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
앤 브래셰어스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대니얼은 천 년이 넘도록 살았다.

수도 없이 죽어보았고 새로운 생을 거듭할 때마다

기억이란 녀석은 흐릿해야 당연할 텐데,

어찌된 영문이지 전생에 대한 기억이 빨리 돌아온다.

아무런 목적 없이 살고 죽었다면

더 이상 윤회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니얼은 사랑하는 소피아를 찾아 시공간이라는 울타리를 넘는다.

대니얼의 첫 번째 생은 고대 북아프리카에서였다.

비잔티움의 자랑스러운 신민으로 태어나 전쟁에 참가했다가

실수로 한 마을에서 어느 소녀를 죽이고 만다.

 

소피아라는 소녀에게 죄책감과 동시에 사랑에 빠진 대니얼은

환생할 때마다 그녀를 찾아 용서를 구하고 싶어 한다.

그만큼 첫 번째 생은 그에게 고통이 되었고 환생만으로 괴로움이

잊혀 지지 않기에 이제 행실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생부터 대니얼의 영혼은 전생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환생하게 된다.

그런데 다음 생에서 그녀와 재회하는데 형 조아킴의 아내가 된 것을

알고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형수가 된 그녀는 형의 악행으로부터

힘들어하고 있었고 보다 못한 대니얼은 소피아를 데리고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다 형의 손에 죽는다.  

이후의 생에서도 소피아를 다양한 신분과 국가에서

만나게 되는데 여전히 전생의 기억이 없는 그녀는

대니얼을 알아볼 리 없는데다 소피아를 잊지 못해

애타는 마음을 호소할 길 없어

죽음과 출생을 반복, 재회와 이별의 아픔은 커져만 간다.

  

무수한 윤회 속에서 대니얼과 소피아에게 사랑의 결실을

맺을 절호의 찬스가 도래하는데

그 때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대니얼이 야전병원에

입원했다가 간호사로 일하는 소피아를 만난 것이다.

대니얼은 전생에 그와 그녀가 맺어진 인연을 얘기한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던 그녀도 점차 마음을 열고

대니얼을 받아들인다. 이제 사랑이 완성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끝내 부상 때문에 다시 죽고 마는 대니얼,  

그런 대니얼의 환생을 기다리는 소피아의 모습은

눈물 없이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운 탄식이 든다.

 

이번에는 확신했는데 운명의 여신은 두 사람의

인연을 맺어주는 것에 끝내 거부하고 말았다.

전생에 형이었던 조아킴은 이제 학습능력이 생겨

거듭되는 윤회 속에서 전생을 기억하고

대니얼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동시에 소피아를 다시 차지하려는

마수를 뻗쳐온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해쳐 육신을 차지할 수 있는 무서운 능력 앞에

세 사람이 지금 다시 만나려한다.

대니얼과 조아킴, 두 남자 중 누가 먼저 소피아의 사랑을

얻을 것인가?

 

이제 달콤쌉싸름한 로맨스가 서스펜스 가득한 스릴러를 만나면

이런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흐흠 시대를 초월한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없나보다.

가슴 저릿한 설렘은 사랑을 잊지 못해 환생하고

그 사랑을 기다리는 이의 마음, 그마저 빼앗으려는 질투심까지

사랑이라는 명제 하에 펼쳐지는 이 판타지의 세계는

독자들을 사정없이 빨아들이고 감정이입 시키면서 헤어날 수 없도록 한다.

뭉클하고 눈물이 쏟아질수록 천년의 윤회, 천년의 사랑은 지고지순하다.  

전생의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파편처럼 남아있어도

영혼만큼은 변하지 않고 겉모습만 조금씩 바뀌어간다.

 

그만큼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이라는

등불에 불 밝혀 잠 못 드는 여름밤을 뜨겁게 달구는 작업이니까,

열린 결말처럼 현실에서 꿈꾸지 못한 사랑을 이렇게나마

갈구해본다  

그래서 소피아는 언제나 대니얼의 원죄였고 그녀로 인해 삶을 얻고

자아성찰을 하게 만드는 존재임을 잊지 않고 있었다는

그 루프가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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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킬링필드 - “나”와 “우리”와 “세계”를 관통하는 불평등의 모든 것
예란 테르보른 지음, 이경남 옮김 / 문예춘추사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TV뉴스에서 낙수효과가 실제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면서

불평등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보도를 시청한 적 있다.

