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말 - 새로운 번역과 원문을 통해 만나는 셰익스피어의 인생 철학 110가지
가와이 쇼이치로 지음, 박수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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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인생의 달인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작품에는 마음에 남는 훌륭한 문구가 많습니다. 이 책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총 40편과 <셰익스피어 소네트> 중에서 110가지 말을 골라 하나씩 정성스레 해설을 더했습니다. 삶에 어려움을 느낄 때, 마음이 갈 곳을 잃었을 때, 혹은 더 좋은 인생을 보내기 위해 힌틀르 얻고 싶을 때, 이 책을 펼치시길 바랍니다.

<햄릿> 제4막 제7장

- "하려고 마음먹은 일은 그런 마음이 들었을 때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쓸데없는 말을 듣고, 방해받고, 이런저런 일을 겪다가 의욕을 잃고 주저하게 될 거야. 그러면 '하자'고 마음억었던 일이 '해야 하는' 일로 변해. '이것만 하면 되니까' 하고 한숨 돌리면 단숨에 엉덩이가 무거워지고 말아.

-클로디어스가 레어티스에게 말하는 대사다.

-"사느냐 죽느냐"로 시작하는 제4독백은 "이렇게 번민하는 마음은 우리를 모두 겁쟁이로 만든다. 이렇게 결의의 본래 색은 창백한 사고의 색에 물들어 숭고하고 위대한 계획도 빛이 바래고 흐름이 틀어지며 행동이라는 이름을 잃는 것이다"라고 하며 마무리 짓는다.

열정을 잃고서는 행동할 수 없다.

<끝이 좋으면 다 좋아> 제1막 제1장

- "만인을 사랑하고, 남을 너무 신뢰하지 말고 아무에개도 피해를 주지 않도록."

-<끝이 좋으면 다 좋아>의 서두에서 어머니 로실리온 백작 부인은 아들인 젊은 백작 버틀마에게 축북을 내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정말 간단하지만 좀처럼 실행하기 어려운 가르침이다. "만인을 사랑하라"는 것은 적을 만들지 말고, 남을 원망하지 말라는 뜻인데, 인간관계에서 누구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한 경우에도 언제까지고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모든 것을 용서하겠다"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헨리 6세> 제2부 제4막 제7장

- "무지는 신의 저주요, 지식은 하늘에 이르는 날개다"

-무지한 사람은 지식이 없음에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부족한 지식을 적당한 정보로 대충 메꾸어 속이려고 한다. 교양 있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고 있기에 올바른 지식을 찾으려 한다. 책을 읽고 스스로 더 높은 곳으로 이끌려고 하는 사람은 후자다.

-문명인에게 지식은 곧 비상하기 위한 날개가 된다.


시간이 지나도, 몇 세대가 흘러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고전의 가르침이 있다면 셰익스피어가 아닐까.

쉽게 쓰인 글처럼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셰익스피어의 글 안에는 오만 인간군상과 인생과 희노애락이 들어있다.

당장 어제 나왔다고 해도 믿을 법한 말들이 무려 400년도 더 되었다니!

오랫동안 사랑받고 계속되는 말들은 분명 이유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말>을 듣고 보고 읽으며, 가와이 쇼이치로의 해석과 함께 인생 철학 110가지를 만났다.

<셰익스피어의 말>에는 후회, 고민, 관계, 변화, 성장, 공허, 풍요, 사랑 등 주제로 삶과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들려준다.

짧은 격언에서 느껴지는 철학에는 과거에 살아온 날에 대한 감회와 미래의 기대, 그리고 제일 중요한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어쩌면 길을 보여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누구하나 완벽한 선인도 악인도 없다.

그말은 우리 마음 속에는 희곡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착하게 살아가겠다는 마음을 먹지만 때론 이유없이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고 이유없이 미움을 받기도 하다.

지혜롭게 살아가고 싶어서 노력하지만 희곡의 등장인물처럼 철없는 행동으로 소중한 기회를 잃기도 한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

어쩔 수없는 일은 지나간 일로 흘려보내고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운명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계속 읽어가야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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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는 일만 하고 싶다 -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직장인 심리학
최정우 지음 / 센시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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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N년차, 생각할 게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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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는 일만 하고 싶다 -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직장인 심리학
최정우 지음 / 센시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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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내 자존감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나는 나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자.

