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맞추기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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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에드 맥베인을 경찰소설의 효시라고 부른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 하나,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단정 짓는 것일까? 경찰이 주인공인 경찰소설이 이전에는 없었던 것도 아닐테고, 경찰에 대한 세부적이고 전문적이며 리얼리티한 설정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분명 깔려 있어야함은 당연하겠지만 고전에 상당히 취약한 내가 역사를 제대로 꿰고 있을 리가 없으니 비교는 불가하다. 그러나 경찰을 주인공으로 하여 이렇게나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경찰소설을 만나기란 힘들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경찰소설을 표방하고 있는 작품은 많지만 직업적인 설정일 뿐이고 사건과 추리에만 더 정성을 쏟고 있기에 경찰이라는 캐릭터에 생명을 제대로 불어넣어 읽을수록 찰지고 고소한 이 맛은 비견할 데가 없다

 

 

 

87분서 시리즈는 돌아가며 87분서 소속 형사들을 주인공 시키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 조각 맞추기는 흑인 형사 아서 브라운이 되겠다. 87분서의 다른 형사들과는 별다른 개성이랄까, 특성을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좀 있어서 한번 쯤 이 형사가 주인공인 87분서 시리즈를 만나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있었다. 보란 듯이 조각 맞추기는 나의 바람대로 아서 브라운 형사가 주인공이란다. 아마도 유색인종이란 유전적 요인에서 뭔가 튀는 점이 있으리라고 보았다. 그 점에서는 나는 틀리지 않았다 

 

이름이 블랙이었다면 검은 피부색이 더욱 강조되었겠지만 의외로 피부가 이름처럼 갈색이란다. 이런!! 아서 브라운은 흑인으로 분류되거나 차별당하는 것을 당연 원치 않았지만 그는 피부색의 컴플렉스에 온전히 구속받지 않는 것 같다. 여전히 성인인 되어서도 검은 피부는 백인들의 조롱과 경멸의 대상으로 치부되지만 생각보다 의연하게 잘 받아치고 잘 넘겨버리는 여유로움을 보이는데 이제 그런 면에서는 어느 정도 달관한 듯하다. “아 그러셔. 나는 검다. 어쩔래?”라고 당당히 대응할 수 있는 그 능청스러움이 좋다.

 

 

 

그래서일까? 아서 브라운에게 닥치는 인종차별적인 대사들은 상당히 민감하고 위험수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에드 멕베인은 논란을 교묘히 비껴나는 재주를 잘 부렸다. 인종차별적 요소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일상적 유머로 승화시켜 흑인이 더 의연하고 백인이 더 구차하고 찌질하게 보일 수도 있는 조화로운 전개가 설정이 이번 작품의 최대강점이자 매력적인 요소라고 하겠다. 보라! 아서 브라운 형사의 저 당당함을 말이다. 그는 인종적 편견을 사건 수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비장의 무기로도 적절히 활용해서 압박하는 묘안을 선보이는구나.

 

 

 

