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장의 재판 -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케이스릴러
박은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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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을 찾아 읽게 된 이유는 미국 드라마로 추진 중이라는 기사를 접하고서였다. 얼마나 재밌길래 우리나라 소설이 미국에까지 알려지게 된 건가 하는 호기심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가을의 어느 밤, 청계산에 있는 한 산장에서 가족과 지인들이 인질로 잡혀있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SNS에까지 퍼진 인질극은 잡혀있는 인질만 해도 30여 명이나 되고 이중 한 명은 총에 맞아 사망까지 한다. 비밀스러운 한 밤의 파티에서 살벌한 범죄현장으로 변해버린 인질극. 인질극의 주범과 겨우 연락을 하게 된 경찰은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잡혀있는 인질들은 재벌 3, 국회의원의 자녀, 승승장구하는 검사 등 사회 기득권자들이 주였다.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소식에 조용하던 청계산은 취재진 차량으로 가득하고 모든 언론들은 더욱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담아 전했다. 인질극의 주범, 마스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인질들에게 숨겨져있던 과거의 비밀. 마스터는 청계산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죄를 물으려 하고 있다.



 사회 유명 인사들의 자녀들에 대한 범죄는 실제로도 뉴스에서 꽤 자주 접하게 된다. 냉정히 보면, 내가 실제 피해자나 그의 가족이 아니라면 단순히 가십거리로 전락해버리는 게 보통이다. 입장을 바꿔서 나와 내 가족이 범죄의 피해자라도 스스로를 변호할 돈과 힘이 턱없이 부족한데 끝까지 싸워서 이기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제3자의 입장에선 그냥 안쓰럽다고 생각해버리는 게 전부이다.


『청계산장의 재판』은 극악 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막강한 사회적 힘에 의해 아무 일 없는 듯 잘 살고 있는 사회 기득권들에게 행해지는 재판에 대한 이야기이다. 돈과 힘이 있다면 아무것도 무서울 것 없는 그들에게 주 무대가 되는 ‘청계산장’은, 마약과 섹스가 난무한 그들의 즐거웠던 파티 장소에서 끔찍하고 무서운 인질극의 장소가 되어버린다. 인간적인 개념이 없는 그들에게 그야말로 딱 어울리는 재판장소이다. 장소를 정해서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사치라 생각한다.


  실제로도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회 유명 인사들은, 그들의 죄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죗값만을 치른 후 떳떳하다며 잘 살고 있지만,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의 삶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불행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들을 대신하여 『청계산장의 재판』 멋진 재판을 내려준다. 비록 소설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언제나 범죄자들을 보며 상상하곤 했던 그런 통쾌함이 있어서 독자 입장에선 응원할 수밖에 없다.




 이전에 읽었던 설혜원의 단편집 『클린코드』에서도 사회 기득권들을 선상에 초대한 뒤 그들을 잡아놓고 재판을 벌이는 이야기가 있다. 종종 이런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 것은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이미 사회의 불합리함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일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나약한 일개 소시민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지만 한 가지를 찾자면 바로 문학이다. 문학의 힘은 종종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힘으로 커지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이런 작품을 쓰고, 읽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소설에서 언론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많았다면 어떨까 하는 점이었다. 범죄자들의 범죄를 작아 보이게 하는 효과를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나쁜 언론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의 언론은 인질극에 대한 자극적인 소식을 퍼뜨리는 것이 다였다. 실제 언론은 진실보단 힘과 돈의 편에 서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소식을 전한다. 그 부분에 대한 일침도 담겨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재판을 받는 이들 중 한 명의 질 나쁜 언론인을 넣었다면 좋았겠지만 이야기가 전하는 주제와 점점 벗어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를 미국에서 드라마화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미국 역시 이런 일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 것이다.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의 말이 정답이 되어버리는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버닝썬, N번방 사건 등 성과 관련된 범죄들은 더욱 잔인해지고 노골적이며 음지로 파고들고 있다. 우리의 소리를 듣고 이끌어야 하는 사회 기득권자들은 오히려 더 나쁜 범죄의 가해자들이 되고 있다.

 

 소설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읽은 뒤의 여운이 너무나 길어서 입안이 까칠했다. 아무래도 지금 일어나는 일들과 딱 맞아떨어져 인 듯하다. 만약 드라마화가 된다면 영상으로 볼 때가 더 실감 나겠지만 확실히 소설의 여운은 영상화된 여운과는 많이 다르다. 한 번쯤 읽어보길 바란다.

