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만드는 소녀 - 제4회 NO. 1 마시멜로 픽션 수상작 마시멜로 픽션
이윤주 지음, 이지은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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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드는 소녀

기적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신비롭고 강렬한 힘은 놀라운 일들을 만들고 우리는 이를 기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기적은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며 우리의 마음과 용기를 모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됐다.

주인공 로나는 ‘금요일의 불시착’을 운영하는 열두 살 크리에이터다. 외계인과 우주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공사 현장에 몰래 들어갔다가 깊은 웅덩이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그런데 우연히 신비로운 힘에 의해 간신히 살아난다. 그리고 하나의 몸속으로 들어온 특별한 친구. 바로 이프 행성에서 온 무형체 외계인 ‘라솔라’. 학교로 돌아온 로지에게 냉담해진 친구들에 대해 뭔가 수상한 기운이 감돈다. ‘와우톡’을 통해 우주의 행성수집가 마스커가 로나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서 나쁜 마음을 이끌어 내며 소멸에 이르게 한다. 친구를 성적으로 이기고 싶은 욕심을, 짝사랑하는 친구를 독차지하고 싶은 욕심, 동생이 하루동안 사라졌으면 깊은 이기적인 마음. 등 아이들의 부정적인 감정은 와우톡에 의해 사로잡힌다.

하지만 로나의 엄청난 위기 앞에 라솔라라는 무형체 외계인의 힘으로 용기를 얻는다. 하지만 라솔라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믿고 라설라와 한몸이 되어 싸워나간다. 바로 그 힘이 기적을 만드는 것이다. “로나, 네가 기적을 만든 거야.”라는 라솔라의 한마디눈 강한 감동을 남긴다.

이 책은 동화다. 마시멜로픽션이라는 이름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여자 어린이들을 독자층으로 한다. 하지만 개인방송, 메시지앱, 우주, 외계인 등 남녀에 무관하게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소재가 많다. 그리고 소재들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나는 이 책을 보며 동화의 주인은 누구일까 고민하게 됐다. 어른이 아이에게 교훈을 전달하는 것이아니라 동화의 독자인 어린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재치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동화가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지는 어떤 소재를 발굴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탄탄한 세계관으로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 책은 앞으로 많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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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자폐증입니다 - 지적장애를 동반한 자폐 아들과 엄마의 17년 성장기
마쓰나가 다다시 지음, 황미숙 옮김, 한상민 감수 / 마음책방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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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아이는 자폐증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내 아이는 자폐증입니다"이다. 처음 표지를 넘기면서는 제목에 대한 큰 인상은 없었다. 평범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별다른 디자인 없이 아이의 사진이 있다. 표정없는 얼굴로 독자를 마주한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생각이 달라졌다. 엄마가 어떤 상황에서든 침착하게 말해야했던 "내 아이는 자폐증입니다"라는 말. 아이의 병증을 인정해야했던 절망감에 무디어져야했던 시간들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또한 그 말을 하고나서 냉대 혹은 연민을 보내는 사람들의 시선은 얼마나 엄마를 아프게 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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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엄마와 자폐를 겪는 아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유아기부터 열일곱살의 청소년이 될 때까지 일과가 서술되어있다. 담담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모자의 하루하루는 세상의 편견과 아이의 성장으로 고군분투한다. 엄마의 강한 마음과 헌신에서 감동이 느껴지지만 진실함에서 느껴지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글이 목적이 아닌 삶, 아이의 성장과 행복이 먼저이며 글은 단지 그 기록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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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이후의 인생에서도 훈이의 장애에 대해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장애를 숨기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일이며, 훈이의 장애를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 되어버린다. 엄마는 경험을 통해 장애아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사람들 대다수는 장애를 받아들여 준다고 느꼈다.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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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복의 끝에는 '반드시 추락하는 비행기를 타고 싶다'는 말에서 결국 마음이 아파왔다. 아이를 위한 긍정과 헌신의 힘이 두 사람의 세계안에서만 가능한 것이며 우리 사회에 어떤 기대도 없는 엄마의 목소리는 어딘가 숙연하게 한다. 자폐증이라면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나 사회의 구성원으로 그들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의 낯섬에 반성하게 한다.

