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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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재인 작가님의 소설을 빠트리지 않고 찾아서 읽고 있는 이유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평범한 인물들이 없어서였다고 할까..

누구에게 쉽게 꺼내놓을 수 없는 아픔을 삼키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의 아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어버리는 신기한 경험들을 많이 해서이다.

이번에도 아픔 많은 등장인물들로 인해 비겁하게시리 위로를 받고자 했던 얄팍한

마음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제목에서부터 응?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계란프라이 자판기라니, 가만있자 그런게 있었던가..

궁금증을 못이겨 소설을 읽기 전에 검색을 해보니, 아..이런! 정말 자판기가 있었다.

있었다고 하는것은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고 지금은 사라졌는지 안보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까지 500원을 넣고 완숙, 반숙을 고를 수 있었다고 하니 나만 못본건가 신기할 따름이다.

'내가 살던 동네엔 말야, 계란프라이가 나오는 자판기가 있었어'

잘난척 하고 싶어서 시작된 말이 발단이 되어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세 친구,

지택, 은청, 지나는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 나서는 동아리를 만들게 된다.

다큐형태로 비디오로 찍으면서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나서는 12살의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라니 설정부터가 귀여워서 가벼운 마음을 읽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내 마음과 달리 나는 곧 마음이 한껏 무거워졌다.






책을 읽으면서 11살, 12살의 내 모습은 어떠했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초등학교때 교실 안의 모습들을 기억을 되짚어 더듬어보게 된다.

사춘기가 막 시작되는 아이들의 세상에서 어른인척 애써 쎈척하는 친구들도 있고,

다른 친구를 부러워하여 험담하고 질투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잘 보일려고 나대는 아이들도 있었고

장애가 있거나 학습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은근 무시하고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부모님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자란 친구들은

말이 거칠고, 교실내에서 자주 폭력을 사용하였다.

자신의 입장이 난처해질듯하면 거침없이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은 학부모 사이에서도 말이 돌아서 결국 '그 아이와 놀지마'라는 말로 되돌아 온다.

소설 속에서는 그렇게 질 나쁜 아이가 되어버린 지택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어른이 되어 만난 은청과 지나가 지택의 장례식에서 만나게 되는 첫장면은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뒤늦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 이렇게 어둡고 무거운 생각을 할까..라고 말하는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일부 훼손된어른이거나,

별 어려움 없이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 시절 딱 맞는 철딱서니를 가졌던 아이가

어른이 된 경우일것이다.

솔직히 아이들의 세상이나 다 큰 성인이 된 지금이나 몸집만 커졌을 뿐, 그때와 별만 크게

다를바 없는 고민을 하고 상처를 받고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어른이 되지 못하고 몸만 커져버린 어른아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많다.

그때는 교실 안과 교실 밖이었지만 지금은 회사와 회사밖이 되었을뿐..

시기와 질투, 악플과 험담, 무리내 따돌림은 어른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빈번하게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기억 속에 두고왔던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렸다.

어른들이 걔는 질 나쁘니 같이 놀지 말라고 하던 그 친구는 결국 나쁜 길로 빠져서

형무소를 들락거린다는 소식을 들었고,

간질로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서 반 아이들의 기피대상 1호가 되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조차 없다.

그런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못했던 나도 방관자였고, 어쩌면 동조자였는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내 마음속에 남아 있던 미안함이 이 소설을 읽는동안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폭발하여 흘러나와 한동안 허둥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더 허우적거리며 마음이 많이 아릴듯 하다.

지금보다 강하지 못했던 연약하고 여렸던 어린 나를 딱 한번 만나서 보듬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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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스트리트
제니 잭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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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뉴욕의 스톡턴 가의 세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뉴욕의 스톡턴 가는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재산을 보유하게 된 부동산 재벌 집안이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 집안인 것이다.

이 집 안의 큰 딸인 달리, 그리고 둘째 딸인 조지애나, 아들인 코드와 결혼하게 되어

스톡턴 가에 들어오게 된 샤샤.

세 여인의 이야기가 차례로 펼쳐지면서 결혼과 육아, 욕망과 편견, 부와 명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꽤 재미있게 풀고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제니 잭슨은 앨프레드 A크노프의 부회장 겸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실제 소설의 무대가 된 브루클린 하이츠에서 살고 있다.