( 다 읽고 나서 검색해보니 박은우 작가는 영화 ‘명량’의 원작 소설을 집필한 충격적인 반전이 있었다. 신인 작가인 줄 알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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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김동식 소설집 8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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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사랑할 없다』 어릴 일요일 밤늦게 하던 테마게임 생각난다. 또는 내가 봤다고 하기엔 너무 오래전이지만 환상 특급 떠오르기도 한다. 그때 즐겨보던 드라마처럼 짧지만 기이하고, 묘하고, 신기하고 재밌는 23가지의 단편들이 담겨있는 책이다.

처음 이야기인일주일 만에 사랑할 없다 읽었을 때는 독특한 사랑 이야기로 이루어진 책인 알고 두려웠다. 하지만 23가지가 모두 각각 다른 장르와 전혀 다른 스토리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매우 짧아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읽다가 재미없으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도 된다. (하지만 넘긴 이야기가 없다는 함정)

작가의 상상력은 내가 털끝만큼도 따라갈 없을 같아서 괜히 의기소침하다가도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려낼 있는 작가와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23개의 이야기들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가지 써보자면,

' 명의 소원

기억을 잃은 4명이, 기억을 잃기 전에 각각 빌었던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4개의 앞에 있다. 로또 1, 말기 완치, 원하는 여자와의 결혼, 살인 경력 없애기. 이렇게 4가지의 소원을 빌었던 4명은 자신이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방에 들어가야 한다. 말기 환자였던 사람이 로또 1등의 소원을 이루어져봐야 죽게 된다. 소원으로만 보면 말기 환자는 무조건 자신의 소원을 찾아야 하고 다른 소원들은 당장 목숨이 걸린 일이 아니라 크게 손해는 같지 않다. 4가지의 조합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가 흥미진진하다.

‘4 전으로

대기업 회장 두석규는 60 나이로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족은 없고 주변엔 아첨꾼들뿐이다. 그런데 60 생일에 4 후의 64세의 그가 찾아온다. 잠시 4 전으로 보내주는 고양이 조각상을 들고 그를 찾아온 4 후의 두석규는 60세의 두석규에게도 4 전으로 돌아가 자신이 살아오면서 후회한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한다. 그렇게 60세의 두석규는 54세의 두석규에게 찾아가고 4 전의 두석규들은 40대의 두석규에게 까지 그들의 생각을 전달한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가 만렙인 60대와 앞만 보며 달리는 40대의 그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처음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며 4 전으로 돌아간 64세의 두석규와 40대의 두석규가 하는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행성 인테리어

어느 지구에는 외계인들이 찾아온다. 행성 인테리어 회사 관계자들이었던 외계인들은 지구의 인테리어가 너무 촌스럽다며 자신들에게 인테리어를 맡겨 달라 한다. 모든 것은 공짜라고 한다. 실제 인테리어는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우주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라고 무료로 해준다고 하는 외계인들의 속내가 궁금하지만 지구인들에게 손해 것은 딱히 없어 보인다. 과연 외계인들의 꿍꿍이는 무엇일까.

3개만 짧게 소개했지만 3가지만 봐도 장르가 다르다. 외의 나머지 이야기들도 다른 장르와 스토리들이 있다. 여러 가지가 담겨 있는 만큼 사회와 우리 자신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다양하지만 진짜 어이없는 이야기로 끝이 나기도 하는데 모든 이야기가 매력이 달라서 하나라도 놓치면 아쉽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색다른 무언가를 찾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나는 읽자마자 바로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있다면 작가의 다른 책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제목만 보고 나처럼 로맨스 소설로 착각하지 말고, 읽어보길 권장한다. 책을 어떤 장르라 잡아 정할 없지만 말해야 한다면 김동식 장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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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 수업
사쿠라 츠요시 지음, 김영택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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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 수업 - 사쿠라 츠요시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한 순간도 생각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동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멍 때리는 순간에도 머릿속 어느 부분에선 생각의 톱니바퀴가 계속 굴러가고 있다. 잠들고 난 후에도 꿈속에서마저 나를 괴롭히는 생각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꼭 필요한 것이다. 하루를 보내고 난 뒤, 내가 해온 것들에 대한 성찰, 반성, 후회 그리고 다시 제대로 해보겠다는 다짐. 이 모든 것들이 생각을 통해 반복되고 좀 더 나은 나로 자라날 수 있게 해준다.

