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렐류드 - 찬란한 추억의 정원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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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프렐류드 / 저 자: 캐서린 맨서필드 / 출판사: 코호북스

 

삶이란 어찌나 어처구니없는지-그저 웃음만 나왔다.

우습기만 했다. 그런데 왜 이토록 삶에 집착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집착이라고 린다는 씁쓸하게 웃었다.

-프렐류드 중-

 

근래에 들어서 단편소설의 매혹에 빠지게 되었는 데 장편과 달리 독자에게 전달되는 심리와 상황을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기에 오히려 장편보다 흡입력이 높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프렐류드>는 단편소설이라는 장르의 새로운 지평선을 연 소설로 총 16가지 단편을 담고 있다. 또한, 각각의 소설은 인간의 심리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는 데 억지스러움이 아니라 '그럴수도 있구나' 또는 '의식하지 못한 감정'들을 느낄 수가 있었다. 결코 복잡한 심리가 아니었기에 쉽게 공감할 수 있어 읽는 내내 몇 가지의 인생을 만났다. 첫 번째 <어린 소녀>는 늘 자신에게 무섭게 대하는 아버지를 향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웃집 아이들은 자상한 아버지를 두어 늘 자신의 아버지와 너무 비교되는 모습에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아버지가 결코 무서운 존재가 아닌 것을 알게 되는 어린 소녀. 초반부터 긴장을 하면서 읽었기에 폭력이 나오 게 아닐까 했는 데 아니었다. 그저, 무뚝뚝한 아버지와 감정이 순수한 소녀, 즉 부녀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어 헤어진 연인이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딜 필크>은 배려가 없는 옛 연인을 두고 생각이 복잡한 여성의 얘기다. 두 사람의 대화를 읽다보니 도대체가 자신의 입장에서 주구장창 이야기를 하는 남자를 보니 뭔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 헤어졌지....그리고 여자 역시 남자가 이야기 하는 도중에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 버리면서 끝을 맺는다. 이어, 계속해서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 헛갈리게 하는 <비둘기 씨와 비둘기 부인>..집을 떠나기 전 마음에 둔 여인에게 고백을 하러 간 남자는 고백을 했지만 차였다. 그런데, 상대 여성은 거절에 미안함이 드니 남자를 붙잡는 데...여기서 여성이 키우는 비둘기를 남성에게 이렇게 소개한다 '비둘기 부인은 비둘기 씨를 돌아보고 웃은 다음에 앞으로 달려나가. 그럼 비둘기 씨가 꾸벅거리면서 쫓아가.' 라고 ..그런데, 딱 위 두사람의 상황이다. 끝은 어떻게 되는지 비둘기 부부를 보면 알테다.

 

그러니깐 우리는 너무 자기 자신 속에 푹 빠져 있어서, 남을 생각하지 못하는 에고이스트였다는 점 말이야.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마음 한편도 내주지 못하는 거야.

-본문 중(딜 필클)-

 

한 여성의 마음을 지옥과 천국을 경험하게 한 <오락가락하는 마음>은 가난한 형편임에도 일을 하지 않고 편하게 부유하게 살기를 바라는 최고급 창부의 삶을 상상한다. 스스로 일어서지 않는 모습에 막상 그럴 기회(?)가 생겼을 때 그 순간을 물리치는 짜릿한 느낌을 만끽하고 오히려 가난한 연인을 향한 사랑이 더 크게 부각된다. 흠, 위기가 없으면 사랑은 단단해지지 않는 것일까? 아님 이 또한 한 순간의 감정일까? 끝이 없는 단편이나 중요한 건 이런 순간의 감정마저 독자들은 같이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캐서린 맨서필드를 대표하는 단편 <프렐류드>는 한 가족이 시골로 이사를 가는 짧은 일정을 보여준다. 마차에 다 탈 수 없어 두 아이를 두고 먼저 새로운 집으로 향하는 부부. 도심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는 데 부인은 더 이상 화려하지 않는 삶에 생기를 잃어가고, 남편은 직장은 멀지만 오히려 이곳을 좋아한다. 이 가족을 따라 온 부인의 여동생 역시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갈 날이 거의 없는 것에 실망스러운 편지를 쓰기도 하는 데 딱히, 어떤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서로에게 어떤 말은 하지 않으나 독자들은 이미 가족들이 새로운 곳에서 갖는 마음을 알기에 앞으로 이 가족은 어떻게 될까? 그럼에도 위안을 주는 부인의 친모로 균형을 잡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성공한 예술가의 삶은 모든 것이 완벽할 거 같지만 딱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 바로 아내와의 대화다. 그렇다고 외도를 하는 것은 아닌데 그저 공감되는 대화를 하고 싶을 뿐인데 그렇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레지널드 피콕 씨의 하루>, 모자 상점에서 근무하는 한 젊은 여성이 그날 하루 가게에서 있었던 일을 상상하면 삶을 낙관하는 <피곤한 로저벨>결혼한 아내가 가정을 두고 사람들과 여행을 다니는 <최신 유행 결혼생활>은 마지막으로 남편이 그녀를 떠날 거 같은 편지를 보냈음에도 지금의 자유를 버릴 수 없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굳이 결말이 없어도 왠지 이혼을 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어, 권위적인 아버지로 인해 아버지 장례식 이후에도 어떤 행동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두 자매의 이야기 <죽은 대령의 딸들>, 애정인지 우정인지 모르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려낸 <미묘한 감정>은 속내는 서로에게 솔직하고 싶지만 선뜻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데 참고 있는 것보다 말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을 알려준 단편이다. 하지만, 단편 중 난 <가든파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가든파티를 한창 준비중인 어느 부유층...그러나, 그날 근처에 사는 어느 가난한 농부가 사고로 사망을 했다. 장례식일 치뤄지기에 로라는 부모에게 파티를 중단하자고 말하지만 어리석은 짓이라며 반대한다. 소녀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어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말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부모와 같은 반응이다. 오빠에게 물어볼까 하려다 입을 다물고 파티에 전념했고 그렇게 파티를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렇게 농부의 죽음을 머리속에서 사라질 쯤 로라의 친모는 남은 음식으로 조문 바구니를 만들자고 하는 데, 이건 결코 동정하는 마음이 아니다. 소녀처럼 진정으로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곳을 방문한 것도 역시 부모가 아닌 어린 로라였다. 조문 바구니를 들고 들판을 넘어가는 소녀는 그날 하루 아주 완벽한 삶이었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농부의 집...자신의 집과 너무 다른 분위기로 두려움을 느끼고 죽은 자를 바라봤을 때 무서움이 아니라 편안함, 깊이 잠든 모습,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에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삶을 어떤 것인지를 정확한 표현으로 할 수 없지만 두 남매의 대화 속에서 나 역시 공감할 수 있었다.

 

"너무 아름다웠어. 하지만 오빠 -"로라가 말을 멈추고 로리를 올려다봤다.

"삶은 참 -"로라는 말을 더듬었다.

"삶은 참-" 그러나 삶이 어떤 것인지 로라는 설명할 수 없었다.

상관없다. 로리는 이해했다.

"참 그렇지, 동생아?" 로리가 말했다.

-본문 중(가든파티)-

 

마지막으로 엄마가 죽으면서 아버지를 떠나 조부에게 맡겨지는 소녀의 이야기 <항해>는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시작점을 보여주는 단편과 시골에서 처음으로 가게 된 첫 무도회의 설레임을 보여주는 <첫 무도회>반려 동물이 떠난 자리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카라니아>는 기쁨이면서 슬픔이 될 수 있음을...단지, 애완동물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기에 곁에 있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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