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 원서 전면개정판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3
퀜틴 스키너 지음, 임동현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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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퀜틴스키너
교유서가
첫단추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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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는 해석과 평가에 있어서 왜곡의 여지가 많은 인물이다. 그의 책 군주론은 아마도 사람들의 자의적인 인용으로 인해 가장 쉽게 악평이나 오독의 대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마키아벨리에 대해 처세술과 같은 키워드만으로 단순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간혹 양심과 선행의 통치자와 대비시키기 위해 마키아벨리의 군주를 소환하기도 했다. 진실과 양심 혹은 불멸의 진리의 대척점인 양 그의 이론을 쉽게 파악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반성의 시작은 마키아벨리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한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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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의 마키아벨리는 단순히 처세와 기만으로만 이해했던 나의 편협한 사고를 일깨워주었다. 그를 외교관, 군주의 조언자 ,자유의 이론가, 피렌체의 역사가로 4가지 차원에서 그를 이해하고자 한다. 그는 당대의 통치자를 경험하고 관찰하며 연구와 평가를 한다. 르네상스의 시대라는 배경은 통치자에 대한 좀더 수평적인 평가를 가능하게하고 마키아벨리에게 통치자의 이상을 추구하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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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나는 외교관으로서의 그를 다루는 1장을 통해 마키아벨리에게 가졌던 편견을 해소할 수 있었다. 교황청에 파견되거나 교황을 알현하며 통치자에 대한 치밀한 관찰을 하고 이를 토대로 군주에 대한 개념을 잡아나간 것이다. 이때까지 군주론 전반을 읽어본 적은 없었고 다른 정치철학자들과 대비되는 면을 (편하게) 주목해왔기 때문에 그의 사상적 배경이 되는 '외교관'시절을 간과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어지는 2,3장은 군주론의 이론적 토대가 확실시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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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인간이 운을 제압할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최상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면 그다음에 제기되어야 할 질문은 새로운 군주가 스스로 설정해야 할 목표란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군주의 기본적인 목적은 국가를 유지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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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간 세상과 연을 끊고" "참여자가 아닌 분석가"로서 군주론을 완성한다. 스스로도 파고들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이론에 확신을 갖는다. 특히 군주론은 비르투라는 핵심개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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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투라는 용어는 ㅡ그것이 도덕적이든 그렇지 않든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주는 일련의 자질들을 의미하게 된다.(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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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투의 해석에 따라 군주론의 이해가 달라질 것이다. 과거 평면적으로 비르투를 이해했기에 단순히 몯표달성을 위한 처세를 떠올렸고 이는 다른 정치철학자와의 대비로 마키아벨리의 군주가 갖는 도덕적 위상을 하락시켰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시대적 배경을 충분히 고찰하고 또한 그를 다각도로 분석함으로써 보다 객관적인 이해를 이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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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수학 잡는 깨봉수학교실 1 - 수의 DNA & 분수
조봉한 지음, 신현호 구성 / 동아시아사이언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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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봉수학교실
조봉한
동아시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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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라는 말은 너무나도 익숙하다. 수학을 포기한 사람이라는 단순한 뜻이지만 어딘가 수학에 대한 원망이나 좌절이 느껴지는 단어다. 수학 때문에, 라는 이야기는 대체로 평범한 학생들에게는 실패담이 이어지는 말이다. 수학 때문에 점수가 낮아졌고, 수학 때문에 공부가 힘들었고, 수학 때문에 꿈을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당연하게 들린다. 이쯤되면 수포자만의 잘못만은 아니지 않을까. 정오답에만 초점맞춰지고 점수와 등급으로 서열화가 가능한 학교 교육은 수학의 재미를 알기보다는 수포자를 양산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고3끝날 때, 이젠 수학 안해도 된다라며 입시과목에서 가장 힘들었던 수학을 어른이 되어 깔끔하게 작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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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수학을 피하다가 초등학생을 위한 수학논술을 공부하면서 우선, 수학이라는 과목이 논리적 사고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플라톤이 아카데미아 입구에 "기하학을 모르는자 들어오지 마라"라는 말이 약간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못들어간다는 생각에 원망과 실망이...) 그래, 수학은 정답을 냉정하게 요구하는 과목이 아니라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를 쌓아가는 재미있는 학문일 거야,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고 초등수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논리적 사고의 훈련이 논술에서도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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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그림으로 수학 잡는" 이다. 물론 교과서나 수업의 판서 이상으로 이해를 돕는 그림 뿐만 아니라 깨봉아저씨와 주원의 대화체로 진행된다는 점이 큰 재미를 준다. 물론 스토리텔링 식의 대화로 수학에 접근하는 책들은 많겠지만 깨봉수학의 창시자로서 수학을 잘하는 사람에서 수학을 잘 가르치는 사람으로 독창적인 수학 학습법을 만들어냈기에 특히 신뢰가 간다. 문제 속에 답이 있다는 깨봉아저씨의 말을 통해 수학이 단순히 주입식 계산이 아닌 발견과 사고의 능동적 공부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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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수의dna와 분수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출간이 계속되기에 기대가 되는 시리즈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문제를 주원이의 질문으로 깨봉아저씨의 풀이를 통해 수학으로 접근해가는 과정은 초등학생과 수포자 어른에게도 흥미를 준다. 또한 qr코드를 통해 동영상 학습으로 이어지는 것은 초등학생들의 학습요구와 편의가 반영되는 시도라고 하겠다. 이제와서 수학,이라는 생각보다는 지금부터 수학,이라는 태도로 일상을 논리적으로 변화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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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추리반 - 청소년을 위한 그림 속 세계 역사