 

철학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면서, 선택해서 고른 책들을 읽다 보면 내가 난독증인지, 수준 미달이라 그런 건지.. 생각보다 어려운 책들이 많았다. 유명하다는 철학 책들도 수면제가 되어 잠을 쏟아지게 만들기 때문에 점점 철학책들과는 멀어졌고, 책보다는 유튜브 등의 철학관련 영상을 더 보게 되었다. 그러다 『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 수업』을 만나게 되었는데 내가 왜 철학 책을 읽으면 난독증으로 변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선생 : 대담한 게 아니라 분개하는 게다! ‘철학을 배우고 싶어서서점의 철학 코너로 간 젊은이가 그런 해설서 때문에 나는 역시 무리야라고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 몇 번이나 있었겠느냐! 적어도 앞으로는 철학을 배우려는 사람에게 어려운 말이야말로 뛰어난 표현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가지게 하고 싶지 않구나. 읽는 사람을 무시한 채 자기 만족을 위해서만 쓴 책과 같은 어리석은 생각을 말이다.

73P

 

『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 수업』은 자살 명소로 유명한 곳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철학 수업을 담고 있는 책이다. 자살 명소에서 사진을 찍으러 간 SNS 관종 히로와 고대 그리스인이었지만 좀비가 된 대략 3000철학 좀비 선생이 우연히 만나 사제간이 되어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전에 읽었던 어려운 말이야말로 뛰어난 표현이라 생각하며 자기 만족을 위해 쓴 괴상한 철학서들과는 다르게 우리의 젊은이들을 대변하는(히로는 극 관종) 주인공 '히로와 좀비 선생의 대화를 보며, 쉽고 재밌지만 제대로 공감되는 철학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주인공 히로는 SNS의 좋아요가 아니면 인생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관종이지만, 알바를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22살 청년이다. 좀비 선생과 투닥거리면서도 철학 수업 중에는 진지하게 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펴면서도 조금씩 좀비 선생의 가르침을 받고 생각의 깊이가 점점 깊어진다. 딱딱한 철학 수업이 될 수 있지만 관종과 철학 좀비라는 인물을 넣고 그에 맞는 재미있는 말솜씨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어렵지 않고 재밌다. 히로와 좀비 선생의 말 싸움은 시트콤같지만 뼈를 때리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결코 가볍지 않다.

 


"싫어요! 좀비가 남긴 밥을 누가 먹고 싶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맛있는 된장 돈가스 정식을 먹을 수 없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넌 참 아무렇지도 않게 좀비 가슴에 못을 박는구나. 그럼 내가 이상하다는 게냐?”

굳이 말씀드리자면 그렇죠. 된장 돈가스는 세계 최고의 요리니까요.  (중략) 가장 맛있는 음식일 게 분명합니다.”

네 말을 듣고 보니 나도 된장 사람이라면 어떻게 먹어볼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구나.”

그런 무시무시한 말씀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 마세요. 선생님 빼고는 누구라도 된장 돈가스가 맛있다고 할 거에요! (중략)”

너는 변함없이 멍청하구나.”

왜요!”

어차피 나는 사람이 아니잖니. 이쯤에서 오늘의 수업을 시작하자꾸나.”

(82p)

 

위와 같은 만담 같은 대화가 이어지면서도 철학에 대한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읽다 보면 작가가 왜 좀비를 선생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런 재미난 만담스타일의 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일까? 그 답은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좀비는 인간이었지만 지금은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갖고 있는 생각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 인간이 아닌 종족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인간을 바라볼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물론 일반 좀비가 아니라 철학 좀비의 경우에만 해당한다.)

 

 

 

선생 :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겉모습과 마음 모두가 중요하지. 하지만 그만큼 상대를 좋아하는 인간의 마음도 중요하다는 게다.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쓰레기를 보물로 여길 수도 있고 보물을 쓰레기로 생각할 수도 있단다. 그것이 인간의 마음인 게다.

(149p)

 

연예인 사인이 그려진 종이 한 장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인일 땐 보물로 변했다가, 좀비 선생의 사인일 땐 종이 쪼가리로 취급해버리는 히로에게, 좀비 선생은 이야기한다. 인간이 타인을 평가할 땐 겉모습을 보며 판단하지만 지내다보면 마음을 통해 평가하기도 한다. 좋아했던 여자의 영혼이 배불뚝이 아저씨의 몸에 들어간다면, 겉모습이 아닌 영혼만으로도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을 평가할 땐 그 척도가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를 항상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절대 쉽게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좀비 선생이 히로의 눈높이에 맞는 철학 수업을 하면 나 역시 그 수업을 함께 하게 된다. 말대꾸 대장인 히로 덕에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에 대한 것도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되는데, 3000살을 먹은 만큼 좀비 선생은 차분하게 하나 하나 잘 가르쳐 준다.

