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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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천국 주식회사”라는 제목만 들어서는 바로 감이 안 잡히게 되어있습니다. 뭐 기독교서적인가 싶죠. 기독교든 불교든 이슬람교든 종교가 개입하면 무조건 질색인데 말입니다. 따분 또 따분. 그런데 일단 작가의 경력이 화려해서 눈길을 끄네요.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30인]에 두 차례나 올랐다고 하니 이 작가 뭔가 대단해보입니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큰 기대 없이 읽어나갔는데 오 마이 갓! 진지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로 무장되어 있어요. 제목 그대로 죽어서 착한 사람들만 간다는 그 천국이 주식회사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장님은 하느님, 직원은 천사들이라는 기발한 발상으로 시작하고 있는 겁니다.

 

 

때마침 “미생” 열풍이 불어서 그런지 <“미생”을 능가... 해야 할 이유 같은 건 없는 오피스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로 소개되어 있는 저 문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생”을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상당부분 의식하게 되요. 이 “천국 주식회사”의 임직원 구성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으며 거기도 계약직, 정규직이 있으며 일중독에 호시탐탐 출세를 노리는 야망천사들이 있습니다. 주식회사니까 “원 인터내셔널”의 철강팀, 영업1팀, 2팀 하는 식으로 여기도 과업별 조직과 부서로 당연 구성되어 있구요.

 

 

문제는 사장님이신 하느님입니다. 인간세계의 관리라는 본연의 업무는 안중에 없고 인간들의 대중문화와 스포츠에 빠져서 무사태평, 방만 경영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주인공인 천사 “크레이그”와 “일라이자”는 천국 주식회사의 기적부 산하 종합 웰빙과 직원들로 인간들을 위해 작은 기적들을 생산해 소원성취도 해주면서 잡다한 문제들을 해결해주느라 늘 고군분투하는데요, 여자천사 “일라이자”가 기도 수취부에서 기적부로 발령 온 뒤로 하느님이 끝도 없이 쌓여만 가는 인간들의 기도문을 외면한 채 놀고먹자 홧김에 하느님에게 똑바로 일하라고 쏘아붙이죠. 그녀의 쓴 소리에 과연 날라리 하느님이 정신 차렸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눈을 뜨게 해줘서 고맙다 해놓고서는 사업을 접고 은퇴해서 레스토랑을 차릴 결심을 해요

 

 

이제 지구는 골치 아프기만 하니까 멸망시키기로 합니다. 지구 종말 선포 30일 전, “크레이그”와 “일라이자”는 이를 결사반대하면서 하느님과 지구 종말을 막기 위한 조건부 내기를 걸어요. 그것은 서로 짝사랑하지만 고백을 못해서 서로를 엮게 해달라는 소원만을 빌고 있던 어느 소심한 남녀의 데이트를 성사시킨다는 내기였습니다. 앞서 천국 주식회사의 일상도 무척 잼나지만 여기서부터 본격 로맨스 코미디로 넘어가면서 더욱 흥미진진, 유쾌하게 펼쳐집니다.

 

 

사실상 인간의 심리를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은 천사들에게 없습니다. “빈스”와 “로라”라는 인간 세계의 두 남녀는 상대가 먼저 데이트 신청 해주기만을 바라는 마음만 가지고 있을 뿐이라 더 이상 어떤 노력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떡하든지 서로 만날 기회를 인위적으로 조성해주면 결과가 나오리라 봤기 때문에 천사들은 눈물겨운 조작에 들어갑니다. 어떤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성해줘도 인간들의 심리는 언제나 예측에서 벗어나는 걸 보면 사랑이란 감정은 당사자들의 자유의지가 아니면 그 어떤 기적도 필요 없다는 거죠.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빈스”와 “로라”는 데이트를 하지 않으니 속은 타들어가지만 결말은 결국 예상 했던대로 흘러갑니다.

