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버리스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 37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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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믿지 마라. 기억은 조작됐다.”는 멘트와 함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한 영화 <메멘토>에서 역순으로 전개되는 그 독특한 구조를 스릴러에 도입한 <옥토버리스트>도 활자의 실험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머릿속에서 거대한 퍼즐이 맞춰지고 있는 것 같은 쾌감을 느껴보고 싶다면 바로 이 작품 추천해요.

 

 

가브리엘라는 초조하게 창가에 서서 살짝 벌어진 커튼 틈으로 바깥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손이 가볍게 떨리고 있습니다. 그녀의 딸 세라조셉이라는 남자에 의해 납치당했고 50만불의 몸값에다 결정적으로 옥토버리스트라는 문건을 내놓으라며 협박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돈을 마련할 길도 막막하지만 도대체 그 리스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사면초가에 빠진 그녀를 돕기 위해 대니얼과 동료들이 대신 조셉과 협상에 나섰고 이라는 남자 한 사람만 그녀 곁을 지키던 중 갑자기 조셉이 출입문의 데드볼트를 해체한 후 문을 열고 들어와 총구리를 겨누는데... 안 돼라는 절망의 외침이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오겠죠. 분명 협상은 실패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한 절체절명의 순간.

 

 

여기서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은데 시간은 거꾸로 흘러 매 챕터마다 이전의 이야기로 진행되는데요. 분명 우리와 그들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상황들이 사실 어떤 비밀이 있고 그것은 작은 반전들이 잽으로 연타를 날리게 됩니다. 뒤로 가면 갈수록 최초의 출발지점에 가까워지면서 위기가 곧 기회가 되며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역전이 됩니다. 이렇게까지 시간을 해체하여 인물들의 낯선 느낌과 읽는 독자들의 낯선 느낌이 모두 공유되려하죠.

 

매 챕터별 조각조각 난 작은 단서들, 그 중에는 맥거핀 요소가 덫처럼 웅크려있기도 해서 신선한 충격마저 느낄 수 있었죠. 정말 읽는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더군요. 마지막에 만나는 접점과 진짜 진실을 알게 되면 거꾸로 배열된 72시간은 그런 역할을 했음이 이번 미스터리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앞에서부터 읽으나 뒤에서부터 읽으나 색다른 독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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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한입 더 - 철학자 편
데이비드 에드먼즈 & 나이절 워버턴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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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철학자는 누구입니까? 라고 물어오면 누가 당장 떠오르나요? 기존의 대중들을 위한 철학 입문서적은 무수히 많이 나와 있고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각자 달라질 것입니다특별히 애정 하는 철학자는 따로 없어도 자동 반사적으로 몇몇 이름들이 생각나는 거 보면 학창시절 교과서를 열심히 암기했던 반복의 흔적들은 지금에도 반갑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눈앞에 어른거리는 이름들은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입니다.

 

 

그들은 철학이라는 학문의 출발 선상에 있으니 당연하겠죠. 그러거나 말거나 철학은 일단 딱딱하고 난해하다는 선입견을 피해가기 어렵습니다. 너무 진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철학을 책이 아닌 팟캐스트의 소재로 삼았다면 말입니다. 역시 예사로운 현상은 아니지 않을까요? <철학 한입> ‘팟캐스트2007년 플라톤을 시작으로 올해 8월까지 총 250편이 올라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무겁고 진지한 주제가 여태까지 유지되고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이 솔직히 실감나지 않습니다. 팟캐스트라는 서비스 자체부터 낯설고 어색한 저에게 철학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하겠어요. 그래도 도전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해 보입니다. 잃어버린 인류의 철학을 찾아서요.

