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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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이 소설의 무대가 된 고바야시 서점은 실제로 존재하는 서점이고

책 속의 등장인물인 고바야시 유미코도 실제 인물이라는 점이다.

픽션과 논픽션이 적절히 조화가 된 소설은 사실감이 더해지게 된다.


리카는 도쿄에서 태어나 학교를 졸업할때까지 부모님과 함께 평범하게 살아온

20대의 젊은 여성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활동을 하여 몇군데 합격을

하였지만

그녀가 택한 것은 일본에서 대기업에 속하는 다이한 출판사였다.

출판업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도 없으면서 이 회사로 입사를 결심한건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이라는 것이었다.

대기업이면 어디든 된다는 생각으로 덜컥 입사를 하게 되었지만 생판 모르는

업계에서 모르는 일을 한다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달간의 연수를 마치고 그녀가 배정 받은 곳은 도쿄도 아닌 오사카 지사 발령이었다.

한번도 도쿄에서 벗어나 본적이 없었던 그녀가 낯선 지방에서 낯선 이들과 낯선 환경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다.

설상 가상 배정 받은 서점에 잘보이기 위해 구하기 힘든 베스트셀러를 입사 동기에게 부탁해 더 배본 받을려다 직장에게 크게 혼이 나고 눈물 콧물 흘리는 그녀를 데리고 간 곳이 시내에서 좀 떨어진 동네 서점 '고바야시'서점이었다.



잔뜩 풀 죽은 리카에게 차 한잔을 건네는 서점 주인인 유미코씨.

유미코씨는 리카에게 서점을 운영하며 힘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리카는 유미코씨와 대화를 하면서 점점 자존감을 찾게 된다.

1952년 패전 후 먹고 살기 힘들때 오사카 근교의 작은 동네에 10평 남짓한 고바야시 서점이

개업을 하게 된다. 유미코의 부모님이 하시던 서점을 물려받아 현재까지 40여년간 운영하고

있다. 시내 대형 서점도 아니고 동네 길목에 있는 작은 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 그녀는

기존의 수동적인 판매 형식을 벗어나야만 했다.

서점에서 우산을 팔기도 하고, 방문 판매형식으로 전집을 팔기도 한다.

작은 서점끼리 연합하여 백과 사전을 팔기도 하면서 입지를 굳히고 대형 서점만큼의

판매고를 올린다.


긍정 에너지와 도전 정신을 가진 유미코씨의 이야기에 리카도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되고

거래 업체 방문이라는 명목으로 유미코를 뻔질나게 찾게 된다.

자신감을 가지게 된 리카는 번떡이는 아이디어로 서점 이벤트도 기획하는 등

당당하게 사회인으로써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유미코씨의 들려주는 과거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점점

밝아지는 리카의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기 마련이다.

서툴고 잘 몰라서 실수도 많이 하고, 학생때와는 달리 사회인이 되면서 자신의 책임이

되는 일들로 움츠려들 수 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면 한단계 성장해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될텐데..

나에게도 내가 힘들고 어려울때 힘이 되어줄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을 견디며 힘겹게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용기와 위로와 격려가 되어주는 책이다.






실제 小林書店의 小林由美子씨

상상했던 이미지와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사진속 우측 상단에 있는 포스트가 가와카미 데쓰야 작가가 쓴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의 포스트다.

기회가 된다면 실제로 서점에 찾아가 원어로 된 책을 꼭 한권 사오고 싶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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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아 - 오늘 치는 파도는 내가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딱 한 번의 파도니까
김은정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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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이름도 알리고, 성취감도 생기고..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일이다.

직장을 다니는 많은 이들이 그냥 아침에 눈뜨면 회사에 출근하고, 일하고, 지쳐서 퇴근하고..

그런 일들을 끝도 없이 반복한다.

그리고는 입버릇처럼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한탄한다.

어쩌면 나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수십번쯤 회사를 때려치워야지 하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아..의 저자 김은정은 작가이며 사업가다.

