에 안주한 친구들은 일을 하며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나를 내심 부러워했고 가끔 만나는 자리에서 숨김없이 부러워하곤 했다.

하지만 실상 나는 수정이처럼 내가 앉은 의자가 기울어져 있는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전투를 치루듯 살아왔다.

한번도 의자 깊숙히 엉덩이를 밀어넣고 앉질 못했다.

의자끝에 걸터 앉아 항상 긴장하며 살았다.

전업주부인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네들을 부러워했다.

​따져보면 우린 모두 아닌척 하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다른 것들을 동경하며

부러워하고 시기하며 살고 있진 않는지 [기울어진 의자]편은 짧은 분량의 단편이었지만

나에겐 참 긴 생각을 하게 만든 에피소드다.

그 외에도 이 시대의 엄마이지 아내이자 며느리인 여자로써 살아가는 이들에겐

깊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길지 않고 문장도 짤막짤막하여 막힘없이 읽기 좋고 읽은 후에도 쌉쌀한 맛이

입안에 감돌듯 여운이 짙은 내용들이 많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관계속에서 헤매고 있는건 아닌지.. 한번쯤 나의 주변을 둘러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