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맞추기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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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에드 맥베인을 경찰소설의 효시라고 부른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 하나,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단정 짓는 것일까? 경찰이 주인공인 경찰소설이 이전에는 없었던 것도 아닐테고, 경찰에 대한 세부적이고 전문적이며 리얼리티한 설정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분명 깔려 있어야함은 당연하겠지만 고전에 상당히 취약한 내가 역사를 제대로 꿰고 있을 리가 없으니 비교는 불가하다. 그러나 경찰을 주인공으로 하여 이렇게나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경찰소설을 만나기란 힘들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경찰소설을 표방하고 있는 작품은 많지만 직업적인 설정일 뿐이고 사건과 추리에만 더 정성을 쏟고 있기에 경찰이라는 캐릭터에 생명을 제대로 불어넣어 읽을수록 찰지고 고소한 이 맛은 비견할 데가 없다

 

 

 

87분서 시리즈는 돌아가며 87분서 소속 형사들을 주인공 시키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 조각 맞추기는 흑인 형사 아서 브라운이 되겠다. 87분서의 다른 형사들과는 별다른 개성이랄까, 특성을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좀 있어서 한번 쯤 이 형사가 주인공인 87분서 시리즈를 만나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있었다. 보란 듯이 조각 맞추기는 나의 바람대로 아서 브라운 형사가 주인공이란다. 아마도 유색인종이란 유전적 요인에서 뭔가 튀는 점이 있으리라고 보았다. 그 점에서는 나는 틀리지 않았다 

 

이름이 블랙이었다면 검은 피부색이 더욱 강조되었겠지만 의외로 피부가 이름처럼 갈색이란다. 이런!! 아서 브라운은 흑인으로 분류되거나 차별당하는 것을 당연 원치 않았지만 그는 피부색의 컴플렉스에 온전히 구속받지 않는 것 같다. 여전히 성인인 되어서도 검은 피부는 백인들의 조롱과 경멸의 대상으로 치부되지만 생각보다 의연하게 잘 받아치고 잘 넘겨버리는 여유로움을 보이는데 이제 그런 면에서는 어느 정도 달관한 듯하다. “아 그러셔. 나는 검다. 어쩔래?”라고 당당히 대응할 수 있는 그 능청스러움이 좋다.

 

 

 

그래서일까? 아서 브라운에게 닥치는 인종차별적인 대사들은 상당히 민감하고 위험수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에드 멕베인은 논란을 교묘히 비껴나는 재주를 잘 부렸다. 인종차별적 요소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일상적 유머로 승화시켜 흑인이 더 의연하고 백인이 더 구차하고 찌질하게 보일 수도 있는 조화로운 전개가 설정이 이번 작품의 최대강점이자 매력적인 요소라고 하겠다. 보라! 아서 브라운 형사의 저 당당함을 말이다. 그는 인종적 편견을 사건 수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비장의 무기로도 적절히 활용해서 압박하는 묘안을 선보이는구나.

 

 

 

아서 브라운 형사는 이중 살인사건 현장으로 출동한다. 아파트에 침입한 남자와 집 주인 남자는 격투 끝에 서로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더 두고 볼 것도 없는 사건인 듯싶다. 강도에 맞선 정당방위처럼 종결될 뻔 했던 사건은 죽은 남자중 한 명이 손에 사진 조작을 쥐고 있었던 것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양상이 조금씩 달라진다. 보험 조사원 어빙 크러치가 87분서에 짠 하고 등장하는데 그 남자의 손에도 찢어진 사진 한 조각이 있었다. 어빙 크러치의 설명에 의하면 강도단이 거금을 털어 도주하다 경찰에게 사살당한 사건이 있었고 사살당한 현장에는 돈이 없었다고 한다. 그 거금의 소재는 사진으로 찍어 강도단들이 주변 사람들에 찢어서 나누어 주었는데 자신과 공조하여 돈을 찾아내자는 제안이었다. 이제 브라운과 카렐라 형사는 뻔한 뻔자가 아닌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그리고 돈을 찾기 위해 사진 조각을 찾아 탐문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해설에도 나왔듯이 원제 “JIGSAW”의 표기를 두고 직소지그소냐를 두고 역자는 고민했던 걸로 나오는데 표기 대신 그 뜻인 조각 맞추기를 사용한 것이 타당했다고 본다. 돈의 소재가 찍힌 사진 조각들은 임의로 찢어 갈라놓은 게 아니라 퍼즐의 행태대로 갈라놓았기 때문에 제목만이 아니라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방식을 퍼즐 맞추기 한다는 표현에 적합하도록 한 구성과 안배가 그만큼 이채로왔다. 나머지 사진 조각들을 찾아 큰 틀을 맞추기 위하여 동분서주하는 아서 브라운 형사가 소유자들을 차례차례 만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면서 완성된 사진에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은 흡사 한정된 시간 내에 결과를 만들어내야만 할 것 같은 두근거림과 기묘한 설레임으로 즐겁게 하였다. 그리고 원인과 결과는 실과 바늘처럼 가까이에 있었으며 그 어떤 순간에도 유머는 빛을 발한다. 그 걸죽하고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인하여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재미란! 유머 없는 87분서 시리즈는 그 자체로 죽음이다. 그래서 미스터리적 요소보다는 인간의 탐욕과 인간관계에서 더한 강점을 발하는 87분서 시리즈에 계속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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