 

 철학이 나에게 어떤 학문이다라고 딱 정의하기는 어렵다. 철학을 잘 모르긴 하지만 나름 살아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자부 했는데 정작 나 스스로에 대한 생각은 해보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나에 대한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을 판단하거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한 불신과 회피 등으로 내 생각의 에너지를 사용한 것 같아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남을 평가하기 전에 내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한다면 나의 생각 에너지는 결코 다른 사람들에게 향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바로 어제도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한 말 한마디로 상처받고 몇시간동안 끙끙 거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흘러가는 일 중 하나이고 나중에는 기억도 안날 일 때문에 몇 시간을 낭비해버린 그 사실이 더 화가 난다. 바로 이럴 때 명상이 필요하다. 내가 어디에 집중하고 힘을 쏟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려면 짧더라도 명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 것 좀 더 어릴 때 알았더라면 내 인생이 조금은 지금보다 좀 더 차분해졌을까 궁금해지기도 하다.

 

 SNS에서 좋아요를 받아야 살아가는 의미가 생긴다는 히로의 그 의미, 점점 달라지는 과정에서 나 역시 배우게 되고, 매일 같은 일상이지만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약간 괴짜 느낌의 작가가 쓴 엉뚱한 철학서이지만 나 역시 히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간이라는걸 느끼고 배우다 보면 생각의 나이가 더 자란 것을 느낄 수 있다.

 

 특정인의 경험을 써 내려간 많은 책들이 베스트 셀러를 거쳐 결국 중고 서점에서도 안 팔리는 이유는, 그것이 그 사람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를 변화 시키기 위해선 나를 잘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나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다른 사람에 나에게 했던 충고들도 한번씩 곱씹어보며 나를 냉정하게 판단해보자. 낄낄거리며 관종 히로를 비웃지만 결국 내 모습이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쓰고 남과 비교하는 어리석은 내 모습.

변화를 원하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싶어서 철학서를 찾고 있다면 가볍게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렵게 시작하기보단 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철학책을 만나게 되어 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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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집 살인사건 변호사 고진 시리즈 1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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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는 작품 보다 작가에 더 큰 흥미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작가 도진기는 서울 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이기 때문인데, 전 판사가 쓰는 추리 소설은 어떤 재미난 이야기일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판사와 변호사로써 그가 던지는 사회에 대한 메시지도 궁금했었다.

그렇게 첫 이야기인 『붉은 집 살인사건』 읽기 시작했다.


사무실도 없이 뒷길에서 의뢰를 받는 변호사 고진은 특이한 행보만큼 어둠의 변호사라는 재미있는 별명을 갖고 있다. 어느 날 남광자라는 한 중년 부인의 의뢰를 받아 우면산 인근에 위치한 붉은 벽돌 집으로 향한다. 그녀는, 그녀의 오빠이면서 서울대 교수인 남광필과 남광필의 딸이자 그녀의 조카인 남진희와 함께 지내고 있다. 특이한 것은 그들 가족은 2층에 살고 있으며, 1층에는 그들과 이부 형제인 서태황 일가가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광자는 남광필의 유언을 몰래 엿듣다가 1순위는 남진희, 2순위는 까지만 듣고, 자신에게는 한 푼도 돌아오지 않을 것을 걱정하여 고진에게 의뢰를 하였다. 하지만 고진은 유언에 대한 의뢰보다 남광필, 서태황 일가가 살고 있는 붉은 집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더 관심이 갔으며,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을 예감하여 남광자의 의뢰를 받아들인다.


 추리 소설은 호러나 미스터리와는 달리 사건에 대한 해결로 끝나야 하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린다거나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결말로 끝이 나지 않는다. 이야기가 재밌더라도 필력이 떨어지면 내용이 지루하거나 미흡한 사건 해결이 되어버리면 그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게 되거나 재미 없는 추리 소설이 되어버린다. 재미있고 잘 써진 추리소설은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에 추리 소설을 고를 땐 이미 보증 된 작가의 책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붉은 집 살인사건』을 읽기 전에 우려 했던 것은 전 판사이고 변호사이기 때문에 논리적인 오류에 대한 걱정보단 이야기의 재미에 대한 걱정이 컸다. 추리 소설은 어쩔 수 없이 사건이 일어나야 하고 죽어야 할 사람들이 죽어야만 증거가 더 나오고 해결 되는 사건들이 보통이기 때문에 기본적은 흐름은 비슷하다. 결국 김전일 스타일의 추리가 보통인지라 이야기가 그저 그렇다면, 그 소설 도 그저 그런 추리 소설이 되어버린다.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재미있는 이야기였고, 추리소설 다운 주인공의 추리였다. 대신 속도감이 떨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여러 사건이 일어나야만 증거가 수집되고, 주인공의 추리가 확인 되는 과정이 생각보다 길고 지루해서 읽으면서도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중반부를 지나면서 주인공의 추리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타기 시작하는데 추리 자체를 급박하게 밀고 나가다가도 답은 질질 끄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 답답했다. 본인만 알고 있고 남한테는 안 알려주는 탐정들의 못된 버릇이 어쩔 수 없이 여기서도 나온다. 추리를 보면서도 고구마 백개를 먹는 기분이었다.