아서 브라운 형사는 이중 살인사건 현장으로 출동한다. 아파트에 침입한 남자와 집 주인 남자는 격투 끝에 서로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더 두고 볼 것도 없는 사건인 듯싶다. 강도에 맞선 정당방위처럼 종결될 뻔 했던 사건은 죽은 남자중 한 명이 손에 사진 조작을 쥐고 있었던 것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양상이 조금씩 달라진다. 보험 조사원 어빙 크러치가 87분서에 짠 하고 등장하는데 그 남자의 손에도 찢어진 사진 한 조각이 있었다. 어빙 크러치의 설명에 의하면 강도단이 거금을 털어 도주하다 경찰에게 사살당한 사건이 있었고 사살당한 현장에는 돈이 없었다고 한다. 그 거금의 소재는 사진으로 찍어 강도단들이 주변 사람들에 찢어서 나누어 주었는데 자신과 공조하여 돈을 찾아내자는 제안이었다. 이제 브라운과 카렐라 형사는 뻔한 뻔자가 아닌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그리고 돈을 찾기 위해 사진 조각을 찾아 탐문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해설에도 나왔듯이 원제 “JIGSAW”의 표기를 두고 직소지그소냐를 두고 역자는 고민했던 걸로 나오는데 표기 대신 그 뜻인 조각 맞추기를 사용한 것이 타당했다고 본다. 돈의 소재가 찍힌 사진 조각들은 임의로 찢어 갈라놓은 게 아니라 퍼즐의 행태대로 갈라놓았기 때문에 제목만이 아니라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방식을 퍼즐 맞추기 한다는 표현에 적합하도록 한 구성과 안배가 그만큼 이채로왔다. 나머지 사진 조각들을 찾아 큰 틀을 맞추기 위하여 동분서주하는 아서 브라운 형사가 소유자들을 차례차례 만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면서 완성된 사진에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은 흡사 한정된 시간 내에 결과를 만들어내야만 할 것 같은 두근거림과 기묘한 설레임으로 즐겁게 하였다. 그리고 원인과 결과는 실과 바늘처럼 가까이에 있었으며 그 어떤 순간에도 유머는 빛을 발한다. 그 걸죽하고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인하여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재미란! 유머 없는 87분서 시리즈는 그 자체로 죽음이다. 그래서 미스터리적 요소보다는 인간의 탐욕과 인간관계에서 더한 강점을 발하는 87분서 시리즈에 계속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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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한가운데 밀리언셀러 클럽 134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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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드보일드의 거장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죽음의 한 가운데(In The Midst Of Death)>를 읽었다. <아버지들의 죄>의 뒤를 이어 시리즈물로서는 두 번째 만남인데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에 수록된 단편에서도 이미 발견했던 것처럼 이 무면허 탐정은 항상 의와 악의 경계선상에서 도시의 뒷골목을 뒤지고 다니는 미화원 같은 역할인 것 같다. 쓰레기를 청소해서 거리를 정화시키기도 하지만 청소 도중 습득한 고가의 분실물은 신고하지 않고 슬쩍 주머니로 챙겨 넣는 계산적인 면도 보이기에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독특한 캐릭터로 각인된다.

 

 

 

무면허 탐정 매튜 스커드는 부패 경찰 제리 브로드필드의 의뢰를 받는다. 사실 제리 브로드필드는 그리 평판이 좋지 않다. 아니 최악에 가깝다. 매튜 스커드에게도 솔직히 털어 놓지만 청렴결백과는 거리가 먼, 부정부패와 결탁한 인물이었고 그런 자신이 경찰 비리를 검사에게 정보제공 하겠다고 설쳐대고 있으니 동료경찰들은 그를 배신자에 기회주의자로까지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적당한 부정부패는 당연한 필요악 정도로 간주하고 동료들의 구린 내를 까발리겠다는 이중성에는 그리 개의치 않음이다. 그런 제리 브로도필드가 매튜 스커드에게 의뢰한 일은 콜걸 포샤 카가 제리 브로드필드가 자신을 상대로 돈을 갈취하고 협박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고소했기 때문인데 순전히 경찰 비리 폭로에 찜찜해진 어느 누군가가 배후에 그녀를 조종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매튜 스커드가 포샤 카를 만나고 난 다음 날 뜻밖에도 그녀가 제리 브로드필드의 아파트에서 시체로 발견되는데...

 

 

경찰은 용의자로 제리 브로드필드를 검거하고 결백을 주장하는 그를 보며 매튜 스커드는 진범을 찾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다.

 

 

어찌 보면 악어와 악어새의 만남이라고 보일지도 모를 관계였다. 선의의 피해자가 아니라 구정물을 덮어쓴 의뢰인의 무죄를 밝히겠다고 나선 모양새가 남들이 보기엔 이쁜 그림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녀석은 당해도 싸다는 식의, 실제로 무죄냐 유죄냐 하는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론은, 특히 경찰들은 싸늘하고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게 없다. 여전히 매튜 스커드는 홀몸이었고 자신을 지지, 동정해줄 만한 이도 많지 않았다. 그는 단지 의뢰받은 것에 충실했을 뿐이었고 배경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숨은 진실의 배후를 알아내는 것에만 관심 있을 뿐이다. 그리고 사랑해선 안 될 누군가와 또 금지된 사랑에 빠졌을 뿐이다.