끝까지 보지 않았어도 이 책 <불평등의 킬링필드>를 읽는 동안

그것이 기억났었다.낙수효과란 부유층의 투자와 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까지

영향을 미쳐서 궁극적으로 국가전체의 경기부양효과로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데, 이와 같은 선 성장, 후 분배 정책이 성장이라는

과실이 오히려 부유층에 더 집중되는 심화현상으로

이어져 사실상 저소득층은 혜택을 못 받는다고 했다

.

그래서 대기업과 부유층의 배만 불리는 낙수효과대신

분수효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들린다.

멋진 표현이지만 저자 예란 테보르른의 주장대로

선거는 항상 부유층의 표심에 더 민감해서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 재분배에는 관심이 없다고 볼 수 있다

.

돈 많은 계층의 눈치를 잘 봐야 정치생명이 연장되는

현실이다. 그래서 한번 당선자가 재선에도 유리할 수밖에 없고

돈 많은 부모 잘 만나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아 신체 건강, 두뇌 건강하니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선점하고 있는 셈이다.이것은 유전이 된다.

대물림되는 부와 대물림되는 가난.

과연 루저들은 불리한 환경을 딛고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또 다른 연구결과에 의하면 노력보다 재능이 우선한다는 발표도

최근 있었다.

공부머리가 부유층과 빈곤층이란 경제적 계급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만다는 주장에 쉽게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마음 한구석에 찬바람이 쓸고 지나가는 듯하다.

인정하거나 불인정하거나

.....

<불평등의 킬링필드>에서 특히 인상적인 예시는

자존감에 관한 고찰이었다.

아카데미상 또는 노벨상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한다.

수상자의 평균수명이 더 길었다는 표본.

다른 표본으로 부유층과 빈곤층의 평균수명을 비교하고

있는데 잔인한 결과지만 어쩔 수 없이 감수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했다

.

이 책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불평등의 사례를

조목조목 들면서 포스트 마르크스주의가 왜 필요한지

납득시키려 하고 있다.

그 논리를 위해서 불평등에 익숙해진 대중들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촉발시키고 있으며

불평등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 이해를 도모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당장에는 절망할 수밖에 없지만

불평등의 심화를 늦추어 평등으로 나아가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실천단계들.

완전히 없애지 못하겠다면 최소화만이라도

꿈꾸어 보자는 그 외침 앞에서

불평등 조성에 조금이라도 일조한 것은 아닌지

책임감이란 녀석 때문에 뜨끔하다.정말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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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밟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부부의 연이라는 것은 천년의 그리움이 쌓여 백년해로 한다는

얘기가 있다.그 소중한 인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로의 눈높이에 맞춰

배려하고 격려하며, 차이를 인정하는데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설레고 행복했던 순간들은 분명 사랑이라는 끈으로 이어져 있었겠지만.

아메리칸 인디언 혼혈인 엄마와 독일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유명 여성작가가

자신의 결혼생활이 실패했던 쓰라림을 고스란히 담아낸 자전적 소설을

내놓았다는 건 결코 담담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 같다.

 

누군가의 가정은 외부에서 봤을 때 결코 그 속사정을 알길 없다.

나 보다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을 것만 같고

아이들은 무탈하게 무럭무럭 자라서 키우는 재미에

하루하루가 즐거운 나날이지 아닐까 라는 근거 없는 공상은

이 소설로 나, 그리고 당신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결론,

아니 누가 더 고통 속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나 라는

냉혹한 진실을 직시하도록 만든다.남편 은 유명화가가 아니다.

 

단지 부인인 아이린을 모델로 그림을 그려서(작품번호도 매기면서) 완성작을 내다 팔 곤 했다.

그런 남편을 위해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망부석처럼 꼼짝도 하지 않던

그녀 아이린은 점차 남편에게 구속받고 있는 것만 같다.

항상 사랑한단 말에 현혹되지 말자. 이것은 그림자밟기나 마찬가지이다.