...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줄 알아야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될 수 있다.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소중하게 생각하자. 내가 가지고 있는 단점과 약점을 그대로 인정하자. 남들의 인정이 아닌 내 스스로가 나에게 하는 인정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좀 더 단단한 나만의 자존감을 형성할 수 있다.

둘째, 스스로 자신의 장점을 발견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장점을 장점으로 볼 줄 모를 뿐이다.

셋째, 자신만의 소신과 철학을 만든다.

직장을 다녀도 끝나지 않는 고민, 나에게 맞는 진로와 적성은 무엇일까?

-선택 자체가 결과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그 과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일을 잘하니 일이 자꾸 늘어나네? 프로 일잘러의 고민

-소보루빵의 달인인 제빵사는 양적인 성장만 거듭하여 질적인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소보루 빵을 누구보다 맛있게, 그리고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면 거기에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 색다른 솝루빵을 시도해보던가, 아니면 다른 종류의 빵도 만들어내는 능력을 길렀어야 한다. 이것이 질적 성장이다. 매일 똑같은 업무만 수행하고 업무량만 늘려가는 것으로는 개인의 질적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


요즘 워라벨과 재택근무, 자아실현 등이 떠오르면서 평생 직장은 없다는 마음과 함께 100세 시대에 무엇을 해야할까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그러면서 만난 <회사에서는 일만 하고 싶다> !

유쾌한 책 표지 만큼이나 직장인들이 공감할 법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편하게 읽다가 정독했다가 화를 냈다가 웃다가 하면서 하루만에 읽었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직장인 심리학' 이라니?

친구들과 단톡방에 맨날 하는 얘기 아닌가? 조금은 씁쓸하지만 웃긴 그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

회사에서는 일하는 곳이니까 일을 하는 건 당연하다.

근데 '일만' 하는 건 아니다. 어쩌면 나는 회사란, 일 vs 사람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시소라고 생각할 정도로 50:50 (아니면 그 이상!) 의 비율로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요즘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비중이 높아지면서 조금 덜 하긴 하는데, 예전에는 어떻게 주5일 이상을 일하면서 사람들과 부딪혔을까 싶다.

(출퇴근길의 대중교통부터 이미 사람들과의 전쟁 시작이다.)

회사에서는 일만 잘해서도 안되고, 관계만 좋아서도 안되고, 나만 잘되서도 안되고, 우리 팀만 잘되서도 안된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조직이자 이해집단이기 때문에 그 여러가지의 이해상충되는 관계들을 잘 맞춰야한다.

근데 어떤 이는 마치 타고난 전략가처럼 정치에 뛰어난 반면, 아무리 노력해도 초야에 묻힌 도인처럼 알음알음 그 사람의 실력을 가늠할 뿐이다.

어느덧 직장생활 N년차를 향해가는 나, 사회생활을 잘하려면,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회사에서는 일만 하고 싶다>는 직장인 전문 심리상담사 저자답게 그동안 실무와 상담에서 몸소 겪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일이 힘들어서 위로 받고 싶을 때 읽어도 좋고, 회사 생활에 고민이 생겨 막막할 때 읽어도 좋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어려움을 느낀다면 이 책이 딱이다.

또라이 질량보존 법칙을 들어보았는지?

마치 개미처럼 어느 집단이든 또라이 또한 일정 비율만큼 존재한다는 너무나 유명한 이론(?)이다.

만약 조직 내에서 또라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당신일지도?

그만큼 일과 사람이 모두 중요한 때! 회사에서 일도 잘하고 관계도 잘 맺기 위해, <회사에서는 일만 하고 싶다>를 추천한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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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로렌 허프 지음, 정해영 옮김 / ㅁ(미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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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대한 정확하고 진실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진실이란 기억에 대한 기억이며, 내가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거넨 이야기다.

-나는 최악을 예상하는 건 아니지만, 최악의 경우에 놀라지 않는 법을 배웠다. 인터넷이 끊기만 나는 답답해서 울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에 불이 나면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 일로 누군가 나를 탓하면, 그러면 그렇지 싶다. 누군가는 이런 태도를 냉소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는 그것을 광신 집단에서 자란 사람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또 다른 종류의 광신 집단에 들어간 것뿐이었다. 그들은 지난번 집단과 마찬가지로 나를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생은 내가 알고는 있었지만 받아들일 수 없었던 사실을 말해준 거였다. 내가 결코 이곳에 속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어쩌면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책을 읽으며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나는 편지를 썼다.