 

 

이 책 <철학 한입 더>27명의 올스타 급 철학자들이 망라되어 있어서 살아있는 철학 역사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 마키아벨리, 몽테뉴, 데카르트, 스피노자, 존 로크등 숨 가쁠 정도로 쟁쟁한 이름만 대면 알만한 특징적사상이 생각나서 기뻤습니다. 저명한 철학자 한 명을 전문가들이 맨투맨 형식으로 맡아 토크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특정 주제를 정해 범주 좁혀 핵심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철학자는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였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자신이 <군주론> 같은 책을 쓴 이유가 세습된 군주가 아닌 신흥 군주를 마치 세습 군주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특정한 군주 메디치가를 염두에 두고 썼다는 점인데 위대한 영광은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는 것을 넘어 만인에게 자랑할 수 있을 때 라고 강조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우유부단한 인물을 허세로 포장시켜 멋진 척, 위대한 척 만들고 싶었다고 봐야겠죠. 그리고 이러한 허세 지침서는 권력의 눈에 들어 취업하고 싶어 하는 구직신청서로진정한 의의가 들어 있었다 하니 처세에 연연한 인물이 마키아벨리였다고 폄하할 가능성이 다분해 보입니다.

 

 

그 밖의 다른 철학자들이 주장한 실존주의”, “공리주의”, “수상록”, “국부론”, “정념등등은 의미를 이해하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철학은 ()”를 사랑하는 '애지(愛知)의 학문'을 정의한다고 봤을 때는 말이죠. 단순한 앎이 아니라 존재의 가치, 그 존재가 올바르게 살아가야할 방향을 제대로 깨우쳐서 사상과 이념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철학은 필요한 것이며 이 책은 그래서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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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넘브라의 24시 서점
로빈 슬로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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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동네에는 서점들이 꽤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시절의 동네서점들은 소년만화, 참고서를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재미나 지식형성을 위한 용도로만 책을 구입했으니 진정한 독서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동네서점들은 대형서점들에 밀려 세월과 함께 점차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주범들인 대형서점들도 일부 사라졌다. 온라인 서점의 등장 때문인데 나가지 않더라도 클릭질 한 번이면 자택까지 배달되는데다 가격할인을 비롯한 각종 혜택에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지않을 재간이 없었다 

 


실례로 몇 주 전 지방에서 장르소설이 와우북 형식의 판매행사로 개최된 전력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일부러 현장을 찾아 책을 사는 수고를 굳이 시도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책을 안 읽는 것도 문제지만 다들 익명이 보장된 공간에 틀어박혀 직접 책을 고르는 기쁨을 잊은 지 오래인 것이 더 문제가 아닐까? 더구나 전자책이 미래에 활성화된다면 종이책의 구수한 향기(?)를 더 이상 맡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확실히 종이 출판업은 사양길에 접어든 게 맞을 거다. 그러한 현실과 대세라는 흐름이 안타까웠는지 종이책이 가진 고유의 매력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는 소설이 바로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이다.

 

 

 

작가 로빈 슬로언이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한 트윗에서 이런 방금 24시간 도서 반환통(BOOK DROP)24시간 서점(BOOK SHOP)로 잘못 읽었네.“라는 문구에서 로빈 슬로언은 설정을 착안하였다고 한다. 사소한 착각이 창작을 낳은 유머러스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책은 입소문이 퍼져 세상에서 베스트셀러로 히트를 치게 된다. 이 소설이 가진 느낌들은 어떠했을까 확인해보자.

 

 

주인공은 웹디자이너 클레이 재넌이라는 청년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책은 물론이요, 종이 자체와는 직업적으로 담을 쌓아왔던 그가 잘 나가던 회사가 쫄딱 망하는 바람에 실직자가 될 지경에 처하자 우선 살고 보자는 막연한 심정으로 이상한 서점에 취직한다. 24시간 운영하는 이 서점은 요즘 트렌드에도 맞질 않는데다 서점 주인은 페넘브라라는 영감님이다. 심야근무조인 클레이는 손님이 없다시피 한 이 서점이 어떻게 24시간 운영되며 자신에게 봉급을 줄 수 있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다.