그림자를 통해 영혼을 빼앗을 수 있다는 그 행위 앞에서

아무리 기를 써도 한 번 짓밟힌 그림자를 그의 발에서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남편은 그림 속의 모습으로 다른 이들에게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보여준다.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의심한다. 당신을 떠날 수 없노라고 한다.

모두가 그림만으로 나 자신을 판단하지 않도록 남편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부부의 대화는 겉돌기만 하니 부부갈등은 자녀와 남편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한쪽은 다가서려 하고 다른 쪽에서는

어떡하든 무조건 벼랑으로 밀어 추락시키고 싶어 한다.

밀어내고 또 밀어내고.

 

이래서야 답이 없다고 판단한 아이린은 두 권의 일기를

의도적으로 준비한다.레드와 블루 다이어리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상시 감시하고 싶어 하기에

일기를 몰래 몰래 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레드 다이어리가 쉽게 발견할 수 있게 허술하게 두면서

일부러 읽어도 상관없이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면

블루 다이어리는 진짜 속마음을 폭탄처럼 써내려간다.

그마저도 은행 비밀금고에 보관하고 있어서 남편은 진짜를

가려낼 수 있지가 않다.당신은 꽤 오랜 수색 끝에 내 빨간 일기장을 발견했을 거야.

내가 바람을 피우는지 알아내려고 줄곧 그걸 읽어왔을 테고.

 

그리고 두 번째 일기장,

당신이 내 진짜 일기장이라고 부를 일기장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이 일기장이야. -P.16-

 

또한 가족이란 구성원들은 상대를 탐색한다. 자세히 관찰해서 강인하고 영민하게

자라서 능가하고 아빠보다 힘의 우위에 서겠다는 아이들의 다짐은

가슴을 답답하게 짓눌러온다. 폭력을 휘두르는 자와 맞서는 자의 대립 속에

가족의 화목이란 뜬구름 잡기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

자전적 이야기이기 때문에 상상의 힘이 아닌 자신의 진솔한

감정으로 인해 평정심을 잃고 두 다이어리를 통할 때

남편을 자신의 의중대로 유도하지만

원하는 결말대신 모순으로 부부관계가 지속되고 있을 뿐이다

 

.소유욕에 집착하는 남편과 이혼하지 못해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이던 그녀도 마지막에는 결단 대신 잠시 주저했던 것일까?

밀어내다보면 추락만이 있을 것 같던 그 길의 끝에서

그녀가 선택했던 방식은 뜻밖이었다.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그래서 내내 고통스럽게 읽다가

한방에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그 행동이

부부관계는 보이는 것 이외에 설명이 안 되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고 설명하기 어려운 어느 지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앎을 얻는 것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사랑은 우리가 상대의 특성을 대부분 사랑하고,

상대의 변하지 않을 흠을 참아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 P.47 -

 

확실히 끝은 반전이다. 작가가 던지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고 불행한 상처가 보여도

그것을 가지고 제3자는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도덕적 판단은 그들이 할 몫이다.

우리에게 판단할 권리도 멋대로 오인할 이유도 없음이다.

다들 그렇게 비슷하게, 심하면 극단적으로 문제를 안고

살아가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듯 했다.

과거엔 사랑했지만 지금은 사랑하지 않아 불행하다고

투덜대는 이들에게 아이린의 부부관계가 많은 것을 시시하고 있다면

어떻게 부부로 살아야 하는지도 여전히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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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밟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앎을 얻는 것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사랑은 우리가 상대의 특성을 대부분 사랑하고,

상대의 변하지 않을 흠을 참아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 P.47 -

부부의 연이라는 것은 천년의 그리움이 쌓여 백년해로 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 소중한 인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로의 눈높이에 맞춰

배려하고 격려하며, 차이를 인정하는데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설레고 행복했던 순간들은 분명 사랑이라는 끈으로 이어져 있었겠지만.

아메리칸 인디언 혼혈인 엄마와 독일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유명 여성작가가

자신의 결혼생활이 실패했던 쓰라림을 고스란히 담아낸 자전적 소설을

내놓았다는 건 결코 담담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 같다.

