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원태연 필사시집
원태연 지음, 히조 삽화, 배정애 캘리그래피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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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기울고 겨울색이 짙어지면 부지런히 겨울 식량을 구해두는 다람쥐마냥

겨울이 오기 전에 내가 신경써서 하는 일이 있다.

길고 우중충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가을이 다 가기전에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며 추억을 쌓아놓는 것이다.

유달리 겨울이라는 계절을 타는 나는 겨울을 보내는게 늘 항상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겨우내 여행지에서 추억을 지인들과 나누며 겨울을 버티곤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여행다운 여행을 하지 못했다.

눈만 뜨면 코로나 확진자의 숫자를 먼저 확인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발은 묶이고 친척들, 지인들과의 만남과 모임도 조심스러웠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적으로 우울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보석 같은 책 한권을 내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원태연 시인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라는 필사 시집이다.

시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라는 글귀는 들어본 기억이 있을것이다.

이 시집이 80만부나 팔리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였고 시를 쓰는 재주외에도

영화감독, 웹드라마 작가, 그리고 작사가로 일을 하였다.


그런 시인이 다시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시를 다시 쓰기 시작하였고 18년만에 나온 시집이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라는 시집이다.


시인에게도 남다른 감회가 있겠지만 글을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꽤나 남다른 느낌의 책이다.

이 책은 시를 읽으며 필사도 할 수 있게 했다.




책에다 낙서를 하거나 페이지를 접거나 오염시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이 살짝 거부감도 들었지만

과감하게 펜을 들고 글을 써내려가자 우울했던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비로소 시가 나에게 들어왔다.

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실 PC가 보급되고 난 후부터 우리는 키보드 문화에 너무 익숙해져있다.

펜을 들고 글을 쓰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글씨 잘 쓴다는 소릴 들었던 나도 악필 무리에 합류하게 되었다.

내가 쓴 글씨체가 영 마음에 안들지만 이쁜 글씨 연습책이 아니니

이 정도는 적당히 나와 타협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사랑에 대한 글, 이별에 대한 글, 그리움에 대한 글,

시인의 글들은 이쁜 편지지에 곱게 적은 글이라기 보다는

재생용지에 적어내려간 글처럼 여과없이 날것 그대로의 표현으로

독자의 정곡을 찌르고 있다.

애둘러 말하지 않은 직설적인듯 과감없는 표현이 오히려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것 같아서 더 깊숙히 박힌다.

사랑도 미움도 절망도 기쁨도

시인의 펜 끝에서 오롯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겨울의 입구에서 우울했던 마음이 누군가 알아주는 듯했다.

눈물을 흘리는 게 확 유행이 됐으면 좋겠어

그래서 사람들이

조금만 슬퍼도

아무 데서나 펑펑 울어버렸으면 좋겠어

나도 좀 같이 울게

- 어느날 2-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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