 

손님들도 괴상하다.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오는 손님들은 늘 한밤중에 찾아와서는 이상한 암호 같은 책 제목을 대며 뒤쪽 서가의 책들만 빌려간다. “페넘브라씨는 찾아오는 손님들의 인상착의와 기분, 책을 빌리는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 생뚱맞은 내용들을 매일 업무일지에 기록하라고 시키기까지 한다. 참다 참다 못한 클레이는 서가의 책을 절대로 펼쳐보지 말라는 페넘브라씨의 규칙을 어기고 책을 펼치자 페넘브라씨가 증발해버린다.

 

 

 

 

그리고 500년 동안 불이 꺼지지 않았다는 이 서점의 불이 꺼지면서 심야의 단골손님들은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서점이 문을 닫는다. “페넘브라씨는 어느 비밀조직에 속해 있었는데 조직의 이름은 부러지지 않은 책등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애서가 광신자 집단이라고 한다. 문제는 어떤 중요한 책이 조직의 본부에서 불태워질 예정이고 페넘브라씨의 행방을 좇는 가운데 클레이는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과 함께 문제의 책을 사수하기 위해 작전에 돌입하게 된다.

 

책 속에 숨은 비밀 암호를 풀고자 하는 조직의 노력은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데 그것을 통해 인류의 영원한 숙제에 대한 해답을 밝히고자 했던 것이다. 그 해답이란 것이 아무도 이뤄낼 수 없었고,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영원한 꿈이자 이상이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가며 얻고자 했기에 불가능한, 부질없는 짓거리였다. 이것은 마법이자 어드벤처이기도 하겠다. 어떤 의미에서는 말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실존했던 인쇄업과 관련된 인물(특히 "알두스 마누티우스"는 책의 역사에서 결코 빼놓아서는 안될 인물이다.)과 가공의 인물을 등장시켜가며 책을 사랑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속셈까지, 읽을 수 록 페넘브라 서점이라는 공간은 매혹적이며 신비롭고 다채로우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넘쳐난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책과 서점이 걸어온 발자취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사업이기도 했고 복제라는 범죄에 연루된 양심의 문제이기도 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책은 종이의 형태일 때만 존재의 가치가 있음을 킨들에 대한 지독한 반감으로 표출하면서 삶은 유한해도 책은 불멸불사로 지속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낭만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물론 이 소설의 모든 면을 전부 이해하기에 나의 식견이 모자란 점은 일정부분 감수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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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의 몸값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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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고 물심양면 지원받으며 온전한 인격체로 거듭나는 동안 눈앞의 문제들은 부모가 모두 알아서 처리해 줄 것으로 믿는다. 자신들을 양육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 희생이 뒷받침 되는지 그 나이에는 짐작할 일 조차 없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행여나 나쁜 일에 휘말리지나 않게 되는지 노심초사하게 될 것이고 그런 부모들의 마음을 볼모 잡아 아이들을 유괴해서 돈을 요구하는 범죄야말로 인륜을 무참히 짓밟는 범죄일테니 가중 차벌로 강력 단죄해야 한다는 이 책 속의 주장은 일리가 있겠다 

 

유괴된 아이가 내 자식이면 부모는 자식을 되찾기 위해 몸값 지불하 것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내 자식이 아니라면 선택은 달라진다. 게다가 더글라스 킹에게는 단순히 돈 문제를 떠나 사업의 명줄이 걸려있다. 어릴 적 지독한 가난 때문에 성공 지향적 인간이 되어버린 킹을 두고 구두 회사의 중역들은 그를 회유하여 회사를 집어 삼키려는 음모를 꾸미지만 킹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에게는 회사운영과 관련된 별도의 플랜이 구상되어 있었으니.

