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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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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노트와 글씨가 이쁘게 잘 써지는 펜이 필요해졌다.
그리고 기억해 두어야 할 이름이 하나 생겼다.
황경신 작가님.
조각가가 망치와 끌로 수 천번을 두들기고 다듬어서 멋진 조각 작품을 완성하듯
황경신 작가 또한 수 천, 수 만번의 생각과 다듬기를 하여 만들어 냈을 멋진 말들을
그냥 흘려보내기 싫어서 깊은 밤 펜을 잡고 필사를 해나갔다.
덕분에 책은 더디 읽혔지만 에스프레소 커피 같이 농도가 한층 진해진 글들이
내 몸속의 혈관을 타고 들어와 내 온몸을 돌며 나를 각성하게 만들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살 점을 떼어내듯 힘겹고 고통스러운 작업이라고 하더라만
얼마나 많은 생각과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지새면 이렇게 마디마디 놀랍도록
황홀한 빛이 나는 글을 쓸 수 있는건지..
글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지 20여년이 훌쩍 지나 50을 넘긴 작가가
쓰내려간 글을 점자 책을 읽어내려가는 손 끝 감각의 설레임처럼
말초신경까지 곧두서게하는 설레임으로 읽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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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과 죽음 사이에 놓인 선택이라는 신의 선물은
삶을 행복하게 하기에 미흡하고 죽음을 막기에는 옹졸하다.
하지만 삶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저 마지막 질문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너는 생각한다.
무엇을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없어도 어떻게 받아 들일지는
선택할 수 있다.
그 선택으로 인해 삶의 미세한 결이 달라진다.
작가는 나 라는 단어대신 너 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 글을 읽고 있는 독자를 이야기하는 듯한 너..라는 단어때문에
책을 읽는 순간 오롯이 집중하며 읽게 된다.
마치 작가가 나에게 얘기를 하는 듯하여 한 순간도 허투루 읽을 수 없어서
단어 하나하나 음미하듯 손가락 끝으로 더듬듯이 세심하게, 그리고 정중하게 읽게 된다.
말레시아의 티오만 아일랜드에서 만난 러시아 부부.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에서 사다이비~라며 인사하는 별빛을 담은 눈동자를 가진 아이들
태국의 코사멧 섬의 까페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컵을 씻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이야기
스페인에서, 프로방스에서 작가가 걷고, 보고, 느꼈던 그 길을 함께 걸으며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에게서 전해지는 인연의 깊이를 생각하기도 하였다.
삶이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지라도..
아니 어쩌면 그렇게 흘러가는게 정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살아가는 동안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이 세상에 나를 보낸 신에게 대한 답례일거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살결은 떠나도 숨결은 남을 수 있기를.
언젠가 찾아올 너의 죽음이 너의 삶을 완전히 지우지 않기를.
몽매(夢寐), 꿈을 꾸는듯 흐릿한 이 삶 속에서
몽매(蒙昧) 어리석고 어두운 존재로 살아가는 일이 괴롭고
헛되어도, 먼 훗날 누군가 너를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떠 오를수 있기를 너는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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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비슷한 나이를 가졌기 때문일까..
그녀의 글은 한줄 한줄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정말 뜬금없는 부분에서 울컥하여 목구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기도 하였다.
이것이 갱년기에 흔하게 보는 '장애'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작가의 글 속에서 정갈한 외로움과 고루한 일상의 스산함과
남은 삶을 바라보는 애잔함이 묵직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은 다 읽었지만 한동안 이 책을 손에서 놓지는 못할 듯 하다.
아직 달 위의 올려두었던 그 낱말들의 소중함과 깊이를 다 헤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 산 노트는 아직 많이 남았고 색색깔 볼펜도 몇자루 더 준비했으니
늦은 밤 조용히 스탠드를 켜고 그녀가 남겨놓은 낱말들을 꼽씹으며 차근히 필사를
이어갈 생각이다.
지겹도록 길게 느껴지는 여름밤도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지치게 하진 못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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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