 

 

그걸 알면서도 알콩 달콩 러브라인 구축을 시도하는 갖가지 방법들이 무척 유머러스합니다. 그렇게 낄낄대며 웃다보니 어떤 기시감 같은 걸 문득 느끼게 되네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갈 때 뭔가 신나고 행복한 일이 생겼으면 좋겠단 생각을 내내 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어느 날 부터 일정한 타이밍으로 대단치는 않지만 그런 일들이 실제 일어나면서 그때그때 즐거워할 때 마다 이거 혹시 내 마음을 신이 읽고 불쌍히 여겨 들어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매일 보았지만 아무런 인연이 없던 어느 누구랑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자꾸 엮이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친해지게 되는 결과까지 낳으니까 더 그런 의구심이 들었지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하는 감정이 들기까지의 과정은 추억으로 선물 받은 것은 아닐까 라구요. 책이랑 너무 유사한 상황전개였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이 책은 가볍게 즐기며 읽다가도 특정한 기억과 감정선을 톡하고 건드리기 때문에 웃음 뒤에 감춰진 뭉클한 감동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난 순간 그냥 한없이 행복했나 봅니다. 무지 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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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브로큰 2 - 모든 기적은 삶에 있다
로라 힐렌브랜드 지음, 신승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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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이 몇 시간 남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이 아쉬워 마지막 책 리뷰를 남겨보려 합니다.

이로서 129권 째인데 한권차이로 130권을 못 채우고 마무리합니다. 이번 책은 “로라 힐렌브랜드”의 <언브로큰>이라는 책인데 2015년 1월중 “안젤리나 졸리”의 첫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으로 국내개봉 예정으로 있고 이미 미국에서는 개봉에 들어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순항 중이라고 합니다. 처음 영화 정보를 접했을 때보다 원작을 먼저 읽고 나니 영화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지는 걸 확연히 느낄 수가 있겠더라구요.

 

 

여기 이탈리아의 가난한 미국 이민자 아들이 있습니다. 소년 “루이스 잠페리니”는 처음엔 병약해서 달리기를 하면 꼴지에서 맴돌 정도였으나 점차 소질에 눈을 뜨게 되면서 본격적인 육상훈련을 받게 됩니다. 이후 “루이스 잠페리니”는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미국 고교 장거리 신기록을 연이어 수립할 정도까지 성장하는데 동네에서 소문난 말썽꾸러기였던 그에게 육상은 젊은 혈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산시킬 분출구가 된 셈이지요.

 

 

19살이라는 최연소 나이로 미국 육상의 올림픽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하였으며 비록 메달은 못 땄지만 경기 중 놀라운 투혼을 발휘해 독일 총통 “히틀러”로부터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첫 출전 올림픽이 경험부족으로 메달획득에 실패했다지만 그는 여전히 유망한 금메달 후보였습니다. 탄탄대로일 것만 같은 그의 길을 가로막은 것은 다름 아닌 태평양 전쟁의 발발이었습니다. 육군 항공대의 항공병으로 전투에 참전했다가 폭격기가 엔진 고장을 일으켜 태평양에 추락하게 되는데 무려 47일 동안이나 망망대해를 표류합니다. 여기서부터 실존인물 “루이스 잠페리니”의 처절한 생존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한 개인의 평범할 수도 있었던 일대기가 확 돌변하더군요.

 

 

47일 동안의 표류기도 막막하지만 일본군에게 잡혀 3년, 정확히 850일 동안 포로수용소에서 지냈던 그 기간이 진짜 시련이었습니다. 군국주의의 망상에 빠진 일본군은 제네바 협약 따위는 사실상 무시한 채, 연합군 포로들에게 매일매일 고문과 체벌, 중노동을 통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짓밟는 만행을 저질렀죠. 존엄성은 인간성이 말살되면 희망이 우선 사라지고 정체성도 뒤이어 잃어버리게 된 후 모멸감 속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굴복하게 되는데요. 일본군이 노린 것이 바로 복종이라는 최종 단계였습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잔인한 행위도 용납되고 묵인되는 전쟁범죄라는 시스템이죠.

 

 