 

 

 

그런데 어떤 돌발 변수가 그의 발목을 잡게 된다. 누군가가 자신의 운전사의 아들을 킹의 아들로 착각해 납치 유괴하고서는 50만달러의 몸값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들이 유괴당하지 읺는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지만 뒤늦게 킹의 아들이 아니란 것을 알에 된 범인들은 킹에게 몸값을 대신 내놓으라는 생떼를 부리기 시작한다. 이제 킹은 50만 달러냐? 아이의 목숨이냐?를 두고 심각한 도의적 딜레마에 빠진다 

 

?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재수 없는 일이 닥쳤느냐고 울분을 토로할 만하다. 범인들의 요구대로 몸값을 주면 그의 사업인생은 파멸하게 된다. 회사의 중역들은 이것을 호재로 삼아 킹을 파멸시키기 위한 작당에 나서면서 몸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세간의 비난 속으로 빠뜨릴 복안도 마련 중이다. 모든 것은 킹의 선택에 달려있다.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은 이 책이 87분서 시리즈 중 가장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유괴범들로부터 유괴된 아이를 되찾는 이야기들도 물론 일정 이상의 재미를 주지만 87분서 형사들의 활약보다는 순전히 킹의 고뇌부분이 역시 중심이 된다. 특히 아이를 위해 조건 없이 몸값을 지불하기를 원하는 아내와 절대 그럴 수 없노라고 맞서는 킹의 논쟁은 차마 읽기 힘들 정도로 흡입력이 압도적이다. 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히 몸값을 지불하는 결정이 당연하겠지만 평생을 고생만 해온 그에게 사업에서의 낙마는 절대 죽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임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논리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본다. 나라도 그런 결정 쉽게 못 내릴 것이다. 킹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절절해서 가슴에 사무치고 동화되면서 마치 내가 킹이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누가 그에게 냉혈한이라고 돌을 던질 수가 있으랴?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일본 영화계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천국과 지옥은 원작과는 다른 결말이 그려지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 쪽이든 현실에서는 실재할 것만 같다. 킹에게 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행위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무책임하고 가혹한 처사이다. 유괴사건이 발생하자 킹에게 찾아와 돈이나 뜯어내려는 사기꾼의 등장이이나 87분서에 아이의 행방을 목격했다는 전화의 폭주는 일순 익살스레 묘사되어 킥킥대며 읽기도 했지만 타인의 고통을 악용하고 농간부리려는 혹자들의 저급한 시도가 얼마나 당사자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지 모른 채 배려하는 마음의 양식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도 악의적이다.  

 

그리하여 일련의 사태에 대한 주모자와 피해자가 모두 남성인 상황에서 문제가 해결되도록 끊임없이 설득하고 행동으로 실천하기까지 하는 능동적인 주체 모두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어둠을 불 밝히는 등불 같은 역할이라는 점에서는 상당히 인상적이고. 면죄부가 주어진 결말은 그런 용기 있는 결단에 대한 포상으로 간주하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87분서 시리즈는 다른 각도, 다른 차원에서 해석되면서 언제나 즐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는 검증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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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송이 백합과 13일간의 살인 율리아 뒤랑 시리즈
안드레아스 프란츠 지음, 서지희 옮김 / 예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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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미스터리 스릴러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추앙받고 있는 안드레아스 프란츠는 율리아 뒤랑 시리즈를 총 12편을 남겼고 <12송이 백합과 13일간의 살인>은 시리즈의 두 번째 케이스에 해당된다. 1편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출간 되었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유작부터 먼저 선을 보인 점은 뜬금없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차례차례 나와 준다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던가. 보고 싶어도 1편만 선보이고 자취를 감춘 어느 인기 시리즈물이 복귀에 제동이 걸려 기약이 없다는 사례를 감안하면 고인이 된 안드레아스 프란츠는 사후에 비로소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읽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범죄의 향연이 신묘하기만 하다. 이 시리즈는 그러하다.