2023년도에 발표된 파인애플 스트리트는 뉴욕타임즈 베스트 셀러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한국의 드라마에서 단골 소재로 나오는 재벌가로 입성한 평범한 집안의 여성이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소설의 내용은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서로의 시기질투하여 벌이는 온갖 권모술수도 없었다.

재벌가에서 태어났지만 그래서 태생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하지만

맏딸인 달리, 둘째딸인 조지애나, 아들인 코드,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인 칩과 틸다도

인성이 말라 비틀어졌다거나 뒤틀린 인물들은 아니였다.

그래서 이 소설에는 특별히 미워하거나 뒷목 잡게 하는 빌런은 없었다는게 좋았다.

다만 그들도 속물 근성은 남아 있어서 서민 집안에서 시집온 샤샤와 큰딸 달리의 남편인

유색인종(한국인)인 맬컴은 집안 모임에서 외부인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밝고 예의바르고 가족들을 이해하고 껴안을려고 하는 샤샤의 진심과

실력과 능력을 갖추었지만 유색인종으로 재벌가에 들어간 사위인 맬컴을 인정하고

가족으로 뭉쳐져 가는 것을 보면서 재벌가라는 별스러움 보다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인물들이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가는데는 그 만큼의 시간과 서로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서 유쾌하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흔히 우리는 돈이 많으면 행복도 뒷따라 오는 것이라 착각하고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돈이 많으면 편리할 뿐이지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첫째딸 달리는 한국계 미국인 남편과 사이가 좋다. 그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그녀이지만

남편이 뜻하지 않는 일에 휘말려 잘 나가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자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남편이 어서 빨리 재취업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가족들에게 남편의 실직을 말하지 못하는 사이에 남편인 멜컴의 아직도 본인이

스톡턴 가의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스트레스와 자존감에

상처를 받게 된다.

실제로 둘째딸 조지애나는 아직 20대로 신탁으로 매달 들어오는 막대한 돈으로

돈 걱정 없이 화려하게 살고 있다.

조상이 물려준 막대한 유산 덕분에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며 그녀 나름대로 우월의식과

인종차별적인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유부남인 브래디를 사랑하고,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와의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연애를 이어가다

결국 그가 비행기 사고로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았을 때는 하염없는 슬픔의 늪에 빠져

미친듯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돈이 많다고해서 다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행복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가족중 제일 대책없는 재벌가 딸래미 역활을 맡았던 조지애나는 나중에 생각의 틀을

고쳐먹고 어머어마한 상속 재산을 거부하고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하고자 하는 밀레니엄 세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간으로써 한단계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민 집안에서 재벌가로 시집을 가게 된 샤샤.

그녀는 알게 모르게 집안에서 인정 받고자 항상 시댁의 눈치를 보고

하고 싶은 말도 의견도 내지 못한다. 너무나 서민적인 자신의 친정 식구들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시댁에 잘 보일려고 친정 식구들과 소원했던 자신의

탓하기도 한다.

이렇듯 이 소설의 세 여인들의 각자의 자리에서 때로는 즐겁고 행복하고

때로는 불행하고 때로는 상대를 미워하고 때로는 자신을 탓하면서 매일 조금씩

성장해간다. 재벌가의 이야기보다는 각자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위화감 없이 오히려 친근감이 들게하는 소설이었다.

등장 인물들의 행동이나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지며 제법 두꺼운 책이었지만

한편의 미드를 보는듯 내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는 극한의 더위 속에서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앞에 두고 뉴욕의 브루클린을 거닐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피서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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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 위대한 발명은 ‘우연한 실수’에서 탄생한다!
오스카 파리네티 지음, 안희태 그림, 최경남 옮김 / 레몬한스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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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치 않은 단어 세렌디피티.

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아보게 되었다.

serendipity는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특히 과학연구의 분야에서 실험 도중에 실패해서 얻은 결과에서 중대한 발견 또는 발명을 하는 것을

이르는 외래어..라고 정의되어 있다.

완전한 우연에서 찾은 중대한 발견이라.. 인생역전이란 단어가 휙 떠오른다.

간혹 우연찮게 대타로 출연했던 드라마나 영화가 대박이 나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데 세렌디피티는 그와 비슷한 얘기가 아닐까 싶다.