 

 

도덕적 잣대에는 무심하게, 그리고 일과 사랑은 과감히 구분해버리는 쿨한 남자... 알콜 중독에서 조금씩이나마 벗어나려는 과정이나 결심들이 과연 결실을 맺게 될지도 내심 궁금하게 만드는 행보를 보였다. 그 와중에 언급된 짐 빔에서 또 다른 동지 해리 홀레를 떠올리게 된 것은 거의 자동반사적인 연상이었다. 왠지 두 사람이 술을 나누는 그림은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잠시 해 본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이다.

 

 

 

그리고 매튜 스커더의 추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정답에 가까운 논리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 알아차리기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그만이 이미 범인은 알고 있으며 동기는 범인을 만나 범행을 발뺌하는 회피적 행위에 쐐기를 박아 넣는다, 그제서야 독자들은 범인의 정체를 눈치 채면서 그것이 육감이란 걸 알게 된다. 그렇다면 해결방식에 대한 선호도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 보다 트릭보다 비정한 현실과 분위기 그리고 인물들의 심리 등에 초점을 두고 읽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 까 싶다. 이 소설만 해도 그렇다. 진실은 밝혀졌지만 의기양양도 잠시, 끝내 피의 댓가를 치르고야 마는 결말은 허무함 그 차제이다. 살아남지 못한다면 그 무엇이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매튜 스커더는 술을 마실 수밖에 없나 보다. 알딸딸한 상태에서 죽음을 관망하면서 때론 살아있음을 감사해야 하고 죽은 자의 사연에도 후회를 남기지 않을 만큼의 헌화 한 송이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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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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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기록은 있는 그대로를 공부하면 단순히 지식이 되지만 여기에 상상력을 가미하면 창작이 되고 문학이 된다이쯤해서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논픽션이 되는지 경계가 아슬아슬해지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허무맹랑함에 귀 기울이지도 않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순간들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예상은 한 치도 어긋나지 않으리라 믿었건만 익숙함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지혜를 사용할 줄 알았고 그것을 발판삼아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데 어떤 흔들림에 나는 마음이 설레었다 

 

 

분명히 시작은 작위적이었다. 핀란드 헬싱키 반타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던 비행기는 도착까지 8시간을 남겨두고 있었다.조선시대 인물 "정여립"에 대한 영화 제작을 준비하던 27살 청년 동현은 우연히 자신이 올해 433살이며 정여립의 외손녀라고 주장하는 여인 홍도를 만나게 된다. 좌석은 달랐지만 동현의 스크랩에서 외조부의 존함을 발견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것. 물론 동현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했고 홍도의 이야기는 순전히 지어낸, 상상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4백년 이상을 인간이 지금까지 살아왔을 것이며, 이렇게 늙지도 않고 꽃다운 젊음을 유지하겠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남자는 여인의 미모에 약한 법, 우선 그녀는 예뻤다. 그리고 4차원적인 매력에 반해 한국에 도착하기 전까지 동행이 되어 그녀가 살아온 4백여 년 동안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러면 그녀를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겠지, 그런데 그녀의 이야기는 점차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홍도의 말에 따르면 외할아버지 정여립은 대동계를 조직하여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다가 조선 역사상 가장 불온한 역도로 몰려 처형당하였고 아버지 이진길도 형장의 이슬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이른 바 기축옥사라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리고 홍도의 재능을 높이 산 정여립이 붙여준 그녀의 이름은 당나라의 여류시인 설도의 자에서 딴 것이라 했다. 간신히 살아남은 홍도는 백년해로를 약속한 자치기를 오라버니로 부르면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역사적 사건들은 남녀를 갈라놓는다. 임진왜란이 발발해 자치기는 병졸로 끌려가고 홍도는 철천지원수인 "선조"의 딸 정주옹주와 함께 일본으로 끌려가면서 이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홍도는 자신을 옹주로 칭하고 정주를 궁노라 하며 거짓말로 둘러 댄다. 그리고 일본 장수 우키다 히데이에의 신임을 받아 수년을 그의 수하로 일하다 고국인 조선으로 극적 귀환하게 되었다가 다시 오라버니를 만나지만 이번에는 영원한 이별을 한다. 이때 그녀는 한 노파의 영험한 주문에 의하여 그 때부터 늙지도 죽지는 않은 불로불사의 육신이 되는데 이 조화는 축복이 아니라 죽지 못해 연명해야하는 업보처럼 그녀를 짓누른다. 다시 세월이 흘러서 죽었던 아버지가 환생하지만 천주박해로 다시 아버지가 순교하게 되는 슬픔을 겪으면서 그녀가 사랑했던 이들은 아무도 그녀 곁을 지켜주는 이가 없었으니 이 얼마나 외롭고 애통했던가.  그래도 하늘은 그녀에게 다시 한 번 인연이라는 선물을 주신다. 죽었던 자치기오라버니가 네덜란드 의사로 환생하여 재상봉을 한 것. 두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물리적인 흐름 앞에서는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다. 생과 사를 번복하는 일은 말이다. 