더 이상 극한의 상황일 수 없는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루이스 잠페리니”는 뼈만 앙상하게 남았지만 고통을 굳은 결의로 버텨냅니다. 그만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저항합니다. 돌아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폭력의 굴레였지만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오로지 살겠다는 희망을 살아남을 수 있었죠.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위대한 존재는 바로 인간 그 자체라는 진실을 각인시켜주기 위해 이 책에서 “루이스 잠페리니”의 여정은 실로 기적이자 경외감입니다. 제목처럼 ‘ 깨어지지 않는’ 불굴의 자아야말로 이 책을 베스트셀러 장기집권과 영화 박스오피스 석권이라는 결과로 대중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로 만난다면 “루이스 잠페리니”를 짐승같이 학대했던 일본군인 “와타나베”의 악마 같은 연기도 상당히 주목해야 할 것 같네요. 상당히 감동적인 대서사였던 탓에 영화가 개봉하면 챙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이리도 절실하게 와 닿은 적 없어서 떠났다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귀환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이 책으로, 또 영화로 진하게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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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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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간으로 출간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정판이었던 것이 바로 이 책, “슈카와 미나토”의<꽃밥>이었습니다. 과연 심사평대로 사람의 미묘한 속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 솜씨가 대단했을지 한번쯤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예전에 그의 다른 작품 <오늘은 서비스데이>에서 그런 징후를 발견했던 것도 이유일 듯해요. 때마침 책에 실린 6편의 단편은 아이의 눈으로 바라 본 세상이었고 그 속에 삶과 죽음, 그리고 애틋하고 쓸쓸한 어떤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들어 있었어요.

 

 

첫 번째 단편 “꽃밥”에서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 어느 날부터 전생을 기억하는 여동생과 처음엔 그 사실을 믿지 않다가 여동생이 전생에 살았다는 동네를 함께 찾아 가는 오빠 이야기가 그려져요. 전생이라는 단어가 어딘지 모르게 오싹한 기분이 들게 한다 싶었는데 제목인 “꽃밥”이라는 단어와 만나 뭉클함을 전하죠. 마치 안개 속에 숨은 동화 속 마을을 찾아가는 풍경 속에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만남이 조용하면서도 환상적이네요. 보고 싶다는 그 간절함이 이토록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두 번째 단편 “도까비의 밤”은 차별받는 재일 한국인으로 태어나 미처 꽃피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병으로 죽은 정호라는 아이가 “도까비”가 되어 나타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역시 슬펐어요. 같은 한국인으로서 민족적 설움도 한 몫 하거니와 아직은 순수하고 허물없어야 할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어른들의 편 가르기가 개입하여 따돌림을 감수해야만 했던 당시의 현실이 무척이나 안타까웠습니다.

 

 

영악하지도 못해 부당함을 겪어도 눈치만 봐야했던 그 어린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래서 죽어 ‘유령’이 아니라 ‘도까비’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원혼이 아니라 차마 떠나지 못한 미련, 그걸 풀어주고자 하는 동심... 어른들은 마냥 무섭다며 배척하려 들지만 무서운 건 그 매몰찬 이기심입니다. 그러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작은 배려하나 베풀기가 그리도 어려운 일인지 결말에서 눈물이 날 정도였네요.

 

 

그 밖에 설탕을 먹고 자라는 미지의 요정 생물과 소녀의 동거라든지, 세속에 남은 욕망에 대한 미련 때문에 화장터로의 운구를 거부하며 말썽을 부리는 영혼 이야기,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말을 구사하는 무당의 기이한 생과 사 등도 읽는 동안 희노애락과 생로병사를 담담하게 때론 코미디로 난장판처럼 보여주기도 하는 단편들입니다.

 

 

그것들을 말하는 아이들은 옹졸한 어른들 때문에 부당한 차별, 불합리한 처사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때는 다들 먹고 살기 어려울 때라 남들 돕고 이해할 여유와 아량이 없었던, 지극히 당연한 시절이었다고 합리화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이라고 모든 사정이 일시에 해소되었을까요? 문제점들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여전히요.

 

 

다만 이야기의 관점이 감성적이면서도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놓지 않은 점은 다행입니다. 이 신기하고 묘한 색깔들은 농밀하면서도 아련해서 비밀은 추억이 되고 다시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무서운 듯, 신비한 듯,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아픔을 향수라는 이름으로 되살려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 되돌아보는 관점이 들어갔더라면 더 애잔함이 컸을 텐데 라는 느낌도 같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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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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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국 현대문학의 보배로 일컬어진다는 그녀, 샤오홍의 일대기를 그린 <황금시대>는 책으로도 나왔고 탕웨이 주연의 영화로도 국내 개봉했음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솔직히 중국현대문학에 대한 지식이 전무 하다시피 하기에 샤오홍이 문단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가늠조차 어렵지만 현지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나 봅니다. 영화에 대한 입소문도 얼핏 나쁘지 않은 듯해서 관람할까 했는데 어찌된 셈인지 타이밍을 놓쳐버린 뒤로 이렇게 책으로 대신하게 되었어요.