우연히 라는 단어가 주는 임팩트 때문에 '노력없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아는 세렌디피티에는 그것의 진가를 알아보는 누군가의 안목과 집념과 노력을

배제하면 안될듯 하다.

이 책의 저자인 오스카 파리네티는 고급 식재료 체인점인 '이탈리'를 창업해

현재 전 세계 37개 도시에 지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사업가이자 작가다.

식재료 전문점을 이끄는 CEO답게 음식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고

전세계의 전문가들을 찾아 식품에 대한 지식을 전수받고 있는데 그의 이러한 지식을

한권의 책으로 펴낸것이 바로 세렌디피티 이다.

그는 우연이라는 행운으로 탄생하게 된 48가지의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코카콜라, 초코잼 누텔라, 요거트, 팝콘, 아이스크림콘,

켈로그 콘플레이크, 시저샐러드, 고르곤졸라등이 사실은 소 뒷걸음치다가 쥐잡듯이

탄생한 음식이라고 하면 으응? 하고 물음표가 서너개쯤 그려질 것이다.

현재 인류의 입맛을 사로잡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 음식들이 오랜 기술력으로 개발된

제품이 아니라 실수로 만들어졌다니, 생각만해도 흥미가 솟구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코카콜라 - 우리 집 아이들의 최애 음료수이다.

부시맨도 안다는 그 유명한 코카콜라는 1886년 애틀란타에서 약사로 일했던 존 스티스 펨버턴이

두통과 피로를 치료하는 탁원한 시럽으로 만든 '와인 코카'가 그 시초가 된다.

약으로 팔려나갔지만 의외로 맛이 좋았던 와인 코카에다 건강에 아주 좋다는 콜라 너트에서

얻은 추출물을 넣고 탄산을 좀 넣어볼까 하여 만들어진 음료수가 바로 코카콜라이다.

약으로 만들어졌다가 음료수로 화려하게 변신하게 되었고, 이제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상품이 되어 버렸다.

팜콘 - 영화를 볼때 이것이 없으면 매우 허전하다. 팝콘의 시작은 사실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멕시코에서 약 1만년전에 누군가의 실수로

옥수수 알갱이를 타오르는 잿더미에 떨어뜨린것이 최초의 우연한 폭발로 이어졌다고 본다.

펑펑 터지는 소리에 얼마나 놀랐을지.. 그 이후 스페인 정복자들이 중앙아메리카에 상륙하여

원주민들을 핍박하고 학살하였을때 현지인들은 불타는 재에 옥수수 폭탄(?)을 터뜨려 그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스페인 정복자들의 살인 무기인 총과는 비교도 안되는 무기였지만 그들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하였을 것이다.

1848년에 처음으로 '팝콘'이라는 단어가 생겨났고, 이후 대공항때 가격이 저렴하여

팝콘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현재에 이르며 다양한 맛으로 진화하고 있다.

켈로그 콘플레이크 - 바쁜 현대인의 아침이라고 대대적인 선전을 하는 덕에 나같은 게으른

주부들에겐 세상 고마운 콘플레이크. 이 고맙고도 놀라운 제품은 1984년 4월 14일

요양소의 의사겸 관리자였던 존 켈로그가 환자들에게 제공할 스프를 만들기 위해 옥수수를

익히다가 기계가 고장나면서 완전 딱딱하게 굳어져버린 옥수수 덩어리를 발견하면서

부터이다. 버리기는 아까워 딱딱해진 옥수수를 롤러에 넣어 눌러 납작한 한장의 시트처럼

만들었다. 이걸 다시 불에 구워 따뜻한 우유가 담긴 큰 컵에 넣어 모든 환자들에게

먹였는데 반응이 대박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콘플레이크는 현재 옥수수뿐만 아니라 각종 견과류, 말린 베리류를 넣어

영양적으로 균형잡힌 나무랄데 없는 한끼 식사로 각광 받고 있으며 이 또한 진화를 하고 있다.

우스터 소스 - 서양 요리할때 있으면 요리의 퀄러티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우스터 소스.

이 소스는 인도의 뱅골에서 식민지 총독으로 지낸 마커스 경이 오랜 타지에서의 업무를

끝내고 영국으로 귀국할때 기념으로 가져온 인도식 소스 레시피에서 시작된다.