아트 콜렉터이며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남들은 한가지도 어려운 일을 여러가지를 한번에

해내는 슈퍼 우먼으로 홍콩에서 라이센스 케릭터 비지니스를 하며 바쁘게 전세상을

돌아다니고 있다.

대단한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여자는 밤 늦게 돌아다니면 안된다. 남자가 집에 따라오면 호적을 파버리겠다.

정숙한 여자는 빨간 구두를 신지 않는다.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부모님들 덕분에(?) 사춘기도 안겪고 지나갔다는 저자의

학창시절..


빚보증을 잘못 서서 집안에 차압 딱지가 붙기도 했다.

그때부터 부모님한테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에 해외 근무를 꿈꾸고 찾고 찾아

중국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위기에서 기회를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어릴때 아버지가 출장을 다녀오시면 사다주신 인형들을 좋아했던 저자는 오더를

받아 캐릭터를 생산하는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고,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신의 능력과 힘을 120% 쏟아부으며일에 열중한다.


독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일중독이라고 뒤에서 쑥덕거렸지만 그녀의 열정을 꺾진 못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미친듯이 제품을 만들어 50억짜리 수주를 따내기도 한다.

말이야 간단하지만 그 안에 그녀의 젊음과 땀과 눈물을 갈아 넣었지 싶다.

그렇게 한다고 월급쟁이잖아. 누가 월급 더 주나..라고 혀를 차는 사람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지지자(知之者)는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요, 호지자(好之者)는 불여락지자(不如樂之者)라


논어의 옹야편에 나오는 글이 이 책의 내용을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 일을 하는건 아닐것이다.

어쩔 수 없이, 능력이 없어서, 아는게 없어서, 돈이 급해서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원치 않은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닐지라도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마음을 조금 바꿔 좋은 점을 찾아보면 어떨가..

내가 하는 일이 생각보다 가치 있는 일이고, 할만한 일이라는 점을 기억하면서..


일과 일상에 대한 에쎄이를 읽으며 별일 없는 나의 일상에

새콤한 맛을 더하고 별일 없는 나의 일에 좀더 애정을 쏟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저자에게서 받은 젊고 뜨거운 에너지를 조금 나눠 받은듯 하여

한동안은 나도 화이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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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 - 세금은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
오무라 오지로 지음, 김지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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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TV에서 상습 고액 체납자에 대한 뉴스를 볼때마다 저 사람은 도대체 뭔 세금을 저렇게나

안내고 미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익이 많아서 낼 세금이 많거나 각종 위반을 해서 범칙금이 많거나 하겠지만,

가끔 우리가 내는 세금은 도대체 어느 정도이며 얼마나 많은지 궁금할때가 있다.


직장인이라면 연봉과 실수령액의 차이를 피부로 확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속된말로 차떼고 포떼고 나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얼마 안된다..라는 말을

많이 듣기도 하고 많이 하기도 한다. 내가 번 돈에서 조목조목 따져가며 떼어가는 세금은

뭐가 있는지 궁금할때가 있다.


해외여행을 갈때면 참새 방앗간 들리듯 꼭 들리는 곳이 있다.

공항면세점이다.

면세점 순방을 하는 것부터 해외여행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지라

설레임 가득 안고 돌아보게 되는데..

익히 아는 상품을 면세점에서 사는데 시중에서 사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싸게 느껴지고 득템한것 같지?

내가 늘 사는 상품에 세금이 도대체 얼마나 붙어 있었던거야.


아무생각없이 살다가도 가끔, 문득 궁금해지는 세금이야기.

셈이 약한 나 같은 사람에게 세금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고 이해안되고

잼없는 이야기지만 오무라 오지로씨의 저서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는

어렵지 않고

재미와 지식까지 함께 얻을 수 있는 읽어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양서'였다.