-내가 말하는 방식과 그 연장선에서 글을 쓰는 방식은 패밀리식 언어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내가 어떤 말을 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거나 곤경에 처할 걱정 없이 진정으로 나답게 말할 수 있게 되면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되었다.

-나는 진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이야기들이었다. 그 글들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스스로를 추스르라고 말했다. 글쓰기는 나의 악몽을 끄집어내어 햇빛 아래에서 살펴보고 악몽 속 괴물들이 사실은 그림자일 뿐이라는 진실을 깨닫는 방식이었다.

-알고 보니 내게는 커밍아웃할 것이 또 하나 있었다. 어릴 적 내 모습이 무척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내가 저항한 것이 자랑스럽다. 라디오를 몰래 방에 들여온 것이 자랑스럽다. 남자애들이 만지려 할 때 주먹으로 쳐낸 것이 자랑스럽다. 밤에 화장실에서 금지된 책을 읽은 것이 자랑스럽다. 그들로 하여금 그토록 깨부수려고 애쓰게끔 만든, 고집 세가 반항적인 어린 레즈비언이었던 것이 자랑스럽다. 내가 부서질 때마다 다시 스스로를 추스르고 계속 살아간 것이 자랑스럽다.

-나는 집도 가족도 경력도 경제적 안정도 꿈꾸지 않는다. 나는 사는 것처럼 사는 것을 꿈꾼다. 그리고 비록 불완전할지 모르지만, 내 내면의 목소리는 여전히 행복과 평화, 소속감과 사랑이 모두 다음 길모퉁이, 다음 도시, 다음 나라에 있다고 속삭인다. 그저 계속 움직이며 다음 장소는 더 나은 곳이기를 희망하라고 말이다. 반드시 더 나은 곳이어야 한다. 다음번 굽이만 돌면, 모든 것이 아름다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을까.

사이비 종교 재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이후 공군에 입대했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살인협박을 받았으며, 이후 제대하여 돈도 집도 차도 없이 클럽 기도가 되기도 하고, 그 외에도 바리스타, 바텐더, 케이블 기사 등 말그대로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했다.

이번 책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의 저자 '로렌 허프'의 글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11편의 에세이이다.

처음에는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의 추천 서문들을 보고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록산 게이, 케이트 블란쳇, 그리고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까지. 강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읽다보니 그저 작가 '로렌 허프'의 글 자체가 빠져들었다.

아마 작가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이렇게나 솔직히 들어낸 것에 대해 부끄럼도 없고 후회도 없을 것 같다.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보며 그저 살아낸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고 과거의 자신을 다독여줄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를 읽으면서 단 한번도 저자를 불쌍하게 생각하거나, 내 삶은 이렇게 힘들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는 폭력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와 다른 사람의 인생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뿐이다.

컬트 집단에서 자라나 어릴 때부터 이곳저곳 여러나라를 다니며 선교 활동의 일환으로 전단지와 테이프를 팔고, 강제로 기도를 하지만 어린 저자는 그때부터 자아가 자라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동 학대에 가까운 (아니, 아동 학대다!) 어른들의 행동에서 벗어나 드디어 어른이 되었을 때,

그녀는 공군에 입대한다.

하지만 살해 협박 메시지를 받고, 누군가 자동차를 불지르며, 어처구니 없게도 자신이 이 일의 용의자가 되었고, 그로 인해 군 생활에 공정하지 못한 피해를 받으며 살아가며 제대를 하게 되는데 결국에는 자신이 종교 집단이라는 곳에서 벗어나 또 다른 집단 충성심에 현혹된 군대라는 곳에 오게 되었고 그 어느 곳에서도 속하지도, 환영받지도 못함을 느낀다.

그래도 인생은 계속 되는 것.

마치 '위화' 작가의 인생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라는 말처럼, 로렌 허프는 이 일, 저 일을 떠돌며 먹고 살기 위해 살아간다.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버텨낸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은데 자신의 치부까지 들어낸 진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우리가 배우고 생각하고 말하는 집단주의의 오해와 그릇된 결속력에 대해 머리를 땡! 하고 치는 충격도 주었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로렌 허프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입장에서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를 읽었다.