송병건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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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추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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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미술관에 갔을 때, 작품에 대한 시각적 화려함이 담보되지 않으면 지루해하는 나를 발견했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빈곤한 지식으로 해석을 해야하니 애정이 없어서 무심하게 미술관 안을 걷고 있었다. 하나의 작품에서 작가의 의도와 아울러 역사적 배경을 파악할 수 있는 해석의 눈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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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호기심 가득하고 분석력 뛰어난 ‘탐정’이 되는 것입니다. 마치 셜록 홈스처럼 말이에요. 사건 현장에서 여러 가지 단서를 찾아내고 이들을 기초로 해서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가는 것이지요.” _「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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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추리반, 제목에 미술이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당대의 미술작품을 통해 세계사의 장면을 이해하고 그림 속 단서를 통해 추리라는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제의식이 미술작품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20개의 역사적 주제에 이해를 돕는 미술작품이 들어가고 마치 단서를 찾아 추리하듯 작품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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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면 세상이 보인다"라는 책의 소개문구는 정확하다. 아울러 미술관에서 작품을 단순한 정서적 감상에만 머물렀던 것을 넘어서 작품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역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요즘의 시국을 생각하며 흑사병에 대한 주제를 관심있게 읽었다. 사진촬영이 불가능 했던 시기에 그림이란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역병에 대한 두려움와 시대의 충격이 드러난 그림들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팬데믹에 대한 인류의 공포를 환기하게 했다. 그런데 이 책은 현대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을 다루며 시의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에는 현재의 시국에 대해 어떤 역사적 해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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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접근하는 방식은 다양하겠지만 미술작품을 통해 추리로 풀어나가는 이 책의 방식은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 청소년들에게도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단순 암기로 생각하고 지루한 연표암기에 매달릴 것이 아니다. 하나의 그림에서 그린 화가의 문제의식과 그려진 대상의 역사적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배우는 것은 굉장한 흥미와 재미를 주고 또한 유익한 지식을 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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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03 - 자기 앞의 생, 2021.4.5.6
차경희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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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소설가 작품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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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지도
임정희 지음 / 남해의봄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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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동심이당신을구원할지도
#임정희
#남해의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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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심의 구원을 경험한 삼남매 엄마의 소소한 기록이다. 아이들과 함께한 일상을 잔잔히 그려냈으며 아이의 성장을 지긋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애정어린 눈빛이 감동을 준다.
"어른의 옷을 벗으면 우리 모두 아이가 된다."
이 책은 독자에게 동심으로 돌아가자는 선언이라기보다는 동심과 함께한 기록을 진실하게 보여주며 공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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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연년생 두 아들과 막내딸과의 일상을 때론 유쾌하게 때론 담담하게 담아낸다. 큰 아들은 밝고 엉뚱하고, 작은 아들은 생각이 깊고 재치있으며, 막내딸은 똑똑하고 당차다. 마치 명랑동화의 한장면처럼 일상은 쾌활하다. 아이다운 천진한 호기심과 작은 감동을 주는 마음들이 반짝인다. 하지만 그런 빛나는 지점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은 엄마인 저자의 눈이다. 바쁜 워킹맘이어도 삼남매를 있는 그대로 지켜보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해가는 모습 역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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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이는 창밖을 자주 봅니다.”
2학년 큰아들의 담임선생님은 이 한 문장으로 운을 뗐다.
“수학 수업을 할 때 한창 설명하다가 재원이를 보면 턱을 괴고 창밖을 보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생각하죠. 재원아, 너는 또 꿈을 꾸고 있구나???.”(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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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쩌면 어른들이 잃어버린 직관과 마음의 세계를 감지하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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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을방학을 누리는 아이처럼 천진하게 가을 풍경 속을 산책하고 있었다. 막내딸의 엉뚱한 한마디에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니 상상도 날개를 달고 가을 속으로 가을속으로 날아올랐다.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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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기록을 모으고 매만지는 일은 동심의 숲속을 노니는 일이었다. 햇볕도 있고 동물도 나타나고 새들도 지저귀고 더러 비도 내리고 폭풍우도 치지만 샘물도 흐르고 아름다운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아름다운 노을도 지더니 캄캄한 밤 한가운데 별빛이 빛나는 생명과 사랑이 가득한 유년의 숲이었다. 가만히 어른의 눈을 감으면 동심의 숲속에 서 있었다.(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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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수영의 시에서 "너로 인해 사랑을 배웠다"라는 말이 아이의 얼굴을 보며 맥락없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사랑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로부터 사랑을 배우는 것이었다. 그 마음의 깊이를 알기에 이 책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너무나 반갑고도 감동적이었다. 삼남매 가족의 생생한 일상기록을 넘어서 아이들의 밝고 투명한 마음이 느껴졌고 동시에 이를 바라보며 기억하고 적어내려가는 엄마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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