 

 

 

홍도4백여 년이란 삶 속에서 애끓는 사랑과 눈물의 이별은 때론 기쁨이었다가 절망이라는 무게를 낳았으며 앞서 언급한 기축옥사, 임진왜란, 천주박해 같은 역사속의 중요사건들과 얽히면서 파란만장한 나날들을 보내야만 했다. 국사 시간 속에서나 들어봤던 정여립은 반역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혁명가로 ‘동국지리지의 저자 한백겸은 실학의 선구자중 한 사람으로, 이진길 정여립과 뜻을 함께 했다가 장살당한 문신으로 소개되면서 역사라는 큰 틀에서 외면 받고 잊혀졌던 아웃사이더들을 오늘에 와서 부각시켜 재조명하게 만든 그 설정이야말로 죽어버린 역사의 살들에 숨결을 생생하게 불어놓는다. 그렇기 때문에 천일야화같은 홍도의 삶에 울고 웃으며 애절하다가도 진중한 무게에 숙연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눈빛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빨려들게 할 만한 깊은 아름다움이 있다. 수백 년을 사는 동안 겪었던 풍파 속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기개와 호탕하고 활달한 기지로 헤쳐 나가기 때문인지 그 강렬한 흡입력에 읽다보면 완벽하게 제압당한 느낌이 든다. 밧줄로 꽁꽁 묶여버린 것 같이 에워싸면 결말에 도달할 때까지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단단하고 화려했다. 정말 마음을 사무치게 하는데 절절한 호소력에 맘을 추슬러야만 했다. 캐릭터의 매력에다 역사를 다른 각도로 재해석해 장악하는 능력이야말로 이 소설이 가진 장대한 힘이자 진정성으로 뜨겁고 감동적이다. 결국 마지막은 예상했던 시나리오였고 그 점 때문에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감성 돋는 이야기라서 나는 눈물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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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심판 2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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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빛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가 만나는 접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모든 일이 비롯됩니다.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어둠의 세계에서 튀어나오는 일들 말입니다.

  우린 그 경계선을 지키는 파수꾼입니다.

  간혹 그 경계를 뚫고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선과 악의 경계에는 언제나 거울이 하나 있다는 걸 말이야.

  그 거울을 바라보면 자넨 진실을 알아낼 수 있어" 

  

<속삭이는 자>로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쳤던 "도나토 카리시"의 최신작 <영혼의 심판>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천금의 기회를 운 좋게 얻을 수 있었다. 전작으로부터 2년만이던가? <속삭이는 자>와 마찬가지로 연쇄살인범이 등장해서 살인사건이 터져서 해결하면 또 하나의 사건이 대기 중이어서 다소 복잡한 미로 속을 헤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구조이다. 문을 열면 하나의 통로가 아니라 여러 갈래길로 시선이 분산되었다가 결국 출구는 두 개로 정리되는데 개별 사건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으니 미아가 되지 않으려면 읽을 때 집중을 요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 남자가 심장발작을 일으켜 쓰러지고 응급 구조대가 긴급 출동하게 된다. 그런데 구조대원으로 현장에 출동했던 여의사는 뜻밖에도 남자가 과거에 자신의 여동생을 납치했던 범인임을 알게 되는데 그의 몸에는 나를 죽여라라는 도발적인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그를 죽여 복수를 완성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하던 여의사는 결국 그를 살려 놓지만 이제 악의 그림자는 서서히 가면을 벗고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 악을 추적하는 세 부류가 있다. 여대생 실종 사건을 비밀리에 조사 중인 마르쿠스클레멘스라는 두 사제, 6개월 전 남편이 실족사한 여형사 "산드라", "카멜레온 시리얼킬러"를 쫓는 추격자이다. 우선 두 사제는 바티칸 교황청의 내사원 소속 사면관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범죄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의외로 FBI나 인터폴도 아닌 바티칸 도서관인데 사면관들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범죄연구와 관련된 활동과 경찰의 수사에도 참여해 왔다. 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 신변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조직의 해체가 결정되면서 일체의 활동이 금지되고 순응과 저항의 양자선택에 직면하게 되자 공중 해체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 듯 뻔했다.