 

 

 

 

열두 살 소녀 카를라는 한 달 전 처음 시작한 생리로 성장통을 겪고 있던 평범한 아이였다. 우연히 친구의 꾐에 빠져 파티에 초대받아 갔던 그날 밤에 어떤 일을 겪는다. 순진해서 세상 물정을 몰랐던 어린 소녀를 음흉한 무리들이 가만히 내 버려둘 리 만무한 것. 후회할 때는 이미 늦은 법이고 카를라의 인생은 지옥으로 추락한다. 그리고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프랑크푸르트 경찰청의 율리아 뒤랑에게 12송이 백합과 성경 구절을 인용한 편지 한 통이 배달된다. 율리아는 혼란스러워한다.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편지를 보낸 것일까에 골몰하고 있을 때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이제야 알아차린다. 범인은 율리아에게 어떤 힌트를 남기면서 살인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범인은 율리아와 일면식이 있는 듯한데 그녀는 종잡을 수 없었다. 그녀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듬뿍 담긴 살인예고장은 잡을 테면 잡아보라는 식의 전면적인 도발은 들어 있지 않지만 인용된 성경구절은 계속된 살인을 막기 위해 율리아에게 주어진 도전장이자 숙제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두통거리였기도 하고.

 

 

 

살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달아 발생하고 살인예고장에 담긴 의미를 밝혀내지 못한 율리아 뒤랑은 언제나 한발 늦게 범인의 그림자를 따라 가기에 급급하게 되는데 살해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와 권력, 명성을 가진 저명인사들이었던 것도 특징이다. 율리아만 모를 뿐 독자들은 범인의 심리와 범행동기 그리고 범행실행을 빠뜨림 없이 확인하게 되는데 범인의 시점과 율리아 뒤랑의 시점이 교차로 진행되면서 어떻게 하나의 뿌리로 다시 만나게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워가며 읽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8년 전의 사건이 불러온 비극은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 측의 지극히 사적인 복수극이다. 공권력에 의지하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없었던 것이 이유이다. 인간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사연에는 생계 유지적 측면과 우발적인 측면, 원한, 돈 등이 대표적이겠지만 남부러울 것 없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있는 상류층에서의 범죄는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겉으로는 화려한 성공에 풍족한 생활, 공인으로써 사회적 모범이란 가면을 쓰고 있지만 가면 뒤에 가려진 얼굴은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상상 조차 하기 힘든 추악한 욕망 충족을 위해 위선적인 작태를 저지르고 있기에 평범한 소시민들은 그 실태를 상상 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 점을 노리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자행되는 이들의 범죄는 실로 거대한 조직을 이루고 있으며 범인은 마치 도장 깨기를 하는 것처럼 순서대로 몸통과 머리를 분리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어 처절한 피의 복수를 시도할 수밖에 없는 살인자의 눈물겹고 안타까운 사연들은 누구도 그를 비난하기는커녕 두 손 모아 응원하게 되는 심정이 된다.

 

 

 

 

비록 범인이 원수를 상대하는 방법이 패턴화 되어 있다는 점이 우려할 만하나 의심을 피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악이라는 나무가 수많은 가지치기를 하고 있기에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계통의 소설에서 범인이 범죄행위에 관한 힌트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성경 구절의 속 뜻이 이런 용도로 재해석되기도 한다는 것은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선입견을 통렬히 와해시키면서 효과적으로 재생산해낸 아이디어라는 점에서는 대단히 창의적인 발상이기에 최고의 칭찬을 해 주고 싶은 결정적인 대목이다.

 

 

 

12송이 백합에 담긴 의미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숫자의 범위에 산정되지 않고 은밀히 숨은 그림 찾기 하는 방식은 얼마나 우아하고 산뜻한가. 틀에서 벗어나 관점을 확대시키는 그 시도가, 그 결말이 물 흐르듯 자연스런 전개가 참 좋다. 무수한 상징과 은유들이 무리 없이 소설 전반에 잘 융화되니까 마지막 장을 덮고도 여운이 남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사전에 꼼꼼한 조사를 통해 완성해 낸 결과물은 단지 일회성으로 즐기고 망각해버리는 가벼움이 아니라 인간의 어두운 심연에 대한 묵직한 통찰을 담아내면서 왜 독일 미스터리 스릴러는 안드레아스 프란츠로 통하게 되는지 세상에 고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 의의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작품세계는 당당히 전진한다. 여전히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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