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지음, 김하현 옮김 / 필로우 / 202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쓸모없음의 쓸모에 관하여"

쓸모없음의 쓸모에 관하여

-나는 자본주의적 생산성의 관점에 반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제안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종의 행동 계획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다수 기술이 우리의 자아 성찰과 호기심, 소속의 욕구를 이용해 가짜 목표물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적 결정론이라는 불모지에서 모호함과 비효율이라는 숨어 있는 샘을 찾으려 한다.

-내가 말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요점은 상쾌한 기분으로 일터에 복귀하거나 더욱 생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이해하는 생산성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술에 침잠된 관심의 경로를 바꿔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에 더욱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자신이 역사의 일부이자 인간과 비인간이 모인 공동체의 일부라는 의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사회적 관점에서든 생태학적 관점에서든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궁극적 목표는 우리의 초점을 관심경제에서 거두어 공적이고 물리적인 영역에 옮겨 심는 것이다.

관심 기울이기 연습

-내가 칼러바사스강에 혼자 갔더라면 내 경험은 이와 같지 않았을 것이다. 조시와 내가 기억의 파편을 하나의 물줄기로 모은 순간, 이 강은 개인의 관심을 넘어 집단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강은 공유된 현실이자 개인 바깥에 존재하는 기준점이 되었다. 어쩌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움푹 파인 강바닥의 자갈 위를 조심조심 걸어가면서 우리는 강이 그 지류와, 산과, 그 안에서 헤엄치고 자라는 모든 것들과 함께 다시 못브을 드러내는 곳으로 세상을 다시 렌더링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현실에 머물 수 있다. 우리가 가진 관심을 통해 새로운 현실을 함께 렌더링할 수 있다면, 어쩌면 그곳에서 서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낯선 이들의 생태계

-우리는 관심을 기울이는 행위를 통해 누군가의 소리를 듣고, 누군가를 보고, 우리의 세상에서 누가 행위 주체성을 가질지를 결정한다. 관심은 사랑뿐만 아니라 윤리의 기반을 형성한다.

-생태지역주의는 우리에게 새로운 출현과 상호의존을, 절대적 경계의 불가능성을 가르쳐준다. 물리적 존재로서 우리는 말 그대로 이 세상에 열려 있으며, 다른 곳에서 온 공기가 매 순간 온몸에 퍼져 있다.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는 우리가 놓인 맥락에 따라 결졍된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우리와 타인의 정체성을 매번 새롭게 나타나는 유동적 경이로 인식할 수 있다.


깔끔하고 심플한 초록색 표지만큼 이 책이 내 마음을 뺏은 건 버락 오바마, 기자인 지아톨렌티노, 그리고 <벌새>의 김보라 감독의 추천사였다.

제목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 역설적이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임을 누구나 알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의미? 그리고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란 무엇일지 생각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의 저자 '제니 오델'은 미국 오클랜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새 관찰자, 그리고 정치적인 사람이다.

무엇이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그의 배경만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내가 최근 읽었던 논픽션 중 손에 꼽을만큼 정말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단순히 자기계발이나 성장,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잘못 짚었다.

오히려 우리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무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권력으로 혼란스러운 이 때, 오히려 세상에 대한 디지털 디톡스를 권하는 목소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과 발터 베냐민, 세네카와 소로 등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다양한 인용문과 자료들은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책을 살짝 들여다봐도 알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꽤나 생각이 필요한 인문학 논픽션 책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읽다보니 내가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보다 한 단계 높은 레벨의 책을 읽을 때 느끼는 머리가 말랑말랑해는 느낌이랄까?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쉬울 것 같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오히려 속도와 박자를 늦추고 생산성이라는 지표를 내려놓는다는게, 나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세상과 공동체에 관심을 기울인다는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울 때에만 배울 수 있는 엄청난 가치들이다.

저자가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다른 체제에서 다른 뭔가를 도모하기 위해 현재의 체재(관심경제)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마음을 비울 때,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고 주변을 고요히 바라볼 때, 역설적이게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알 수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의 마지막에 힌트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고구라지지도, 뒤로 넘어지지도 않고 땅 위에 꼿꼿이 서서, 나는 펠리컨들이 만드는 뜻밖의 장관 앞에서 내가 느끼는 감사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떠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그 담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저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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