엄마는 세상을 보는 방식이 넓어졌음에 대해 말한다. 자폐라는 신비한 세계가 결국 자신의 세계를 풍요롭게 한다고 말이다. 타인의 세계에 들어가려는 노력은 감동을 준다. 물론 그 과정이 서로이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출발할 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 노력이 눈물나게 치열한 것이 바로 자폐를 겪는 아이의 세계로 들어가 그안에서 방황과 좌절을 거듭하고 마침내 함께 성장하는 엄마의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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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의 샘물 돌개바람 46
임어진 지음,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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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는 창세신화의 여신이다. 표지의 할머니처럼 세상 위의 생명을 넒은 가슴으로 안아주는 이상의 어머니같은 존재다. <마고의샘물>을 통해 마고신화를 동화로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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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아리는 외할머니, 엄마와 목욕탕에 갔다가 해수탕에서 놀라운 경험을 한다. 바로 신비로운 마고의 섬으로 훌쩍 이동한 것이다. 붉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뛰놀며 생명의 꽃을 키운다. 마고의 아이들이 잠든 마고를 대신해서 섬을 지키고 생명의 샘물로 꽃을 키우는 일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마고의 섬에는 ‘마구리’라는 괴물 지네로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 생명의 꽃들도 시들어가 아이들의 걱정이 더해간다.
두려움에 엄마!라고 아이가 부르자 진짜 엄마가 달려오고 할머니까지 단숨에 마고의 섬으러 간다. 평범한 할머니는 아이들을 도와 섬을 지키려고 지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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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고의 섬이라는 상상의 공간에서 우리 삶의 근원과 평화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생명을 지키려고 애쓰는 아이들의 노력은 진심이 느껴지고 일상에서 평범하게 보이기만 했던 엄마와 할머니의 활약은 기대이상이다. 마고의 모습은 신화 속에 있겠지만 때로 여신이 되어 나에게 힘을 주는 엄마, 할머니의 연대는 부드럽고 강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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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너리 푸드 : 오늘도 초록 띵 시리즈 3
한은형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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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초록
한은형
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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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인 식탁에서 중심에 있지 않았다. 메인디쉬는 고기, 생선, 파스타, 피자 등등 나에게는 기름지고 고소하고 뜨끈한 것들이었다. 채소가 들어간 샐러드는 곁들어 먹는 것이니 그리너리푸드는 나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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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은 초록빛 채소가 식탁의 가운데를 차지한다. 그래야 마땅하다. 야채에 대한 이야기가 이토록 흥미롭고 황홀하며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동안 고백하자면... 채소를 꺼리던 나의 식생활을 반성하게 했다. 같은 식재료를 보고도 풀밖에 없어? 라고 하는 나와 달리 작가의 그리너리푸드 스토리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심지어 그동안 야채를 등진 나의 식단을 생각하며 인생의 풍부한 경험을 외면해온 것은 아닌가 후회가 들었다. 비건이 되는 그림도 아니고 단지 야채를 즐거먹는 것으로 이토록 풍요로운 식탁의 일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인했다. 당장이라도 허브를 잔뜩넣은 샐러드를 먹으며 야채들의 향과 질감을 느끼고 싶어졌다.