 

두 사제는 은밀히 범죄수사를 단독 수행 중이었는데 산드라가 남편의 사망에 얽힌 의혹을 풀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사제들과 여형사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행보를 보이다 하나의 결승점에 도달하게 된다.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들이 결코 순탄치가 않았다. 누군가가 개별적인 사건들에 두 사제와 산드라가 개입해서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었고 마치 십자풀이 낱말퀴즈 풀이를 하는 것 처럼 교묘히 안배되어 있었다. 그리고 "카멜레온 시리얼 킬러"19세기 실재하였던, “Nomen Nescio”, 약칭 “N.N”이라고 불렸던 인간 복사기 정도로 보면 된다. 타인의 외모, 말투, 습관 심지어 병력까지 그래도 위조해서 새로운 신분으로 위장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통해 납치 살인 등 많은 범죄를 저질렀던 실화에 근거해 탄생했기에 실체를 밝혀낸단 것이 두렵게 만드는 섬뜩한 존재이다. 언제라도 타인으로 변신할 수 있는 그를 집요하게 따라가는 추격자의 이야기까지 세 명의 이야기가 씨줄이 날줄 엮이듯 진행되면서 숨 돌릴 틈 없이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가 용암처럼 들끓어 부글부글 폭발할 것만 같다

 

 

이 모든 것에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악은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진실이 있다. 범인이 풀어 놓은 수수께끼 풀이에 골몰하다 보면 난관에 봉착한 사건으로 인해 범인은 실제보다 더 멀리 달아나있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악의 심연에 돋보기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악을 만나기 위해서는 어둠에 더 깊이 발을 들여야 되고 악을 이해하려면 자신이 악이 되어야만 하는 위험이 도사린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정체성은 지워지고 악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 분노를 자극해 복수를 유도당하는 결과야말로 악이 진정으로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이자 달콤한 유혹이었다.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억눌러 진정시키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내면적 갈등은 생생하게 전달되어 독자들을 고통스럽게 이끈다. 그리고 거대한 혼돈 그 자체이다. 그런데 그러한 느낌들을 실감나게 그려낸 이번 작품에서 어떤 유사한 연계점을 연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얼핏 <다빈치코드>에게 신세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검은 선>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악의 기원과 마주하고 있다. 마주치더라도 스스로 검은 피에 물들지 않도록 대오각성하기를, 그리고 악의 뿌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은 언제나 매혹적이지만 섬뜩하다는 교훈을 남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만의 방식이 녹아 있다. 그래서 닮은 것 같지만 여타 스릴러들의 전형적인 궤도에서 이탈한 도나토 카리시의 스토리텔링은 말로는 설명하긴 힘들고 읽어보면 수긍하게 되는 차별화된 개성과 저력이 있어 흡족하게 된다. 그렇다면 곧 정식 출간되겠지만 성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전작의 유명세를 등에 업지 않더라도 이번 신작에는 자신감이 강하게 느껴지니까스릴러 팬들이라면 당연한 선택일 것이고.

 

아주리 스릴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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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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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본격 추리소설그 전설의 시작   

 

일본 추리소설의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한다면 수수께끼 풀이식의 본격추리가 아닐까 한다. 같은 스타일은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서양에서는 거의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면 끈질기게 명맥을, 아니 오히려 더 활성화 되고 있음에 일종의 회귀본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신본격의 창시자 시마다 소지<점성술 살인사건>이 처음엔 주목을 받지못하다가 이후 입소문에 의하여 전설로 남은 작품이라는 평판은 명성이 때론 열광과 탐닉을, 괴리감이라는 상반된 감상을 이끌어낼 수도 있음도 주목한다. 모두가 만족하는 작품이란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 불가능에 도전장을 던진 담대함에는 일단 박수를 보낸다. 

