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은 천 년이 넘도록 살았다.
수도 없이 죽어보았고 새로운 생을 거듭할 때마다
기억이란 녀석은 흐릿해야 당연할 텐데,
어찌된 영문이지 전생에 대한 기억이 빨리 돌아온다.
아무런 목적 없이 살고 죽었다면
더 이상 윤회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니얼은 사랑하는 소피아를 찾아 시공간이라는 울타리를 넘는다.
대니얼의 첫 번째 생은 고대 북아프리카에서였다.
비잔티움의 자랑스러운 신민으로 태어나 전쟁에 참가했다가
실수로 한 마을에서 어느 소녀를 죽이고 만다.
소피아라는 소녀에게 죄책감과 동시에 사랑에 빠진 대니얼은
환생할 때마다 그녀를 찾아 용서를 구하고 싶어 한다.
그만큼 첫 번째 생은 그에게 고통이 되었고 환생만으로 괴로움이
잊혀 지지 않기에 이제 행실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생부터 대니얼의 영혼은 전생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환생하게 된다.
그런데 다음 생에서 그녀와 재회하는데 형 조아킴의 아내가 된 것을
알고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형수가 된 그녀는 형의 악행으로부터
힘들어하고 있었고 보다 못한 대니얼은 소피아를 데리고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다 형의 손에 죽는다.
이후의 생에서도 소피아를 다양한 신분과 국가에서
만나게 되는데 여전히 전생의 기억이 없는 그녀는
대니얼을 알아볼 리 없는데다 소피아를 잊지 못해
애타는 마음을 호소할 길 없어
죽음과 출생을 반복, 재회와 이별의 아픔은 커져만 간다.
무수한 윤회 속에서 대니얼과 소피아에게 사랑의 결실을
맺을 절호의 찬스가 도래하는데
그 때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대니얼이 야전병원에
입원했다가 간호사로 일하는 소피아를 만난 것이다.
대니얼은 전생에 그와 그녀가 맺어진 인연을 얘기한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던 그녀도 점차 마음을 열고
대니얼을 받아들인다. 이제 사랑이 완성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끝내 부상 때문에 다시 죽고 마는 대니얼,
그런 대니얼의 환생을 기다리는 소피아의 모습은
눈물 없이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운 탄식이 든다.
이번에는 확신했는데 운명의 여신은 두 사람의
인연을 맺어주는 것에 끝내 거부하고 말았다.
전생에 형이었던 조아킴은 이제 학습능력이 생겨
거듭되는 윤회 속에서 전생을 기억하고
대니얼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동시에 소피아를 다시 차지하려는
마수를 뻗쳐온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해쳐 육신을 차지할 수 있는 무서운 능력 앞에
세 사람이 지금 다시 만나려한다.
대니얼과 조아킴, 두 남자 중 누가 먼저 소피아의 사랑을
얻을 것인가?
이제 달콤쌉싸름한 로맨스가 서스펜스 가득한 스릴러를 만나면
이런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흐흠 시대를 초월한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없나보다.
가슴 저릿한 설렘은 사랑을 잊지 못해 환생하고
그 사랑을 기다리는 이의 마음, 그마저 빼앗으려는 질투심까지
사랑이라는 명제 하에 펼쳐지는 이 판타지의 세계는
독자들을 사정없이 빨아들이고 감정이입 시키면서 헤어날 수 없도록 한다.
뭉클하고 눈물이 쏟아질수록 천년의 윤회, 천년의 사랑은 지고지순하다.
전생의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파편처럼 남아있어도
영혼만큼은 변하지 않고 겉모습만 조금씩 바뀌어간다.
그만큼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이라는
등불에 불 밝혀 잠 못 드는 여름밤을 뜨겁게 달구는 작업이니까,
열린 결말처럼 현실에서 꿈꾸지 못한 사랑을 이렇게나마
갈구해본다.
그래서 소피아는 언제나 대니얼의 원죄였고 그녀로 인해 삶을 얻고
자아성찰을 하게 만드는 존재임을 잊지 않고 있었다는
그 루프가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