일본 국세청에서 10여년간 법인 담당 조사관으로 근무했던 저자는

'세금 제도가 국가의 앞날을 좌우한다'라고 말한다.

국가의 운영자금인 세금이 나라 운영의 필수요소이므로 국민들에게는 자신에게

부과된 금액은

반드시 납부해야 할 의무 사항이다.

이러한 세금 부과 방식의 가장 큰 틀의 원칙중 하나는

부자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가난한 이들에게는 면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빈부격차가 심해져 산업의 발전과 쇠퇴가 결정된다.


그럼 과거의 세금 제도는 공정하고 정의롭고 상식적으로 이루어졌는가..

이 책을 읽어보면 절대 그렇지 않은것 같다.




이 책은 4파트로 나누어 과거 동서양 국가들의 황당하고 기막힌 세금 이야기를

저술하고 있다.


역사를 바꾼 '놀라운 세금'

세계를 뒤흔든 '기막힌 세금'

일본의' 황당한 세금'

인류를 위한 '괴상한 세금'


특히 역사를 바꾼 놀라운 세금 이야기는 차근히 읽어가다 보면 세계사의 흐름과 변화의

인과관계를 알 수 있어서 지식적인 면에서도 참 유용하다.


조니 뎁 주연의 '케리비안의 해적'은 시리즈로 나온 영화로 추석이나 설 명절때 주구장창

TV에서 틀어주니 한 두편쯤은 다 보았을 영화다.

이 영화에는 정말 끝도 없이 해적들의 등장한다. 먹고 살 짓이 없어 다들 해적질을 하나

싶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은 적국의 선박을 노획하는 해적선의 약탈 행위를 승인하는 대신

노획품의 5분의 1을 국고에 바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이것이 영국을 번영시겼다는 '해적세'이다.


영국은 재정난을 겪게 되면서 해적세를 만들었는데, 잘 나가는 영국이 재정난을 겪게 된것은

무엇때문일까..비약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나 바로 '후추' 때문이다.

유럽은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향신료가 필요했고 고기에 뿌려먹는 '후추'의 수요가

어마무시 하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후추에는 유독 높은 관세를 책정하였다.

'은 1g과 후추 1g은 같은 가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비쌌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비쌀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내륙에 이슬람 국가인 오스만제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인과 포르투칼은 오스만제국을 거치지 않은 다른 루트를 찾아야했고.

육로가 아닌 바다로 눈을 돌리게 되면서 '대항해 시대'가 열리게 된것이다.

콜럼버스가 대서양 횡단에 성공하면서 발견한 아메리카 대륙의 포토시 은산에서 은이

대량으로 생산되자 은 수출이 주요 산업이었던 독일은 타격을 입게 되고,

독일에 모직물을 수출하여 재정을 꾸리던 영국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해적세를 만들게 되었고, 캐리비안 해적들이 설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역사학자도 아닌 전 국세 조사관이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재미지게 역사와 세금 이야기를

잘 버무려 상식과 지식을 정리하다니 .. 놀라울 뿐이다.





이 밖에도 영주와의 첫날 밤 때문에 생긴 '초야세'

가슴을 가리고 싶거든 '유방세'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면 '독신세'

대소변까지 세금을 부과한 '분뇨세'

인구 좀 늘려볼려고 만든 '원룸세'

반려견을 키우려면 내야하는 '견세' 등등

어처구니가 없이 피식 웃음이 나오다가도 뒷목 잡게 만드는 뻔뻔한 세금이야기에

홀딱 빠져서 책을 읽게 된다.


따져보면 우리도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던 세금들이 많다.

쓰레기를 버리는데 쓰레기 봉투를 사서 담아내야 하는 법도 과거에 많은 이들이

어처구니 없어 했었던 기억이 있다. 쓰레기를 버리는데 돈은 내야해? 하면서 극대노하시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생각난다.


처음에 언급했던듯 세금이란 국가 운영자금이라 국민들은 납세의 의무를 지고 있다.

