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다는 건, 이런 게 아니겠니!
곽미혜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내가 이 책을 눈여겨 본것은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 쓰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멘토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그것을 활자화하여 책으로 펴낸 과정이
사실 너무 흥미롭고 부러웠기 때문이다.
같은 목적을 가진 글쓰기 강의에서 만난 11명의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글을 쓰고 책으로 내면서 겪었을 두려움과 설레임과 용기와 희열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책을 읽는 내내 나 또한 격려와 응원의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11명의 초보 작가들은 다들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과 소소한 이야기, 가족들간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저술해간다.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글을 쓰고, 고치고 또 고치고,
그럼에도 부족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최선을 다해서 쓴 글들이다.
나는 이 책의 내용들이 화려한 기교를 부리거나 거들먹거리지 않아서 좋았다.
사람으로 치면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진 사람이랄까..
책에서도 그런 풋풋한 냄새가 나서 편히 읽을 수 있었다.
권영남 작가님의 '조청에 담긴 추억'이라는 글은 내 어릴때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글이라 인상에 남는다.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어릴때 집집마다 조청을 고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명절에 조청을 고아서 한과도 만들고 가래떡을 찍어먹어도 그만인 조청을
고으는 일은 불조절이 최고의 과제인데 엄마가 시킨 불조절을 잘못하여 조청을
홀라당 다 태워먹고 혼날게 무서워서 이불장에서 울다 잠들었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빙그레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달콤한 과자에 맛들여진 내 입맛에 조청은 그다지 땡기는 맛은 아니였는데,
엄마는 늘 항상 중요한 날에는 조청을 만드셨다.
뭉근한 불에서 하루종일 커다란 주걱으로 눌러붙지 않도록 저어줘야하는
조청이 푸덕푸덕 소리를 내며 큰 솥에서 끓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팔이 빠져라 저어야만 제대로 된 조청이 얻을 수 있었으니 그 당시 엄마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을텐데 맛도 없는걸 왜 만드나, 엄마가 고생하는것 같아서
나는 조청이 더 싫었던 것 같다.
책을 읽다 어릴때 추억과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소환되어 한참동안
마음이 먹먹해졌다.
손문숙 작가님의 '전라도 시어머니와 경상도 며느리'도 인상깊게 읽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곤 하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의 골은 역사와 뿌리가 깊다.
경상도라서, 전라도라서 괜히 서로 트집잡고 미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할머니뻘되는 나이많으신 전라도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경상도 며느리는
합가하면서 이것도 저것도 안 맞아서 신경전이 팽팽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 생활을 하는 며느리를 대신해서 육아와 살림을 맡아주신 전라도 시어머니의
덕분에 빡세고 힘든 직장생활을 무사히 하고 승진도 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며느리..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어머님이 담아주시던 전라도 김치맛
익을수록 감칠 맛이 나는 산해진미 뺨치는 전라도 김치처럼
사람도 겪으면서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수 있는 법이 아닐까 싶다.
나는 경상도 여자다. 어릴때 경상도의 지방 도시에서 자랐다.
그때 우리집은 건물을 몇동가지고 있는 건물주였는데 전라도 사람이 방을 얻으러 오면
아버지가 계약을 하지 않고 돌려보내시곤 했다.
전라도 사람들은 속을 몰라.. 하는게 우리 아버지를 비롯한 경상도 어른들의
평균 생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디서 그런 편협된 오해가 정착되어버렸는지
안타깝고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이나이 들어서 살펴보니 전라도 사람들은 생활력 강하고, 부지런하고, 정도 많더구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읽었던 에피소드였다.
이렇듯 이 책에는 글지 않은 짧은 에세이들이 각 작가들마다 3편씩 실어놓았다.
마치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듯 생활속에서 겪게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적은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이웃사람과 얘기하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나도 글을 쓰고 싶은데,
부끄러운 내 글을 누가 읽고 비판이라도 하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으로 용기를 못내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처음 시작은 작지만 첫발을 내딛고 나면 어느새 작가의 길을 걷고 있을 수도 있으니
용기를 내어 먼저 그 길에 들어선 초보 작가들의 글을 읽는 것만큼 동기부여가
되는 것도 없을 것이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