 

 

샤오홍은요, 유년시절부터 척박하고 암울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습니다. 물질적인 것을 떠나 남아선호의 풍조 때문인지 부모님들로부터 사랑을 못 받고 냉담 속에서 외로이 컸지요. 오로지 할아버지만이 손녀를 끔찍이도 이뻐하셔서 항상 사랑을 주셨지만 돌아가신 뒤로 기대고 의지할 어깨가 사라졌습니다. 그런 뒤로 마음에 없는 결혼을 강제로 추진하려는 아버지를 벗어나 가출하면서부터 그녀는 죽을 때까지 사랑에 집착하게 됩니다. 애정결핍이 낳은 아픔이자 본능이 되어버린 것.

 

 

샤오홍은 31세의 한창 나이에 병으로 사망할 때까지 일생동안 네 남자와 사랑과 갈등, 이별을 반복하였습니다. 가출해서 만난 첫 남자는 바로 아버지가 결혼시키려했던 사람인데 양가집안의 반대에 따른 경제적 궁핍을 견디다 못해 헤어지게 되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정확한 사유는 안 나왔지만요. 그 후로 만난 두 번째 남자 샤오쥔과는 처음의 자유분방한 결혼생활을 유지 못하고 성격차이로 잦은 불화를 겪다 결국 또 다시 헤어졌습니다.

 

 

샤오쥔은 샤오홍을 문단에 데뷔시킨 안내자로서 그녀 사후에도 81세까지 살면서 중국 공산당 정권 하에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밖에도 두 남자를 더 거치게 되지만 결국 서로 성격이 맞질 않아 사랑의 생로병사를 거치는 동안 마지막까지 남자에게 의지하며 보살핌을 간절히 원했더군요.

 

 

연약하고 외로우며 고집 센 샤오홍의 성격은 좌절과 배신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진흙탕 싸움에 말려들어가도록 만들지만 그 인연을 쉽게 포기 못한 우유부단함이 있었던 것 같네요. 그 자신도 그 점을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약자의 입장에서, 특히 억압받는 여성을 대변하는 여권운동가로서의 면모를 이 책의 저자 추이칭은 틈나는 대로 강조하고 있지만 남녀관계에서 그렇게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는 샤오홍의 모습이 모순이라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여 전사 이미지가 더 부각되려면 한번 화끈하게 사랑해서 배신당한 뒤로는 두 번 다시 남자와 연인으로 만나는 일 없이 작가활동에 전념했을 법도 한데 연애비사만이 부각되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 책임은 저자에게 있다 봅니다. 기승전연애... 마치 한국드라마를 보는 것 같이 연애문제에만 지나친 지면 할애하는 것도 모자라 본인이 샤오홍이나 절친이 된 것 마냥 깊숙이 감정이입하여 샤오홍의 미숙함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녀를 편들고 상대남자들의 잘못된 점들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비난하기 일쑤입니다. 좀 더 샤오홍의 치열한 창작활동과 작품세계, 그리고 여권운동 같은 면에 포커스를 맞추었다면 이런 전개는 피해갈 수 있었을 터인데 무엇이 핵심이 되어야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뒤늦게 루쉰과의 교류나 작품에 대한 소개 등이 특별부록처럼 언급되고 있습니다만 확실히 집필방향이 잘못 되었습니다.

 

 

오히려 지루한 연애비사에 지쳐가다 사후에 그런 내용들에서 샤오홍의 천재성이랄까 작가역량이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진작 이러지.... 아쉽네요. 특히 그녀의 작품 중 <후란강 이야기>는 짧은 소개 글에서도 눈물이 핑 도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인상적으로 남습니다. 국내에서도 구해 읽을 수 있나 모르겠네요. 그렇게 읽고 나서 영화리뷰를 보니 영화는 그나마 샤오홍의 작가정신을 좀 더 잘 표현한 것처럼 보이던데 나중에 기회 되면 책에서의 아쉬움을 영상으로 재평가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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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1 - 팥알이와 콩알이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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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팥알(♀) : 사고뭉치 말괄량이지만 나름 요조한 새침데기

★ 콩알(♂) : 둥글둥글 순둥이이지만 식탐만큼은 일등 먹깨비

 

 

여기 고양이를 엄청 좋아하는 방년 30세의 직딩녀가 살고 있었답니다.