지금의 한국은 상식적인 선에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세금이 부과되고 있는것인지

의문이 들때가 있다.

부자들은 위한 감세정책이나 부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똑 같이 부과되는 세금은

과연 공평한가..

부자들은 더 많이 세금을 내고 , 가난한 이들은 세금을 적게 내거나

면세를 해줘야하는 가장 큰 틀을 잘 지켜내고 있는지 국민들은 열린 눈과 귀로

국가정책을 감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했을때 발생했던 수 많은 나라들의 흥망성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역사와 세금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도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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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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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노트와 글씨가 이쁘게 잘 써지는 펜이 필요해졌다.

그리고 기억해 두어야 할 이름이 하나 생겼다.

황경신 작가님.


조각가가 망치와 끌로 수 천번을 두들기고 다듬어서 멋진 조각 작품을 완성하듯

황경신 작가 또한 수 천, 수 만번의 생각과 다듬기를 하여 만들어 냈을 멋진 말들을

그냥 흘려보내기 싫어서 깊은 밤 펜을 잡고 필사를 해나갔다.


덕분에 책은 더디 읽혔지만 에스프레소 커피 같이 농도가 한층 진해진 글들이

내 몸속의 혈관을 타고 들어와 내 온몸을 돌며 나를 각성하게 만들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살 점을 떼어내듯 힘겹고 고통스러운 작업이라고 하더라만

얼마나 많은 생각과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지새면 이렇게 마디마디 놀랍도록

황홀한 빛이 나는 글을 쓸 수 있는건지..


글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지 20여년이 훌쩍 지나 50을 넘긴 작가가

쓰내려간 글을 점자 책을 읽어내려가는 손 끝 감각의 설레임처럼

말초신경까지 곧두서게하는 설레임으로 읽어내려갔다.






탄생과 죽음 사이에 놓인 선택이라는 신의 선물은

삶을 행복하게 하기에 미흡하고 죽음을 막기에는 옹졸하다.

하지만 삶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저 마지막 질문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너는 생각한다.

무엇을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없어도 어떻게 받아 들일지는

선택할 수 있다.

그 선택으로 인해 삶의 미세한 결이 달라진다.


작가는 나 라는 단어대신 너 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 글을 읽고 있는 독자를 이야기하는 듯한 너..라는 단어때문에

책을 읽는 순간 오롯이 집중하며 읽게 된다.

마치 작가가 나에게 얘기를 하는 듯하여 한 순간도 허투루 읽을 수 없어서

단어 하나하나 음미하듯 손가락 끝으로 더듬듯이 세심하게, 그리고 정중하게 읽게 된다.


말레시아의 티오만 아일랜드에서 만난 러시아 부부.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에서 사다이비~라며 인사하는 별빛을 담은 눈동자를 가진 아이들

태국의 코사멧 섬의 까페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컵을 씻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이야기

스페인에서, 프로방스에서 작가가 걷고, 보고, 느꼈던 그 길을 함께 걸으며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에게서 전해지는 인연의 깊이를 생각하기도 하였다.


삶이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지라도..

아니 어쩌면 그렇게 흘러가는게 정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살아가는 동안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이 세상에 나를 보낸 신에게 대한 답례일거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살결은 떠나도 숨결은 남을 수 있기를.

언젠가 찾아올 너의 죽음이 너의 삶을 완전히 지우지 않기를.

몽매(夢寐), 꿈을 꾸는듯 흐릿한 이 삶 속에서

몽매(蒙昧) 어리석고 어두운 존재로 살아가는 일이 괴롭고

헛되어도, 먼 훗날 누군가 너를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떠 오를수 있기를 너는 빌고 또 빌었다.





작가와 비슷한 나이를 가졌기 때문일까..

그녀의 글은 한줄 한줄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정말 뜬금없는 부분에서 울컥하여 목구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기도 하였다.