 

 

스스로를 악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꼭두각시라고 고백하는 화가 우메자와 헤이키치는 점성술에 깊이 심취해있기도 했다. 그는 점성술의 이론을 대입하여 각자 다른 별자리를 타고난 여섯딸의 신체를 여섯 개로 절단한 후, 하나의 신체로 결합 개조하고자 한다. 이른 바 아조트(azoth)라고 불리는 인조인간 로보트 마징가Z(?). 그런 바람이 담긴 수기의 내용대로 각기 훼손된 딸들의 시신이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고 이 사건은 일본 전역을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는다.  

 

헤이키치가 말한 아조트는 인간의 신체 모든 부위가 행성의 축복을 받고 있으며 이 특별한 부위의 합체야말로 완벽한 미녀의 조건을 갖춘 꿈의 이상이자 결정체라고 믿는 망상이 낳은 해괴망측한 이론의 집대성이다. 자신의 딸들을 대상으로 그런 망상을 한다는 건 정상적인 사람의 머리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신본격이라는 흐름을 완성하기 위해서 해당계열의 작품들에서는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도를 넣은 잔인하고 기괴한 구상이 자주 이용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음을 수용하였다. 물론 그래서 당시에는 환영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복잡 미묘하며 파헤치기가 불가능할 것 같은 수수께끼를 내놓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설정으론 만족 못해 더 비현실적이고 더 도발적인 더 환상적인 시도를 해야만 하고 이것은 시마다 소지의 작품들에 언제나 호불호가 엇갈리는 이유였다. 모 평자의 조언대로 이것은 과학이 아닌, 이론적으론 실현가능하지만 실제론 실패할 염려가 높기에 시도하기가 부담스러운 논리라는 변칙게임으로 받아들이고 즐기라고만 해야겠다. 무한 경쟁이라는 또 다른 의미도 들어 있고.

 

 

 

결국은 전대미문의 사건을 두고 해답을 알아내고자 많은 이들이 지혜를 짜내었지만 40년간 아무도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던 불가사의한 사건이었다. 영국의 명탐정 홈즈와 조수 왓슨 콤비 같은 미타라이 기요시이시오카 가즈미가 이에 도전장을 내민다. 정작 콤비 플레이는 아닌, 따로 국밥식의 활동인데 완벽한 밀실구조, 그리고 주변에 어지러이 놓여 있는 눈 속의 발자국, 시체 훼손방법에다 또 다른 희생자에 대한 살해동기까지 복합적인 난제들이 얽혀 있어 논리와 진실을 기만하고 왜곡하는 트릭의 두 요소는 상호 보완적인 완충재 역할을 하면서 마지막에 진실이 밝혀질 때 까지 짐작조차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난 이런 방식에 상당히 취약하니까. 일일이 설명해줘도 여전히 의문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작가의 불친절함과 나의 우둔함에 반반씩 책임을 물어야지. 그런고로 무엄하게도 독자에게 두 번씩이나 도전장을 던진 "소지" 선생. 나의 완패요

 

 

 

그래도 아조트의 완성을 명목으로 자행(?)되었을 것으로 짐작되었던 여섯 구의 시체의 배열에 관한 수수께끼는 역시 글보다 그림으로 이해해야 납득이 가는 속 시원함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어렵다면 어렵지만 의외로 쉽게 풀어낼 수도 있는 아이러니함이었다. 살해 동기란 것도 그렇다. 살해 동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에드 맥베인" <살의의 쐐기>에도 나와 있던데 기억을 떠올리기가 불가능해서 그 중에서 어떤 것에 해당될지 모르겠다. 다만 살해까지 해야 할 동기는 아니었지만 끝내 집행하고 만 것은 먹기 위해 살생해야만 하는 여타 생명체들과는 달리 인간만이 다양한 살의라는 변수들을 섞어 잔인해 질 수 있는 야만적이고 무법적인 존재들이라는 증거였다. 고작 그런 이유로.... 

 

 

 

마지막으로 사람의 성격을 추리하기 위해서 점성술을 공부했다는 미타라이 기요시말인데, 홈즈가 인간냄새가 나서 매력있다고? 그의 주장이 궤변처럼 들리는 건 그에게선 인간냄새가 나질 않고 그냥 추리하는 기계같기 때문인데 인간냄새 나는 건 오히려 요시키 다케시쪽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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