아마도 친구네 집인 것 같은데 놀러갔다가 아기 냥이 두 마리를 입양해 왔어요.

음, 얘네들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그래 결정했어,

소녀 냥이는 팥알이, 소년 냥이는 콩알이라고 즉석에서 지어줬대요. 그렇게 왈가닥 팥알양과 먹성 좋은 순둥이 콩알군, 이 냥이들이 새로운 가정에서 본격적으로 난리 블루스를 치기 시작하는데 말썽이 이만저만이 아니군요 ^^

 

 

그럼 이 집의 식구들도 소개해볼까요? ㅋㅋ 먼저 냥이들을 입양시킨 고양이 주인님은 앞서 간단히 신상소개를 했었는데요, 무엄하게도 팥알양과 콩알군은 주인님을 알아 모시지 못하고 졸졸 따라다니며 사료나 챙겨주는 이 아가씨를 집사로 임명해버려요. 그뿐인가요, 고양이 주인녀의 할아버지는 소시적에 꽃미남이었던 걸로 추측됩니다만 지금은 대머리에 늘 살색톤의 내복만 입고 있어 일명 내복씨로 통합니다. 물론 냥이들의 시각에서요. 처음 내복씨를 봤을 때 대머리 뚜껑이 열리면서 괴물이 튀어나와 파리지옥처럼 자신들을 잡아먹지 않을까 공포에 전전긍긍 한다네요. 내복씨는 외부사람을 만날 때는 머리에 신경 쓴다고 한번 씩 가발 쓰는데 말썽꾸러기 냥이들이 그냥 두고 볼 리 있겠어요! 마구 뒤집고 헤쳤더니 형태가 파마가 되었어요. 그냥 배 잡고 좌로 굴러 우로 굴러했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또 한사람, 전업주부인 엄마, 일명 마담 복슬네는요, 얘네들을 무지무지 싫어해서 딸 몰래 내다버릴 음모 꾸미기엔 여념 없어요. 팥알양과 콩알양에게는 최대의 숙적이라고 봐야겠죠. 그리고 집사에게는 오빠가 있어요. 35세 회사원인데 취미가 미소녀 애니 캐릭터와 히어로 캐릭터 모으는 거랍니다. 마지막으로 역시 회사원이자 가장인 아버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으로서의 존재감제로여서 공기 중에 녹아들어 기를 감추는 슬프고도 신비한 능력을 가졌다고 합니다.

 

 

팥알양과 콩알군은 우연히 참치 맛을 보고서는 그 맛에 홀라당 반해 틈만 나면 식구들 졸졸 따라다니며 참치 달라고 떼쓰는 떼쟁이들이기도 하구요, 발톱이 자란다고 문지방 기둥을 내내 바악박 갈아대서 마담 복슬네가 노발대발하며 쫓아오면 얘들은 잠시 몸을 숨겼다가 다시 슬그머니 나와 다시 바악박 갈아대요. 참다못한 복슬네가 대처하는 방법이 또한 웃음을 자아내지요 ^^

 

 

이렇게 팥알양과 콩알양의 활약은 오빠의 피규어도 훼손시켜 경악케 하는가 하면 내복씨의 등에 달라붙어 등산(?)을 하기도 해요. 어휴 이 말썽꾸러기들, 하면서 내치고 싶은 마음이 과연 들 것 같은가요? 아니예요, 사람 사는 집구석에 불청객처럼 합류한 이 꼬마 냥이들은 살면서웃음을 잃어버린 요즘 세태에 교훈과 감동을 주진 않지만 마구 마구 즐겁게 해준답니다. 연필 드로잉으로 담백하게, 배경도 심플하게 묘사된 이 만화는 화려함을 거부하고 사랑 가득하면서 유쾌한 동거 생활을 절묘하게 풀어냈어요. 냥이의 시각에서 그려지는 세상만사,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있을까요? 냥이에 큰 관심 없는 분들도 아빠 미소, 엄마 미소 입에 물고 보실 수 있어요. 그래서 후속편이 있다면 비채에서 꼬옥 내어주었으면 좋겠어요. 행복을 전하는 팥알양과 콩알군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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