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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은 잡초들의 전략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7월
평점 :

저자인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식물의 매력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다.
다른것도 아니고 그가 잡초에 대해서 이렇게 전문적인 저서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오카야마대학 대학원 농학연구과에서 잡초생태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이다.
'잡'자가 들어간 단어들에는 귀하다는 느낌은 없고 흔하고 천하다는
뜻으로 쓰일때가 많다.
잡초 또한 여기저기에서 자라나는 흔하디 흔한 풀이나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말을 다른 식으로 해석한다.
'잡'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힘, 상식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힘,
새로운 것을 낳은 힘이다.
잡초가 놀라운 것은 그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이다.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한다. 연중 행사인데 집을 나설때부터
단단한 각오와 중무장을 해야한다.
제법 넓은 조상님의 묘소에는 정말 오만가지 잡초들로 가득하다.
봄에도 벌초를 하는데 가을 추석 전에 가면 봄에 와서 그냥 놀다갔나 싶을 정도로
묘소를 뒤덮고 있다.
예초기로 싹 갈아 엎다시피 하여 말끔하게 정리를 하지만 다시 봄이 오면 도로아미타불..
그 다음 봄에는 더 왕성하게 자라있는 잡초들..
나는 이 잡초들이 왜 이다지도 질긴 생명력을 갖는지를 이 책을 읽으며 바로 알게 되었다.
잡초들의 잎은 연약해 보이고 쉽게 찢기기도 한다.
바랭이라는 잡초는 트렉터나 예초기 등에 의해 줄기가 갈기갈기 찢겨진다.
이것은 바랭이 입장에서는 비극이 아닌 기회이며 작전이다.
바랭이 줄기에는 여기저기 마디가 있는데 이 마디마다 새로운 뿌리나 싹이 나온다.
그러니 예초기로 절단이 난 바랭이는 이때다 싶게 자신의 자손들을 퍼트리는 것이다.
싸워보기도 전에 나의 패배인것이다.

밟혀도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잡초들의 끈기를 본받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잡초들도 한번 정도 밟히면 일어나지만 계속 밟히면 일어나는 것을 포기하고
더 쉬운 다른 방법을 찾는다고 한다.
애기땅빈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초인데, 밝히면 땅바닥에 잎을 찰싹 붙이고
옆으로 뻗어나간다.
애기땅빈대가 자라는 장소는 사람이나 동물들에 의해 많이 밟히는 장소들이다.
그런 장소에서는 애기땅빈대보다 더 높게 자라는 잡초들이 없다.
그래서 땅바닥에 납작 누워서 옆으로 뻗어나가도 햇볕을 충분히 쬘 수 있다고 한다.
의외로 잡초들은 영리하다.

살갈퀴는 달콤한 꿀로 개미들을 유혹한다.
그래서 살갈퀴 근처에는 개미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개미들은 연약해보이지만 사실 개미만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곤충도 드물다.
개미들이 자신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먹이 저장소에 접근하는 곤충들
똘똘뭉쳐 조직적으로 쫓아내기 때문에 살갈퀴 근처에는 곤충들이 접근하지 못한다고 한다.
개미를 보디가드로 삼는 살갈퀴의 지략이라니 조조가 울고 갈 판이다.
질경이는 씨앗을 퍼트리는 방법이 신박하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을 이용한다는 것.
비가 내려 물에 젖은 질경이 씨앗은 점액질을 내며 바닥에 붙게 되는데 그 위를 지나는
사람들의 신발에 붙어서 손쉽게 이동하여 땅에 떨어진 뒤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질경이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많이 분포한다고 한다.
놀랍도록 지능적이고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가는 잡초들을 보면 솔직히 대단하다 싶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우리는 경쟁속에서 살아간다.
살아남기 위해서 나름 머리쓰고 애를 쓴다.
치밀하지만 영리하게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더욱 성장해 나간다는 점에서 잡초가 단연 우등상을 타야할것이다.
밟히고 찢겨지지만 좌절하지 않고 있는 힘껏 다시 도약한다.
개미자리는 아무리 작아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오로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최선을 다하며 그 어떤한 악조건도 버텨낸다.
사람들도 잡초와 같은 근성과 성실성, 좌절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본 받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길 옆에 아무렇게나 자라나는 잡초들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에게 주는
메세지는 꽤나 정확하고 분명하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