떠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과거의 자신을 응원하며 이렇게 글을 쓰고 강연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려운 일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로렌 허프에게 살아남은 자를 위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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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지음, 김하현 옮김 / 필로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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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음의 쓸모에 관하여"

쓸모없음의 쓸모에 관하여

-나는 자본주의적 생산성의 관점에 반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제안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종의 행동 계획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다수 기술이 우리의 자아 성찰과 호기심, 소속의 욕구를 이용해 가짜 목표물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적 결정론이라는 불모지에서 모호함과 비효율이라는 숨어 있는 샘을 찾으려 한다.

-내가 말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요점은 상쾌한 기분으로 일터에 복귀하거나 더욱 생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이해하는 생산성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술에 침잠된 관심의 경로를 바꿔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에 더욱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자신이 역사의 일부이자 인간과 비인간이 모인 공동체의 일부라는 의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사회적 관점에서든 생태학적 관점에서든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궁극적 목표는 우리의 초점을 관심경제에서 거두어 공적이고 물리적인 영역에 옮겨 심는 것이다.

관심 기울이기 연습

-내가 칼러바사스강에 혼자 갔더라면 내 경험은 이와 같지 않았을 것이다. 조시와 내가 기억의 파편을 하나의 물줄기로 모은 순간, 이 강은 개인의 관심을 넘어 집단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강은 공유된 현실이자 개인 바깥에 존재하는 기준점이 되었다. 어쩌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움푹 파인 강바닥의 자갈 위를 조심조심 걸어가면서 우리는 강이 그 지류와, 산과, 그 안에서 헤엄치고 자라는 모든 것들과 함께 다시 못브을 드러내는 곳으로 세상을 다시 렌더링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현실에 머물 수 있다. 우리가 가진 관심을 통해 새로운 현실을 함께 렌더링할 수 있다면, 어쩌면 그곳에서 서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낯선 이들의 생태계

-우리는 관심을 기울이는 행위를 통해 누군가의 소리를 듣고, 누군가를 보고, 우리의 세상에서 누가 행위 주체성을 가질지를 결정한다. 관심은 사랑뿐만 아니라 윤리의 기반을 형성한다.

-생태지역주의는 우리에게 새로운 출현과 상호의존을, 절대적 경계의 불가능성을 가르쳐준다. 물리적 존재로서 우리는 말 그대로 이 세상에 열려 있으며, 다른 곳에서 온 공기가 매 순간 온몸에 퍼져 있다.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는 우리가 놓인 맥락에 따라 결졍된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우리와 타인의 정체성을 매번 새롭게 나타나는 유동적 경이로 인식할 수 있다.


깔끔하고 심플한 초록색 표지만큼 이 책이 내 마음을 뺏은 건 버락 오바마, 기자인 지아톨렌티노, 그리고 <벌새>의 김보라 감독의 추천사였다.

제목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 역설적이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임을 누구나 알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의미? 그리고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란 무엇일지 생각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의 저자 '제니 오델'은 미국 오클랜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새 관찰자, 그리고 정치적인 사람이다.

무엇이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그의 배경만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내가 최근 읽었던 논픽션 중 손에 꼽을만큼 정말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단순히 자기계발이나 성장,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잘못 짚었다.

오히려 우리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무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권력으로 혼란스러운 이 때, 오히려 세상에 대한 디지털 디톡스를 권하는 목소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과 발터 베냐민, 세네카와 소로 등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다양한 인용문과 자료들은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책을 살짝 들여다봐도 알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꽤나 생각이 필요한 인문학 논픽션 책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읽다보니 내가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보다 한 단계 높은 레벨의 책을 읽을 때 느끼는 머리가 말랑말랑해는 느낌이랄까?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쉬울 것 같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오히려 속도와 박자를 늦추고 생산성이라는 지표를 내려놓는다는게, 나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세상과 공동체에 관심을 기울인다는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울 때에만 배울 수 있는 엄청난 가치들이다.

저자가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다른 체제에서 다른 뭔가를 도모하기 위해 현재의 체재(관심경제)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마음을 비울 때,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고 주변을 고요히 바라볼 때, 역설적이게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알 수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의 마지막에 힌트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고구라지지도, 뒤로 넘어지지도 않고 땅 위에 꼿꼿이 서서, 나는 펠리컨들이 만드는 뜻밖의 장관 앞에서 내가 느끼는 감사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떠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그 담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저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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