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의상자정소연의 sf에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의 sf소설에 인간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진짜 사람' 그러니까 내 삶의 안위와 작은 좌절과 관계의 어려움을 고민하는 진짜 사람이 있다. 우주의 한가운데 에 있더라도 사람은 사람이다.sf는 섬광이 번쩍이고 화려하게 빛난다. 하지만 그 아래 그림자에도 사람들이 살아간다. 우주의 광막함에서 그리고 팬데믹의 광풍속에서...sf에 대해 내가 가진 편견 때문인지 정소연의 소설은 미래소설이라고 느껴진다.희망만을 갖고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꿈꾸는 미래도, 재난의 가능성으로 두려움으로 피해가려는 미래도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미래. 불안과 안도의 적절한 비율로 때로만 만족과 후회가 밀물과 썰물처럼 오고가는. 어쩌면 단절없이 현재에서 이어진 미래를 상상할 때 가장 당연한 가정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정소연의 소설을 통해서 알았다. ..카두케우스 이야기이사 | 깃발 | 한 번의 비행 | 가을바람 | 무심(無心) | 돌먼지 | 비 온 뒤 | 재회 | 집무너진 세상에서 우리는처음이 아니기를 | 미정의 상자 | 수진 | 지도 위의 지희에게 | 현숙, 지은, 두부..이 소설집은 둘로 나눈다. 일단 '카두케우스 이야기'는 우주여행을 배경으로 한 연작소설이다. 우주에서 어딘가로 떠나고 기다리고 꿈으로부터든 사람으로부터든 좌절하기도 한다. 두번째로 '무너진 세계에서 우리는'은 2020년 경험한 팬데믹을 다루고 있다. 두려움 속에서 용기를 내는 인물들은 대체로 차별과 소외를 겪어내는 이들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차갑고 이들은 분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