 

누군가의 가정은 외부에서 봤을 때 결코 그 속사정을 알길 없다.

나 보다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을 것만 같고

아이들은 무탈하게 무럭무럭 자라서 키우는 재미에

하루하루가 즐거운 나날이지 아닐까 라는 근거 없는 공상은

이 소설로 나, 그리고 당신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결론,

아니 누가 더 고통 속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나 라는

냉혹한 진실이다.

 

남편 은 유명화가가 아니다. 단지 부인인 아이린을 모델로 그림을

그려서(작품번호도 매기면서) 완성작을 내다 팔 곤 했다.

그런 남편을 위해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망부석처럼 꼼짝도 하지 않던

그녀 아이린은 점차 남편에게 구속받고 있는 것만 같다.

항상 사랑한단 말에 현혹되지 말자. 이것은 그림자밟기나 마찬가지이다.

그림자를 통해 영혼을 빼앗을 수 있다는 그 행위 앞에서

아무리 기를 써도 한 번 짓밟힌 그림자를 그의 발에서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남편은 그림 속의 모습으로 다른 이들에게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보여준다.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의심한다. 당신을 떠날 수 없노라고 한다.

모두가 그림만으로 나 자신을 판단하지 않도록 남편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부부의 대화는 겉돌기만 하니 부부갈등은 자녀와 남편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한쪽은 다가서려 하고 다른 쪽에서는

어떡하든 무조건 벼랑으로 밀어 추락시키고 싶어 한다.

밀어내고 또 밀어내고.

 

이래서야 답이 없다고 판단한 아이린은 두 권의 다이어리를

의도적으로 준비하였으니 이름하여

 

레드블루 다이어리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상시 감시하고 싶어 하기에

일기를 몰래 몰래 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레드 다이어리가 쉽게 발견할 수 있게 허술하게 두면서

일부러 읽어도 상관없이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면

블루 다이어리는 진짜 속마음을 폭탄처럼 써내려간다.

그마저도 은행 비밀금고에 보관하고 있어서 남편은 진짜를

가려낼 수 있지 않다.

 

당신은 꽤 오랜 수색 끝에 내 빨간 일기장을 발견했을 거야.

내가 바람을 피우는지 알아내려고 줄곧 그걸 읽어왔을 테고.

그리고 두 번째 일기장, 당신이 내 진짜 일기장이라고 부를 일기장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이 일기장이야. -P.16-

 

또한 가족이란 구성원들은 상대를 탐색한다. 자세히 관찰해서 강인하고 영민하게

자라서 능가하고 아빠보다 힘의 우위에 서겠다는 아이들의 다짐은

가슴을 답답하게 짓눌러온다.

폭력을 휘두르는 자와 맞서는 자의 대립 속에

가족의 화목이란 뜬구름 잡기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

자전적 이야기이기 때문에 상상의 힘이 아닌 자신의 진솔한

감정으로 인해 평정심을 잃고 두 다이어리를 통할 때

남편을 자신의 의중대로 유도하지만

원하는 결말대신 모순으로 부부관계가 지속되고 있을 뿐. 

 

소유욕에 집착하는 남편과 이혼하지 못해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이던 그녀도 마지막에는 결단 대신 잠시 주저했던 것일까?

밀어내다보면 추락만이 있을 것 같던 그 길의 끝에서

그녀가 선택했던 방식은 뜻밖이었다.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그래서 내내 고통스럽게 읽다가

한방에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그 행동이

부부관계는 보이는 것 이외에 설명이 안 되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고 설명하기 어려운 어느 지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확실히 끝은 반전이다. 작가가 던지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고 불행한 상처가 보여도

그것을 가지고 제3자는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도덕적 판단은 그들이 할 몫이다.

우리에게 판단할 권리도 멋대로 오인할 이유도 없음이다.

다들 그렇게 비슷하게, 심하면 극단적으로 문제를 안고

살아가지 않냐고 반문하는 듯 했다.

과거엔 사랑했지만 지금은 사랑하지 않아 불행하다고

투덜대는 이들에게 아이린의 부부관계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면

어떻게 부부로 살아야 하는지.