이것이 갱년기에 흔하게 보는 '장애'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작가의 글 속에서 정갈한 외로움과 고루한 일상의 스산함과

남은 삶을 바라보는 애잔함이 묵직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은 다 읽었지만 한동안 이 책을 손에서 놓지는 못할 듯 하다.

아직 달 위의 올려두었던 그 낱말들의 소중함과 깊이를 다 헤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 산 노트는 아직 많이 남았고 색색깔 볼펜도 몇자루 더 준비했으니

늦은 밤 조용히 스탠드를 켜고 그녀가 남겨놓은 낱말들을 꼽씹으며 차근히 필사를

이어갈 생각이다.

지겹도록 길게 느껴지는 여름밤도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지치게 하진 못할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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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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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는 다작을 하는 작가로, 소설, 단편, 에세이, 동화등 많은 쟝르에서 섬세하고 부드러운 필력을 뽐내고 있다.

이 작품은 14년전에 발행된 책으로 초록의 버드나무 아래에서 빨간 맨드라미가 피어 있는 들판에서 남녀가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는 산뜻한 표지로 리커버된 작품이다.


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읽을때면 가끔 주인공에 동화되어

나 자신이 조금 세련된 여자라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녀의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보통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결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듯하다.

하지만 세상사에 아둥바둥 하는 느낌 없이 무심한듯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담백하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의 한조각을 함께 하다보면 왠지 모르게 세상과는 조금 초월한 세련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는 총 9편의 단편이 소개되어 있다.

1989년부터 십여년간 써왔던 단편들 중에서 수작을 모아 발행된 책이다.

늙고 치매 증상이 있는 아내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광팬인 것을 알고,

그녀의 위해 엘비스 프레슬리인척 늦은 밤 공중전화로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엘비스의 음악을 들려주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러브 미 텐더.

어디선가 엘비스의 달콤한 목소리로 부르는 그 노래가 들려오는 듯 하다.


남편이 있는 유부남을 사랑하는 여자는 푸르스름한 저녁 푸르키네 현상이 일어나면 과거의 일로 묘한 기분에 젖는다.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불륜이라는 키워드를 다룬 작품. 선잠



어딘가 매우 위태위태하고 불안하다. 조심스럽고 안타까운 느낌이 들곤 하지만

불륜의 대상자들조차 연민을 갖게 되고 마는건 에쿠니 가오리의 특유의 필력때문일려나.

내내 심각하지 않고 내내 무심하지 않는 경계를 교묘하게 지켜나가는 주인공은

오히려 안쓰럽다.

온동네가 퍼랬다.

그 공기, 그 냄새. 깜짝 놀라 조심조심 손을 내밀어 보았다. 공기에 닿으면 손가락 끝까지 퍼렇게 물이 들것 같았다. 불안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언제까지고 창밖으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신문에 난 낯선이의 부고에 장례식장을 찾아가는 특이한 취미를 가진 부부의 이야기도 특이하다 못해 기괴하기도 하지만, 타인의 죽음에서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려고 하는걸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에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이 어쩌면 이들과 비교하면 평범하기 짝이 없기 때문일것이다.




짤막짤막한 문장들을 꼬거나 미사어구로 치장을 하지 않아서 가독성이 좋다는 것도

작가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담백해서 쉽게 읽히지만 읽고 나면 잔상이 많이 남게 되는 것 또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의 특징이다.


사회의 일반적인 잣대로 들이대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누군가의 손가락질을 받거나

가까이 하기 꺼려지는 상식적이지 않은 이들일지라도

소설을 읽다보면 범상치 않은 그들의 삶에 설득당해 납득과 수긍, 그리고 동조까지 하고픈

마음이 들게 된다.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는 에쿠니 가오리만이 그려낼 수 있는, 그녀다운 작품을

버드나무도 없고, 맨드라미도 없었지만 푸릇한 담쟁이 덩쿨과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가득한 여름날, 한껏 빠져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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