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심플한 초록색 표지만큼 이 책이 내 마음을 뺏은 건 버락 오바마, 기자인 지아톨렌티노, 그리고 <벌새>의 김보라 감독의 추천사였다.
제목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 역설적이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임을 누구나 알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의미? 그리고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란 무엇일지 생각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의 저자 '제니 오델'은 미국 오클랜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새 관찰자, 그리고 정치적인 사람이다.
무엇이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그의 배경만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내가 최근 읽었던 논픽션 중 손에 꼽을만큼 정말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단순히 자기계발이나 성장,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잘못 짚었다.
오히려 우리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무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권력으로 혼란스러운 이 때, 오히려 세상에 대한 디지털 디톡스를 권하는 목소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과 발터 베냐민, 세네카와 소로 등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다양한 인용문과 자료들은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책을 살짝 들여다봐도 알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꽤나 생각이 필요한 인문학 논픽션 책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읽다보니 내가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보다 한 단계 높은 레벨의 책을 읽을 때 느끼는 머리가 말랑말랑해는 느낌이랄까?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쉬울 것 같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오히려 속도와 박자를 늦추고 생산성이라는 지표를 내려놓는다는게, 나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세상과 공동체에 관심을 기울인다는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울 때에만 배울 수 있는 엄청난 가치들이다.
저자가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다른 체제에서 다른 뭔가를 도모하기 위해 현재의 체재(관심경제)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마음을 비울 때,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고 주변을 고요히 바라볼 때, 역설적이게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알 수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의 마지막에 힌트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고구라지지도, 뒤로 넘어지지도 않고 땅 위에 꼿꼿이 서서, 나는 펠리컨들이 만드는 뜻밖의 장관 앞에서 내가 느끼는 감사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떠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그 담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저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