처연하고 아름답고 쓸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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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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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넷에서 영화관련 정보를 검색하다 오쿠다 히데오 원작의 <남쪽으로 튀어>가 충무로에서 영화화될 예정이라는 기사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임순례 감독에 주연으로 김윤석과 오연수가 주연으로 내정된다고 하는데 오오옷! 이것은 진짜 대박이 아닐 수 없구나. 호홍.

 

2012년 충무로에 불어 닥친 일본소설 원작의 영화화 바람이 제대로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미 <얼어붙은 송곳니>, <화차>에 이어 <용의자X의 헌신>도 방은진 감독에 류승범 주연으로 대기 중이고 <남쪽으로 튀어>까지 줄줄이 개봉하면 거의 환성적인 라인업이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오쿠다 히데오는 츠츠이 야스타카와 더불어 일본 코믹소설의 쌍두마차로 추켜세우고 싶은 작가인데 <공중그네>, <올림픽의 몸값>까지 총 세편으로 날 무지 흡족케 한 바 있어 영화화 소식은 무척이나 반가운 낭보이다. 이 소설은 그냥 날 흡족케한 수준을 넘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작품이라 아마도 일본소설 역대 순위를 매긴다면 단연 1위로 손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소설은 정통 추리소설보다 이런 인간미가 물씬 풍겨나는 소설이 훨씬 좋단 말이지. TOP10을 추린다면 추리소설은 2편 정도 밖에 못들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중에서도 이 소설은 군계일학!!

 

 

나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는 <남쪽으로 튀어>는 국민연금 보험료 납입도 거부하고 국회 의사당 폭파를 은근 꿈꾸는 운동권 출신의 무정부주의자 열혈 아빠와 아빠를 뒤에서 묵묵히 내조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돌변하여 혁명가로 탈바꿈하는 소심한 엄마, 이런 아빠와 엄마를 뒤늦게 이해하게 되며 비로소 한 가족으로 소통하게 되는 사춘기 아들과 딸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소설이다.

 

아이들에게 콜라와 캔커피를 매판자본의 산물이라며 금지하고, 학교수업을 제도권의 주입교육으로 간주해 등교마저 막아버린 아빠의 행동은 그야말로 괴팍한 아나키스트라 자녀와의 포복절도할 에피소드는 시종일관 빵빵 터진다. 그 부분만 놓고 보면 단순히 웃고 즐기기에 손색없는 가벼운 소설로 치부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다면 나의 열렬한 지지는 이끌어 낼 수 없었겠지.

 

이런 가족들이 불가항력적으로 남쪽의 어느 섬마을로 여행을 떠나면서 그동안 몰랐던 부모들의 과거사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애들은 아빠와 엄마를 가까이에서 이해하게 되는데 이 소설의 진가는 여기서부터 발휘되기 시작한다. 이 탈도 많은 괴짜가족이 섬마을의 리조트 개발을 위한 공사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일련의 투쟁들은 지금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벌어지는 격렬한 현장이 살짝 오버랩 되기도 한다. 물론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별다른 의견은 개진하지는 않겠다. 그냥 공사 저지의 목적이 닮은 꼴이라 같이 언급했을 뿐.

 

 

그렇게 국가정책에 반하는 환경보전 투쟁은 가슴 뜨거움으로 목도하게 되면서 이들 가족의 안위를 염려하고 소신있는 행동에 응원을 보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놀래기도 하였다만. 그러나 애타는 염원을 무참히 짓밟기라도 하 듯 공권력과 자본의 논리에 굴복하여 장렬히 산화하게 된다. 뜨거웠던 한 여름의 대 소동은 그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열정이 빚어낸 감동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뛰어난 성장소설로도 읽혀지기도 하는 이 소설은 해학의 관점에서 접근해도 빛나는 성채가 되어 끝 모를 높이로 솟아있는 장면으로 자리잡는다,

 

그런데 일본 원작에선 우에하라 지로가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로 나오는 데 반해 영화에서는 청소년으로 변경되어 그려진다고 하는데 원작의 유쾌 발랄함과 소중한 감동을 부디 잘 버무려 멋진 영화로 재해석된다면 불만은 없겠다. 물론 영화는 기필코 관람할 것이며..... 어쨌거나 쵝오!! 기대만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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