그가 인도에서 가져온 식초, 당밀, 솔탕, 소금, 안초비 등등을 사용하여 두 명의 화학자가

레시피대로 한통 가득 소스를 만들었지만 원래의 맛에는 한참 못 미쳤다.

그들이 만든 끔찍한 맛의 소스는 몇달동안 저장실 구석에서 관심도 못 받고 있다가

저장실을 정리하다 망쳐버런 소스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버리기 전에 맛이라도 보자..하면서 다시 맛본 소스는 깜짝 놀랄만큼 환상적인 맛을 내고 있었다.

모든 재료들이 섞이고 어울려서 맛을 내는데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렇듯 흥미진진한 다양한 브랜드 이야기는 가족이나 지인들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슬쩍 아는척 하고 꺼내놓으면 대번에 주목을 받을 수 있고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잡상식을 통해 대화를 주도할 수 있으니 알아두면 여러모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듯하다.

특히 요리를 하는 사람들은 필수로 읽어두면 좋지 않을까 싶다.

비단 요리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의 과학분야, 일상분야에서의

세렌디피티는 무엇이 있을지 그 다음이 궁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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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은 잡초들의 전략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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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식물의 매력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다.

다른것도 아니고 그가 잡초에 대해서 이렇게 전문적인 저서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오카야마대학 대학원 농학연구과에서 잡초생태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이다.

'잡'자가 들어간 단어들에는 귀하다는 느낌은 없고 흔하고 천하다는

뜻으로 쓰일때가 많다.

잡초 또한 여기저기에서 자라나는 흔하디 흔한 풀이나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말을 다른 식으로 해석한다.

'잡'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힘, 상식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힘,

새로운 것을 낳은 힘이다.

잡초가 놀라운 것은 그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이다.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한다. 연중 행사인데 집을 나설때부터

단단한 각오와 중무장을 해야한다.

제법 넓은 조상님의 묘소에는 정말 오만가지 잡초들로 가득하다.

봄에도 벌초를 하는데 가을 추석 전에 가면 봄에 와서 그냥 놀다갔나 싶을 정도로

묘소를 뒤덮고 있다.

예초기로 싹 갈아 엎다시피 하여 말끔하게 정리를 하지만 다시 봄이 오면 도로아미타불..

그 다음 봄에는 더 왕성하게 자라있는 잡초들..

나는 이 잡초들이 왜 이다지도 질긴 생명력을 갖는지를 이 책을 읽으며 바로 알게 되었다.

잡초들의 잎은 연약해 보이고 쉽게 찢기기도 한다.

바랭이라는 잡초는 트렉터나 예초기 등에 의해 줄기가 갈기갈기 찢겨진다.

이것은 바랭이 입장에서는 비극이 아닌 기회이며 작전이다.

바랭이 줄기에는 여기저기 마디가 있는데 이 마디마다 새로운 뿌리나 싹이 나온다.

그러니 예초기로 절단이 난 바랭이는 이때다 싶게 자신의 자손들을 퍼트리는 것이다.

싸워보기도 전에 나의 패배인것이다.





밟혀도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잡초들의 끈기를 본받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잡초들도 한번 정도 밟히면 일어나지만 계속 밟히면 일어나는 것을 포기하고

더 쉬운 다른 방법을 찾는다고 한다.

애기땅빈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초인데, 밝히면 땅바닥에 잎을 찰싹 붙이고

옆으로 뻗어나간다.

애기땅빈대가 자라는 장소는 사람이나 동물들에 의해 많이 밟히는 장소들이다.

그런 장소에서는 애기땅빈대보다 더 높게 자라는 잡초들이 없다.

그래서 땅바닥에 납작 누워서 옆으로 뻗어나가도 햇볕을 충분히 쬘 수 있다고 한다.

의외로 잡초들은 영리하다.





살갈퀴는 달콤한 꿀로 개미들을 유혹한다.

그래서 살갈퀴 근처에는 개미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개미들은 연약해보이지만 사실 개미만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곤충도 드물다.

개미들이 자신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먹이 저장소에 접근하는 곤충들

똘똘뭉쳐 조직적으로 쫓아내기 때문에 살갈퀴 근처에는 곤충들이 접근하지 못한다고 한다.

개미를 보디가드로 삼는 살갈퀴의 지략이라니 조조가 울고 갈 판이다.

질경이는 씨앗을 퍼트리는 방법이 신박하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을 이용한다는 것.

