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피아노"나는 지금 증언을 하고 있는 것이지 설득하려는 게 아니다.”장 아메리 『자유죽음』자동으로 기계적인 연주를 하는 자동피아노처럼의도를 넘어서 의식을 지배하는 독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이 소설은 가독성이 떨어진다. 정제되기 이전의 언어와 구상을 생략하는 전개는 소설을 읽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독자에게 불친절할 수 있다. 작가는 어느 지점에서 소설이 아니라고도 한다. 그러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 소설의 가장 진정성있는 지점이다. 이 소설은 단순한 언어실험이 아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몸과 마음으로 오고가는 위태롭지만 진실된 기록이다. 단서를 찾으며 추리할 필요도 없으며 의미도 없다.이 소설을 읽는 방식은 낭독이 된다.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그 울림을 느껴본다. 그 발화의 이면에 가까이 도달하면 그의 목소리와 나의 그림자가 닮아있음에 놀랄 수 밖에 없다. 불안과 공포를 함께 유영하는 것. 그것이 이 소설이 독법이다.27나는 나를 죽이고 싶다. 나는 나를 죽이고 싶지 않다. 나는 죽고 싶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나는 나를 죽이겠다. 나는 나를 죽이지 않겠다. 나는 죽겠다. 나는 죽지 않겠다. 나는 두렵다. 나는 두렵지 않다. 긍정과 부정은 서로 대립하기보다는 함께 무너지는 편을 택한다. 선택할 수 없는 혼돈 속에 강렬한 느낌만이 남는다. 부정의 소거법을 활용한다.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의 반복은 답이 아닌 어떤 태도를 남긴다.70어쩌면 오늘, 아니면 내일.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죽음을 욕망하는 일. 내 욕망이 머뭇거림 속에서 실패에 이르는 일. 내가 욕망하는 것은 단 한번의 선택으로만 완성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쓸 수 없다. 오늘은 아니어야 하는데. 어제도 그랬듯이. 아직은, 나는 아직. 무슨 말로 항변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달아난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뛰쳐나간다.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이 소설의 지독한 난해를 한번에 끌어안게 한다. 위로나 공감이 아닌 이 위태로운 상태가 나에게도 그림자처럼 남아있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시도는 옳을 수 밖에 없다.
빅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인간에게 죽음은 가장 무거운 화두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작과 끝 앞에서 무력한 인간일 뿐이다. 그러나 고민 끝에서도 인간은 유쾌할 수 있다. 그의 마지막 토요일은 혼자가 아니다. 가족과 함께 있다. 흥이 많고 정신없지만 결국 가장 끈끈한 유대를 확인한다. 암 선고 이후 마지막 생일을 맞는 70세 빅 엔젤. 그는 생일파티를 준비한다.그러나 생일 일주일 전, 100세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빅앤젤은 자신의 생일과 함께 진행할 계획을 세운다. 그의 가족은 순조롭게 두 번의 행사를 치를 수 있을지가 이 소설의 중심이다.생에 던져진 존재라면 그리고 죽음을 앞에 두고 있다면 어떤 힘으로 견딜 수 있나 생각해본다면 결국은 가족이다. 그들이 모이고 마음까지 함께하는 일은 쉽지 않아보이지만 그 떠들석함은 유쾌하게 혹은 마음의 울림을 남기게 한다. 인상깊은 것은 맨 뒤에 작가의 말이다.작가의 가족에 대한 진솔한 고백에 결국 눈물이 났다. 그의 의도는 아니겠지만 소설 전체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관계의 과학관계의 과학은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인간, 세상, 자연 등 흥미로운 대상과 과학은 관계맺는다. 그러나 관계라는 말은 한정되지 않는다. 점과 선을 연결시키며 무한히 증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목의 방향과 독자의 기대를 완벽히 이행하는 책이다. 동기들과의 단톡방의 확률분포로 버스트를 설명하고 촛불집회 참여인원을 통해 물리학의 암흑물질을 말한다. 연결, 관계, 시선, 흐름, 미래 라는 다섯개의 장으로 스무개가 넘는 과학 개념이 등장하지만 저자의 탁월한 관계설정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정치상황, 사회적 이슈, 사소한 일상도 저자의 포착으로 인해 과학, 특히 통계물리학으로 쉽게 설명된다. 이를 통해 과학적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만나고 아쉬움없이 헤어진 과학은 사실 우리의 삶에 매우 밀접하게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 관심과 발견의 문제였다는 생각은 과거의 후회를 내포하지만 앞으로의 가능성 또한 담고 있다.과학적 호기심은 물론이고 동시에 사회에 대한 정의와 긍정이 넘치는 저자의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유머가 넘치면서도 친절한 설명의 문장들을 공부하며 뜻깊은 시간이었다.
틀밖에서 놀게하라육아 혹은 교육에 대한 책을 읽으면앞으로 아이에게 향하는 마음과 마찬가지로나의 성장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이 책은 창의력 교육을 위한 양육태도를 조언하는 책이다. 햇살,바람,토양,공간이라는 풍토를 통해 아이를 성장시켜줄 수 있는 27가지 태도에 대해 설명한다.저자의 교육관에 동감하며 또한 유념할 점들을 기억하며 천천히 책을 읽었다. 또한 요약이 되어있어 친절했다.긍정적 태도. 크게 보는 태도. 즉흥적 태도. 유머러스한 태도. 열정적 태도. 호기심 많은 태도 등 앞으로 육아와 교육에서 아이를 바라보고 함께하는데 큰 힘과 방향이 될 수 있는 태도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창의력을 가르치는 학교는 없다. 있다하더라도 영유아 시기부터 개별적으로 아이를 지켜보고 함께한 엄마만이 아이의 창의력 선생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되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