두번째 반성 또한 이어졌으니 그것은 바로 상상력과 추진력이다. 음식을 보면 배고픔을 충족시키는 생명유지의 측면만을 생각한 게으름에서 벗어나 하나의 식재료를 보고 상상에 몰입하고 레시피를 시도하는 추진력이 필요했다. 야채를 보고 느끼는 작가의 이야기는 풍요로움 그 자체다. 이 책은 하나의 레시피북처럼 정교하면서도 멋진 이야기들이 이어져 에세이 이상의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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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
나는 괜찮았다 라니 얼마나 담백하고도 슴슴한 표현인가 싶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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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
벚꽃을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미 벚꽃은 입안에 들어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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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3
초록 기운에 반응하는 것이다. 채식주의자처럼 ‘주의자’를 붙여본다면 초록주의자? 아니면 ‘친록파’ 정도라고 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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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좋아하는 채소가 있다. 망고류로 들어서 과일이라고 하기에 아, 역시 내가 좋아하는 채소는 없나..싶기도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아보카도다. 애호박을 연상시키는 컬러에 버터의 크리미함이 느껴지는 아보카도. 나는 아보카도를 자르기 전 나름 아보카도 점을 친다. 잘 익었을지 안익었을지는 칼이 들어가야 안다는 점에서 약간의 스릴이 느껴진다. 작가가 아보카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굉장히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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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2
‘어떤 느낌’을 받아야 한다. 아보카도를 손에 쥐었을 때, 껍질과 과육이 분리되었다는 느낌이랄까.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주라는 화원 주인의 말처럼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잘 익은 아보카도는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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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띵시리즈의 세번째 책이다. 첫번째 책인 조식은 마치 작가의 이야기에 오래 머물며 나의 아침식사 장면들이 떠올리며 수다떠는 기분도 들었다. 두번째 책인 해장음식은 내가 술을 즐기지 않으니 호기심에 시작해 유쾌하게 읽었다. 제목만 봐도, 뭔가 들이키는 화끈한 동작의 표지에 시선이 가기 때문이다. 세번째 책인 오늘도 초록은 그리너리푸드 전문가 앞에서 경청하듯 읽었다. 띵시리즈는 계속 이어질 예정인데 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평생 평양냉면이다. 밤차를 놓치지 직전까지 이어진 평냉에 대한 대화를 기억한다. 대체로 식욕이 없다가도 평부심(평양냉면을 먹는 자부심?!)을 부리는 나를 기대하게 한다. 그 외에도 짜장면, 치즈, 바게트, 치킨 등 특정 메뉴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고, 소설가의 마감식이나 병원의 밥, 직장인의 점심처럼 일상의 식생활을 공감으로 이끌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앞으로도 띵시리즈를 계속 읽으며 건강하고 즐거운 식생활에 대한 사연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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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 조현병을 이겨낸 심리학자가 전하는 삶의 찬가
아른힐 레우벵 지음, 손희주 옮김 / 생각정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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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조현병을 이겨낸 심리학자가 전하는 삶의 찬가’라는 부제는 나를 이끌다가도 밀어낸다. 감동의 여정이 담긴 드라마가 될 수 있으나 그건 제3자의 각색으로나 가능하다. 자신의 기록이라면 그 깊은 고통의 시간을 보는 것만으로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다.
마음의 병.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그리고 조현병 등. 병의 이름은 하나로 통칭되지만 병증은 하나의 병명으로 설명될 수 없다. 저자는 ‘증상’에 대해서 단순히 증상을 진단하기 전에 이미 경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증상’에 있어서 대단히 주체적인 정의를 내린다.

증상은 그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의 것이므로, 단지 그 사람만이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특정한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결론지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67쪽)

자신의 말이 의미를 잃고 그저 하나의 증상이 되어버리면 사람들은 매우 외롭다고 느끼고, 기분도 나빠진다. 더는 중립 지역이 없다는 것, 나의 모든 말들이 항상 의심받고 내 진단명과 연관 지어서만 해석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가 느꼈던 심한 무력감과 불안감을 여전히 기억한다. (131쪽)

두통은 머리가 아픈 것이고 종양은 암 덩어리가 생긴 것이다. 정확하고 간결한 병명에서 우리는 대책을 세울 수 있고 또한 작은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마음의 병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정확한 인상이 없다. 조현병 환자들이 사회적으로 일으키는 사건을 통해서 그 병에 대해 안다고 생각할 뿐이다. 환시나 환각, 그리고 환청. 그야말로 ‘미친 사람’ 정도로 우리는 조현병 환자를 생각한다. 이해하려는 시도보다는 쉽게 규정하고 외면하는 것에 대해 정당화하는 것이다.
나에게도 우울의 시간이 있었다. 진단을 받기 전에, 몸과 마음의 이상을 느꼈을 때, 이 병은 통칭과 범주화로 처방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만이 이 병을 치유할 수 있다. 그는 자신했다. 나는 나를 믿어보기로 했다. 방법이 없었다. 환자이고 의사가 되어 ‘우울’이라는 병을 견디기로 했다.
나는 마음속에서 역할극을 했고 결국 호전되어 더 이상 우울을 겪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살시도와 폐쇄병동에 감금되며 자해와 환청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그는 심리학자가 된다. 환자였던 시간을 상세히 기록하며 좌절과 불안 속에서도 삶의 방향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제목에서 ‘죽고 싶다’라는 말이 반복되지만 사실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나는 과연 죽음이 모든 문제의 해답일까, 스스로에게 점점 더 자주 물었다. (38쪽)

사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지 못했으므로, 삶을 끝내려고 했다. (147쪽)

그가 죽음을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자신이었다. 자신의 현재는 자살을 결심하게 하지만 자신의 미래는 삶에 대한 희망을 꿈꾸게 한다. 그리고 그는 그의 모든 순간을 기록했다. 그 기록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그의 삶이다. 가장 솔직하고 치열한 한 편의 드라마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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