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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 살인사건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신본격’ 추리소설,
그
전설의 시작?
일본
추리소설의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한다면 수수께끼 풀이식의 본격추리가 아닐까 한다.
이
같은
스타일은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서양에서는 거의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면 끈질기게 명맥을,
아니
오히려 더 활성화 되고 있음에 일종의 회귀본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신본격’의
창시자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이
처음엔 주목을 받지못하다가 이후 입소문에 의하여 전설로 남은 작품이라는 평판은 명성이 때론 열광과 탐닉을,
괴리감이라는
상반된 감상을 이끌어낼 수도 있음도 주목한다.
모두가
만족하는 작품이란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 불가능에 도전장을 던진 담대함에는 일단 박수를 보낸다.
스스로를
악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꼭두각시라고 고백하는 화가 “우메자와
헤이키치”는
점성술에 깊이 심취해있기도 했다.
그는
점성술의 이론을 대입하여 각자 다른 별자리를 타고난 여섯딸의 신체를 여섯 개로 절단한 후,
하나의
신체로 결합 개조하고자 한다.
이른
바 “아조트(azoth)”라고
불리는 인조인간 로보트 마징가Z(?).
그런
바람이 담긴 수기의 내용대로 각기 훼손된 딸들의 시신이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고 이 사건은 일본 전역을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는다.
“헤이키치”가
말한
“아조트”는
인간의 신체 모든 부위가 행성의 축복을 받고 있으며 이 특별한 부위의 합체야말로 완벽한 미녀의 조건을 갖춘 꿈의 이상이자 결정체라고 믿는 망상이
낳은 해괴망측한 이론의 집대성이다.
자신의
딸들을 대상으로 그런 망상을 한다는 건 정상적인 사람의 머리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신본격’이라는
흐름을 완성하기 위해서 해당계열의 작품들에서는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도를
넣은 잔인하고 기괴한 구상이 자주 이용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음을 수용하였다.
물론
그래서 당시에는 환영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복잡 미묘하며 파헤치기가 불가능할 것 같은 수수께끼를 내놓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설정으론 만족 못해 더 비현실적이고 더 도발적인 더
환상적인 시도를 해야만 하고 이것은 “시마다
소지”의
작품들에 언제나 호불호가 엇갈리는 이유였다.
모
평자의 조언대로 이것은 과학이 아닌,
이론적으론
실현가능하지만 실제론 실패할 염려가 높기에 시도하기가 부담스러운 논리라는 변칙게임으로 받아들이고 즐기라고만 해야겠다.
무한
경쟁이라는 또 다른 의미도 들어 있고.
결국은
전대미문의 사건을 두고 해답을 알아내고자 많은 이들이 지혜를 짜내었지만 40년간
아무도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던 불가사의한 사건이었다.
영국의
명탐정 “홈즈”와
조수 “왓슨” 콤비
같은 “미타라이
기요시”와
“이시오카
가즈미”가
이에 도전장을 내민다.
정작 콤비 플레이는 아닌, 따로 국밥식의 활동인데 완벽한
밀실구조,
그리고
주변에 어지러이 놓여 있는 눈 속의 발자국,
시체
훼손방법에다 또 다른 희생자에 대한 살해동기까지 복합적인 난제들이 얽혀 있어 논리와 진실을 기만하고 왜곡하는 트릭의 두 요소는 상호 보완적인
완충재 역할을 하면서 마지막에 진실이 밝혀질 때 까지 짐작조차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난 이런 방식에 상당히 취약하니까.
일일이
설명해줘도 여전히 의문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작가의 불친절함과 나의 우둔함에 반반씩 책임을 물어야지.
그런고로
무엄하게도 독자에게 두 번씩이나 도전장을 던진
"소지" 선생.
나의
완패요.
그래도
“아조트”의
완성을 명목으로 자행(?)되었을
것으로 짐작되었던 여섯 구의 시체의 배열에 관한 수수께끼는 역시 글보다 그림으로 이해해야 납득이 가는 속 시원함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어렵다면
어렵지만 의외로 쉽게 풀어낼 수도 있는 아이러니함이었다.
살해
동기란 것도 그렇다.
살해
동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에드
맥베인"의
<살의의
쐐기>에도
나와 있던데 기억을 떠올리기가 불가능해서 그 중에서 어떤 것에 해당될지 모르겠다.
다만 살해까지
해야 할 동기는 아니었지만 끝내 집행하고 만 것은 먹기 위해 살생해야만 하는 여타 생명체들과는 달리 인간만이 다양한 살의라는 변수들을 섞어
잔인해 질 수 있는 야만적이고 무법적인 존재들이라는 증거였다. 고작 그런 이유로....
마지막으로
사람의 성격을 추리하기 위해서 점성술을 공부했다는 “미타라이
기요시”
말인데, “홈즈”가
인간냄새가 나서 매력있다고?
그의
주장이 궤변처럼 들리는 건 그에게선 인간냄새가 나질 않고 그냥 추리하는 기계같기 때문인데 인간냄새 나는 건 오히려
“요시키
다케시”
쪽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