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 - ‘왜 인간은 다채로운 신발을 신는가?’에 관한 방대하고 진귀한 문화 탐구서
엘리자베스 세멀핵 지음, 황희경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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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

저 자: 엘리자베스 세멀핵

출판사: 아날로그

 

인류의 역사는 보면 흔히 전쟁을 먼저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전쟁 뿐만 아니라 음식, 약품, 미술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역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리고 오늘 '신발'로 역사의 한 부분을 알 수 있는 책을 만났다. 굳이 신발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의류에 어울리거나 직장에 갈 때 또는 휴가를 떠날 때 등 신발만 보더라도 사람들은 한 사람에 대한 분위기를 파악할 수가 있다. 한편으로는 사회가 고정관념을 만들어서 그럴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들기도 하는 데 오늘 읽은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의 서문에서도 역시나 신발에 부여된 의미에 따라 신발을 선택한다는 걸 다시 한번 자각시켜주었다. 책은 크게 5가지 신발을 나누어 설명하고 그 안에서 세세하게 다양한 종류로 역사와 변천사를 소개하는 데 신발에 둔 의미를 알아갈 때마다 지금과 과거의 시대가 얼마나 큰 차이를 두었는지...다시 한번 실감을 하게 된다.

 

여름이면 누구나 신든 샌들은 고대 로마에서부터 신었던 것이나 그 역사가 계속 이어져 온 것은 아니다. 제국 몰락 이후 19세기에 패션 아이템으로 다시 등장을 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는 데 여기서도 무수히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 정치에 저항을 둔 의미로 샌들을 신기도 했으며, 19세기 초 여성들은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지 이를 신고 외출을 해서는 안되는 존재였다. 여성이라는 존재는 곧 집안에 있어야 하는 것임을 상기시키는 문장이다. 그나마 특권 계층 여성은 일반 계층인 노동 계급 여성보다 조금은 나았다고는 하나...조롱과 경멸 중 어느 게 낫다고 할 수 있는가? 또한, 노출이라는 점에서 샌들은 파격적이고 감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1890년 해변에서 여성들은 신체를 가리고도 모자라 발가락을 가린 샌들을 신었다. 여행이 자유로워졌다지만 여전히 신체 일부를 드러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샌들의 정치적 의미는 '개인과 그 신체의 자유는 모든 사람의 해방과 연계된다'라고 했으며, 인도 정치 운동가 간디 역시 가죽 샌들을 신으면서 인도의 독립과 자급자족을 주창하기 까지 했었다.

 



정치 뿐만 아니라 정형외과용으로 나온 '버켄스탁'샌들, 포르노에서 에로틱한 스틸레토 샌들로 바뀌기까지..생각지 못한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남성적인 것을 나타내는 건 바로 '부츠'가 아닐까? 군대, 탐험가 등 여성보다 남성이 먼저 신었던 부츠는 중세 명화들을 보더라도 종종 볼 수가 있다. 시작은 가볍고 매끈한 부츠를 일상에서 착용한 18세기 잉글랜드에서 퍼져나갔다. 여기에 광택도 중요한 몫을 했는 데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구두 닦는 모습은 사회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품성을 왜 광이 나는 구두에서 찾는 것인가? 소설이나 영화에서 종종 깔끔한 구두를 선호하는 인물 중 인품이 구두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격을 자주 본다. 그냥 지나치는 장면이지만 책을 읽다보니 이또한 한 캐릭터에 부여된 성향임을 알 수 있다. 하여튼, 이 신발 역시 많은 변천사를 겪었는 데 전쟁에서도 역시 빼놓을 수가 없었다. 독일 군화(부츠)가 좋았던지...독일군 시체 신발에서 벗길 정도였는 데 신발이 군인들이 사기를 좌우한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된 부분이었다.

 

그리고 여성신발이라고 생각했던 '힐'. 이건 누구나 남성이 먼저 신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역시 명화를 보더라도 간간히 볼 수가 있는 데 힐의 등장은 현재까지 언제가 시작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이란의 10세기 신발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있지만 제대로 인식이 된 것은 16세기 유럽의 변화를 겪으면서부터다. 17세기에도 여성도 힐을 신게 되면서 여성과 남성의 신는 힐이 구분되었고 남성에게는 특권을 상징하는 중요한 신발이 되었다. 하지만, 점점 성별이 차이가 뚜렷해짐에 따라 결국 남성이 신는 힐은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 이를 보면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고 정점에 다다르게 되는지를 알 수 있다. 이어, 중앙아메리카 숲 원주민들이 고무나무에서 나온 수액으로 만든 스니커즈의 탄생, 더 나아가 귀족들의 경기라 할 수 있는 테니스에서도 스니커스를 신게 되면서 인기를 얻게된 스포츠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신발 생산에 대한 노동 착취를 잊어서는 안된다브라질, 콩고 등 여전히 무자비한 노동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누구나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신발이 누군가의 노동 착취로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사실, 믿을 수가 없었다.

 

벨기에 국왕 레오폴 2세의 통치 아래에 있던 벨기에령 콩고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참사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겼으며 폭력적인 노동 관행에 관심이 쏠렸는 데, 21세기 초 스니커즈 제조회사들에서도 이 문제는 반복된다.

-본문 중-

 

책을 읽기 전 까지 신발의 변천사 라고만 생각을 했었다. 물론, '역사'라는 단어가 있기에 다른 시각도 생각을 했었는 데 의미와 정치, 노동에 대한 부분이 여전히 현재에도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면 한편으론 무섭다가도 의미를 부여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인지...참 많은 생각을 하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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