비가 내려 물에 젖은 질경이 씨앗은 점액질을 내며 바닥에 붙게 되는데 그 위를 지나는

사람들의 신발에 붙어서 손쉽게 이동하여 땅에 떨어진 뒤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질경이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많이 분포한다고 한다.

놀랍도록 지능적이고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가는 잡초들을 보면 솔직히 대단하다 싶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우리는 경쟁속에서 살아간다.

살아남기 위해서 나름 머리쓰고 애를 쓴다.

치밀하지만 영리하게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더욱 성장해 나간다는 점에서 잡초가 단연 우등상을 타야할것이다.

밟히고 찢겨지지만 좌절하지 않고 있는 힘껏 다시 도약한다.

개미자리는 아무리 작아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오로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최선을 다하며 그 어떤한 악조건도 버텨낸다.

사람들도 잡초와 같은 근성과 성실성, 좌절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본 받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길 옆에 아무렇게나 자라나는 잡초들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에게 주는

메세지는 꽤나 정확하고 분명하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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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것 -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하나 베르부츠 지음, 유수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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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작가인 [하나 베르부츠]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이지만 네덜란드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명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2021년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선정된 소설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네덜란드에서 65만부가 판매되었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등 14개국에서 번역되어

소개되어진 책이다.

대표작품이라는 타이틀이 없어도 소설을 읽다보면 왜 이 작품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입소문을 타는지 알 수 있다.

오늘날 전세계인들은 한시라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핸드폰으로 SNS를 통해 소통을 한다.

사실 우리가 보는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수 많은 콘텐츠 중에는 폭력과 살인, 학대, 인종차별등

차마 입으로 말하기도 어렵고 눈뜨고 보기 힘든 내용들의 유해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한 유해물들을 걸러내는 작업을 하는 직업군들이 실제로 있다고 한다.

그들의 겪는 정신적이 스트레스는 일반인들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들도 많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처럼 평생을 환각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다는 보고들 접한 적이 있다.

[우리가 본 것]은 그러한 유해 게시글을 걸러내고 삭제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써

읽으면서 사실 조마조마 했다.

나는 비교적 끔직한 장면을 잘 못보는 스타일이라 공포영화나 폭력영화를 보지 않는다.

이러한 내가 '자투리 시간 뽀개기'로 유튜브 영상을 자주 보고 있다.

1분짜리 영상들을 마구보다보면 의외로 악.. 소리 나는 장면들을 많이 보게 된다.

주로 내가 혐오하는 동물들이 나오거나 끔찍한 사고장면등이 그런데,

그런 영상들을 보면 한동안 속이 좀 불편해진다.





비교적 순화되어 올라오는 영상들에서도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곤 하는데, 걸러내지 않은\ 날것의

영상들이 보고 분석하여 삭제할 것인지, 게시해도 될만한 건지 구분하고 가려내는 감수자들의 고통은 얼마나 괴로울까..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케일리는 다른 일보다 급여가 높아 이 일을 하게 되었다.

유대인인 루이스, 과체중인 쿄, 흑인인 수하임, 레즈비언인 케일리..

그녀의 동료들도 급여가 높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없이 '헥사'에 입사하여 하루에도 수백편의

유해게시물들을 보고 정확하게 규정에 의해 판단하여 삭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견딜만 했지만 조금씩 지쳐가던 그들은 업무가 끝난 후 술을 마시며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들은 매일같이 폭력적인 게시물을 접하면서 심각한 정신적 손상을 입게 되며, 그들의 평범했던 일상이 갈라지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점점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기 시작한다.

일상에서 심한 우울증을 겪기도 하고, 피해망상을 겪기도 한다.

이 소설은 케일리의 시선으로 그녀가 이야기 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비교적 담담하게 말하는 케일리의 이야기는 늘어짐 없이 빠르게 전개된다.

독자들도 지루할 틈이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세계에서 일을 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 동요되는 것은 우리들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셜미디어를 접하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불편하고 공포스러웠을 그러한 게시글들로 인해 피해를 받은

경험들이 있기 때문일것이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올리는 게시글로 인해 공포를 느끼게 되면서 가해자도 피햬자도

모호해지는 낯설지만 무척 낯익은 세계의 이야기를 스피드감 있게 엮어나가는 작가의 필력이

무척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소설이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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