단점도 있지만 장점은 역시 논리에 대한 확실한 추리였다. 읽는 내내 요즘 같은 시대에 가능한 트릭일까 싶다가도 생각보다 간단히 풀리는 이야기들이 헉 소리를 내기도 했다. 사이코 패스 살인마 이야기가 흔한 요즘 장르물에서 어쩌면 더 실감나고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실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경찰들이 말했듯 소설보다 실제 이야기가 더 무섭다고 하니까.

 이 시대에 벌어진 일을 고전 추리 형식으로 쓴 것 같아서 약간 올드한 느낌의 소설이었지만 많이 걱정했던 것보단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대신 다음에 읽게 될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는 좀 더 속도감 있고 고전 추리 느낌에서 살짝 벗어난 이야기이기를 바래본다.

장르소설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 게 셜록 홈즈를 읽으면서 였는데, 오랜만에 읽은 추리소설이라 그런지 처음 셜록 홈즈를 읽었을 때의 그 기분이 살짝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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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잘라드립니다 - 하버드 교수가 사랑한 이발사의 행복학개론
탈 벤 샤하르 지음, 서유라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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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행복하게해주는것은뭘까라는질문은누구나가끔씩스스로에게할것이다바쁜일상을보내다가어느순간찾아오는공허함그때마다생각하게되는행복의의미정형화되지않아서정의하기더어려운것이바로행복이다.

젊은시기에열심히일하고돈을모아가족을부양하고아이를키우다모두독립시킨후에야즐기는노후의편안함이행복이라하는이도있을것이다보통이전세대에서많이나오는대답이아닐까열심히일하면서도행복을찾을수있고아주작은것에서도느낄수있는데어릴때배운행복은열심히공부하고일해서돈벌수있는좋은직장을잡아야한다는소리를참많이들었던것같다사는데돈은당연히중요하고많으면좋지만내모든걱정을해결해주고내게더할수없는행복을주지는않는데왜어른들은나에게그런말을했을까.

대체행복은어디서찾아야하고걱정은어떻게해결해야하는것일까.『걱정을잘라드립니다』 그에대한해답을찾는데힌트를얻을수있을지도모른다.

 하버드 교수인 저자 샤하르에게는 단골 이발소가 있다 이발소는 단순히 머리만 만져 주는 곳이 아니다이발소 주인 아비는 손님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여러 문제나 걱정거리들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있게 도와준다의도하지 않았던 그와의 대화에서 저자는 행복에 가까이 가는 힌트를 찾기도 하고 걱정에 대한 해답을 얻어 가기도 한다.

아비의 말과 행동은 절대 계획적이거나 꾸며진 것이 아니다그의 자연스러운 말과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는 편안함을 주지만 역시 가끔 그의 고민을 남과 공유하면서 역시 같은 인간이구나우리는 비슷한 삶을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단지 사람들 저마다 느끼고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뿐이다저자와 아비의 대화를 통해 내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들도 다시 정리되는 것을 느낄 있다.

아비는 방향을 정하기 어려울 때도 마디씩 해준다절대적인 정답은 없다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고 아비는 도와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머리가 했던 문장이 있어서 소개한다나역시 자리에 서있으면서 변화를 바라는 사람이었던 같다아비 고마워요. :)

인생은 변한다

인생이 변하면 규칙도 변한다.

규칙이 바뀌면 새로운 규칙서를 써야 한다.

오늘의 생각 : 혹시 인생이 변하고 있는데 당신만 멈춰 있는 것은 아닐까?

인생의 규칙은 다른 무엇도 아닌 현실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그러나 우리는 종종 사실을 잊은 미리 정해진 규칙에 현실을 맞추려고 한다.

- 173p

사실 권으로 무거운 마음이 쉽게 가벼워지진 않지만 약간의 힌트를 얻고 싶을 책을 열게 되면 템포 쉬어가는 마음으로 살짝 미소 지을 있다혼자 있고 싶지만 그러면서도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다그럴 속의 아비를 만나러 가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다 이야기가 2~3페이지로 짧아서 하나의 이야기만 읽고 닫아도 부담 없는 책이다제목처럼 걱정을 싹둑 잘라주진 않지만 따뜻한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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